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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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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뒷짐, 업체는 뒷전 어린이용 비말차단 마스크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이현준 기자

2020. 06. 24

여름이 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부모들의 걱정은 깊어간다. 보건용 마스크(KF 마스크)는 너무 덥고 일회용 마스크는 방역효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 저렴하고 덜 더운 ‘비말차단용 마스크’(KF-AD)가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어린이용 ‘소형’은 구하기 어렵다.

“무슨 상상 속의 동물 같다니까요. 있다고는 들리는 데 구할 수는 없으니….” 

김모(40‧인천 부평구)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시름에 잠긴 이유는 자녀를 위한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여름을 맞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새롭게 허가한 의약외품이다. 보건용 마스크보다 얇아 숨쉬기 용이하고 덜 더우며, 수술용 마스크보다는 비말 입자 차단 성능이 높도록(KF55~KF80 수준) 설계됐다. 무더운 여름에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는 마스크로 평가된다. 

김씨는 올해 9세인 자녀가 등교할 때마다 한 바탕 전쟁을 치른다고 했다. 그는 “아이가 코로나19에 걸리지는 않을까 너무 무섭다. 그래서 보건용 마스크를 씌우고는 싶은 데 요즘 날이 너무 더워져 쓰기 싫다고 아우성이다. 한바탕 실랑이를 하고나서 결국 일회용 마스크를 씌우긴 하는데, 이건 방역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하니까 그것대로 또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구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식약처에 따르면 하루에 생산되는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약 40만 장. 보건용 마스크의 하루 최대 생산량이 1천5백만 장인 것에 비해 현저히 적다. 식약처는 6월 말까지 비말차단용 마스크의 하루 생산량을 1백만 장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 밝혔지만 그마저도 많지는 않은 수. 당분간은 품귀 현상이 계속될 전망이다. 

‘아동용’에 해당하는 소형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더욱 구하기 어렵다. 23일 기준 마스크 제조업체 서른여섯 곳에서 76개 품목의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지만 그 중 소형은 13개 품목에 불과하다.



업체와 식약처 모두 “우린 어쩔 수 없어”

유난히 소형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 제조사들은 내부적으로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A 마스크 제조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대형(성인용) 비말차단용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더 높은데 조달청에 공급해야 하는 보건용 마스크를 생산하다보니 이에 집중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 상대적으로 수요가 덜한 소형 비말차단용 마스크까지 생산할 여력이 없다”며 “소형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생산하다가 대형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생산하려면 금형을 교체하고 기계의 영점을 잡는 등의 공정변경 시간 동안 생산을 할 수가 없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중형이상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소형을 생산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제조사의 내부 사정뿐 아니라 외부요인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B 마스크 제조사 관계자는 “정부가 특정 마스크만 만들도록 제조사들을 묶어놨기 때문”이라며 “우리 회사의 경우 조달청이 KF-94 마스크만 만들도록 계약을 맺었다. 공적 마스크 공급 때문이라는데, 계약이 끝나는 6월 말까지는 KF-94 이외엔 다른 마스크를 못 만들게 한다”고 했다. 이어 “이미 지난주에 비말차단용 마스크 제조 허가를 받았지만 계약 때문에 못 만들고 있다. 대형도 생산을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소형 생산을 고려하겠나”고 토로했다. 

당국은 이미 조치를 취했다고 말한다. 조달청 관계자는 “우리는 식약처에서 내려온 지침을 수행할 뿐이라 특별히 밝힐 것이 없다. 식약처로 문의하길 바란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마스크 제조사들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는 비말차단용 마스크 생산 활성화를 위해 6월 16일 마스크 제조사들의 공적 마스크 의무 공급을 생산량의 60%에서 50%로 낮춰줬다. 그 만큼 보건용 마스크를 강제로 생산할 필요가 없어지기에, 보건용 마스크에 투입되던 생산량을 비말차단용 마스크로 전환하라는 의미였다”라며 “기존에 생산하던 보건용 마스크만큼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소형 비말차단용 마스크에 대해선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놨다.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공적마스크가 아니기에 생산품목과 생산량에 대해 개입하기 어렵다는 것. 이 관계자는 “보건용 마스크는 공적마스크였기에 식약처가 업체에 소형을 의무적으로 생산하게끔 할 수 있었지만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감염내과 전문의 “공적마스크화 해서라도 소형 마스크 공급해야”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공적마스크화 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온다. 민간 차원에만 맡겨 놓으니 소형 비말차단마스크의 경우와 같이, 필요함에 불구하고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 그 이유. 

하지만 식약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공적마스크화 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럽다. 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저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추후 방침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형 비말차단용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그만큼 생산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동을 위한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공적마스크화 해서라도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동이 성인용 마스크를 착용하면 크기가 맞지 않아 흘러내리고 얼굴과 마스크 사이의 틈이 많아 방역효과가 떨어진다. 수요가 적어 소형 비말차단용 마스크가 생산이 안 된다면 민간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공적마스크로 만들어서라도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식약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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