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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화병

박선영의 우리 아이 큰 그릇으로 키우기

박선영 더하우 영성경영연구소 대표

입력 2020.05.18 15:17:06

박선영의 우리 아이 큰 그릇으로 키우기
아이들의 화병

더하우 영성경영연구소 대표이자 태광실업 고문. 태광실업의 수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의 한계를 느끼고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영성에서 답을 얻었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본성을 타고났으며, 영성회복을 통해 자신의 가치와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더하우 영성경영연구소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 기업 컨설팅 노하우를 공유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질환의 42%가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발생한다고 합니다. 우울증, 조울증, 조현병, ADHD, 적대적 반항장애 등 병명도 다양합니다. 저는 이러한 것들이 한마디로 말하면 화병(火病), 즉 마음의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병에는 약도 없다는 옛말이 있듯, 약물 요법은 결코 근본적인 치료가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병들은 결코 한두 가지 원인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아이가 내 자식이기 이전에 우리 모두 인간이라는 시각에서 근본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마음이라는 것을 들여다봅시다. 저는 사람이기 이전에 생명체로 먹고 자고 배설하고 종족을 번식하고자 하는 본능과 각 개인에게 고유하게 부여된 각자의 본성, 그리고 각자가 배운 지식과 경험인 이성의 합체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마음이라는 그릇을 본능에 맞고 본성에 맞는 좋은 지식과 경험으로 채워야 편안하고 흡족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자녀가 어릴 때 부모들이 가장 흔히 하는 잘못 중 하나가 배변 훈련입니다. 괄약근이 발달하면 스스로 불편해서 자연스럽게 배변을 가리는 것이 인간의 본능입니다. 그런데 돌이 지나서부터 시키는 배변 훈련이 아이들에게 큰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심한 경우 그로 인해 정신적으로 상당히 곤란을 겪기도 합니다. 



또 동성 형제, 특히 터울이 지지 않는 형제간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합니다. 동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내 생존이 걸린 문제니 살기 위한 당연한 현상인데 우리는 형은 형다워야 하고 아우는 아우다워야 한다는 유교적 사고방식을 강요합니다. 각 개인의 본성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자식을 위한다는 모든 것들이 억압이요, 강요가 되는 겁니다. 마치 날카로운 가시로 만든 새장에 아이를 가두어 여기저기 끌고 다니는 꼴입니다. 그러니 움직일 때마다 아이의 몸과 마음에는 상처가 늘어나고 깊어집니다. 

아이들로서는 아직 성숙하지 않아 논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하지만 이 현실이 내 본성과 맞지 않아 힘들어합니다. 나를 알지 못하니 막연히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이 점점 떨어집니다.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자신을 책망합니다. 

아이들은 심정을 내놓고 토로할 곳도 없습니다. 그러니 어쩝니까? 무너지거나 폭발할 수밖에 없지요. 심신이 나약한 아이는 우울증 증세로 나타날 것이고,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이 적대적 반항장애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예전에 아이들이 제 부모들을 비난하는 안티 카페를 운영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던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입니다. 

과거 농경시대에는 자식들이 어른들의 지식과 경험을 배우고 익혀야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농경시대가 아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부모인 우리가 배우고 익힌 지식과 경험으로는 절대 짐작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젊은 부모들은 “나도 쟁기나 낫을 다뤘던 시대가 아닌 PC 세대”라고 말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자신도 모르게 구습의 사고에 얽매여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분명히 인식한 현실은, 어른들은 본인의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죽을 만큼 어려워한다는 것입니다. 살아오면서 각인 된 지식과 경험의 틀 속에 갇혀서 스스로 눈과 귀를 막고 있습니다. 그러니 주변의 의견이나 조언을 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갖추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유연합니다. 몰라서 못 할 뿐이고 경험해보지 못해 안 할 뿐이지 선입견과 편견이 없습니다. 또 자신을 위한 말과 행동임을 본능적으로 느껴 받아들이고 변합니다. 

‘아이들이 철이 없고 말을 듣지 않는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어른들이야말로 눈을 감고 귀를 틀어막고 제 말만 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이기 이전에 각자의 삶을 책임지는 것은 제 자신의 한계와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여성동아 2020년 5월 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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