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 음대 건물 앞에 세워져 있던 빨간색 아우디 ‘TT’를 처음 봤을 때 눈을 뗄 수 없었다. 날렵한 차체에 직관적이면서도 앞뒤로 둥그렇게 떨어지는 디자인, 후면에 박혀 있는 아우디 로고와 TT라는 모델명까지 모든 게 완벽해 보였다. 어린 마음에 ‘언젠가 꼭 몰아봐야지’ 하는 다짐을 했지만 아이 둘 워킹맘이 된 이후로 스포츠카는 패밀리카 후보군에서 일찌감치 제외됐다.
이후 도로를 달리다 아우디 차량을 볼 때면 ‘역시 디자인은 아우디’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10월 외관 디자인부터 내부 성능까지 완전 변경한 A6 풀 체인지 모델 ‘더 뉴 아우디 A6’가 출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에지를 더해 차별화한 ‘S라인 익스테리어’ 외관 디자인은 물론이거니와 더욱 강력해진 성능은 많은 이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아우디코리아는 안전띠 미착용 경고알람 소프트웨어 문제로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출고를 중단했던 신형 A6 판매를 3월부터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9월부터 국내 판매하는 모든 차종은 안전벨트 미착용 시 경고음을 울려야 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면서 내려진 조치였다. 기존 판매된 차량은 리콜을 실시했으며 3월 출고 차량부터는 전 좌석 안전띠 미착용 시 경고알람이 들어오도록 변경했다.
더 뉴 아우디 A6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강력한 출력이다. 2.0L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차저(TFSI) 엔진 및 7단 S트로닉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252마력, 최대토크 37.7kg·m 등 파워풀한 성능을 자랑한다. 아우디 고유의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인 ‘콰트로’를 적용하였으며 최고속도 210km/h, 제로백 6.3초로 민첩하고 다이내믹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이러한 성능은 현재 출시된 2000cc급 모델 가운데 훌륭한 편에 속한다. 또 높은 출력에 비해 복합연비가 11.4km/l까지 나오는 것도 장점이다.
4월 중순 취재기자와 사진기자가 더 뉴 아우디 A6 45 TFSI 콰트로를 몰아봤다. 첫째 날은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도 파주 헤이리 출판단지까지, 둘째 날은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경기도 하남 조정경기장을 거쳐 양평까지 달렸다. 두 사람 모두 온 가족이 편하게 탈 수 있는 중형 세단에 관심이 높은 터라 꼼꼼히 알아봤다.
#1 EXTERIOR
에지 더한 디자인 신선 vs 클래식과 스포티의 조화
취재기자 정혜연(이하 정)_ 기존 A6의 경우 전면부는 깔끔하게 나선형으로 떨어지고, 측면은 직선형으로 쭉 뻗은 아우디 고유의 디자인이었다. 이에 비해 더 뉴 아우디 A6는 기존의 클래식한 분위기를 살리면서 약간의 변주를 준 느낌이다. 백미러부터 전조등까지 이어지는 3개 라인의 날개형 에지는 날카로운 눈매를, 좌우측 각을 더욱 부각시킨 전면부 그릴은 날렵한 콧날을 연상케 했다. 후면부에는 좌우로 길게 뻗은 크롬 에지를 적용해 럭셔리함이 느껴졌다. 사진기자 홍중식(이하 홍)_ 측면부에 보닛부터 트렁크까지 굴곡 없이 직선으로 쫙 뻗은 부분은 전통적으로 클래식카에서 볼 수 있는 특성이다. 아우디는 항상 이를 잘 살려 클래식한 디자인을 해온 듯하다. 이번에는 앞뒤로 에지를 집어넣는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기존 아우디 차량에서 풍겨지는 클래식한 분위기에 젊은 감성까지 더해졌다. 또 그릴, 범퍼, 디퓨저 등에 새롭게 적용한 ‘S라인 익스테리어 패키지’와 파노라믹 선루프,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 등은 전체적으로 스포티한 느낌을 한껏 살려준다. 중장년층뿐 아니라 젊은 층까지 공략하려 한 노력이 느껴졌다.
#2 INTERIOR
따뜻한 느낌의 브라운 컬러 시트 vs 운전자 편의 높인 대시보드 디자인
홍_ 일단 브라운 컬러의 시트는 확실히 럭셔리한 느낌을 줬다. 일반적으로 시트 컬러는 오염을 염려해 블랙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시승 차의 브라운 컬러 시트를 보니 시각적으로 매우 따뜻한 느낌이 들어 추후 차를 살 때 참고하게 될 것 같다. 전면부 대시보드 인테리어는 매우 깔끔하면서도 운전자 편의성을 매우 높였다. 내비게이터를 예로 들자면 보통 차량 중앙부 디스플레이에 맵이 뜨기 때문에 운전자가 계속 우측 아래로 시선을 돌려가며 운전을 해야 한다. 그런데 더 뉴 아우디 A6의 경우 중앙부 디스플레이 외에도 헤드업 디스플레이, 디지털 계기판 중앙부에 간략한 내비게이터가 떠서 운전하기 매우 수월했다. 특히 디지털 계기판 중앙부는 엄지손가락으로 핸들 좌측 버튼을 조작하면 내비게이터뿐 아니라 총운행 거리, 잔여 연료에 따른 주행 가능 거리, 연비, 크루즈 컨트롤 등 다양한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매우 실용적이었다. 정_ 공감하는 바다. 요즘은 신차들이 대체로 앞좌석 대시보드를 깔끔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추세인 것 같다. 특히 더 뉴 아우디 A6의 대시보드는 운전자 편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중앙부 디스플레이의 조작 버튼도 모두 좌측에 모여 있어 편리하다. 중앙부 디스플레이가 운전자 쪽으로 미세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운전하면서 오른쪽 아래로 시선을 내렸을 때 디스플레이가 한눈에 확 들어온다. 또 요즘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이 대세이기 때문에 각 자동차 회사마다 대부분 무선충전 거치대를 적용하는 추세다. 해당 차량은 앞좌석 팔걸이 콘솔박스 안에 무선충전 거치대가 마련돼 있었다. 주행 중에 스마트폰이 차 안으로 굴러다닐 염려 없이 안정적으로 충전된다는 점은 좋았으나 정차 시 스마트폰을 확인하려면 박스 뚜껑을 열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3 DRIVING
4륜구동 ‘콰트로’ 매력적 vs 부드러운 핸들링
홍_ 해당 모델은 2000cc 터보 모델이라 힘이 약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시승하기 전에는 일반적인 4륜구동에 비해 힘이 달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막상 운전해보니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다. 주행감을 알아보기 위해 파주 헤이리 출판단지까지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타고 달렸다. 저속이나 중속에서는 부드럽게 나가고 100km/h 이상 고속으로 달릴 때는 차체가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 깔리면서 힘차게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또 아우디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4륜구동 ‘콰트로’ 시스템을 기본으로 적용해 오르막길 등 어떤 도로에서도 힘이 느껴져 매우 마음에 들었다. 출발할 때 연비 기록을 초기화해서 달려봤는데 평일 낮 시간이라 차가 밀리지 않았던 터라 연비가 12km/l까지 나왔다. 반면 이튿날 강남에서 올림픽대로를 타고 양평까지 달렸을 때는 교통체증으로 인해 9.9km/l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정도면 공인 연비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매우 양호하다고 본다. 정_ 무엇보다 부드러운 핸들링이 인상적이었다. 자동차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국산 차량의 핸들링이 외제차에 비해 부드럽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여성 운전자들은 팔목에 힘을 주지 않아도 부드럽고 가볍게 꺾을 수 있는 국산 차량의 핸들링을 선호한다. 그런데 더 뉴 아우디 A6의 경우 시승해본 국산 및 외제 차량을 통틀어 가장 부드러운 핸들링을 자랑했다. 특히 주차할 때마다 서너 번씩 핸들을 꺾기 마련인데 힘들이지 않고 조정할 수 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또 정차 시 엔진이 꺼졌다가 켜지는 ‘스톱앤드고’ 시스템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1초 만에 시동이 걸리는 등 반응 속도가 빨라 답답하지 않았다. 주행 중에는 내부에서 느껴지는 소음도 거의 없고, 정숙하게 나가는 편이었다. 여성 운전자들이 운전에만 집중하기에 최적화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4 DRIVE IN
조용한 방에 앉은 느낌 vs 넉넉한 내부, 안락한 뒷좌석
단계별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뒷좌석 공조기 버튼(왼쪽). 개별적으로 설정할 수 있는 차일드 록 버튼.
정_ 일명 ‘사장님 차’라고 불리는 대형 세단은 뒷좌석에 공을 많이 들인다. 중형 세단은 그에 비하면 여러 가지로 편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해당 차량은 그래도 뒷좌석에 상당히 신경을 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 뒷좌석 중앙부에는 온도를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는 공조기 버튼이 있어 아이들 혹은 어른을 모셔야 하는 가정에서 매우 만족할 것 같았다. 시트 역시 약간의 쿠셔닝이 들어가 있어서 장시간 앉아 있어도 편안했다. 조수석 승차감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홍 기자 의견과 같다. 시승 이튿날 강남에서 양평까지 갈 때는 내가 운전하고, 서울로 돌아올 때는 홍 기자가 운전했는데 조수석에서 10분 정도 피로감이 가실 만큼 숙면한 것만 봐도 승차감이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5 STRENGTHS
차선변경 보조 기능 대만족 vs 도어 아래 선명한 아우디 로고 불빛
앞뒤 도어 아래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아우디 로고.
홍_ 차 문을 열었을 때 도어 아래쪽으로 아우디 로고 불빛이 찍혔는데, 로고가 눈이 부실 정도로 밝았다. 요즘 고급 차량은 도어 아래로 로고 이미지를 불빛으로 쏘는 것이 트렌드인데 대부분 불빛이 그다지 세지 않다. 그런데 해당 차량은 로고 불빛이 상당히 밝아서 어두울 때는 조명으로서의 기능까지 확실히 해줄 것 같았다. 또 운전석 좌측 버튼을 통해 뒷문의 차일드 록을 개별적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버튼을 따로 설치해놓은 것도 유용했다. 보통은 버튼 하나로 뒷문 2개를 동시에 잠그는 것이 일반적인데 가끔 불편할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내비게이터가 구글과 연계해서 작동되는 시스템인데 그래서인지 다른 자동차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음성인식 서비스보다 비교적 인식이 잘됐던 것 같다. 목적지로 “강남역”이라고 외쳤을 때 곧바로 떠서 흡족했다.
#6 WEAKNESSES
눈에 띄는 단점 없어 vs 콘솔박스 안 무선충전 거치대 불편
홍_ 특별히 꼽을 만한 단점은 없었다. 주행감, 승차감도 좋았고 연비도 동급 차량을 비교해봤을 때 1km/l 정도 잘 나오는 편이다. 또 4륜구동 차량이 전륜이나 후륜 구동 차량 대비 일반적으로 비싼데 그에 비하면 가격도 6천8백만원으로 합리적인 수준이다. 정_ 마찬가지다. 콕 집어 말할 만한 단점은 별로 없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 거치대가 콘솔박스 안에 있어서 불편했다는 정도 아닐까 싶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중앙부 디스플레이가 운전자 쪽에서 작동하기 쉽도록 버튼이 왼쪽에 쏠려 있다 보니 조수석에서 대신 눌러주기가 상당히 불편했다.
총평
홍중식 기자_ 사장님과 머슬맨이 합쳐진 느낌. 점잖은 듯하지만 운전해보면 열정 넘치는 차.정혜연 기자_ 여성 운전자를 위한 차. 부드러운 핸들링, 고요한 내부는 운전 피로감을 덜어준다.
사진 홍중식 기자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아우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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