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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폐페트병을 일본에서 수입한다고요?

포스트 코로나, 서울시민의 슬기로운 자원생활3

EDITOR 윤혜진

2020. 04. 29

“엄마는 왜 페트병 옷을 안 벗겨? 엄마 때문에 북극곰이 힘들어지잖아.” 

졸지에 북극곰을 괴롭히는 악당이 됐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는 ‘집콕’ 중 읽은 과학 잡지를 내밀었다. 그러곤 페트병 라벨을 제거해라, 요구르트 은박 껍질을 더 깨끗이 떼라, 페트병이 분해되려면 5백 년 걸린다는 등 폭풍 잔소리를 했다. 평소 에코백과 텀블러를 이용하고 생활쓰레기 분리배출도 잘 하고 있다고 자부해온 터. 당장 명예 회복에 나섰다. 

먼저 아파트 분리수거일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관찰에 들어갔다. 아이 말처럼 라벨을 제거해 맨몸을 드러낸 병들 사이에 나처럼 헹구기만 해서 내놓은 병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바로 옆에 투명 페트병만 모아놓은 자루가 눈에 띄었다. 원래 저런 게 있었던가. 자세히 보지 않았을 때에는 몰랐는데 아파트 공동현관 알림판에도 ‘비닐·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를 실시한다는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비닐, 투명 페트병만 따로 분리해도 재활용률↑

비닐·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란 재활용품 배출 시 비닐(색상, 종류 무관)과 투명 페트병(음료수 및 생수 페트병)을 다른 재활용품과 별도 분리해 내놓는 제도로, 2018년부터 서울시에서 준비한 ‘폐비닐 분리배출 요일제’와 환경부에서 2019년부터 준비한 ‘페트병 별도배출 시범사업’을 함께 추진하는 것이다.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시범 사업지로 선정됐고 서울시에서는 지난 2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단독주택과 상가에 사는 사람들은 투명 페트병과 비닐을 각각 별도의 투명 또는 반투명 봉투에 담아 매주 지정 요일(목요일 또는 금요일)에만 배출하고, 아파트는 요일 상관없이 두 품목을 분리해 배출하면 된다.
 
서울시는 이 사업으로 다양한 기대 효과를 노리고 있다. 그동안 단독주택과 상가에서는 내용 확인이 어려운 검정 봉투에 온갖 재활용품을 섞어 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분리배출을 하면 재활용품 전체의 전반적인 선별률(혼합 배출된 재활용품들을 품목별로 분리하는 비율) 증가와 재활용선별장에서의 잔재물 감소에 따른 잔재 처리비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페트병의 경우 2018년 기준 국내에서 생산되는 약 30만 톤 중 80%가 재활용됐지만, 페트병 생산량 대비 약 10%(2만9천 톤)만 고품질 원료로 재활용되고 있다. 때문에 국내 폐페트병을 두고도 고품질 재활용을 위해 해외에서 연 8.7만 톤의 폐페트병이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에서만 2만여 톤이 수입되고 있다. 따라서 분리배출제가 실시되면 수입하던 폐페트병을 최소화하고 국내에서 발생되는 폐페트병으로 물질 재활용(의류 등으로 재활용)을 확대할 수 있다. 

재활용품 수거 과정에서 폐비닐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도 줄어든다. 서울시가 2018년 자치구 공공 선별장을 조사한 결과 반입되는 폐기물 중 비닐이 약 50%를 차지했으며, 반입 폐기물 중 이물질 오염 등으로 재활용할 수 없어 폐기되는 쓰레기의 절반가량도 비닐이었다. 특히 비닐은 수거, 선별 과정에서 2차 오염을 유발해 재활용품 선별률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다. 천덕꾸러기 비닐을 따로 수거한다면 상대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비닐만 모을 수 있어 그동안 고형 연료로만 재활용되던 것을 가로수 보호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열심히 재활용품을 분리배출했는데 재활용 선별장에서 쓰레기로 버려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부끄러워졌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아니어도 북극곰을 괴롭히고 있다는 아이의 말이 아예 틀린 것은 아니었다. 당장 휴대폰에 환경부가 만든 ‘내손안의 분리배출’ 앱을 설치했다. 이 앱에는 재활용품 분리배출 요령과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는 코너가 마련되어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는 공동주택 올 7월부터, 단독주택은 내년 1월부터 전국으로 전면 확대 시행될 예정이다. 폐비닐 분리배출제는 내년 1월부터 서울 전역에서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김도균 게티이미지 디자인 김영화

*제로 웨이스트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동아의 친환경 기사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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