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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용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인터뷰

포스트 코로나, 서울시민의 슬기로운 자원생활1

EDITOR 윤혜진

입력 2020.04.27 16:08:31

정수용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인터뷰
# 서울 서초구에 사는 주부 오한나(42) 씨는 얼마 전 단골 중국음식점에 배달시켰다가 배달원이 평소 안 보이던 바구니를 건네 의아했다. 집 안에 들어오지 않고 바구니에서 직접 음식만 꺼내 가게 한 것이다. 음식도 평소 수거해 가던 그릇이 아니라 일회용품에 담겨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해외에서 입국한 자가격리자가 많아 당분간 일회용품에 배달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오 씨는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다 먹은 음식물을 처리한 후 일회용 용기만 분리수거용으로 내놓아야 해서 훨씬 더 귀찮아졌다”며 “무엇보다 쓰레기량이 엄청 늘었다. 월요일이 수거하는 날인데 플라스틱 버리는 자루가 하나 더 생겼다”고 말했다. 

# 서울시 동대문구 소재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송현희(37) 씨는 분리배출하러 나갔다가 경비원의 깊은 한숨 소리를 들었다. 평소보다 배로 늘어난 택배 상자 때문이었다. 송 씨네 집만 해도 이번 주에 마켓컬리, 쿠팡 로켓배송으로 식재료를 주문했더니 내놓을 양이 많아 엘리베이터로 두 차례 왔다 갔다 해야 했다. 송 씨는 “경비 아저씨가 ‘가뜩이나 수거량도 늘었는데 그냥 상자째 두고 간 사람이 대부분이라 송장과 테이프 떼는 데 손이 많이 간다’더라”며 “나라도 일을 줄여드리고 싶은데 솔직히 종류별로 정확히 어떻게 분리배출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내놓는 물건이 재활용이 되는 게 맞는지 헷갈릴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지금은 작은 배려가 필요할 때”
정수용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정수용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인터뷰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자고 일어나면 집콕 생활로 생긴 쓰레기가 쌓인다. 이 많은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1991년 서울시는 생활쓰레기의 주요 처리 방법을 매립에서 소각으로 변경했다. 생활폐기물은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소각하는 일반폐기물, 재활용품, 음식물류 폐기물, 대형폐기물 등으로 분리해 수거하고 있다. 이때 가정이나 사업장 등에서 배출한 재활용품은 재활용 선별장에서 다시 분리하는 과정을 거쳐 재활용업체에 판매하는데, 오염된 재활용품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소각 처리해야 한다. 

즉, 쓰레기 처리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돈과 노력을 요한다. 게다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로까지 이어지는 ‘대재앙의 예고편’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다양한 환경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실행하는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는 그동안 많은 성과를 내왔다. 지난 2017년 국내 최초로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 배출원별 미세먼지를 감축했으며 한발 앞선 미세먼지 정책들을 선도적으로 시행해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이끌어내는 등 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온 곳이다.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서울시 정수용(55) 기후환경본부장과 자원순환 정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올 1월 취임한 정수용 기후환경본부장은 서울시 정책기획관, 산업경제정책관, 한강사업본부장 등을 두루 거친 ‘환경 정책 전문가’다. “오늘 날씨가 좋네요. 더워요”라는 인사에 “우리 입장에선 안 좋은 날이에요. 미세먼지 수치가 나쁨이거든요(웃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기후환경본부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요. 

최근 환경문제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과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특히 코로나19의 근본 원인으로 전염병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기후변화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와 코로나19 등 인간의 인위적 영향으로 발생하는 위협이 ‘뉴 노멀’(New Normal·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한 표준)이 된 요즘, 지구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넷제로’(Net-zero) 달성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목표 수립이 필요합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되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건물, 수송, 자원순환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분야에서 보다 과감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요즘 쓰레기 대란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서울시 생활쓰레기 발생량은 어느 정도인가요. 

폐지, 폐비닐 등 서울시내 16개 공공 재활용 선별장에 반입되는 재활용품의 양은 올 2월 기준 하루 1천2백32.7톤으로 전년 대비 약 24% 증가했습니다. 한편 종량제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일반쓰레기는 올 1~3월 기준 하루 2천9백17.8톤으로 지난해 대비 약 1%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는 증가했을 수 있지만 동시에 외부 활동이 줄어 관광지, 음식점 등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감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영업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가 줄어든 이유는 포장해 가거나 배달시키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겠죠.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량에 변화가 있나요.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2월 23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환경부 지침에 따라 서울시내 모든 식품접객업소에 대해 일회용품 사용을 한시적으로 허용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부에서 자발적 협약 업체 대상 일회용컵 수거량을 조사한 결과 올 2월 일회용컵 수거량은 전년 동월 대비 5만4천9백28㎏에서 3만6천5백72㎏으로 오히려 약 33%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액 감소 등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음식물을 담았던 일회용품의 경우는 분리수거가 잘 이뤄지고 있나요. 

대부분의 시민이 분리배출을 잘해주고 계시지만 배달 용기 특성상 용기에 묻은 음식물 찌꺼기가 묻은 채로 배출될 때가 많아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번거롭더라도 용기에 묻은 음식물을 세척한 후 배출하면 자원의 낭비 없이 재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별장에 들어오는 폐자원 중 실제 재활용이 가능한 양을 나타내는 재활용률이 지난해 기준 55% 정도 됩니다. 

재활용률이 55%면 재활용품 2개를 분리배출했을 때 하나는 그냥 버려진다는 얘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를 줄이려면 우선 정확한 분리배출 요령을 알리는 게 중요하고, 두 번째는 수거 체계를 잘 갖추고 주민들이 좀 더 편리하게 협조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닐·페트병 분리배출제나 재활용 정거장 같은 제도를 개발하고 홍보해나가 재활용률을 70%까지 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쓰레기 수거 및 자원순환 현장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지요. 

생활폐기물 종량제봉투와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 수거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거운 종량제봉투를 들고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상과 수거 작업 중 발생하는 추돌 등 안전사고 위험입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종량제봉투가 과도하게 무겁지 않도록 각 가정에서 적정량을 넣어 배출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울러 공공 재활용 선별장은 수작업으로 선별하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증가된 재활용품을 품목별로 분류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정수용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인터뷰
마스크나 자가격리자들이 내보낸 쓰레기로 현장에서 분리 작업하는 분들의 감염이 우려됩니다. 

자가격리자는 격리 기간 동안 쓰레기를 배출할 수 없습니다. 격리 기간 중에는 배부받은 의료폐기물 봉투에 소독을 반복하면서 쓰레기를 담아 보관하고, 격리가 해제되면 구청 청소과 직원들이 방문해 모아둔 폐기물을 수거하여 당일 소각하고 있습니다. 자가격리 중 확진이 되면 보건소 직원이 방문해 모든 폐기물(생활쓰레기, 음식물, 재활용품)을 격리의료폐기수거통에 담아 수거하고, 전문업체에서 운반해 별도 소각 처리하고 있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다행이네요. 택배 운송 포장재를 분리배출할 때 꼭 지켜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택배 종이 상자(골판지)는 택배 전표, 테이프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접어서 배출해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2017년 9월부터 중국이 폐골판지를 포함, 24종의 쓰레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국제 폐지 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선별이 제대로 되지 않은 국산 폐지는 폐지를 이용해 골판지를 생산하는 제지업계에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폐기물 수거업체의 폐지 수거 중단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수거업체에서 폐지를 수거해 가지 않으면 시민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요. 

실제로 일부 아파트에서 올 1월에 있었던 일이에요. 현재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제조업체 부진, 원유값 폭락 등으로 이어지면서 재활용품 수출이 중단 또는 급감하는 등 재활용 시장이 총체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제지업체에서 수거업체가 국내에서 수거한 것보다 외국 수입품이 더 싸다며 폐지 구입을 거부하면 수거업체도 수거를 중단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이게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물론 비상대응 대책은 있습니다만 시민들께서 수거업체들이 거부하지 않도록 잘 배출해주시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일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을 위해 2022년까지 사용량 50% 감축, 재활용률 70% 달성을 목표로 계획하고 실천 중인데 현재 어느 정도 성과가 있나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썩는 데 최소 5백 년이 걸립니다. 서울시는 2018년 9월 ‘1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①공공부문 ②시민참여 ③민간부문 ④재활용 ⑤제도개선 등 5개 분야에 걸쳐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이미 사용한 플라스틱 제품이 재활용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먼저 일회용컵, 빨대, 비닐봉투, 배달용품, 세탁비닐을 5대 억제 품목으로 정하고, 시민단체와 함께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해 7월과 10월에 서울시내 5백25개 도소매점과 1천 개 커피전문점 등을 대상으로 각각 비닐봉투와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비닐봉투는 2018년 대비 65.8%, 일회용 플라스틱컵은 62.7% 감소했습니다. 올해도 5대 억제 품목 홍보에 힘쓸 계획입니다. 또 서울시는 주택가에 재활용할 수 있는 공간인 재활용 정거장을 확충하고, 수거된 재활용품이 양질의 원료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재활용 선별 시설도 업그레이드해나가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올 2월부터 재활용품 배출 시 비닐과 음료 및 생수용 무색 투명 페트병을 다른 재활용품과 별도 분리해서 내놓는 ‘분리배출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습니다. 각 가정에서 비닐·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시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을까요. 

각 가정에서는 비닐과 투명 페트병 배출 요일을 확인해 해당 요일에는 이물질을 제거한 비닐과 투명 페트병만을 별도 봉투에 각각 분리하여 배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정 요일에 비닐, 투명 페트병이 아닌 다른 재활용품이 배출될 경우나 혼합 배출될 경우 수거하지 않고 다음 수거 요일에 수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예정입니다. 

올바른 재활용에서 더 나아가 ‘새활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는 새활용과 관련해 어떤 정책을 추진 중인가요. 

서울시는 새활용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업사이클 산업 지원이 가능한 세계 최대 규모의 새활용 복합문화공간인 서울새활용플라자를 2017년 9월 개관해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울 자치구에 새활용플라자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리앤업사이클플라자를 설치하는 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리앤업사이클플라자는 중고물품 장터, 생활용품 수리·수선, 새활용 체험과 교육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올해 5개 자치구가 준비해서 내년 정도 개장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점차적으로 5곳 정도씩 늘려 지역사회 자원순환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입니다. 

쓰레기 배출 및 자원순환과 관련해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우리의 일상에 깊숙하게 파고든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비닐봉투, 일회용컵 등은 단 몇 분만 사용되고 버려지지만 수백 년 동안 분해되지 않습니다. 사용하는 일회용품의 재활용률을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생활 속 작은 실천을 부탁드립니다. 특히 올해 1월 1일부터 경기도, 인천시와 함께 생활폐기물에 대한 수도권매립지 반입을 제한하는 ‘반입총량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수도권매립지는 2018년 생활폐기물 반입량 기준 10% 감축된 90%만 반입을 허용할 예정으로, 서울시는 3만1천 톤의 생활폐기물을 감축해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능할까요. 

얼마 전 자치구별로 통계를 내봤는데 자치구별로 10% 줄인 곳도 있고 오히려 늘어난 곳도 있고 천차만별이었습니다. 만약 반입량을 감축시키지 못하면 내년에는 쓰레기 반입 5일 정지와 함께 매립 비용도 늘어나게 됩니다. 때문에 쓰레기 처리 시설을 좀 더 늘려 서울 안에서 쓰레기를 처리할 수 있도록 2025년까지 직매립(매립장에 가는 쓰레기) 제로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재활용 선별장 시설 개선, 신증설 시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 올해 서초구에 17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내년에도 강서구, 중랑구, 성북구, 용산구 등 4개 자치구에 예산 83억원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정수용 기후환경본부장은 인터뷰 말미에 “우리 집에서는 재활용품 내놓는 일을 주로 내가 한다. 나가보면 다들 잘하고 계시긴 한데 조금 더 세심하게 해줬으면 싶을 때가 있다”며 테이프가 붙어 있는 택배 상자와 헹구지 않고 내놓은 참치캔을 예로 들었다. “테이프나 내용물을 제거하는 것이 각 가정에선 아주 작은 일이지만 수거해 가는 ‘우리’ 입장에선 엄청 도움이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수용 기후환경본부장의 ‘우리’가 이 땅에 함께 사는 ‘우리’이기도 하단 사실,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김도균 게티이미지 디자인 김영화




여성동아 2020년 5월 6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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