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이야기를 건네 듣는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가 많이 뒤처져 있는 것은 아닌가’ 덜컥 불안해진다. 이런 아이들은 극히 일부일 것이라 말하면서도 제 학년 공부 따라가기조차 버거워 보이는 우리 아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초등학교 교사 경력 15년 차 이은경 씨는 선행학습보다 매일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들 둘을 둔 이은경 교사는 자신의 시행착오를 토대로 결론을 내린 초등 공부법을 정리해 지난 11월 ‘초등 매일 공부의 힘’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책에는 각종 사교육에 시달리는 아이들이 반색할 정도로 적정 공부량을 낮게 책정해 눈길을 끌었다. 매일 조금씩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스며들게 해 고학년이 되면 공부 주도권을 자녀에게 넘겨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알아도 실천하기 힘든 공부법, 어떻게 지도하는 것이 좋은지 이은경 교사에게 들었다.

이은경 교사는 적은 양이라도 스스로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초등학교 때 잡아줄 것을 조언한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학원 때문에 힘들어하는 반 아이들을 보며 늘 안타까웠어요. 저 역시 내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학원을 다녀야 하는 줄만 알았는데, 막상 공부를 지도해보니 집에서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방법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책이에요. 초등 공부법에 관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댓글을 통해 많은 학부모가 불안해한다는 걸 알게 된 것도 원고에 속도를 가한 계기가 됐죠.
책에 선생님도 일반 부모와 똑같이 불안감을 느꼈다고 나와 신기했습니다. 공부 잘하는 아이의 비결이 ‘습관’에 있다는 결론은 어떻게 내리게 됐나요.
오히려 일반 학부모보다 불안감이 더 높았어요. 교실에서 똘똘하게 잘하던 아이들을 매해 만나왔기 때문에 내 아이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좋은 학원을 보낼 형편이 못 됐고, 아이들은 학원 다니는 것을 매우 싫어했어요. 어쩔 수 없이 어설프게 엄마표 공부를 시작하게 됐는데, 시행착오 끝에 공부 습관이 잡히고 나니 과거 고민했던 부분들이 하나씩 해결됐고 결과도 좋게 나타났어요. 좋은 결과라고 해서 자격증 취득, 영어 레벨, 단원 평가 점수와 같은 게 아니에요. ‘스스로 해야 할 공부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가장 기대한 결과였죠.
본문에 ‘아이가 엄마보다 커질 즈음 공부 주도권은 넘어가야 한다’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학부모가 꼭 지켜야 할 원칙 한 가지만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빠르면 5학년, 늦어도 6학년 즈음에는 아이가 본인 공부의 주도권을 충분히 가질 수 있어요. 지켜보기 불안한 부모는 성급하게 아이를 밀고 끌고 가려 하죠. 아이가 정말 주도권을 갖기 원한다면 초등학교 때 모든 공부 계획에 아이의 의견, 상황, 바람, 목표가 반영되도록 해주어야 해요. 그 경험과 성취가 있었던 아이들은 서서히 공부 주도권을 잡고 자기주도학습을 시도할 수 있어요. 사춘기가 된 아이와 공부 때문에 실랑이하고 불행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면 초등 고학년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주세요.
수능에서 언어 영역이 성적 향배를 가른다고 할 정도로 국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어만큼 뾰족한 공부법이 없는 과목도 드문데, 어떤 습관을 길러줘야 하나요.
언어 영역은 결국 독해력이 성패를 좌우해요. 글을 읽고 생각하는 힘이죠. 어떤 지문,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를 예상하고 그에 대비한 단편적인 입시를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점점 더 폭넓은 지문이 제시되는 수능 언어 영역에서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워요. 시험장에서 어떠한 문학, 비문학 작품을 만나도 제한 시간 동안 빠르게 읽어내고 문제에서 요구하는 핵심을 파악하는 힘의 바탕은 초등 시기의 꾸준한 독서예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 매일 독서의 힘이죠. 또한 책을 읽고 글쓰기 훈련을 하면서 토론, 어휘력 향상 등이 이뤄지는데 단순히 반복적인 문제 풀이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길 바라요.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시간을 충분히 할애할 수 있지만 고학년 때는 하루 30분도 내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초등학교 때 충분히 하지 못한 독서를 보충해 성적을 올리느라 중학생이 되어 급하게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있을 만큼 독서는 성적과 직결되어 있어요. 초등 고학년은 매일 독서를 실천할 수 있는 마지막 시기임을 기억하고 다른 무엇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하죠. 학원가기 바빠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중·고등학생의 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학 하루 한 쪽이면 충분하다’는 말에 안심하는 학부모는 드물 것 같습니다. 지나친 선행학습보다 조금씩 습관 잡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리하게 선행학습을 하는 아이와 학부모가 하는 착각은 ‘선행 학원의 진도에 맞춰 수업을 듣기만 하면 그 내용을 모두 알고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점이에요. 수업의 진도와 아이의 진짜 실력은 별개예요. 수학 선행은 공부라는 기술이 어느 정도 몸에 배고 난 4학년 이후에 시작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데, 급한 마음에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문제 풀이와 학원 수업을 강요하면 오히려 학교 수업의 집중력을 떨어뜨려요. 수학의 기본은 학교 수업과 진도예요. 꾸준한 복습을 통해 학교 단원 평가를 실수 없이 잘 풀어내는 아이들이라면 4학년 정도부터 선행을 시도해 속도를 내보길 권해드려요.
영어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습관을 골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