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에도
등급이 있다?!
“여기서 쇼퍼 백을 나눠준다는데, 저도 받을 수 있나요?” “한정 수량이라 모든 고객님께 제공해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VIP라고 해도 다 같은 VIP는 아니다. 그 안에서도 철저한 등급이 존재한다. 등급을 가르는 기준은 바로 구매 금액. 기준과 명칭은 각 백화점별로 상이하지만 대체로 2천만원, 4천만원, 6천만원의 구매 금액이 등급을 가르는 기준선이 된다. 서비스 역시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발레 파킹이나 VIP 전용 라운지 이용, 라운지 이용 시 다과 증정, 할인 쿠폰 또는 적립금이 들어 있는 바우처 제공 등이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에 해당한다. 이외에 등급에 따라, 백화점에서 주최하는 문화 행사 및 이벤트 초대, 명절이나 기념일 선물 발송 등이 추가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백화점에서 젊은 층을 대상으로 신규 VIP를 유치하기 위해 연간 구매실적 4백만~5백만원 정도를 충족한 고객을 대상으로 엔트리급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이런 경우 상시 5% 할인과 문화센터를 비롯한 백화점 내 프로그램 할인, 바우처, 음료 증정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국내에 없는 그 제품 구해줘!
“VIP 고객님께서 NDRX no4 모델 받아보길 원한다고 하십니다. 국내 입고 일정이 내일이라 국내에는 현재 물량이 없고, 해외 지사 쪽 알아보고 있습니다.”드라마 ‘VIP’ 첫 회에는 구치소에 수감 중인 재벌가 안주인 황인옥(박현숙)이 출소를 앞두고 백화점 VIP전담팀에 국내에 없는 명품 구두를 구해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나온다. 드라마처럼 국내에 없는 물건을 하루 만에 당장 구해내라는 것은 과장이지만, 국내에 없는 제품을 구해서 고객에게 연결하는 일은 VIP 서비스의 기본에 속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한정 수량으로 수입된 제품이 솔드아웃 되거나 해당 제품이 국내 미입고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이럴 때는 브랜드 본사 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거점이 되는 해외 지사에 연락해 제품을 수배하고,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맞추어 수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구하지 못한다면? 기다려서 받을 수 있는 제품이라면 웨이팅 리스트에 올리고, 전 세계 솔드아웃이라면 안타깝지만 고객에게 해당 사실을 안내하게 된다. 이런 일이 되도록이면 발생하지 않도록 국내에 소량 한정 판매되는 제품이 있을 경우 미리 고객에게 알리는 것도 VIP 서비스의 중요한 업무다. 고객이 극소량 입고된 희귀템에 관심을 밝힐 경우 직접 매장을 방문해 물건을 보고 결정할 수 있도록 제품을 진열하지 않고 홀딩하기도 한다고.
퍼스널 쇼퍼 룸에서 프라이빗한 쇼핑
“어머 사모님, 지난번에 산 원피스 입고 오셨네요! 역시 이건 완전 사모님 거다~”“그치? 오늘은 어떻게, 괜찮은 애들이 좀 들어왔을까?”
“이거 어떠세요? 사모님한테 딱일 것 같은데.”
극 중 성운백화점의 VVIP 이길자(배해선)는 라운지를 수시로 드나드는 큰손이다. 졸부인 그녀는 퍼스널 쇼퍼 룸에 다양한 제품을 펼쳐놓고 대접받는 것을 즐기고, 퍼스널 쇼퍼를 동반하고 백화점을 둘러보며 명품과 주얼리를 사들이는 데도 열심이다. 이러한 프라이빗 쇼핑은 VIP 중에서도 등급이 높은 VVIP에게 제공된다. 백화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VVIP가 되기 위해서는 매년 구매 금액 최상위 9백99명 안에 들거나(신세계백화점), 백화점 자체 기준으로 검토해서 최상위 0.1% 안에 들거나(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서만 연간 1억원 이상을 사용하는(롯데백화점 에비뉴엘) 등 범접할 수 없는 소비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VVIP로 선정되면 말 그대로 특별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드라마에 등장한 것처럼 내가 원하는 제품을 VIP 라운지에서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퍼스널 쇼퍼 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VVIP들이 퍼스널 쇼퍼 룸을 찾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쇼핑하고 싶거나,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곳에서 편리하게 살펴보고 싶다는 것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얼굴이 알려진 기업가나 연예인들이 해당 서비스를 선호한다.
이길자처럼 VVIP는 퍼스널 쇼퍼와 함께 쇼핑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퍼스널 쇼퍼의 역할은 제품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잘 어울리는지를 판단하는 데까지 이른다. 주얼리나 모피 등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때는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때는 최신 스타일과 다양한 브랜드별 제품군을 파악하고 있는 퍼스널 쇼퍼가 함께하며 당사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제품을 추천하고 매칭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외에 매장을 둘러보며 해당 시즌의 트렌드를 소개하거나 신규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VIP만 입장할 수 있는 프리 오픈 & 트렁크 쇼
“다들 줄 서 있는데, 먼저 들어가도 되는 거예요?”“줄 서는 건 일반 고객들이고, VIP들에겐 프리 오픈을 해줘요. 그게 VIP의 특권이죠.”
백화점에서는 시즌 트렌드와 신제품을 한발 앞서 보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프리 오픈과 트렁크 쇼, 휴점일을 활용해 편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극소수에게만 문을 여는 프라이빗 데이도 드물지 않게 열린다. 실제로 모델 한혜진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열 명의 모델이 다섯 명의 고객 앞에서 패션쇼를 한 적도 있다. 심지어 첫 번째 타임 쇼를 마친 후 두 번째 타임 쇼를 준비하려고 보니 수천만원짜리 옷이 이미 팔리고 없어 놀랐다”며 후일담을 밝히기도 했다.
구매와 직결되지 않더라도 고객들끼리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는 친목 모임도 형성된다. 같은 백화점을 이용하는 VIP라면 라운지를 드나들면서 마주치는 경우가 생기고, 소규모의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 또한 자주 열리다 보니 안면을 익히기도 쉬운 편이다. 생활권이 같고 소비 규모가 유사한 이들의 경우 관심사가 비슷하기 쉽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실제로 백화점 또는 명품 브랜드에서는 콘서트나 갤러리 투어 등의 문화 이벤트, 요트나 승마 체험 등의 야외 활동, 송년 파티 등의 행사를 개최해 고객 커뮤니티를 형성하기도 한다.
기획 김명희 기자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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