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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펭귄 펭수 신드롬

EDITOR 이유진

입력 2019.11.26 17:00:02

뽀로로와 BTS를 뛰어넘는 스타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헤엄쳐 왔다는 펭수. 210cm의 장신에 눈동자를 희번덕이며 독설을 날리는 이 낯선 펭귄의 4차원 매력.
욕망 펭귄 펭수 신드롬
가는 곳마다 팬들이 몰려들고 각종 예능 프로그램 섭외 1순위에, 내년 1월 말까지 스케줄이 꽉 찼다. 화보도 찍었고 타 방송사에서 이적 제안도 받았단다. 이쯤이면 그가 꿈꿨던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부럽지 않다. 방송계를 평정한 욕망 펭귄, 펭수 이야기다. 

펭수는 EBS에서 제작한 TV 예능이자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이다. 지난 4월 어린이 예능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의 한 코너로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별도 프로그램으로 독립해 금요일 저녁 8시 30분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자이언트 펭TV’는 스타 크리에이터가 꿈인 연습생 펭수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다룬다. 아직 정식 데뷔를 하지 못한 신분이라 여러 미션에 도전하고 시청자들의 부름이나 요청을 받아 다양한 일을 수행하고 있다. 


욕망 펭귄 펭수 신드롬
펭수의 설정값은 이렇다. 남극에서 태어나 남극 유치원을 졸업,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 캐릭터 뽀로로와 K팝 스타 방탄소년단을 보고 대스타가 되기 위해 한국까지 헤엄쳐 왔다. 우여곡절 끝에 EBS 연습생이 됐고 경기도 고양시 EBS 본사 소품실 한구석에 매트와 이불을 펴놓고 살고 있다. 

최근 인기가 급등하다 보니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고, 가는 곳마다 화제다. EBS 외에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V2’에 게스트로 출연하는가 하면 SBS ‘정글의 법칙’ 내레이션도 맡았다. 11월 초에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홍보 영상 촬영을 위해 외교부 청사를 방문해 강경화 장관을 만났는데, 이때 한 매체가 ‘단독’ 타이틀을 달아 ‘펭수가 외교부 청사 출입 규정을 위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EBS 측은 “정식 절차를 마친 후 출입 장면을 다시 촬영했다”고 해명했다. 또 ‘남극에서 헤엄쳐 왔다’는 말에 일부에서는 ‘불법 체류자’ 논란이 일기도 해 펭수가 방송을 통해 자신의 여권을 공개하기도 했다. 스타들의 통과의례인 열애설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펭수가 다른 펭귄과 다정하게 지내는 모습이 포착된 사진이 온라인상에 일파만파 퍼졌다. 펭수의 열애 대상은 ‘똑이’라는 그린피스 홍보 펭귄 캐릭터로 양측은 “우리는 남극 유치원 동창일 뿐 오해하지 마시길”이라며 열애 소문에 선을 그었다. 이 기시감 드는 해명, 역시 스타답다.


욕망 펭귄 펭수 신드롬
대중들은 펭수를 둘러싼 해프닝과 논란마저도 마냥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뭘 해도 먹히는 시기, 펭수는 물 만난 펭귄이 됐다. 



펭수의 인기 비결은 뛰어난 예능감과 독특한 캐릭터에 있다. 그는 ‘펭수 어록’이 회자될 정도로 어떤 질문에도 재치 있는 답변을 내놓는다. “진짜 10세 맞냐”는 질문에는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부르며 상황을 넘긴다. “남자냐, 여자냐?”는 질문에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고 답할 정도로 젠더 감수성도 갖췄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을 때 “내가 왜 넘어졌을까요?”라고 질문을 던지며 “웃기려고”라는 답변을 유도하기도 한다. 

‘할 말은 하는 캐릭터’라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펭수는 어떤 장소에서 누구를 만나도 기죽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꺼낸다. 강경화 장관을 만난 펭수의 첫 마디는 “외교부 ‘대빵’이세요?”였다. “나 때는 말이야”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라는 선배 캐릭터 뚝딱이의 조언에는 “제가 알아서 합니다”라며 쿨하게 선을 긋는다. EBS 연습생 신분임에도 사장의 이름인 ‘김명중’을 시도 때도 없이 부르며 유머 코드의 하나로 쓰고 있다. ‘사장 이름도 친근하게 부를 수 있어야 좋은 회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펭수의 언행은 ‘펭성(펭수 인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대중들이 펭수의 한마디에 집중하고 대리 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다스의 손이 된 펭수

황금 알을 낳는 유튜브 스타로 등극한 펭수. 팬 사인회를 열고 타 방송사에서 이적 제안도 받았단다.

황금 알을 낳는 유튜브 스타로 등극한 펭수. 팬 사인회를 열고 타 방송사에서 이적 제안도 받았단다.

펭수 신드롬의 영향으로 각종 정부 기관에서 홍보를 맡아왔던 기존의 인형 캐릭터들도 존재감을 드러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10년째 무명 캐릭터’를 자처하는 법제처 홍보 인형 캐릭터 ‘새령이’는 최근 유튜브 활동을 강화했다. 다만 올리는 동영상마다 ‘펭수 잡으러 왔습니다’ ‘펭수 없이 홀로서기’ ‘펭수와 지독하게 얽히기’ ‘EBS 보고 있나’ 등 펭수에게 질척(?)대는 모습. 보다 못한 펭수는 새령이 영상에 ‘울지 마 바보야’라는 댓글을 달아주기도 했다. 펭수 이전 인형 캐릭터계 톱티어인 고양시 홍보대사 고양고양이마저 정체성을 버리고 ‘펭수 코스프레’에 나섰다. 펭수의 사백안 눈과 펭귄 부리를 오려 붙이곤 스스로를 ‘괭수’라고 칭하며 자신은 ‘고양시 퇴물 연습생’이라고 표현해 난감함을 주고 있다. 

펭수는 광고계 블루칩으로도 떠올랐다. 그의 ‘최애’ 음식이 참치 통조림인만큼 국내 양대 산맥이라 할 수 있는 D사와 S사가 펭수를 향한 광고 물밑 작업이 한창이라고 전해진다. 또 과거 펭수가 먼저 러브 콜을 보냈지만 그 가치를 미처 깨닫지 못해 통한의 눈물을 흘린 제과업체도 있다. ‘손흥민 댄스’로 유명한 아이스크림 CF를 선보인 이 업체는 ‘슈퍼콘 댄스 챌린지’라는 손흥민 댄스 따라 하기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무명이던 펭수는 손흥민 선수에 대한 팬심으로 해당 아이스크림까지 들고 춤을 췄지만 꼴찌 수준인 1백37등에 머물고 말았다. 한 누리꾼이 해당 업체 홈페이지에 ‘펭수를 놓쳤다는 건 매출을 올릴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자 업체 관계자는 ‘네, 저희도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는 중이에요…’라는 안타까운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펭수의 몸값은 두세 달 만에 껑충 뛰었다. 한 광고 대행사 관계자는 “펭수는 EBS 출신인 만큼 아무 광고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고 요즘 추세로는 부르는 것이 값이다. 그래서 섣불리 제안도 잘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한다. 

11월 13일에는 펭수의 휴대전화 메신저 이모티콘이 출시됐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모티콘 숍 인기 순위 10대, 20대, 30대, 전체 1위를 했고 40대도 3위에 올랐다. 이미 2021년도 EBS 수능 특강 전체 앞표지 모델로 선정됐으며 곧 펭수 굿즈도 출시된다. 

펭수의 뜨거운 열기는 제작진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자이언트 펭TV’ 이슬예나 PD는 “펭수가 이렇게 큰 사랑과 관심을 받을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제작진은 유튜브 시대에 걸맞게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것뿐이고, 잘된다면 캐릭터 사업 정도로 확장할 수 있겠다 생각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이 PD는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수록 펭수가 본분을 지켜나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빠른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사랑과 관심을 받을수록 펭수는 자신을 재정비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것이 제작진과 펭수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많은 분들이 EBS를 ‘어릴 때 내 친구였던 채널’로 기억하고 있어 ‘자이언트 펭TV’가 포근하고 따뜻하게 다가가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미디어와 재밌는 콜래보레이션을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기획 김명희 기자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EBS




여성동아 2019년 12월 6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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