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학자’ 박혜성 원장의 여성 건강과 성
경기도 동두천시 해성산부인과 원장, 대한성학회 이사, (사)행복한 성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유튜브 ‘산부인과tv’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 등이 있다.
40대 초반의 여성을 상담했다. 10년 전 자궁경부암 수술과 항암 치료 후 질 건조증 때문에 성교통이 심했다고 한다. 좋다는 곳은 다 돌아다니고, 호르몬제도 먹어보고, 젤도 사용해보고, 한약도 먹어봤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자연히 섹스리스 부부가 되었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할 것이고 섹스를 안 하는 것에 별 불만이 없는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이다. 그녀는 남편의 외도 원인이 질 건조증으로 인한 성교통으로 자신이 성관계를 피해서라는 생각에 우울증까지 생겼다고 했다.
필자를 찾는 환자들 가운데 질 건조증과 성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질 건조증 때문에 성교통이 생겨 성관계를 못 하다 보니 가정이 위기에 빠지는 경우도 생긴다. 40~60대의 갱년기 여성, 유방암 수술과 항암·방사선 치료 후 폐경이 온 경우, 자궁근종이나 자궁암으로 전자궁적출술을 하고 양쪽 난소까지 제거해서 인공 폐경이 온 경우, 너무 긴장을 하거나 성격이 예민해서 질이 빨리 젖지 않는 경우, 감기약으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잠을 못 자고 피곤한 경우도 질 건조증이 생긴다.
이렇게 흔한 질 건조증은 안구 건조증처럼 사람을 매우 불편하게 한다. 안구 건조증은 인공 눈물을 쓰면 바로 좋아지지만 질 건조증은 윤활제를 사용해도 만족할 만큼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질이 건조하면 자연스레 성관계를 기피하게 되는데, 남편은 성적으로 건강하니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남편의 욕구를 모른 척하자니 불안하고, 그냥 하자니 너무 아프다. 진퇴양난인 상태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정말 힘든 상황이다.
성교통 때문에 섹스리스로 사는 여성은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남편이 외도를 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경우(아예 나가서 바람을 피우라고 말하는 여성도 있지만 대개 ‘대신 나한테 걸리지는 말라’는 단서를 붙인다. 실제 알게 되더라도 모른 체하고 산다)와 그동안 살아온 의리가 있으니 성관계를 안 해도 남편이 자신을 아내로 인정하고 배려해줄 것이라고 믿는 경우(하지만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상처 받는다)다.
생물학적으로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여자는 이성이 본능을 억제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은 본능이 이성을 눌러버린다. 그래서 여자가 남자를 지키고 싶다면 자기 남자의 본능을 충족시켜주는 게 중요하다. 남편의 욕구를 모른 척하거나 무시하면 어느 날 가정에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관계 시 너무 아픈데도 참고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다행히 지금은 질 건조증을 해결할 수 있는 의학적 방법이 생겼다. 여성 갱년기 호르몬제와 질 윤활제, 그리고 질 레이저가 그것이다. 특히 최근 개발된 질 레이저는 질 점막층 아래의 콜라겐 합성을 자극해서 질에 탄력을 주는 항노화 치료법이다. 한마디로 질의 회춘술인 셈이다. 시술도 간단하고 시간도 얼마 안 걸린다. 질 건조증으로 인한 성교통으로 섹스리스가 된 아내는 남편이 외도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떨치기 힘들다. 실제 남편은 외도의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남편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는 게 나을까, 질 레이저 시술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게 더 옳을까.
기획 여성동아 사진 조영철 지호영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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