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staycation

한 달 살기, 일상이 여행이 되다

제주도·치앙마이·바르셀로나

EDITOR 조윤

2019. 08. 12

여행의 설렘과 일상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한 달 살기’. 누구보다 이 두 가지가 고플 엄마가 아이와 함께 떠난 일상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일상의 이야기.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에 의하면 인간은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존재’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등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집 안에서 온갖 체험이 가능해진 덕분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 ‘땅을 밟는’ 여행을 하는 이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미래학자도 있었지만, 갈수록 여행 인구는 늘고 여행을 즐기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요즘 그 흐름의 중심에 있는 것이 한곳에 오래 머물며 여행을 일상처럼 즐기는 ‘살아보기’다. 지난 3월 인터파크 투어가 자사 해외 항공권 구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 달 살기 여행 수요는 2016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살림과 육아에 올인해야 하는 ‘전업맘’이라 힘들고, 가정생활과 일 두 가지를 모두 잘해야 하는 ‘워킹맘’이라 고달픈 이 땅의 엄마들이 아이와 함께 떠난 한 달 살기의 모습은 어떨까. 때로는 현지인처럼, 때로는 이방인처럼 여유와 설렘을 오간 이들의 한 달 살기를 들여다봤다.

제주도

초보 부부가 아이를 배운 시간
제주에서의 한 달 살기

지난 5월 부부가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을 때, 이은지(34) 씨는 ‘이때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그간 마음속 로망으로 간직해왔던 한 달 살기를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숙소는 2주 전, 항공권은 출발 하루 전에 예약할 만큼 모든 것이 갑작스레 결정됐다. 한 달 살기를 망설이는 남편에겐 “우리가 늘 돈 없다, 시간 없다 하는데 지금 시간은 있지 않느냐. 시간이라도 있을 땐 돈 걱정은 하지 말자”고 설득했다. 딸 서진이는 당시 25개월밖에 안 됐지만 보육 기관에 가기 전에 가족 여행을 하는 게 되레 좋은 기회라 여겼다. 한 달 살기에는 반려견 봄이도 동행했다. 

이씨가 여행지로 택한 곳은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제주도는 워낙 한 달 살기로 인기가 높은 곳이라 인터넷 카페에 하루에도 정보가 수십 개씩 올라오는 덕에 숙소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가족이 택한 곳은 도시에선 보기 힘든 마당이 있는 독채. 숙소 렌털비는 보증금 30만원을 포함해 2백만원 정도 들었다. 



제주에서의 한 달은 서울에서의 일상과는 너무도 달랐다. 워킹맘이던 이씨는 아이가 아침에 눈뜨는 것조차 보지 못하고 출근할 때가 많았지만 제주에선 온전히 아이 스케줄에 맞춰 가족의 시간표가 돌아갔다. 오전엔 4백 개가 넘는 제주의 오름 중 한 곳을 골라 온 가족이 함께 올랐고 숙소에 돌아온 뒤엔 낮잠을 실컷 잤다. 오후에는 바닷가에서 모래 놀이를 즐겼다. 밤에는 늘 잠 못 드는 아이를 재우는 게 부부의 숙제였는데 제주에서 아이는 낮에 신나게 놀고 초저녁부터 ‘꿀잠’을 잤다. 

부부의 한 달 살기 목표는 딱 세 가지. 아이에게 밥 잘 먹이고 자연을 많이 접하게 하는 것, 하루에 책 두세 권은 꼭 읽어주는 것이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 바쁜 엄마에겐 하나의 ‘꿈’이었다. 

“아이가 또래에 비해 작은 게 제가 밥을 잘 해주지 못해 그런 게 아닐까 걱정했어요. 그래서, 남편과 저는 사 먹어도 아이 음식은 꼭 집에서 제주도 생선요리를 자주 해줬어요. 서울에선 위생 문제로 놀이터 모래도 못 만지게 하지만 제주에선 보말(고둥), 개미, 산딸기 등을 직접 만지며 하나라도 더 경험하게 해주려 노력했죠.” 

어려움도 있었다. 제주는 모기가 많아 아이가 특히 고생했고 생필품은 시내에 나가서나 구할 수 있었다. 보통 일주일간 해외로 여름휴가를 갔던 것에 비해 지출은 훨씬 많았지만 그들이 누린 행복에 비하면 별것 아니었다. 제주의 드넓은 바다만큼 부부는 아이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맘때 아이는 다 그런 거지’ 하는 생각으로 키웠는데 ‘우리 아이는 이렇게 하면 속상해하는구나, 어제는 이거밖에 못 했는데 오늘은 이렇게까지 하네’ 하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많았죠. 하루 종일 붙어 있으니 남편과도 싸우는 일이 많을 줄 알았는데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덕에 다툼은 없었어요.” 


한 달 살기가 끝난 뒤 서진이는 ‘영글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아기 티를 벗었다. 예전에는 모래를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할지 몰라 마냥 만지기만 하던 아이가 이젠 삽질도 하고 물을 떠 와 성을 지으며 자신만의 놀이 방법을 만들어나간다. 

“개미를 보면 밟아버리는 아이가 있는 반면 서진이는 주저앉아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라고요. 어린아이를 데리고 하는 여행은 힘들지만 개미, 꽃, 바다를 알기 시작하는 이맘때의 아이와 보낸 자연 속에서의 삶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값진 경험이 됐어요.”

바르셀로나

엄마와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준 여행
스페인 바르셀로나 한 달 살기

조아라(35) 씨는 아들 지후가 22개월 되던 2017년 6월, 스페인으로 한 달 살기를 떠났다. 당시 그는 직장을 그만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전업주부를 그저 ‘집에서 논다’고 생각하는 시선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때 “아이 덕분에 사람들에게 더 대접받고 사랑받는다”는 스페인에 사는 지인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고 결국은 스페인행을 선택했다. 주변에선 아이가 좀 더 자란 후 보고 들은 것을 기억할 때쯤 여행을 가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권했지만 조씨는 유아기의 경험은 기억에 남지 않더라도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바르셀로나 인근에 1천 유로(약 1백33만원)를 주고 구했다. 남편도 직장에서 5일간 휴가를 얻어 잠깐 동행했다. 가족은 바르셀로나의 강렬한 햇살을 피해 느지막이 나가 유람선을 타거나 동물원, 놀이동산, 박물관에 가서 느긋하게 머물거나 서점에서 그림책을 보면서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직장 일과 육아로 바빠서 자신을 돌아볼 겨를조차 없고, 1년에 한 번 가는 휴가마저도 쫓기듯 다녀와야 했던 조씨에겐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비용도 많이 들지 않았다. 쇼핑과 외식을 줄일 경우 엄마와 아이가 하루 50유로(약 6만6천원)에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조씨의 설명. 

그녀는 아무리 평범한 일상도 그곳이 스페인이기 때문에 특별하고 새롭게 느껴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 달 살기를 결심하게 한, 엄마와 아이를 존중하는 그 나라의 분위기를 온몸으로 경험했다. 

“특별한 하루하루가 모여 알찬 한 달을 만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일상이 여행이 되고, 여행이 일상이 되는 게 한 달 살기의 매력이죠. 지후가 추로스 가게에 놓인 책을 좋아하는 걸 보고 그냥 가져가라던 직원과 물건을 망가뜨려 사려고 하자 괜찮다던 상인, 아이를 안고 버스를 기다리는 저에게 맨 앞자리를 양보하던 사람들, 레스토랑에서 칭얼대는 아이를 웃으며 바라보던 시선들이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한 달 살기가 끝난 뒤 지후는 스페인에서 경험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이 장난감 어디서 산 거지?” 하고 물으면 “스페인!”이라고 답했고 “스페인 또 갈까?” 하는 대화가 오갔다. 육아에 지쳤던 조씨 역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이와의 시간을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조씨는 자신처럼 한 달 살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도전을 망설이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언어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도 계신데 절대 걱정하지 마세요. 한 달간 지내기 위해 필요한 말은 많지 않더군요. 다만 여행지를 선정할 때는 그 나라의 국민성을 고려하면 좋을 듯해요. 이는 현지인에게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가와 연결되거든요. 그곳도 사람 사는 데고 이웃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해진답니다. 짐도 많이 꾸릴 필요 없어요. 부족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면 즐겁게 준비할 수 있어요.”


치앙마이

영어 공부·무에타이·카페 투어까지 즐기는
태국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정영은(42) 씨는 아들 승찬(9)이 육아를 친정어머니에게 맡기고 10년 가까이 정신없이 일에만 매달렸다. 그러던 중 몸이 안 좋아져 일을 그만둬야 했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게 마음에 걸려 건강이 회복되던 즈음인 지난해 10월 늘 꿈꿔왔던 한 달 살기를 실천에 옮겼다. 

그의 마음을 끌어당긴 건 물가가 저렴하고 인터넷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으며 커피가 맛있기로 유명한 태국 치앙마이였다. 그는 인터넷을 통해 찾아낸 숙소를 약 80만원에 예약했다. 어머니까지 세 식구가 지내야 했기에 비교적 고급 주택을 선택했지만 발품을 팔면 40만~50만원 선에서 취사가 가능한 숙소를 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조언. 총 5백만원의 예산을 가지고 떠난 정씨는 “평소 한국에서 쓰는 생활비와 자녀 학원비를 그곳에서 쓴다고 생각하면 좀 더 편하게 한 달 살기를 시작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걸 목표로 떠났지만 지루해하는 아이를 위해 매일 아침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해 국어와 수학 등 학교 공부를 함께했다. 영어 공부를 위해 한 달 수강이 가능하다는 바이링구얼 학교를 알아봤지만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수강표를 보고 ‘오로지 영어만 목표로 온 건 아닌데’ 하는 생각에 발길을 돌렸다. 대신 정씨는 인터넷을 통해 미리 알아두었던 영어와 무에타이, 피아노를 각각 10회씩 수강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특히 아이가 좋아했던 건 무에타이. 난생처음 해보는 타국의 무술에 아이는 “태권도보다 훨씬 힘들지만 정말 재미있다”며 즐거워했다.

정씨 가족은 태국 고산지대로 투어를 갔다가 비 내리는 밤 도이수텝 사원을 맨발로 돌아다녔던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비가 굉장히 많이 내리는데 현지 안내원이 모두 신발을 벗으라 하더군요. 반짝거리는 사원을 바라보며 맨발로 그곳을 누비던 그날 밤이 한 달 중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 달 살기가 끝난 뒤 아이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하려고 했다. 엄마와 할머니 역시 아이가 시도하기도 전에 해줬던 것을 멈추고 기다리는 법을 알게 됐다. 벌써부터 정씨는 다른 나라로의 한 달 살기를 또 계획하고 있다.

“승찬이는 한 달 살기 이후 가족을 보호해주려 하고, 다른 사람을 보는 시선도 유연해진 것 같아요. 가족 관계가 더욱 단단해져 세상 어디를 가도 잘 살 수 있단 자신감이 생겼죠. 가능한 한 아이가 어릴 때 어디든 다녀오세요. 저도 요가나 그림, 언어 공부 등 저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다시 한 번 한 달 살기에 도전할 생각이에요.”


한달살기 추천 여행지 4

한 달 살기를 해보기로 결심했다면 그다음 단계는 지역을 선정하는 것. 짧은 여행과 달리 단순한 호기심보다는 기후와 관광 인프라, 물가, 교육 환경 등을 두루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한 달 살기 트렌드를 이끈 태국 치앙마이

SNS에서 한 달 살기 트렌드를 이끈 곳으로 조용하게 현지인의 삶을 체험하기 좋다. 고산지대에 위치해 쾌적한 날씨를 자랑하며 곳곳에 역사 유적이 즐비하다. 물가가 저렴한 편이라 40만원 정도면 한 달 동안 괜찮은 레지던스에서 머물 수 있고, 로컬 레스토랑에서 4천원 내외로 식사가 가능하다. 태국 커피 문화의 중심지로 감각적인 카페들이 많아 자연경관을 감상하며 엄마는 커피, 아이는 디저트를 즐기며 카페 투어를 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디지털 노마드의 도시’라는 수식어처럼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빠른 와이파이를 제공해 여행객들은 더없이 편리하다. 현지의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공동체 ‘반캉왓’이 자리하고 있으며 거리 곳곳에 이들이 직접 그리고 만든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들이 많아 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다양한 액티비티를 원한다면 인도네시아 발리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진 발리는 낮에는 수영이나 근교 여행을 즐기고, 저녁에는 노을을 감상하며 맥주 한 잔의 여유를 만끽하기에 제격.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의 가격이 평균 3천원 내외에 불과해 세 끼 식사와 교통비, 맥주 값까지 모든 것을 포함해 1만원이면 하루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2인 기준 약 70만원이면 독채 풀 빌라에서 한 달을 머물 수 있으며 메인 로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호텔도 1박에 1만~2만원 내외다.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등 다양한 액티비티의 천국으로 서핑 강습료가 2시간에 1만5천원 정도다. 다만 대중교통이 잘 갖춰지지 않아 저렴한 택시를 이용할 것을 추천하며 면허가 있다면 오토바이를 빌려 타도 좋다.

유럽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곳 체코 프라하

체코 프라하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로, 특히 황홀한 야경으로 유명하다. 곳곳에 고풍스러운 건물이 즐비하고 발 닿는 곳마다 역사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서유럽 국가들에 비해 물가도 저렴한 편. 또한 시내 중심의 주요 관광지를 도보로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 트램과 지하철 등 대중교통 또한 이용하기 편리한 데다, 한 달간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합교통권 가격이 약 3만3천원에 불과하다. 기차로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등 이웃 국가를 당일치기로 여행하기에도 좋다.

세계 중심 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최고 기온이 29℃, 최저 기온이 20℃로 연중 따뜻하며 비가 많이 오지 않아 누구나 살고 싶은 곳으로 꼽힌다. 샌타모니카, 말리부 등의 해변과 예술가가 거니는 할리우드가 자리한 문화의 중심지로 오래전부터 한국 교민 사회가 잘 형성돼 있는 만큼 다양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인 타운 쪽에 숙소를 잡으면 미국인들과 소통할 기회는 거의 없을 수도 있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인종이 각자 타운을 이루고 사는 형태라 숙소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이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무엇보다 한 달을 사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4월과 10월 항공권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

한달살기 체크리스트

한 달 살기의 핵심은 여행을 마치 현지인처럼 여유롭고 느긋하게 즐기는 것. 낯선 여행지에서 이것이 가능하려면 여행자를 둘러싼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한 달 살기를 마음먹었다면 이것부터 챙겨보자.

√ 오랜 시간 머무를 숙소 

한 달 살기 중 가장 큰 비용을 차지하지만 무조건 저렴한 곳을 선택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장기 렌트의 경우 무허가 업체도 많으므로 이용자 후기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기간이 긴 만큼 주방이 있는 곳이 좋은데, 온라인으로 검색할 경우 ‘주방’이나 ‘B&B’ ‘아파트’ ‘아파토텔(호텔 스타일의 예약 시스템을 적용하는 아파트)’을 필터에 넣어 검색하면 된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현지인이 직접 운영하는 저렴한 숙소를 찾을 수도 있고, 수수료를 내더라도 한인 중개업체, 한 달 살기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보다 검증된 숙소를 구하는 방법도 있다. 여행 초반 호텔을 짧게 예약하고 현지에서 직접 동네를 둘러본 후 장기 숙소를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청소 비용·전기료·수도세 등의 내역이 별도로 추후 정산되는지, 장기 숙박에 예치금을 요구하는지 등도 계약서를 통해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동남아에 많은 풀 빌라 등은 해충 대비도 신경 써야 한다. 

√ 여행 시기를 좌우하는 날씨 

한 달 살기 인기 지역이 몰려 있는 동남아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게 나뉘기에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태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인도차이나반도 지역은 11월 중순부터 2~3월까지가 건기에 해당해 여행하기 좋다. 건기라도 태국 북부와 라오스, 미얀마의 경우 2월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5월까지 미세먼지 수치가 높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은 6월부터 10월까지가 건기다. 서유럽은 3~5월이 날씨도 좋고 여행객도 많지 않아 미술관·박물관 등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 아이를 위한 영어 교육 프로그램 

한 달 살기를 통한 영어 교육은 유학이나 이민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고 리스크가 낮은 게 장점이다. 특히 동남아 국가에서는 다양한 국제 학교 및 국제 유치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인 학생이 많은 지역에서는 중국어 수업도 병행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한 달 살기가 유행하면서 숙소와 교육 프로그램, 렌터카 등을 패키지로 묶어 내놓은 곳들도 있다. 한국의 에이전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 후 현지에 가 직접 시간표와 학업 분위기 등을 보고 고르는 것도 팁이다. 한국 학생의 비율이나 액티비티 시간, 엄마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지도 따져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단기 교육인 만큼 실력 향상보다 언어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데 주안점을 두라고 조언한다. 

√ 예방접종 및 응급 상황 대비 

예방접종을 하지 않을 경우 입국 또는 스쿨링 등이 불가능한 나라도 있다. 국가마다 예방접종 종류가 다르니 미리 알아보고 대비하는 것이 필수다. 태국과 발리는 A형 간염·장티푸스·말라리아 등의 예방접종을 권장하며, 체코의 경우 일본뇌염과 홍역 예방접종을 권한다. 예방접종 내역 증명서는 영문으로 받아야 하는데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를 통해 발급받을 수 있다. 보통의 여행보다 체류 기간이 길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행자보험에 꼭 가입하는 것이 좋으며, 현지 한국 대사관 및 숙소와 가까운 병원·소방서·경찰서 등의 전화번호를 미리 체크하는 것도 필수다. 

√ 언어는 생존에 필요한 정도면 OK! 

언어는 한 달 살기를 망설이게 하는 큰 요소 중 하나. 하지만 대부분의 체험자들은 “언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숙소와 교육기관 등을 미리 예약하고 간다면 현지에서 그 나라 언어로 깊은 대화를 할 일은 많지 않다. 여행용으로 나온 소책자나 동영상 강연 등으로 생활에 필요한 기초 단어와 표현만 익히고 가도 충분하다.

기획 김명희 기자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