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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law

이혼 앞두고 남편이 아이를 외국으로 보냈다면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이재만

2019. 04. 18

이재만 변호사의 알쓸잡법Q&A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서울시 정신건강홍보대사, 연탄은행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법률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재산 분할과 친권 및 양육권 지정 등에 관해 입장 차가 너무 커 소송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이중국적인 10세, 7세인 두 아이를 미국에 있는 시부모에게 보내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미국으로 가버리면 제가 친권과 양육권을 가져온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아이들과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은데, 남편이 아이들을 미국으로 보내는 걸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결혼 생활 내내 남편은 가정에 불성실했으며 자녀 양육에도 거의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친권은 부모가 미성년의 자녀를 보호하고 교양(敎養)하는 권리입니다. 친권의 내용은 자녀의 신분에 관한 권리·의무와 재산에 대한 권리·의무가 있습니다. 의뢰인이 문의한 내용은 이 가운데 자녀의 신분에 해당하는 거주지를 지정할 권리에 관한 것입니다. 

민법에 따르면 혼인 중일 때는 부모가 공동으로 친권을 행사합니다. 만약 부부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에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가정법원이 친권 행사 방법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있어서는 아직 부모가 혼인 중이므로 친권을 공동으로 행사해야 합니다. 따라서 남편이 단독으로 자녀들을 미국으로 보내겠다는 결정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남편이 아내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위장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를 막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아내가 남편 몰래 자녀를 데리고 베트남으로 가버린 경우 ‘국외이송약취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건에서 “부모 일방이 자녀를 종전의 거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보호·양육을 계속하였다고 하더라도 불법적인 폭력이나 협박 등 강압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곧바로 형법상 미성년자에 대한 약취죄 성립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만 18세 미만 자녀의 여권 발급을 위해서는 공동친권자 모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여권 발급 과정을 보면 공동친권자의 대표자가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런 점을 악용해 친권자 일방이 배우자의 동의 없이 자녀를 해외로 출국시키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자 외교부에서는 2016년 7월부터 ‘공동친권자 부동의 의사 관리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녀의 여권 발급을 원치 않는 친권자가 여권 민원실을 방문해 부동의 의사를 표시하면, 외교부가 이 서류를 여권정보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관리함으로써 다른 친권자에 의해 여권이 무단 발급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다만 이 제도에 의하더라도 이미 발급된 여권을 무효로 만들거나, 출국을 직접적으로 막을 수는 없습니다. 



의뢰인의 사건처럼 배우자 일방이 동의 없이 아이들을 외국으로 보낸 경우 아이들을 데리고 올 수 있는 방법은 남편을 상대로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에 의거, 가정법원에 아동반환심판청구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배우자 일방이 16세 미만의 아동을 외국으로 데려간 때로부터 1년 이내에 아동반환심판청구를 하면 법원은 6주 이내에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이 협약은 양국이 모두 가입돼 있을 때 유효한데 우리나라와 미국은 모두 협약에 가입된 상태입니다. 다만 남편 측이 아이를 원래 살던 나라로 돌려보낼 경우 혼란이 커진다는 점 등을 입증하면 신청이 기각될 수도 있습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셔터스톡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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