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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star #interview

하정우의 끝없는 도전

‘걷는 배우’

EDITOR 김지영 기자

2019. 02. 04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3편이나 되는 흥행보증 배우, 하루 3만 보를 걷는 취미를 지닌 베스트셀러 작가, 유명 브랜드의 협업 제의가 끊이지 않는 화가. 이 모든 수식어를 한 몸에 지닌 하정우가 삶을 즐기는 법.

하정우(41)의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가 화제다. 지난해 11월 말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1월 18일 기준 6만 부에 육박하는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하정우는 걷기 마니아로 유명하다. 스스로 “걷기가 신앙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다. 걸음 수를 알려주는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를 손목에 차고 다니며 ‘걷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집 안에 있는 러닝머신 위에서 몸을 푼다. 하루 3만 보는 기본이고 하와이에선 하루 10만 보 걷기에 도전했다. 해외로 출국하는 날, 서울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8시간을 걸어간 적도 있다. 

그는 2011년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내건 수상 공약을 지키기 위해 동료 배우 16명과 함께 서울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577㎞를 걷는 ‘국토대장정’을 수행하면서 걷기의 매력에 매료됐다고 한다. 이후 그에게 걷기는 “두 발로 하는 간절한 기도이자 나만의 호흡과 보폭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아무리 힘들어도 끝내 나를 일으켜 계속해보는 것”이 됐다. 

본업인 배우로서도 소홀함이 없다. 지난해 12월 26일 개봉한 영화 ‘PMC :더 벙커’(이하 ‘더 벙커’)는 그가 만든 영화사 ‘퍼펙트스톰필름’에서 직접 제작했다. ‘더 벙커’는 글로벌 민간군사기업(PMC)의 핵심 팀 블랙리저드가 미국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기관인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고 지하 30m에 자리한 비밀 벙커에 침투해 작전의 키를 쥔 북한 의사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목숨 걸고 액션을 펼치는 영화. 극 중 하정우는 한국군에 몸담고 있을 때 작전 수행 중 다리를 잃었지만 수완이 좋아 블랙리저드의 캡틴이 된 주인공 ‘에이헵’ 역을 맡았다. 외화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분량의 영어 대사를 소화하며 마지막까지 생사의 기로에서 고군분투하는 역할이다. 아버지인 배우 김용건이 영화를 보고 “넌 왜 만날 그런 것만 하니? 이번에도 고생이야!”라고 안타까워했을 정도다.

대만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개봉되는 한국 영화라고 들었어요. 그곳에서도 하정우 씨의 인기가 대단하다면서요. 

대만에서 영화 ‘신과 함께’ 시리즈를 개봉할 때 저도 알게 됐어요. 현지에서 직접 체감한 건 아니고, 영화 배급사를 통해 얘길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신과 함께’ 때보다 개봉관을 더 많이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고립’이라는 설정이 전작 ‘터널’(2016)과 흡사해 연기 결에 차이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주로 쓰는 언어가 영어고 영화 배경이나 상황, 인물의 캐릭터도 그 작품과는 달라서 특별히 차별화를 염두에 두고 연기하진 않았어요. 

다리가 불편한 캐릭터여서 연기할 때도 제약이 많았다죠. 

의족을 착용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녹색 타이츠를 신고 연기했는데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했어요. 실제로는 왼쪽 다리가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기해야 함에도 몸의 균형이 저도 모르게 왼발에 실려 NG가 날 때도 많았고요. 그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계속 신경 쓰다 보니 오른쪽 무릎에 과부하가 걸려 심한 통증이 수반되더라고요. 몇 컷은 정말 의족을 착용하고 찍기도 했는데 그것도 신고 벗기가 쉽지 않았죠. 

영화 초반 영어 대사가 많아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있어요. 

저 역시도 대중에게 익숙한 한국 배우가 영어 대사를 하는 것, 그리고 영화 도입부에 CIA가 미국 대통령의 연임을 돕기 위한 작전 수행을 에이헵에게 의뢰하는 상황 자체가 저항감이나 이질감이 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의도와 용병 캐릭터를 처음부터 노출한 것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어요. 좀 지루해도 그런 정보를 알고 넘어가야 지하 벙커 회담장 안으로 용병들이 진입하는 장면부터는 관객이 쉽게 빠져들 수 있거든요. 영화 ‘소셜 네트워크’ 초반에 나오는 긴 대화 장면과 같은 기능을 기대한 거죠. 

영어 대사를 소화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영화 ‘아가씨’(2016) 때 경험한 일본어에 접근하는 방식이 도움이 됐어요. 이번 영화는 대사 분량이 워낙 많고 스피드도 빠르고 감정도 복잡해서 물리적으로 연습 시간을 늘리는 것밖엔 방법이 없었어요.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슬슬 단어 찾아 문맥을 이해한 다음 미국인들이 쓰는 독특한 표현들을 익히면서 촬영 두 달 전부터 본격적으로 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갔죠. 처음 한 달은 다이얼로그 코치에게 수업을 받으면서 테이블 리딩을 통해 대사를 입으로 익히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다음 달엔 몸을 움직이면서 대사 연습을 하고요. 

외국 배우와 연기 호흡을 맞추려면 상대의 말을 다 알아들어야 하지 않나요. 

그래서 상대방 대사도 거의 다 외웠어요. 시나리오 한 권을 다 외웠다고 보면 돼요. 암기력이 월등해서가 아니라 4개월 동안 외우는 것만 하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죠(웃음). 

암기 노하우가 있다면요. 

무작정 외우려고 하지 않고 대사를 읽은 다음 그 상황을 상상하면서 수천 번을 다시 읽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상황을 생각했을 때 대사가 또르르 나와요. 그게 거의 마지막 단계죠. 처음부터 외우려고 들면 연습하면서 버벅거리거나 까먹은 지점에서 촬영할 때도 같은 실수를 하게 돼요. 반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드라이하게 읽어나가는 연습을 반복하면 템포를 조절하면서 말할 수 있게 돼요. 그렇게 익숙해진 대사가 암기가 아닌 체화가 되어 현장에서 저절로 튀어나올 수 있는 단계까지 가야 해요. 

함께 출연한 이선균 씨가 하정우 씨를 극찬하면서 “앞으로도 작품을 계속 같이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호흡이 잘 맞았나요. 

선균 형은 굉장히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격이에요. 필터링이 없어요. 느끼는 대로 바로 이야기해요. 그게 너무 편했어요. 현장에서는 거의 떨어져서 촬영했는데, 인간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연기할 때도 편하거든요. 둘 다 농구를 좋아해 같이 시합도 하고 그 형 친구들, 제 친구들과 다 함께 모여 놀기도 했는데 저희 둘을 빼고 자기들끼리도 잘 어울리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우리는 코드가 참 잘 맞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 더 친해질 것 같은 느낌이에요. 얼마 전엔 하와이로 함께 여행을 다녀왔는데 형이 무척 재미있어했어요.

하정우는 지난해 8월 영화 ‘신과 함께-인과 연’ 홍보 활동을 마치고 이선균과 함께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지낸 보름 동안 매일 식단 조절 없이 40km씩 걷는 것만으로 8kg의 체중 감량 효과도 봤다. 하와이는 그가 자주 찾는 걷기 명소다.

여행을 가면 지인들 선물을 챙겨 오는 것으로 유명하더군요. 이번 하와이 여행에서는 무슨 선물을 사 왔나요. 

하와이에 가면 그곳 특산물인 코나 커피를 주로 사오는데 이번 여행은 일정이 짧아 따로 챙기지 않았어요. 선물을 하도 했더니, 이제 기대감도 없더라고요(웃음). 

‘하정우를 만나기 위해서는 하와이로 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예요. 걷기 외에도 그곳을 자주 찾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한국에서는 편한 일상을 보내기가 어려워요. 한강 둔치를 걸을 땐 마스크만 써도 돼요. 다들 걷기에 열중하니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반면에 사람들이 앉아 있는 밥집에 가면 이목이 집중돼 분위기가 술렁거리고 같이 간 일행까지 불편해지죠. 하와이에서는 그런 불편함이 없어요. 관광객이 자주 찾는 곳이 아닌 로컬 지역에 가면 모자를 안 쓰고 다녀도 될 정도로 저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요. 2012년 1월 처음 하와이에 갔을 때 ‘여기구나’ 싶었죠. 날씨도 좋고, 운동하기도 좋아서 쉴 때 자주 가요. 오래 머물기엔 심심해요. 한두 달 쉬기 좋은 곳이죠. 

국내에서 걸을 땐 얼굴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리고 다니나요. 

미세먼지 때문에라도 가리고 다니는 게 자연스러워요. 한강 둔치에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저보다 더 많이 가리고 다녀요. 근데 해외에서 얼굴을 가리고 다니면 강도로 오해받으니 그럴 수 없죠. 하하하. 특히 미국에선 가리고 다니면 안 돼요.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검문당해요. 

걷기를 즐기면서 어떤 변화가 일어났나요. 

일차적으로 잠을 잘 자요. 심신의 건강과 배우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고요. 몸으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섬세하게 유지시켜주거든요. 밖에 나가서 걸으면 지금 날씨가 어떤지, 세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은 요즘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는지, 어떤 표정인지를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걷기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어요. 

사실 반응이 기대 이상이라 얼떨떨해요. 출판사에서 요즘은 1만 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라고 하더라고요. 출판업계가 엄청난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국내에서 3만 보를 걷기에 좋은 곳을 추천한다면. 


한강 둔치요. 3만 보를 채우려면 쉬면서 6시간 정도 걸으면 돼요. 쉬지 않고 걸으면 부상이 오기 때문에 쉬엄쉬엄 걷는 것이 좋아요. 저 같은 경우는 2시간에 1만 보를 걷고 나서 10분씩 쉬어요. 한강 둔치가 멀면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걸음 수를 계산해 여러 바퀴를 걸으면 돼요. 

책을 또 낼 계획이 있나요. 

5년 후쯤 낼까 생각 중인데 아직 어떤 책이 될지는 가늠하기 힘들어요. 할 얘기가 있고 타이밍이 맞으면 책을 내고 싶을 것 같아요. 이번에도 그랬어요. 7년 전 ‘하정우, 느낌 있다’라는 책을 낸 경험이 있어 걷기로 책을 써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방면으로 바빠 그림 그릴 시간이 있을까 싶은데 2010년부터 해마다 그림 전시회를 열었어요. 

생각보다 그렇게 바쁘지 않아요. 하하하. 잠도 매일 7시간씩 자고 동네 친구들을 만나 술도 자주 마셔요. 대신 가만히 앉아 넋 놓고 TV를 보거나 멍 때리거나 미적거리는 시간은 없어요. 그럴 시간에 걷거나 그림을 그리죠. 

TV를 전혀 안 본다는 건가요. 

멀티태스킹을 좋아해 TV를 러닝머신 위에서 시청해요. 걸으면서 기도하고요. 제가 불완전한 존재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어서 이루고 싶은 것이나 두려운 것이 있을 때 기도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좋은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제 인생의 나침반 같은 좌우명도 ‘기도하자’예요. 저는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기도해요. 고소공포증이 있거든요. 엘리베이터에 많이 갇혀봐서 될 수 있으면 계단을 이용하죠. 

영화 ‘롤러코스터’(2013)와 ‘허삼관’(2015)으로 연출 경험을 쌓은 후 출연한 작품이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어요. 연기적인 면에서도 이전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고요. 감독을 하고 나니 작품을 보는 안목이나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지던가요. 

전에는 카메라 앞 공간만 보며 촬영에 임했어요. 그런데 ‘롤러코스터’를 연출하고 나서는 카메라 뒤에서 생활하는 스태프들도 배우들과 똑같은 긴장감을 갖고 촬영에 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감독으로서 현장을 지휘하며 그들도 배우나 제작자, 감독 못지않은 열정으로 현장을 함께한다는 것을 체감한 거죠. ‘허삼관’을 하고 나서는 영화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관객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가장 뚜렷한 변화는 영화 작업에 대해 조심스러워졌다는 점이고요. 

나이가 들수록 연기가 익숙해질 법한데요. 

그 반대예요. 나이를 먹을수록 연기하기가 더 어려워지더라고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알고 싶지 않은 것들까지 알게 되다 보니 그것을 모르는 척할 수도 없고, 그 기준에 맞춰 캐릭터에 더 예민하고 섬세하게 접근하다 보니 연기하기가 점점 더 쉽지 않아요. 

다음에 할 세 작품이 이미 결정돼 있다고 들었어요. 


모두 2년 치인데 연기 욕심에 억지로 잡은 스케줄은 아니에요. 강제규 감독님과는 정말 오래전부터 같이하기로 했던 터라 신작 ‘보스턴 1947’을 찍게 됐고, ‘백두산’은 ‘신과 함께’ 시리즈를 연출한 김용화 감독이 제작하는 영화여서 출연하게 됐어요. 그다음에 찍을 김성훈 감독님의 차기작 ‘피랍’ 출연도 ‘터널’ 촬영 당시 이미 약속된 거고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관객이 재미있게 볼 만한 작품인지를 먼저 헤아려보지만 시나리오보다 같이할 사람들과의 호흡을 더 중시해요. 전작에서 좋은 추억이 있고 마음이 잘 맞았다면 시나리오가 조금 그래도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거든요. 

의리를 소중하게 여기나 봐요. 

그것 또한 저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지켜지는 건 아니죠. 또 단순히 의리로 출연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에요. 각기 처한 상황이 서로를 필요로 할 때 그 전부터 쌓인 신뢰감을 바탕으로 작품을 함께하죠. 

일상 속에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를 꼽는다면. 

믿음, 소망, 사랑이 가장 중요하죠.

이번 영화의 제작사인 퍼펙트스톰필름의 실질적인 대표로서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은 열망도 있을 것 같아요. 

굳이 미국까지 가지 않고 한국에서도 충분히 한국이 중심이 돼서 세계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벙커’가 영어 대사 비중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얻은 것처럼. 특히 종교나 인종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지지 않을까요. 

감독으로 참여하는 세 번째 연출작을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있어요. 준비가 잘돼가나요. 

시나리오 집필을 작가에게 완전히 맡겨 지금 2고까지 나왔어요. 일단 지금 출연이 확정된 작품들을 다 소화하려면 앞으로 2년이 걸리는데 그동안 이 시나리오를 묵히고 싶진 않아요. 다른 감독님에게 드려야 할지, 아니면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를 또 만들어야 할지 현실적인 고민에 빠져 있어요. 지금 시나리오 개발 작업은 계속 진행 중인데 아직 어떤 결정도 하지 못했어요. 

영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어떻게 하나요. 

일단 메모해둬요. 그러면서 스토리가 상당 부분 진전되면 영화화를 위해 관계자들과 논의하고요. 

‘관객이 믿고 보는 1등급 배우’라는 평을 받고 있어요. 그런 신뢰감은 어떤 매력에서 비롯되는 걸까요. 


영화를 찍을 때나 인터뷰할 때나 최선을 다해 진솔하게 얘기하려고 하고,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려고 하는 정성스러운 마음과 진정성이 통해서가 아닌가 싶어요. 

롤 모델이 있다면. 

엄청나게 많죠. 특히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 형님들을 좋아하죠. 하하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여러 방면에 업적을 남겼는데 그 형님의 삶을 보면 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 같아요. 포크를 만든 것도 본인이 불편함과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고,원래 조각하는 일을 사랑했는데 누군가에게 의뢰받아 그린 벽화 ‘최후의 만찬’이 업적이 된 듯해요. 미켈란젤로 형님의 경우도 비슷해요. 제가 2018년 3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달간 배낭여행을 했어요. 거기서 성 베드로 성당 안에 있는 ‘천지창조’를 보고 경외감을 느꼈어요. 교과서에 나오는 작품을 직접 본 건 처음이었거든요. 

불혹의 나이가 지났음에도 젊은 감각을 잃지 않는 비결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상대방이 재미있어하는 것, 관심 있어하는 것, 요즘 핫한 것이 뭔지 보여요. ‘더블비’라는 유튜버가 있는데, 그 친구들이 찍어 내보내는 영상이 정말 기상천외해요. 유튜버 장삐쭈의 영상도 대단히 감각적이에요. 장삐쭈는 정말 딱 제 스타일이에요. 자매결연을 맺어야 할 것 같아요. 그 친구들의 영상에 기록되는 엄청난 조회 수를 보면서 트렌드의 변화 속도와 새로운 경향을 느끼죠. 제가 감독한 ‘롤러코스터’도 그런 유의 영화여서 동지를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장삐쭈 덕분에 다시 ‘롤러코스터’ 같은 작품을 만들어도 좋겠다는 희망과 꿈,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많은 관심사 중 결혼은 없는 듯 보여요. 

명절에 부모님이나 친척들에게 많이 듣는 말이네요. 그럴 때 미혼자들은 대개 비슷한 답을 내놓죠. 저도 마찬가지예요. 결혼하고 싶어요. 때가 되면 하겠죠. 

이상형은 어떤 여성상인가요. 

매년 바뀌더라고요. 지금은 있는 듯 없는 듯하고…. 유머도 있고 사람 자체가 귀여운 스타일? 이렇게 너무 막연해서 이상형을 못 만나나 봐요. 

10년 후에는 가정을 이뤘을까요. 

그러지 않았을까요. 그래야 되지 않을까요. 하하하. 어떻게든 만나서 가정을 이뤄야죠. 비혼주의자는 아닙니다.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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