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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travel #japan

닛코·가와고에 설국 철도 여행

EDITOR 김지영 기자

2019. 01. 14

아직 한국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열차 타고 꼭 가보고 싶은 명소로 꼽히는 일본 도치기현의 소도시 닛코와 사이타마현 가와고에를 다녀왔다.

눈 덮힌 주젠지 호수. 용암이 물길을 막아 산 중턱에 형성됐다.

눈 덮힌 주젠지 호수. 용암이 물길을 막아 산 중턱에 형성됐다.

일본은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다. 일본 여행을 선호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한국인의 취향에 잘 맞는 음식과 볼거리, 어디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잘 짜인 철도 노선 등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기자가 최근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온 여행지도 그 가운데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일본 도치기현 닛코(日光) 시와 사이타마현 가와고에(川越) 시다. 도쿄에서 북쪽으로 130km 떨어져 있는 닛코는 유구한 역사와 자연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 곳이다. ‘작은 에도’로 불리는 가와고에는 화려했던 에도시대(1603~1868)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도시 간 이동 수단으로는 아사쿠사·이케부쿠로를 기점으로 수도권과 간토 북부 권역을 잇는 도부철도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힐링’하기 좋은 도시 닛코

도쿄 아사쿠사 역에서 도부철도의 특급열차 ‘스페시아’를 타고 닛코로 들어서는 관문인 도부닛코 역으로 향했다. 운행한 지 40년 된 열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고 안락한 내부 시설 덕분에 이동하는 동안에도 편하게 휴식을 취하며 차창 너머 펼쳐진 경치를 감상할 수 있었다. 2시간쯤 후 다다른 닛코는 도시 전체가 아름다운 관광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곳곳이 절경을 이뤘다. 1백 년 전부터 유럽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일 듯하다.

#사시사철 장관 이루는 주젠지 호수

닛코에서 가장 높은 난타이산.

닛코에서 가장 높은 난타이산.

닛코 시 서쪽에 자리한 오쿠닛코 지역 난타이산(男體山·2486m)의 중턱에는 주젠지(中禪寺) 호수가 있다. 약 2만 년 전 용암이 물길을 막아 생겨난 호수로 둘레가 25km에 이른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해발 1269m 지점에 만들어진 호수여서 여름에도 서늘하다. 바캉스 시즌에는 피서지로 각광받고, 겨울에는 얼음을 깨고 빙어 낚시를 하는 ‘도시 어부’들이 즐겨 찾는다. 봄가을엔 유람선으로 이곳을 둘러보기를 추천한다. 특히 주변의 산들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든 가을에 즐기는 유람선 투어는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릴 정도로 황홀한 기분에 젖게 한다.

#인기 포토존 ‘이탈리아·영국 대사관 별장 기념공원’

유람선이 정박하는 곳에서 10분쯤 걸어가면 주젠지 호숫가에 자리한 이탈리아 대사관 별장 기념공원과 영국 대사관 별장 기념공원을 구경할 수 있다. 일본과 서양 건축 양식을 결합한 근대식 건물과 마당 앞 주젠지 호수에 펼쳐진 그림 같은 풍광, 국제 피서지의 역사를 만날 수 있는 공원이다. 오랫동안 각 나라 대사의 별장으로 사용되다 도치기현에 무상 양도된 두 공원은 낭만적이면서도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내 포토 존으로도 인기가 높다.

#박력 넘치는 게곤 폭포

닛코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인 게곤 폭포. 철마다 다른 절경을 뽐낸다.

닛코의 관광 명소 중 하나인 게곤 폭포. 철마다 다른 절경을 뽐낸다.

주젠지 호수 인근에 자리한 게곤(華嚴) 폭포는 폭 7m, 높이 97m의 웅장한 규모로 보는 이들의 넋을 빼놓았다. 케이블카로 오른 해발 1373m의 아케치다이라(明智平) 전망대에서도 하얀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다. 게곤 폭포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 1분 만에 100m를 하강해 폭포 아래에서 손에 닿을 듯한 장관을 만날 수 있다. 물줄기 떨어지는 소리가 옆 사람과의 대화를 방해할 정도로 우렁찼다. 겨울에는 거대한 은빛 얼음 절벽으로 변신해 색다른 장관을 이룬다. 게곤 폭포에서 자동차로 10분쯤 달리면 또 다른 폭포 ‘유타키(湯瀧)’가 나온다. 70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한복 치마처럼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게 퍼지는 모습이 장관인 이 호수는 닛코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최고의 숨은 비경이다.



#세계문화유산 ‘닛코의 신사와 사원’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명한 도쇼구.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명한 도쇼구.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닛코의 신사와 사원’은 에도 막부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신사와 무덤이 있는 ‘도쇼구(東照宮)’, 천태종 사원들이 겹겹을 이룬 ‘린노지(輪王寺)’, 난타이산을 신체로 모신 ‘후타라산 신사(二荒山 神社)’를 아우른다. 후타라산은 난타이산의 다른 이름이다.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로 곧게 뻗은 삼나무 숲이 자리한 이곳에 가려면 ‘닛코의 신사와 사원’ 현관문 격인 ‘후타라산 신사 신쿄’를 거쳐야 한다. 아름다운 빨간색이 눈길을 사로잡는 이 신쿄는 일본 3대 희귀 다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일본 각지에서 몰려드는 단체 관람객과 해외여행객들로 연일 북적이는 도쇼구에는 국보급 문화재와 특별한 의미가 담긴 조각들이 즐비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손자인 3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미쓰가 할아버지를 신격화하기 위해 정교하고 화려하게 꾸몄다고 한다. 금박 장식을 두른 화려한 건축물들의 외관보다 더 사랑받는 도쇼구의 명물로 ‘산자루’라는 목판화를 빼놓을 수 없다. 쇼군의 백마를 사육하던 신큐사 외벽을 장식한 이 목판화가 원숭이 세 마리로 ‘나쁜 일은 듣지도, 말하지도, 보지도 말라’는 뜻을 표현했다는 설명을 듣고 나자 더욱 의미심장해 보였다. 도쇼구에서 가장 화려한 건축물인 요메이몬(陽明門) 앞에 걸린 ‘조선종’과 도쿠가와의 무덤 앞에 있는 ‘삼구족(향로, 화병, 촛대)’은 모두 조선통신사가 선물한 것들이다. 

3백 년 된 민가를 개조한 혼구 카페.

3백 년 된 민가를 개조한 혼구 카페.

도쇼구 입구 근처엔 숲속의 쉼터 같은 혼구 카페(Hongu Cafe)가 있다. 3백 년 된 민가를 개조한 카페로 원래 도쇼구 신관(신사에서 제사를 돌보는 사람)의 집이었다. 이곳에선 닛코 지역에서 나는 맥주와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노천탕이 아름다운 가나야호텔

아름다운 자연과 그림처럼 어우러진 가나야호텔 노천탕.

아름다운 자연과 그림처럼 어우러진 가나야호텔 노천탕.

도쇼구에서 가장 화려한 건축물인 요메이몬과 닛코의 대표 음식 유바(오른쪽).

도쇼구에서 가장 화려한 건축물인 요메이몬과 닛코의 대표 음식 유바(오른쪽).

주젠지 호수에서 자동차로 10여 분을 달리면 1873년 문 연 닛코 가나야호텔이 있다.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클래식 리조트 호텔이다. 일본의 건축미와 서양의 가구가 조화를 이루는 고전적인 실내 장식이 멋스럽다. 닛코의 대표 음식 ‘유바’를 비롯해 갖가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과 24시간 즐길 수 있는 노천탕이 인기가 높다.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노천탕은 머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될 정도로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따뜻한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 좋은 온기가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었다. 종일 관광으로 지쳐 있을 때 이용해볼 것을 ‘강추’한다. 유바는 두유를 가열하면 표면에 생기는 얇은 막을 걷어내 만든다. 종이처럼 얇을수록 고급이다. 두부처럼 부드러워 보이지만 식감은 유부처럼 쫄깃하다.

가성비 높이는 닛코 여행 tip

숙소가 도쿄 역 근처면 국철인 JR을, 아사쿠사 역에서 가까우면 도부철도가 외국인에게만 판매하는 ‘닛코 패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2일권으로는 도쿄와 닛코를 오가는 왕복 철도와 도쇼구 등 세계문화유산 지역을 다니는 버스를 탈 수 있다. 4일권은 도쿄까지 오가는 왕복 철도는 물론 닛코 지역 내 도부버스 전 노선과 아케치다이라 전망대 케이블카, 주젠지 호수 유람선까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성인 기준으로 각각 2만원, 4만3천원 정도. 4일권을 구매하면 각각 별도로 이용할 때보다 40%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다. 국내 하나투어와 여행박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미리 구입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도쿄 명소

도부박물관 

도쿄도 스미다 구 히가시무코지마 역 인근의 도부철도 박물관. 하루 네 번 기관사가 직접 경적을 울려주는 증기기관차, 열차가 간토 평야를 달리는 대형 입체 모형, 열차를 직접 운행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장치 등이 마련돼 있어 지루할 겨를이 없다. 지나가는 열차의 바퀴를 살펴볼 수 있도록 만든 창문은 일본인 특유의 서비스 정신을 엿보게 했다.

도쿄 스카이트리 

도쿄 타워(333m)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634m의 고도를 자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전파 탑이다. 340〜350m에 전망대와 카페, 기념품 판매점, 레스토랑 등이 있고 445m 지점에 자리한 특별 전망대를 이용해 최고 451.2m 높이까지 오를 수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에는 후지산도 보인다고 한다.

에도시대 흔적을 찾아서가와고에

에도시대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는 구라즈쿠리 거리. (왼쪽) 하루 네 번 종을 울리는 시계 종탑.

에도시대의 건축양식을 엿볼 수 있는 구라즈쿠리 거리. (왼쪽) 하루 네 번 종을 울리는 시계 종탑.

도쿄 이케부쿠로 역에서 급행열차로 30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사이타마현의 작은 마을 가와고에는 ‘도쿄보다 더 에도다운’ 곳으로 이름나 있다. 에도는 도쿄로 이름을 바꾼 후 서양의 대도시처럼 변신을 거듭해 지금의 도쿄에서는 에도시대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중요 전통물 보존지구인 가와고에로 관광객이 몰리는 이유다. 

이곳에서는 일본의 전통 가옥들이 400m쯤 이어진 구라즈쿠리 거리가 가장 활기차다. 가와고에 특산물인 고구마를 이용해 만든 찐빵, 과자, 음료, 술과 전통 칼 제작소, 구식 이발소, 전통 가옥에 입점한 스타벅스 등을 만날 수 있는 거리다. 하나씩 맛보며 사진에 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통 양식으로 지어진 집들을 개조한 상가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이 정감있게 다가온다. 기모노를 입고 구경을 다니는 해외 관광객들도 자주 눈에 띈다. 

구라즈쿠리 거리 중간에 자리한 시계 종탑 도키노카네(時の鐘)는 약 4백 년 전 에도시대 초기부터 존재했다. 1893년 가와고에에서 대화재가 일어난 직후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됐다. 종탑은 오전 6시와 정오, 오후 3시와 6시에 종을 울린다. 해마다 10월 세 번째 주말에는 가와고에의 가장 큰 전통 축제인 가와고에 마쓰리가 이틀간 열린다. 이때를 맞춰 찾는다면 보다 이색적인 추억을 만들 수 있을 듯하다

가는 법

도쿄 이케부쿠로 역에서 도부 도조 선 급행을 타면 30분 만에 도착한다. JR을 이용하면 50분쯤 걸린다. 도쿄 시부야 역이나 신주쿠 역에서 사이쿄 선을 타고 가다 오미야 역에서 가와고에 선으로 갈아타면 된다.


디자인 김영화
취재협조&사진제공 도부철도 도이치현 사이타마현 일본관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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