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SHARING

매칭 펀드로 전 임직원이 IVI 국제백신연구소 후원 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장

기획 · 김명희 기자 | 글 · 김지은 자유기고가 | 사진 · 조영철 기자 | 디자인 · 유내경

2015. 12. 21

지난 6월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사회공헌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IVI 국제백신연구소 후원에 나섰다. 노조와 경영진이 사회 환원을 위해 뜻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일이었다. 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을 만나 그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매칭 펀드로 전 임직원이 IVI 국제백신연구소 후원 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장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두 살 아래 동생이 원인 모를 고열과 통증에 시달리다 약도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사흘 만에 속절없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병이 아니었을까 짐작도 해봅니다만, 전기도 들어오지 않을 만큼 워낙 깊은 두메산골 마을이다 보니 약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시내를 한번 다녀오려면 산을 두 개 넘고, 10km가 넘는 먼 거리를 걸어와야 했거든요. 의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동생이 숨을 거둔 다음이었습니다.”
김영기(61)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은 지난해 12월 협회장 취임 후 3개월치 급여를 모두 사회공헌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마중물 기금으로 출연했다. 또 대한산업안전협회 사회공헌위원회는 두 번째 공식활동으로 IVI한국후원회에 4천만원 상당의 ‘개발도상국 어린이 백신지원 기금’을 전달했다.
1997년 설립된 IVI는 저가의 백신을 연구, 개발, 보급함으로써 콜레라 · 장티푸스 등의 감염성 질환으로부터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다. 최근에도 에티오피아, 홍수와 지진으로 고통 받는 말라위, 네팔 등에 콜레라 예방접종을 실시해 수만 명의 생명을 지켜내는 데 일조했다. IVI와 같은 기구가 50년 전에도 존재했더라면 김영기 회장의 동생은 무고한 생명을 잃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김영기 회장이 솔선수범해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하자 이에 공감한 임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동참하고 나섰다. 그렇게 모아진 4천만원의 기금은 협회 임직원들의 의식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누군가를 돕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혹은 일상에 떠밀려 차일피일 미루었거나 크게 관심을 두지 못했던 이들이 하나 둘 나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노조에서 먼저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직원들이 발벗고 나서자 회사에서도 이에 뒤질세라 직원들이 모은 액수만큼 매칭 펀드 형식으로 기금을 출자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하고 있다. 사단법인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산업 현장에 안전 진단과 교육, 컨설팅을 제공하는 비영리 기관으로 회원사들의 회비와 안전관리 업무 위탁, 안전진단, 안전교육 등 안전과 관련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창출되는 이익으로 운영된다.
김영기 회장은 1979년 (주)럭키의 노무 담당으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이래 LG그룹 인사 담당 상무와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위원회 사용자위원,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회장, LG전자 부사장 등을 거쳤다. 그가 노사 관계 개선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특별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건 이런 이력과 함께 전후 세대로서 겪었던 숱한 고통과 아픔이 자양분처럼 마음속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어서다.
“LG그룹 재직 시절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가뭄 등으로 대기근을 겪은 데다 20년 가까이 공산 정권이 통치하면서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전락했지만 3천 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지닌 나라이며 6 · 25전쟁 당시에는 6천 명이 넘는 전투 병력을 남한에 지원해 목숨 걸고 싸워준 혈맹국입니다. 우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기꺼이 도움을 준 나라를 우리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에티오피아에서의 봉사활동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중 하나다. 수도 아디스아바바 근교,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마을의 환경을 개선하고 농업 교육을 실시했다. 가축의 현지 맞춤형 사육법을 개발해 전수하는 한편 깨끗한 식수와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공동 우물과 마을 진입로 건설 등의 기초 인프라 시설도 건립했다. 단순한 일회성 기부가 아니라 빈곤의 악순환을 끊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주기 위함이었다.
매칭 펀드로 전 임직원이 IVI 국제백신연구소 후원 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장

1 2010년 LG전자 재직 중 회사 직원들과 함께 케냐 봉사활동에 나선 김영기 회장. 2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임직원들의 성금을 모아 지난 6월 국제백신연구소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사회공헌 활동

김영기 회장은 정부만이 아니라 기업과 단체들도 세계의 빈곤 국가와 지역에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우리가 이룩한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돼준 세계 각국의 원조에 보답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동반 성장을 통해 우리 기업들이 더욱 활발히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내는 최전선에 있는 IVI 후원에 적극 나서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협회의 핵심 모토인 안전과 보건은 삶의 근간이 되는, 인류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숙제다. 대한산업안전협회는 IVI와 다양한 협력 사업을 진행, 추진 중이다. 전국 각지의 산업 현장으로 배포되는 주간 신문 ‘안전저널’과 월간지 ‘안전기술’, 이메일 뉴스레터 등에 무상으로 IVI 공익 광고를 주기적으로 게재하는 것도 협력 사업의 일환이다. 발행 부수만 신문이 2만2천 부, 월간지가 1만9천 부에 달해 파급 효과가 상당하다.
“저희가 잘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지 않고 물고기만 가져다주면 자립의 힘을 기를 기회를 놓쳐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년 지원하던 물질적 지원이 어떤 연유로든 중단되면 그들은 더 곤궁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립을 전제로 한 사회공헌 활동이 중요합니다.”
그는 협회가 발행하는 매체들을 통해 IVI의 사업을 홍보하고 알림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후원 사업에 동참하게 된다면, 내부적으로 기금을 마련해 후원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누군가 시켜서, 혹은 강제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하게 마련이지만 스스로 참여를 결정한 사람들은 쉽게 손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 그가 오랜 세월 봉사활동을 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김 회장은 이를 자연스럽게 대한산업안전협회의 문화에 녹여내고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곳일수록 누전이나 가스 밸브 이상, 담벼락 붕괴 위험 등 안전 문제에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산업안전협회 노조와 경영진은 물론 전국 38개 지역본부와 지회, 출장소 직원 9백여 명 전원이 자발적으로 12월 19일 각 지역의 안전 취약 가정을 방문해 무료로 안전 점검과 사고 예방 조치를 실시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찾아 나서면서 가장 달라진 점은 구성원들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나도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구나, 우리가 함께 누군가를 도울 수 있구나 깨달으면서 사내 분위기도 좋아져 자연스럽게 소통과 화합의 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도움을 주러 갔다가 오히려 도움을 받고 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힘을 얻고 있습니다.”  

● IVI & 후원 방법
매칭 펀드로 전 임직원이 IVI 국제백신연구소 후원 김영기 대한산업안전협회장
아직도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우리나라와 선진국에서 오래전에 사라진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의 전염병으로 인해 수많은 어린이들이 희생되고 있습니다. IVI는 이러한 ‘잊힌(Neglected) 질병’의 예방에 필요한 백신을 개발해 개발도상국들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IVI는 2010년 아이티와 같이 대지진으로 인해 콜레라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네팔에서 최근 백신 접종을 시행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을 콜레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추가 접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후원 02-881-1386 또는 iviinfo@ivi.int로 문의하거나, 홈페이지(www.ivi.int)에서 직접 후원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