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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ACTOR

120,000,000 오달수

글 · 조현우 쿠키뉴스 기자 | 사진 ·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5. 09. 30

1억2천만 명. 배우 오달수가 모은 관객수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고 간판은 주연이지만, 뒤를 받치는 조연들의 팀플레이가 없다면 빛을 발할 수 없다. ‘신 스틸러’로 불리는 오달수는 그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다.

120,000,000 오달수
지독한 사투리 억양과 인간미 넘치는 외모, 한번 보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미친 존재감’이 그에게 있다. 배우 오달수(47) 얘기다. 오죽하면 하정우는 그를 두고 “달수 형은 요정 같다, 한국 영화를 위해 하늘에서 내려주신”이라고 했을까. 요즘 충무로와 관객들이 흠뻑 빠져 있는 오달수는 단연 한국 영화 사상 최초이자 최고 기록으로 흥행을 보증하는 조연이다. 그동안 출연한 작품들 중 ‘괴물’(2006, 봉준호 감독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괴물 목소리로 출연) ‘도둑들’(2012) ‘7번방의 선물’(2013) ‘변호인’(2013) ‘국제시장’(2014) ‘암살’(2015) ‘베테랑’(2015)까지 7편이 ‘1천만 관객 동원’ 영화였고, 도합 1억2천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더욱이 지난 8월에는 같은 달 개봉한 ‘암살’과 ‘베테랑’으로 ‘쌍천만 배우’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 국민 2명 중 1명이 7~8월 여름 극장가에서 그를 한 번씩은 본 셈이다. 그저 우연의 일치 같았던 ‘1천만 요정’이라는 별명은 이제 오달수를 소개하는 당당한 수식어가 됐다.

스타 감독들도 몸 달게 하는 매력 덩어리

과연 그의 매력은 무엇일까. 올 3월 오달수를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음성 분석 전문가인 충북도립대 조동욱 교수는 CJB 청주방송 최지현 아나운서와 공동으로 그의 음성 높낮이와 빠르기, 음색 등을 분석했는데, 느리고 낮은 음성에 힘을 싣지 않고 툭툭 던지는 오달수의 말투가 흥을 돋우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달수의 음성은 그의 연기와 닮았다. ‘변호인’의 송강호, ‘국제시장’ ‘베테랑’의 황정민, ‘조선명탐정’의 김명민, ‘암살’의 하정우 등 쟁쟁한 주연 옆에서 세지 않지만 강단 있게 ‘남남 케미’를 만들어낸다. 발음은 흩어질지언정 ‘암살’ 속 “어이 3천 불, 우리 잊으면 안 돼” 대사처럼 귀에 단번에 꽂힌다. 튀는 외모로 각인되지만 자연스러운 연기로 캐릭터 변신에도 능하다. 2002년부터 6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도 결코 지루하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집중하게 되는 작품이라면 따지지 않고 출연한다”는 그의 말처럼 실제로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그리 까다로워 보이진 않는다.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오달수는 (작품 안에서) 익숙한 모습인 듯한데 식상해지지 않는 기이한 매력을 발휘한다”고 평했고 ‘암살’ 최동훈 감독은 “모든 감독은 오달수를 캐스팅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를 모시기가 쉽지가 않다”고 극찬했다. ‘베테랑’ 류승완 감독 또한 “죽겠다고 드러누웠다”며 오달수를 캐스팅하기까지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주연 못지않은 조연이라 워낙 찾는 곳이 많아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적어도 6개월 전에는 캐스팅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현재 충무로는 오달수 잡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처음부터 그가 이런 대접을 받은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의 시작은 미미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오달수는 스물한 살 때 부산 연희단거리패에서 연극을 시작했다. 지금은 다소 억양이 달라졌지만 강한 사투리 때문에 1997년 서울로 올라왔을 때는 극단으로부터 “짐 싸서 내려가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그러다 생계 유지를 위해 2002년 ‘해적, 디스코 왕 되다’로 영화판에 뛰어들었고 이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로 관객의 뇌리에 각인된 후 2005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에 모두 출연하면서 충무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연으로 자리매김했다. 오달수는 지금도 연극 무대를 잊지 않는다. 극단 ‘신기루 만화경’ 대표이기도 한 그는 매년 한 편 이상의 연극에 출연한다. ‘쌍천만 배우’의 종횡무진이 대중에겐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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