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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퀸’ 한효주의 Life Inside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지호영 기자

2015. 09. 15

자고 일어나면 외모가 바뀌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는 어떤 기분일까. 최근 개봉한 판타지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는 그런 상황에 놓인 두 남녀가 서로 상처 받고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간다. 영화 속 이수처럼 외면보다 내면을 더 중시한다는 한효주가 오랜만에 빗장을 열고 그 내면의 세계로 초대했다.

‘멜로 퀸’ 한효주의 Life Inside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껏 만나지 못한 색다른 멜로 영화라 끌렸어요. 이 영화가 이대로만 잘 만들어진다면 그동안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비주얼이나 내용 면에서 모두 이색적인 작품이 되겠다 싶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더군요. 뽀송뽀송하면서도 말랑말랑하고, 판타지물인데도 스토리를 조분조분 섬세하게 그려간 것도 좋았어요.”

8월 20일 개봉되기 전부터 화제를 모은 판타지 멜로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여주인공 이수를 연기한 한효주(28)는 관객과 평단의 호평이 이어져선지 한껏 달뜬 표정이었다. 자고 일어나면 생김새는 물론 나이와 성별까지 바뀌는 가구 디자이너 우진이 가구 매장 직원 이수와 엮어가는 사랑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는 한효주가 데뷔 이래 가장 특별한 경험을 한 작품이다. 영화를 찍는 동안 그는 우진 역을 맡은 21명의 배우와 호흡을 맞추고, 하루에 13명의 배우와 키스 신을 찍기도 했다.

“아주 독특하고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제 인생에 그런 키스 신을 찍을 일은 배우로서도, 여자로서도 다시 없지 않겠어요. 물론 저도 여러 배우를 상대해야 하는 게 부담이 되고, 어색하기도 하고, 낯선 감정을 느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우진의 모습이 계속 바뀌니까, 이렇게 생긴 우진과 함께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모든 장면이 무척 소중했어요. 앞으로는 21명의 배우를 한 영화에서 만날 일도, 그토록 짧게 호흡을 맞출 일도 없다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쓰이고 애틋한 감정이 들더라고요.”

가슴 설레게 한 이진욱, 다시 만나보고 싶은 박서준

▼ 상대 배우가 계속 바뀌어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을 것 같아요.



저보다는 감독님이 그런 감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거예요. 제가 계속 나오기는 하지만 주인공은 우진이거든요. 모습이 계속 변해서 그렇지 우진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기 때문에 우진 캐릭터를 일관되게 표현하는 게 감독님에게는 큰 숙제였을 거예요. 이수는 상대의 변화에 맞춰 적절한 리액션을 해야 하는 배역이기 때문에, 제가 리드하기보다 계속 변하는 우진의 모습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중요했죠.

▼ 상대 배우들과 촬영 현장에서 처음 만나 호흡을 맞췄다고 들었어요. 저마다 스타일이 달라서 리액션을 할 때 당혹스럽진 않았나요.

오히려 재미있었어요. 현장에 계속 머물면서 새로운 배우를 맞이하다 보니 영화에서 관찰자의 입장이 되더라고요. 다른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하는지 실컷 구경했는데, 저마다의 성격과 성향, 연기 스타일이 첫 번째 테이크에 다 나와서 신기했어요. 각자 생각해온 우진 캐릭터가 다르니까 처음에는 감독님이 연기하는 걸 지켜보시고 조금씩 다듬어서 원하는 스타일로 만들어가셨어요.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죠. 여러 배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저도 배우고 느낀 게 많아요.

▼ 계속 모습이 바뀌는 우진을 어떤 마음으로 대했나요.

연기할 당시에는 극 중의 이수와 비슷한 심정이었어요. 즐겁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고, 간혹 지칠 때도 있었어요. 고맙게도 감독님과 스태프들, 상대 배우까지 이수가 연기하기 쉽지 않은 배역이라는 것을 미리 간파하고 제가 덜 지치고 덜 힘들게 여러모로 배려해주셨어요. 제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영화 촬영도 될 수 있으면 시간순으로 하셨고요. 그 덕분에 극 중의 감정들을 고스란히 이어가면서 캐릭터에 쉽게 동화될 수 있었죠.

▼ 실제로 우진 같은 남자를 만난다면 연애할 수 있나요.

이수처럼 이미 사랑에 빠진 상태라면 저도 상대를 피하지 않고 계속 만날 것 같아요. 하지만 그 전에 상대가 매일 모습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거리를 둘 것 같아요. 얼마나 힘든 연애가 될지 알고 있으니까요.

우진을 연기한 21명의 배우 가운데 한효주가 가장 짧게 호흡을 맞춘 상대는 횡단보도 신에 잠깐 등장하는 이현우. 그와의 촬영은 반나절 만에 끝이 났다. 또 가장 긴 호흡으로 연기한 상대는 극 중 이수에게 처음으로 호감을 나타내고 함께 데이트를 즐기며 사랑의 감정을 싹틔운 박서준이다. 이 밖에도 우진 역으로 이범수, 유연석, 김주혁, 배성우, 김희원, 서강준, 이동욱, 이진욱, 김대명 등의 남자 배우와 박신혜, 고아성, 천우희, 우에노 주리 등의 여배우가 출연했다.

‘멜로 퀸’ 한효주의 Life Inside
▼ 상대 배우 가운데 마음을 설레게 한 사람도 있나요.

이진욱 씨요. 워낙 멋있으니까 영화 시사회 때도 이진욱 씨가 등장했을 때 객석에서 일제히 탄성이 나오더라고요. 멋진 남성이 필요한 신에 출연해 그 느낌을 잘 살려줬죠.

▼ 여배우들과도 케미가 좋았다는 평가가 나오던데요.

다들 소름 돋게 연기를 잘해서 저는 그냥 바라보면서 그들의 말을 듣고 있으면 됐어요. 여배우들이 해준 신들은 그냥 흘러가는 게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였어요. 천우희 씨가 ‘내가 김우진이에요’라고 처음 밝힌 장면도, 우에노 주리 씨가 우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털어놓는 신도 솔직하게 자기고백을 하는 장면이어서 이수가 우진의 핸디캡을 받아들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 21명의 우진 중 다시 호흡을 맞추고 싶은 배우가 있나요.

너무 짧은 만남이어서 아쉬웠던 이현우 씨와, 만나자마자 바로 헤어졌던 김주혁 선배를 다시 만나고 싶어요. 김주혁 선배에게 ‘처음 뵙겠습니다’ 한 후 촬영에 들어갔는데 ‘우리 헤어지자’는 말을 들었거든요. 서로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감정을 같이 쌓아가는 장면을 찍으면 좋을 것 같아요. 박서준 씨도 상황에 따라 확확 바뀌는 유연함이 있어서 다시 한 번 같이 연기해보고 싶어요. 유연석 오빠와 천우희 씨도 느낌이 좋았는데, 지금 찍고 있는 ‘해어화’라는 영화로 다시 만났죠.

함께하면 즐겁고 이해심 많은 남자가 좋아

이 영화를 연출한 백종열 감독은 관객들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면 좋겠다고 했다. 소지섭과 함께한 영화 ‘오직 그대만’에서는 시각 장애라는 장벽을 넘었고, 이 영화에서 역시 쉽게 감당하기 힘든 남자친구의 핸디캡을 사랑으로 극복한 한효주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

“진정한 사랑은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내리사랑인 것 같아요. 그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랑이죠. 저도 어머니의 사랑은 정말 위대하다고 느끼며 살고 있거든요. 그런 어머니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남녀 간의 진정한 사랑은 쉽게 정의를 내리기가 힘들었는데 이수를 연기하면서 그게 어떤 건지 알게 됐어요. 치명적인 우진의 약점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이수와, 그런 이수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병에 걸린 사실을 알고 기꺼이 이수를 떠나는 우진을 보면서 답을 찾았죠.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위해 서로 희생하고 배려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아껴주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진정한 사랑을 해봤나요.

아직은 못해봤어요. 꼭 하고 싶어요.

▼ 사랑하는 사람이 연기를 그만두기를 원하면 직업을 내던질 수 있나요.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는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죠.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게 아니잖아요. 상대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이 상호작용을 해야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 연애하고 싶은 남성상이 있나요.

요즘 드는 생각은, 재미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같이 있으면 웃음이 나고 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요. 외모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멜로 퀸’ 한효주의 Life Inside
‘멜로 퀸’ 한효주의 Life Inside
영화 속 한효주는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미모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장뿐 아니라 스포츠웨어까지 멋스럽게 소화하는 늘씬한 몸매와 이지적인 마스크는 늘 많은 여성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 비결이 뭘까.

“피부과에 열심히 다니고 운동도 꾸준히 해요. 요즘은 발레와 필라테스를 접목한 ‘탄츠플레이’라는 현대무용을 하고 있어요. 바를 잡고 하는 동작이 있어 발레 같기도 하고, 필라테스 같은 면도 있지만 체조보다는 춤에 가까워요. 배운 지 1년 반쯤 됐는데 몸매 관리에 아주 좋아요. 유산소 운동도 되면서 유연함을 키워주죠.

‘멜로 퀸’ 한효주의 Life Inside
▼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식사 조절도 하고 있나요.

굶지는 않아요. 끼니때에 맞춰 밥만 먹어요. 의도적인 건 아닌데, 과자라든지 간식을 거의 먹지 않아요. 그런 식습관이 건강이나 몸매 관리에 도움이 됐어요.

▼ 패셔니스타로 알려져 있던데, 특히 좋아하는 패션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내추럴하고 편안한 스타일을 좋아해요. 요즘은 타이트한 스키니 진은 못 입겠더라고요. 펑퍼짐한 린넨 소재 바지에 티셔츠를 즐겨 입어요. 신기하게도 올해는 옷을 한 벌도 안 샀어요. 원래 유행을 타지 않고 베이식한 스타일을 좋아하다 보니 갖고 있는 옷만으로도 충분했어요. 쇼핑을 좋아했는데 올해는 유난히 바빠서 그런지 구매욕을 못 느꼈어요. 옷 사는 데 돈 들이는 게 아까웠어요. 옷장에 사놓고 안 입은 옷들도 있거든요. 있는 거라도 잘 꺼내 입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다시 태어나도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싶어

▼ 30대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20대가 끝나가는 게 아쉽지 않은가요.

아뇨. 30대가 돼도 엄청나게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은데,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면 지금보다 성숙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해요. 나이 드는 게 두렵진 않아요. 오히려 할 수 있는 게 많아질 것 같아요. 액션 연기는 더 나이 들기 전에 하고 싶어요. 전문직 여성을 표현할 때도 30대에 연기하면 더 신뢰감을 줄 것 같아요.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지만 그때는 여자로서의 고민도 필요하겠죠. 어느 순간에는 결혼도 생각할 것이고, 새로운 변화들에 대한 인생 계획도 세워야 할 테니까요.

▼ 4년 전에 한 인터뷰에서 ‘내 인생의 일탈은 연기’라고 말했는데, 배우 생활을 한 지 10년이 넘었어요(그는 2003년 미스 빙그레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와 인연을 맺었다). 이제 연기가 천직이라는 생각이 드나요. 연기가 아닌 다른 일은 생각해볼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느낌요.

네. 이제는 연기를 너무 좋아해서 이 일에만 매달리는 게 약간은 무섭기도 해요.

▼ 배우의 삶에 계속 빠져들게 하는 그 무엇이 많은 사람에게 주목받는 것일까요.

제가 배우를 하는 건 연기가 좋아서예요. 연기는 제가 하는 일 중에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딘가에 좋게 쓰이고 있고, 끊임없이 고민하게 하고, 고민 끝에 얻어지는 결과물이 되게 사랑스럽고, 그런 과정의 반복이 배우의 삶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영화의 부속품이 돼 영화가 완성돼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이 즐거워요. 영화는 참 섬세한 작업이에요. 또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다른 그림, 다른 내용이 나오죠. 예전에는 영화가 제작돼 극장에 걸릴 때까지 제 역할을 해내기에 급급했다면 지금은 만들어가는 과정을 디테일하게 볼 수 있는 눈이 생겨서 배우로 사는 게 더 재미있어졌어요.

▼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 싶은가요.

한번 해본 걸 뭘 또 해요? 다른 일을 해야죠. 그래도 예술 계통의 일을 하고 싶어요. 가수도 좋고 화가도 좋고, 예술 하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어느덧 그와 약속된 시간이 다 돼가고 있었다. 시계를 보며 놓친 질문이 없나 살피다 불현듯 떠오른 질문 하나. 인터뷰를 하기 전 영화 제작사 대표가 꼭 물어보라고 일러준, 키스 신에 관한 것이었다. “키스 신과 관련된 굉장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하던데 그게 뭐냐고 묻자 그의 입에서 웃음이 빵 터진다.

“저도 들은 얘기예요. 하루는 워낙 여러 배우와의 뽀뽀 신이 잡혀 있어 현장에서 그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근데 그 배우들이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하고 나서 화장실 앞에 줄줄이 서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양치하려고요. 뽀뽀 신을 위해 가글하려고 그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진짜 웃겼대요.

▼ 하루에 여러 배우와 뽀뽀를 해야 하는 상황이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그런 느낌이 상대에게 티가 나면 안 되겠더라고요. 저는 현장에서 계속 찍지만 그분들은 바쁜 와중에 짬을 내 왔다 가는 건데 제가 불편한 내색을 하면 얼마나 언짢겠어요. 그래서 계속 ‘즐겁다, 행복하다. 이런 날은 평생 한 번뿐이야’라고 생각하면서 촬영했던 기억이 나요.

▼ 관객몰이를 위해 어떤 공약을 준비했나요.

명동에서 ‘프리 뽀뽀’를 하는 것!. 관객이 4천만 명 들면요. 하하하.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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