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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EA라는 미래

기획 · 김민경 기자 | 사진 · IKEA 제공

입력 2015.07.13 16:19:00

이케아(IKEA)는, 물론 스웨덴에서 설립된 가구 브랜드 이름이다. 하지만 이케아가 전 세계 사람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하나의 현상이 되어 9시 뉴스에서 다뤄지는 건 좀 다른 얘기다. 디자인이 독특해서? 싸기 때문에? 아니면 이것 역시 한때의 유행일까? 어느 것도 완벽한 답은 아니다. ‘이케아의 심장’이라 불리는 스웨덴의 ‘IKEA Of Sweden(IOS)’을 다녀와서야 비로소 분명히 알게 됐다. 이케아에서 파는 것이 조립식 가구가 아니라 사람들이 짓고 싶은 꿈이라는 것. 놀랍게도 그 꿈은 허황되기는커녕 매우 정교하게 설계된 미래다. 사람들이 이케아 매장에서 발견하는 건 의자뿐 아니라 인터넷과 디지털만이 나의 세계가 아니라는 깨달음이다. 그러니 이케아가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몇 개의 말을 기억해두자. 장차 당신의 꿈을 쇼핑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케아에서 강조하는 형태적 아름다움과 편리한 기능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즉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가 시각적으로도 가장 아름답다는 뜻이다. 이는 바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바우하우스의 테제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이케아는 우수한 품질과 환경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저렴한 가격을 민주주의적 디자인의 조건으로 규정한다. 이케아가 매년 5월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는 날을 ‘데모크라틱 디자인 데이(DDD)’로 정한 건 모든 제품을 이러한 디자인 철학에 따라 생산한다는 뜻이다. 홍보 효과도 있겠지만 이케아와 함께 일하는 디자이너들을 끊임없는 도전으로 밀고 가는 추진력이 아닐까 싶다.

민주주의적 디자인

DEMOCRATIC DESIGN

‘데모크라틱 디자인’은 이케아의 모든 직원들이 강조하는 말이다. 디자인이 민주주의적이란 건 어떤 의미일까. ‘더 좋은 제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케아를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데모크라틱 디자인’은 ‘박리다매’와는 다른 미학적 기반을 갖고 있다. 아름다움을 귀족이 독점하던 시대가 끝나고 18세기 후반 시민사회가 시작되면서 누구나 아름답고 기능적인 생활용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다양한 움직임이 유럽에서 생겨났다. 특히 독일에서 시작된 바우하우스 운동은 산업사회 상품 디자인에 기준을 제시하는데, 이케아의 비전에서도 그 강력한 영향력을 찾아볼 수 있다.

IKEA라는 미래
음식, 모든 것의 시작점



IT STARTS WITH FOOD

2015~16년 이케아의 테제는 음식이다. 음식이 블랙홀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빨아들이는 건 한국적 현상만은 아닌 모양이다. 이케아는 체계적으로 음식을 정리하고 신선한 음식을 더 오래 보관하며, 두말할 것 없이 아름다운 부엌 가구 메토드 컬렉션을 선보인다. 또한 세계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거실이나 침실 등으로 옮겨 다니며 음식을 먹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특히 1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음식을 운반하기 쉬운 이동 가구, 옮겨 다니며 먹기 좋은 식기 컬렉션, 옆에 음식을 놓기 좋은 벤치형 의자 등을 내놓는다. 가장 놀라운 건 2025년의 식탁. 일종의 다목적 식탁으로 음식 인식 센서가 부착돼 음식 재료들을 올려놓기만 하면 그것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레시피들이 뜨고, 요리 각 단계마다 시간과 분량 등을 체크해준다. 그 자리에 팬을 올려놓으면 가열되는 건 물론이다. 더 환상적인 건 이미 이것이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IKEA라는 미래


호기심

CURIOSITY

오늘날의 이케아를 만든 건 많은 사람들로부터 “바로 이걸 찾고 있었어!”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오게 하는 상품들이다. 이건 신의 계시를 받은 디자이너들 덕분이 아니다.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행동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호기심의 결과다. 이케아는 매년 전 세계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한다. 조사는 설문, 관찰, 토론뿐 아니라 가정방문과 24시간 관찰 녹화 등을 통해 이뤄진다. 그 결과를 1년에 한 번 ‘이케아 호기심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내놓는다. 올해의 보고서는 패션과 홈퍼니싱의 접목, 아날로그적 삶의 방식, 음식에 대한 호기심으로 채워져 있다. 가정생활에 대한 호기심 보고서를 보면 주방과 거실, 침실의 엄격한 경계가 사라지고 있으며, 1인 가구는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하기를 원하고, 가족들은 좀 더 자주 모여 식사하고 싶어한다. 음식은 우리의 미래다.

IKEA라는 미래
개성

PERSONALIZATION

우리 집이 베르사유 궁전이라도 앞집, 옆집도 똑같은 베르사유 궁전이라면 페인트칠을 하거나 일부를 철거해서라도 남과 다른 집을 갖고 싶어하는 욕망이 생겨난다. 이케아의 대량생산 시스템 역시 개성과 독창성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숙명을 갖고 났다. 이케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냈다. 재활용 유리를 활용해 제품을 만들면 모양만 같고 색상은 재활용 유리에 따라 다른 제품으로 생산되고 수작업으로 마무리해서 수공예적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또한 패션 디자이너들과 콜래보레이션을 하거나, 사회적 소외계층이 제작한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조립형 가구를 통해 내 마음대로 쌓거나 ‘조직’할 수 있는 주방 시스템 메토드도 빼놓을 수 없다.

IKEA라는 미래
사람은 아날로그적 존재다

디지털 모니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실제 물건이나 사람을 만지고 느끼는 시간의 가치는 점점 더 높아진다. 아날로그적인 것이 비싼 ‘레어템’이 되는 것. 이케아는 요리는 물론 씨를 뿌려 채소를 키우고, 화분을 가꾸며, 직접 빨래를 해서 바람에 말리고, 손 편지를 쓰는 등 아날로그적 체험이 미래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올해 밀라노 가구 전시회에 맞춰 설치된 이케아 임시 전시장에서 제일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 건 빨래들이 바람에 날리는 풍경이었다.

당신의 소비는 착한가요

이케아의 안벤드바르 컬렉션은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제품군이다. 물과 에너지는 절약하고 쓰레기는 최소화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이케아의 그 유명한 미트볼에 이어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베지볼, 설탕을 줄인 음료를 선보인다. 언젠가 아파트 창마다 붙어 있는 이케아의 태양광 발전 유리를 보게 될 것이다. 이케아의 로고를 보고 우리는 자문하게 될 것이다. 나의 소비는 착한가?

IKEA라는 미래
디자인 · 최정미

여성동아 2015년 7월 6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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