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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계상, 남자를 입다

우먼동아일보

입력 2014.03.31 16:18:00

윤계상이 상 남자가 돼 돌아왔다. ‘최고의 사랑’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이후 2년 만이다. 여심 자극하던 자상하고 달달한 캐릭터가 아니라고 아쉬워할 것은 없다. 이제 진짜 윤계상의 모습을 보게 될 테니 말이다.  


윤계상, 남자를 입다

남자, 남자로 돌아오다
“대중적으로는 부드러운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남성적인 느낌이 강했어요. 연기자로서 자리 잡고 싶은 열정도 굉장히 많아 보였죠. 그 연기를 향한 열정의 순수함. 그것이 작품의 캐릭터와 잘 맞을 것 같았죠. 이미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이미지의 반전이 주는 매력. 아마도 ‘윤계상이 원래 저랬어?’라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KBS2 새 월화드라마 ‘태양은 가득히’ 연출을 맡은 김정현 PD가 윤계상(36)을 주인공 정세로 역에 캐스팅한 배경에 대해 설명한 대목이다. 애당초 그룹 god 멤버로 활동할 때부터 윤계상의 이미지는 ‘자상하고 부드러운 남자’로 강요돼왔다. 지금까지 선 굵은 남성적 캐릭터를 상당수 연기해 왔지만 여심을 자극하며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언제나 달달하고 자상한 캐릭터였으니까.
그럼에도 윤계상은 2년만의 작품으로 또다시 강인한 남자를 주저 없이 선택했다고 했다. 그런데 어쩐지 이번 작품은 기존에 그가 보여줬던 남성적 캐릭터와는 전혀 다를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이 ‘최고의 사랑’ 윤필주의 따뜻함도, ‘풍산개’의 풍산이 가진 차가움도 아닌 배우 윤계상이 가진 진짜 남자다움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로는 2012년 ‘하이킥…’이 마지막이었죠?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허리가 좋지 않았고, 또 몸도 많이 아파서 쉬었어요. 준비하던 영화 한 편도 잘 안됐는데, 계속 그 준비만 하다가 1년을 보낸 것 같아요. 그러는 동안 연기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죠. 그전부터 인터뷰를 할 때마다 “멜로드라마를 하고 싶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좋은 기회를 만나 이렇게 출연하게 됐습니다. 

윤계상, 남자를 입다

‘태양은 가득히’는 한 남자의 복수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조금은 어두운 느낌이랄까.
외무고시를 준비하던 고시생이 큰 사건에 휘말리면서 아버지를 잃고 동시에 살인 누명을 쓰죠. 몇 년이 흘러 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면서 복수를 꿈꾸게 돼요. 정세로라는 캐릭터는 지금까지 제가 맡은 역 중에 가장 남자답고 강인한 사람이에요. 대본과 연출이 탄탄한 드라마이기 때문에 기대가 커요.

남자다운 캐릭터라고 하니 ‘풍산개’가 언뜻 떠오르네요. 풍산은 남자다움의 결정체였는데, 그때보다 어떻게 더 남자다울 수 있을까요?
‘풍산개’나 ‘로드넘버원’의 캐릭터는 남자들이 한 번쯤 꿈꿔봄직한 역할이었죠. 그런데 기존의 복수극에 등장하는 인물은 늘 차분하면서 차가운 느낌인 반면 정세로는 굉장히 뜨거워요. 감정을 억누르거나 뒤에 숨지 않는 캐릭터죠. 그런 면에서 남자답다고 느껴요. 더 강인해 보이고요.

지금까지 남성적 캐릭터보다 부드럽고 자상한 역할이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자신에게 어떤 역할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나요?
시청자들은 ‘최고의 사랑’이나 ‘하이킥…’에서처럼 부드러운 역할을 많이 사랑해주셨어요. 아마도 그 역할에 맞는 (감독의) 연출이 잘됐기 때문에 그렇게 보였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실제 저는 부드럽기보다 남성적인 면이 더 많은 사람이에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스타일이거든요. 



남성적인 캐릭터라고 하니 근육질의 몸매가 기대되는데요. 준비를 좀 하셨나요?
하하하. 이번에는 몸을 쓰는 장면이 없어요. 아마도 기대하는 그런 모습은 보실 수 없을 거예요. 더구나 (근육이) 어디론가 다 사라져버렸거든요. (배를 만지며) 배로 갔나?

극 속 캐릭터의 남자다움과 실제 윤계상의 남자다움에서 다른 점도 있나요?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제가 맡은 역할들이 제 성격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에요. 어느 정도 제 의지를 담고 있으니까요. 정세로라는 인물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명확하게 결정하고 의지대로 밀고 가는 캐릭터죠. 똑똑하고 예리해요. 더욱이 극 초반에 정세로가 이은수라는 인물로 신분세탁을 하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훌륭하게 연기를 하죠. 그런데 저는 이것저것 치밀하게 재는 성격은 아니예요. 닮은 점이 있다면 궁금한 것을 감추지 않고 답을 빨리 찾고자 한다는 거죠. 성격적으로 뒤로 빠지거나 하지는 않거든요. 화가 나면 그 감정 또한 감추려 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요.


윤계상, 남자를 입다

윤계상이 채워갈 배우의 깊이
드라마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2) ‘최고의 사랑’(2011) ‘로드넘버원’(2010) 등 인상적인 작품도 많고 영화 ‘풍산개’(2011)와 ‘6년째 연애중’(2007)도 기억에 남지만, 유난히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2004)으로 만났던 윤계상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10년 전. 그때만 해도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한 시선은 차가웠다. 그것도 아이돌 가수 출신으로 연기자로의 전업을 선언하며 맹렬하게 직진하는 신인 배우에게는 잔인할 정도로. 그는 당시 기자들과 소소하게 만나 식사하는 자리에서조차 가요계에서 최정상에 섰던 스타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긴장한 표정과 얼어붙은 자세로 기자들의 다소 냉소 어린 질문에 답변해야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태양은 가득히’의 출발을 알리는 자리에서 만난 윤계상은 가수 출신 연기자가 겪을 법한 모든 평지풍파와 맞서 싸운 용맹한 전사 같았다. 가수 출신으로서의 한계를 묻는 이도, 그것을 염려하는 이도 없었다. 윤계상은 여전히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배우 윤계상을 향한 어떤 의구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god 재결합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기대해도 되나요?  
어떤 계기로 인해 그런 이야기가 오가는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상황이 구체화되기 전에 너무 일찍 언론에 퍼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고, 또 쉽게 해결될 문제들도 아니고요. 조율을 하고 있긴 한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에요.

연기자로서 긴 시간 어려운 길을 걸어왔잖아요. 이제 가수라는 이미지를 상당히 벗었다고 보이는데요. 다시 god 활동을 한다는 게 괜찮을지 염려되지는 않나요?
god에서 노래를 담당했던 것은 아니니까요(웃음). 실제 멤버들끼리 사이가 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다시 예전처럼 서로를 의지하게 됐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진짜 도움이 됐거든요. 우리의 바람대로만 된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가수보다 연기자로 살아온 시간이 더 길죠? 연기자로 데뷔한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으니까요.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아요.
돌아봤죠. 너무 많이 돌아봤어요. 그리고 많은 것이 바뀌었죠.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3년간은 제가 연기를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연기하는 것 자체가 무척 행복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인지도를 유지해나가고 싶었고, 시청률이나 작품에 대한 호응이 떨어지면 무척 불행해졌죠. ‘god 때 너무 큰 사랑을 받았기 때문인가? 그동안 내가 너무 거만했나?’ 휘청거리는 것도 힘들었죠. 진짜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걸고 너무 몰입하니까 결국 제 인생이 깨지더라고요. 매 작품마다 역할에 파고들다 보니 영혼을 조각내서 쓰는 것 같았거든요. 이러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알았는지 몸이 먼저 아프기 시작했어요. 허리도 아프고, 몸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었죠.

2년 전 허리 수술을 받았죠? 지금은 괜찮나요?
허리 디스크라는 게 완치될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당시에는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라 수술을 받았던 건데, 지금은 좋아졌어요. 작년부터 다시 영화를 시작해서 두 편을 찍었어요. 아직 개봉하지 못했지만 두 작품을 끝내면서 배우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다잡게 된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좋은 선배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인생사를 들으면서 제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을 빠르게 정리해나갈 수 있었어요.

지금의 윤계상은 예전과 어떻게 달라져 있나요?
지금 맡은 역할도 예전의 윤계상이 했다면 너무 깊이 파고들어서 바닥까지 내려갔을 거예요. 이 세상 연기를 혼자 다 하는 것처럼 말이죠(웃음). 이제는 연기를 하는 자체, 앙상블을 만들어가는 자체가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즐겁게 작업하고 있죠. 시청률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그와는 상관없이도 이번 작품이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도 여전히 깊이 있는 연기를 추구하고 있잖아요.
연기에는,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전해줘야 한다는 확고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예전에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연기한다면 ‘난 널 사랑해’라고 표현했거든요. 그런데 사랑에는 그보다 복합적인 감정이 더 많거든요. 미웠다가 보고 싶었다가 믿었다가 하는 감정이 흔들리면서 사랑이 되는 건데, 그걸 단순한 ‘사랑’으로 봤던 제 연기가 너무 얕았던 거죠.

현실 속 윤계상의 사랑은 어떤가요? 연인 이하늬 씨가 어떤 응원의 말을 해줬는지 궁금합니다.
(웃음) 많이 응원해주고 있어요. 그분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서, 지금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딘가에서 열심히 응원하고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와의 만남에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았다. 아쉽다며 악수를 청했더니 특유의 눈가 주름을 만들어 순박한 표정을 짓고는 “아휴, 정말 아쉬워요” 하며 손을 내민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또래 소녀 팬들을 잡아주었을 여리고 부드러운 손이지만, 이제는 우직하게 발길 돌려 배우로서 외롭게 싸워온 흔적이 남은 듯 듬직하게만 느껴진다. 물론 그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만 그의 최전방에 포진된 것은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닌, 더 넓혀가야 할 배우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이 아닐까.



글·진혜린 | 사진·KBS 제공


여성동아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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