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기사

WITH SPECIALIST 이재만 변호사의 여성 로스쿨

번지수 없는 유언장은 무효

기획 · 김명희 기자 | 사진 · REX

2015. 06. 10

유언장은 망인의 의사에 따라 상속분을 결정하는 강력한 효력을 지닌다. 만약 유언장의 형식에 일부 하자가 있을 경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번지수 없는 유언장은 무효
번지수 없는 유언장은 무효
Q 저는 2남 3녀 중 둘째이며 맏딸입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2년 전 자필로 유언장을 남겼습니다. 큰오빠를 제외한 4남매에게 유산을 공동 상속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확인해보니 주소가 기재돼 있지 않았습니다. 큰오빠는 이 때문에 유언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유언장 형식에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중요한 건 아버지의 의사가 아닌가요? 이럴 경우 소송을 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A 유언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로 할 수 있고, 민법에 정한 방식에 의해야만 효력이 생깁니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반드시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기재하고 날인을 해야 합니다. 만약 이 중에 하나라도 빠질 경우 그 유언은 효력이 없습니다.

유언에는 법정상속분을 넘어서 재산을 상속받는 강력한 효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언의 내용에 대한 다툼이 생기는 시기는 이미 작성자가 사망한 후이므로 직접 망인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유언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해 효력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특히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제3자의 관여가 없는 간편한 방식으로, 그에 따른 위 · 변조의 위험이 높고 진위의 확인도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형식의 엄격성이 더욱 요구됩니다.

주소는 번지까지 정확하게 적어야

문의하신 것처럼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에서, 유언장에 작성자의 주소를 기재하지 않은 경우 그 유언은 효력이 없습니다. 만약에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 유언장의 내용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와 일치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무효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주소를 쓰도록 하는 규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하였고, 대법원은 지난해 말 자신의 주소를 ‘암사동에서’라고만 쓴 자필증서 유언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유언장에 기재하는 주소는 대충 ‘서울 00동’이라고 적어서는 안 되고 번지수까지 정확하게 적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이번 사안은 소송을 제기한다 해도 유언의 효력을 인정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상속재산은 유언 내용과 관계없이, 법정상속분에 따라 균등하게 분배될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유언장에 쓴 내용을 고칠 때도 주의해야 합니다. 반드시 자필로 수정하고 날인을 해야 효력이 인정됩니다. 자신의 사후 자녀들 사이의 재산 싸움을 막으려고 작성한 유언장이 오히려 분쟁을 일으키는 불씨가 될 수도 있으므로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을 할 경우에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번지수 없는 유언장은 무효
이재만 변호사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리틀 로스쿨’ ‘주니어 로스쿨’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의 저자.



디자인 · 유내경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