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니큐어의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풍문이 있으나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미 그때부터 요즘 말하는 ‘헤나’를 사용해 손톱에 물을 들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다. 그뿐 아니라 그리스 · 로마 시대부터 상류층 여성들은 이미 매니큐어를 칠하며 유행을 선도했다. 참고로 매니큐어라는 말은 손톱이 아닌 손을 뜻하는 라틴어의 마누스(손)와 큐어(손질)의 합성어이기 때문에, 굳이 원래의 뜻을 풀어 쓰자면 손톱을 가꾸는 행위뿐 아니라 손 마사지나 손 화장 등 손을 관리하는 모든 행위를 나타내는 표현이다. 손톱에 바르는 화장품으로서의 매니큐어는 중세로 접어들어 페르시아와의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좀 더 풍부한 화학 원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매니큐어의 의미를 알려면 먼저 손톱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사실 무기력하고 나태해지면 신경조차 안 가는 부위가 바로 손톱이다. 미적인 이유 때문이 아닌, 그저 긴 손톱을 선호한다면 당신은 최근 무기력해졌음을 알 수 있다. 거의 모든 무기력 혹은 무력감의 시작은 대인 관계이니 이 역시 점검해볼 문제다.
반대로 요즘 들어 유달리 매니큐어에 관심이 가거나 네일 숍을 자주 찾는다면 어쩌면 무기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터닝 포인트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손톱에 눈이 자꾸 간다는 건 어느 정도 다시 차오를 힘이 생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사자나 호랑이 혹은 재규어가 그러하듯, 사람도 예외는 아닌지라 손톱에 눈이 간다는 건 그만큼 마음이 민감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면 발톱을 한껏 내민 야생동물을 떠올려보라(물론 어떤 인간들은 위협적인 상황에서 발톱 대신 오리발을 내밀긴 하지만). 힘은 생겼으나 여전히 경계심이 남아 있고 방어적이다. 그래서 자칫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불화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붙이는 손톱은 이럴 때 꽤 유용하다.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뭔가 내 마음에 확신이 없을 때, 오만 가지 감정으로 온통 머릿속이 뒤범벅일 때, 왠지 나의 태도가 가식같이 느껴지고 진실 되지 못한 것 같아 쭈뼛쭈뼛할 때, 인조 손톱은 불편한 마음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다.
빨간색 매니큐어는 ‘욕정’ 상징

그럼 짙은 새빨간 매니큐어는 어떤 심리 상태를 나타낼까? 그렇다. 역시나, 예상했듯, 관능의 상징이다. ‘욕정’이다. 샌들의 계절이 다가오면서 발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발톱 미용(페디큐어)도 라틴어의 페데스(발)에서 나온 말이다. 발톱만 일컫는 말이 아니라 발에 행할 수 있는 모든 미용을 포괄하는 셈이다. 참고로 발톱은 자신감 혹은 내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상징한다. 발톱을 잘 깎지 않고 내버려두는 건, (이 또한 아주 미적으로 감탄할 정도가 아니라면)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고 이어가기를 꺼려하는 무의식의 반영이다. 무슨 일이든 신이 나고 흥이 나면 매사에 활력이 넘치는 법이니까 말이다. 반대로 지나치게 발톱을 다듬거나 손질을 하고 싶다면 이는 평가에 대한 불안, 다시 말해 내가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더 잘 어필할 수 있을지 심하게 걱정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삶에서 추구하는 바가 과연 무엇인지 돌이켜볼 필요도 있는 셈이다.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 디자인 · 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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