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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론’ 강호동의 진심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5.05.18 17:38:00

한때는 ‘시청률 보증수표’로 불리던 강호동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
세금 포탈 의혹으로 1년간의 공백기를 가진 그는 2012년 방송에 복귀했지만 일부 프로그램은 저조한 시청률로 폐지 수순을 밟기도 했다.
KBS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 1백 회 방송을 앞두고 어느 때보다 진지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나선 그에게서 그간의 심경과 각오를 들었다.
‘위기론’ 강호동의 진심
2011년 9월 탈세 의혹에 휩싸이기 전까지 강호동(45)은 방송가에서 대체 불가능한 MC였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유재석과 달리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출연자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의 진행 방식은 KBS ‘1박 2일’과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등을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하지만 그가 1년간의 공백을 가진 후 방송에 복귀한 뒤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를 간판으로 내건 예능 프로그램 ‘달빛 프린스’ ‘별바라기’ ‘투명인간’이 줄줄이 조기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나마 꾸준한 호응 속에서 그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는 프로그램이 2013년 3월 방송을 시작한 ‘우리동네 예체능’이다.

그래서일까. ‘투명인간’의 폐지가 확정된 직후인 3월 25일, ‘우리동네 예체능’ 1백 회 특집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강호동은 “일단 1백 회를 맞아 이렇게 얘기할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쉬운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땀을 흘린 프로그램이 ‘우리동네 예체능’이에요. 탁구, 볼링, 배드민턴, 농구, 태권도, 축구, 테니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족구까지 여덟 종목의 스포츠에 도전하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지만 매회 성장해가는 모습을 통해 생활 체육의 진흥에 기여할 수 있어서 뿌듯했어요.”

▼ 그동안 여러 스포츠에 도전을 거듭하면서 짜릿한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은 추억이 떠오르는데, 무엇보다 일본에서 생활 체육 농구팀과 겨뤄 승리했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어요. 소치 동계올림픽 때 중계에 참여해 태극 마크를 단 국가대표 선수들의 질주를 지켜보고 금메달 따는 순간을 함께한 일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우리동네 예체능 테니스 편’에서 신현준 선배님과 한 조를 이뤄 도전 5개월 만에 공식 첫 승을 거뒀을 때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 벅찬 순간이었죠.

‘위기론’ 강호동의 진심

KBS ‘우리동네 예체능’ 촬영장에서 날렵하게 뛰어올라 배드민턴 공격을 펼치는 강호동.

▼ ‘우리동네 예체능’이 1백 회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한 힘의 원천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생활 체육 동호회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성원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아마추어 동호인과 대결을 벌이며 박진감 넘치는 경기력으로 건강한 웃음과 재미를 유발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매력이거든요. 스포츠맨다운 강인한 정신력과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르려는 애티튜드는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요소가 아닌가 싶어요. 그와 같은 정신력과 애티튜드를 유지한다면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2백 회, 3백 회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봅니다(웃음).

▼ 최근 2년 새 진행을 맡았던 일부 프로그램이 조기 종영해 아쉽지 않았나요.

프로그램은 생명이 다하면 없어지게 마련이죠. 지금까지 방송을 해오면서 능력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받을 때도 있었고, 과대평가를 받을 때도 있었어요. 혼신의 힘을 다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을 때도 있었고요. 그때그때 일희일비하기보다는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그게 방송인으로서의 도리이기도 하고요.

이경규, 신동엽, 유재석의 천재적 예능감 부러워

그렇다면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동료들은 강호동을 어떻게 평가할까. 강호동과 절친한 방송인 정형돈은 “대한민국에서 ‘위기론’이라는 타이틀로 기사를 낼 수 있는 연예인이 몇이나 되겠느냐. 호동이 형님은 위기론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방송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축구 선수 출신 방송인 안정환은 “우리나라에 운동과 방송 분야 모두에서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강호동 씨밖에 없다. 그만큼 남모르는 노력을 많이 하는 분”이라고 평했다.

‘위기론’ 강호동의 진심
배우 이규한은 “팀을 이끌어가는 포용력”을,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와 아이돌 그룹 B1A4 멤버 바로와 개그맨 양상국은 “겉보기와 달리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는 세심한 배려심”을, 가수 홍경민은 “레몬에서 마지막 즙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짜내는 긍정의 에너지”를 강호동의 강점으로 꼽았다. 강호동과 손발을 맞춰온 ‘우리동네 예체능’ 담당 PD는 “강호동 씨는 예체능을 예체능답게 요리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가장 예능 프로그램답게 만드는 MC”라며 “종목이나 출연자가 바뀔 때마다 좋은 팀워크를 다질 수 있도록 파이팅하는 게 강호동 씨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한동안 예능계의 대세는 ‘1박 2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지만 최근에는 그보다 한층 진화한 유기농 자급자족 프로그램과 육아 예능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룬다. 이 때문에 MC 강호동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저희 ‘우리동네 예체능’ 팀은 방송 촬영이 끝나면 ‘경기가 끝났다’고 표현할 정도로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더 바랄 것이 없어요. 하지만 프로그램을 이끄는 MC로서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씨름 선수 출신 방송인이다 보니 MC 분야에 천재적인 감각을 갖고 있는 이경규, 신동엽, 유재석 씨가 동료로서 부럽기도 해요. 그분들과 경쟁하려면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열심히, 치열하게 프로그램에 임할 수밖에 없어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시청자들의 관심과 격려에 보답하는 저 나름의 방식이지요.”

지상파 방송은 물론 종합 편성 채널과 케이블 채널까지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이경규, 신동엽과 달리 지상파 프로그램만 고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그런 건 없습니다. 제가 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난다면 어디든 도전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더욱 신뢰감을 주는 진행자,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기 위한 고민을 아끼지 않는 방송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주세요.”

디자인 · 최진이 기자

여성동아 2015년 5월 6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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