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드라마, 뮤지컬에서 활약하며 출연하는 작품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배우 조승우(38). 그는 대학생이던 2000년 1000:1의 경쟁률을 뚫고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해 지난 18년 동안 다양한 영역에서 ‘대체 불가 배우’임을 연기로 증명해왔다.
9월 19일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힌 작품으로 평가받는 영화 ‘명당’이 개봉됐다. 베일을 벗기 전부터 조승우를 비롯한 연기파 배우들의 대거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시대를 초월해 많은 이들이 차지하고 싶어하는 땅에 관한 이야기다. 땅의 기운을 점쳐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땅의 기운으로 욕망을 채우려는 인물들 간의 대립과 암투를 그린다.
이 작품에서 박재상 역을 맡은 조승우는 그동안 영화는 물론이고 최근 출연한 두 편의 드라마 ‘비밀의 숲’과 ‘라이프’에서도 보여준 적 없는 연기 톤으로 묵직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퍼펙트 게임’(2011)에 이어 조승우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박희곤 감독은 그를 “영화를 꿰뚫는 연기력과 상대 배역들을 아우르는 힘이 대단한 배우”라고 평했다. 그 어떤 수식어로도 설명이 부족한 명품 배우 조승우를 만났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대부분이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뭔가요.
‘이 세상이나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인가?’를 가장 먼저 고려해요. 이번 작품도 제가 맡은 캐릭터가 개인적 복수심을 넘어 세상을 더 좋게 바꾸려는 인물이라는 점에 끌렸어요. “이제 사람을 살리는 땅을 찾고 싶다. 내 모든 재능과 능력을 그런 곳에 쓰고 싶다” 같은 대사나 곤경에 처한 시장 상인들을 위해 무보수로 일해주고, 처지가 딱한 분에게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습요.
지관 역할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촬영하기 전 감독님이 조선 후기의 지관들, 상지관(관상감에 소속된 풍수지리 전문직 관원)들에 대한 자료를 많이 주셨어요. 거기에 지도를 보는 도구들과 방법들이 담겨 있어서 참고했어요. 지관으로 보이려면 위치를 잘 파악하는 눈과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나침반, 해시계 같은 도구가 필요한데 그런 걸 들고 다니면 천재 지관이라는 이미지와 맞지 않을 것 같았어요. 눈으로만 보고도 우물이 솟을 자리를 알고, 살기가 도는 땅과 기운이 좋은 명당을 척척 알아채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지관으로 비치기 위해 촬영할 때는 그런 도구를 쓰지 않았어요.
이번 작품에 지성, 백윤식, 김성균, 문채원, 유재명, 이원근 등 연기파 배우가 대거 출연했더군요. 다른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극에서 저랑 호흡을 많이 맞춘 배우는 몰락한 왕손 흥선 역을 맡은 지성 형과 박재상의 친구 구용식 역을 맡은 유재명 형 정도예요. 백윤식 선생님과 만난 장면은 한두 신밖에 안 돼요. 지성 형은 열정 그 자체예요. 책임감이 엄청나요. 현장에서도 진짜 많은 걸 느끼게 해줬어요. 배우의 본모습은 저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성실하고 흐트러짐이 없고, 항상 모든 신에 대한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었어요. 또 그 신을 찍기 전까지의 과정에 혼자만의 루틴이 있는 것 같아요. 대기 시간에도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서 현장에서 형과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눠보진 못했어요. 그리고 지성 형은 항상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연기해요. 아마 감독님이 당신이 원할 때까지, 만족할 때까지 해보라고 하면 그 형은 끝을 안 낼 사람이에요. 그 정도로 배우로서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게다가 지치지도 않아 절로 엄지척이 됐어요. 재명이 형과는 ‘비밀의 숲’ ‘라이프’ 등 많은 작품을 같이해서 현장에서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 리허설 없이 촬영에 들어가도 죽이 척척 맞을 정도고요.
유재명 씨의 결혼, 지성 씨의 둘째 임신 소식을 듣고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법한데요.
아직 어리잖아요. 하하하.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정을 꾸릴 만한 준비가 됐는지 제 자신에게 물어보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아직 안 됐다’는 답을 얻게 돼요.
철들고 싶지 않은가 봐요.
철들고 싶죠. 근데 새로운 가정을 꾸려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직 자신이 없어요.
‘명당’은 가문의 앞날을 위해 명당에 집착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잖아요. 조승우 씨도 개인적으로 특별히 애정하거나 집착하는 뭔가가 있나요.
저는 제 공간에 집착하는 편이에요. 제가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요. 지인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맡겨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했어요. 근데 그분에게 제가 사진을 2백여 장이나 보냈대요. 제가 살아가야 할 곳이고 원래 집 안에서 지내는 걸 좋아하는 ‘집돌이’기 때문에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거든요. 심지어, 저와 같이 사는 개와 고양이가 털북숭이라 겨울에 난방하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아서 거실 가장자리 일부는 열선을 빼도록 조치했어요. 강아지가 자주 머무는 위치를 골라서요.
같이 사는 반려동물이 몇 식구인가요.
개 한 마리에 고양이 두 마리요. 서로 아주 잘 지내요. 우리 개가 잘 안 짖어요. 예전엔 개 두 마리, 고양이 네 마리랑 살았는데 고양이 두 마리를 엄마 집으로 보냈어요. 엄마가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후 강아지는 가슴 아파서 더는 못 키우겠다고 하셔서 제 애묘들을 긴급 투입했죠. 그 두 마리가 지금도 엄마랑 지내고 있어요. 엄마가 다시 보내줄 생각을 안 하세요(웃음).
집이 단독주택인가요.
아파트인데 반려동물과 언제든지 산책하기 쉽게 1층에 살아요.
반려동물들에게도 명당을 만들어주셨네요. 자신이 생각하는 ‘명당’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자기가 잘 먹고, 잘 쉬고, 하고 싶은 걸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명당이 아닌가 싶어요.
현재 거주하는 집도 그런 기준으로 선택했나요.
저희 집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데 오래 살아서인지 이 동네가 참 좋아요. 지금 사는 집은 전세로 오래 거주하다가 주인아주머니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샀죠. 이사를 가고 싶었는데 집이 안 빠지더라고요. 그 집을 고쳐 살고 있는데 지금은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동안 출연한 작품 중 명작이 많아요. 그중 가장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요.
전 제가 나온 작품을 잘 못 봐요. ‘퍼펙트 게임’도 개봉된 후에는 안 봤어요. 제 영화를 두 번 정도 봐요. 언론시사회와 VIP 시사회 때요.
어떤 작품을 하든, 어떤 역할을 맡든 물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평이 많아요. 스스로도 배우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릴 때는 주변에서 정말 이상하게 볼 정도로 조용한 아이였어요. 존재감이 없고 꿈도 없었어요. 그러다 중학교 때 연극 한 편을 보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하면서 예고에 진학하게 됐고, 뮤지컬에 빠져 뮤지컬만 바라보고 가다가 대학교 2학년 때 영화로 데뷔했죠. 그 영화를 하고 나서 아무 작품도 들어오지 않을 때 소극장 무대에서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뤘고요. 그때도, 지금도 저는 연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배우가 천직이라기보다 할 줄 아는 것도, 제 가슴이 뛰는 일도 이것밖에 없어요.
나름의 연기 철칙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상대 배우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요. 호흡을 주고받으며 감정적으로 교감하는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요. 그래서 혼자 돋보이려고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부리거나 주관적으로 해석한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과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는 편이에요. 좋은 상대 배우를 만나면 굳이 연기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구상한 대로 하지 않아도 전혀 새로운 걸 느끼거든요. 운 좋게도 지금까지 그런 상대 배우들을 만나왔어요. 그런 상대 배역과의 앙상블, 교감이 없으면 제가 아무리 매력적인 역을 맡아도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그동안 만난 최고의 상대 배우를 꼽는다면요.
다 좋았는데 굳이 한 명을 꼽으라면 배두나 씨요.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상대 배우로 만났는데 그분 특유의 자연스러운 호흡 덕분에 내가 연기를 하는 것인지,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대사를 대사 같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배우더라고요.
주변과의 앙상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항상 뮤지컬을 병행해왔는데 무대에서의 앙상블은 절대적이에요. 그래서 제가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을 때부터는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과 호흡을 가장 우선순위에 뒀어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라이프’ 촬영장에서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고 손 편지를 돌려 감동을 자아냈다고 들었어요.
손 편지는 아니고 손 메모 수준이에요. 하하하. 제가 드라마를 하면서 많이 피곤해했더니 소속사에서 발 마사지 기계를 사줬는데 써보니 ‘이런 신세계가 있었나’ 싶더라고요. 차에서도 사용하기가 편리해 이동하면서 발 마사지를 받으면 피로가 풀리거든요.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라 여러 개를 구입해 (이)동욱이, (이)규형이, (유)재명이 형, 태인호 등 ‘라이프’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하나씩 선물했어요. 박스 포장 위에 ‘이거 ○○거, 발 마사지해봐. 시원해!’라고 써서요(웃음).
언제부턴가 멜로 장르는 하지 않는것 같아요.
사실 그동안 멜로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영화 ‘클래식’ ‘도마뱀’ ‘춘향뎐’ ‘후아유’ 정도가 전부예요. 그런 작품들이 저를 성장시킨 면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연기하려고 하면 저도 모르게 오글거리게 되더라고요. 나이를 먹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에 때를 묻혀서인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은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단어인데, 그런 사랑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작품을 만나면 한 발짝 물러나게 돼요.
사랑 때문에 상처 받은 일이 있나요.
상처는 누구나 받고 누구나 주죠.
왜 멜로물을 멀리하게 되는 걸까요.
사실 멜로는 묘한 경계선이 있어요. 그 시대가 원하는 사랑의 기준을 경계로 어떤 때는 세련된 사랑이 되고, 어떤 때는 촌스러운 사랑이 되죠. 같은 사랑이라도 어느 시대에는 신파가 되고, 어느 시대에는 오글거리는 감정으로 치부되기도 하고요. 그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사랑 자체를 세련되고 고급지게 표현해내는 작품이 있는 반면 그 흐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 헤매는 작품도 있어요. 근데 저는 그걸 구별할 수 있는 눈이 없어진 것 같아요. 사랑에 무감각해진 게 아니라 자신이 없어요.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좌우명이 있나요.
예전에는 무대에 서면 지나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었어요. 저녁 8시 공연이면 오후 2시쯤 극장에 갔어요. 아무도 없는 무대 위에서 혼자 집중해 전날 실수한 부분과 모자란 점을 연습으로 만회해야 성에 찼어요. 안 풀리는 게 있으면 연출을 괴롭혔어요. 실수하면 억울해서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제 자신을 자책하고 못 살게 구는 스타일이었죠. 근데 지금은 정해진 시간에 남들보다 더 부지런히 연습하는 수준에서 준비 과정을 끝내요. 공연을 마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라는 생각이 들면 이제는 잘 잘 수 있고요. 잘하고, 못하고는 제 스스로 판단할 일이 아닌 듯해요. ‘항상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됐다’ 싶어요.
완벽주의 성향이 바뀐 계기는요.
예전에 고수하던 완벽주의는 제 한계를 무시한 채, 제가 해낼 수 없는 초인적인 걸 원했어요. 제가 제 자신의 한계를 모르다 보니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 저를 혹사했어요. 늘 제가 생각하는 기대치에 못 미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부질없는 욕심을 내려놓고 저를 객관적으로 봐주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함으로써 제 주관적인 생각과 객관적인 판단을 반씩 섞어서 생각해요. 그렇게 바뀐 지가 10년쯤 됐어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재공연 직전 성대 결절이 생기면서 지난날을 돌아보며 반성했거든요.
성대 결절 진단을 받고 나서 ‘여기가 끝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그 시련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관객들 덕분이죠. 성대 결절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아무런 연습도 안 돼 있었어요. 병원에서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어요. 공연을 하면 안 되는데 이미 표가 다 나간 상태였어요. 예전엔 ‘지킬 앤 하이드’ 앙코르 공연의 티켓 예매를 개시하면 5분 만에 매진됐어요. 관객이 그만큼 저를 원하는데 차마 목이 아파서 하차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책임감 때문에 젖 먹던 힘까지 내서 공연을 했는데 관객들이 박수갈채를 보내줬어요. 엉망진창으로 했는데도 저를 보려고 일찍이 예매를 하고 암표까지 사서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했어요 정말 내가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성대 결절이 생긴 건 결국 과한 욕심을 부린 제 탓이니 다시는 관객들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정도껏 하자고 마음먹게 됐고요.
배우 아닌 자연인 조승우를 위해 하는 일은 뭔가요.
제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은 운동밖에 없어요. 운동한 지 햇수로 3년 됐어요.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해야겠더라고요. 헬스 트레이너에게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고 있어요. 간간이 복싱도 하고요.
복싱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듯해요.
스트레스가 더 쌓입니다. 하하하. 한번 해보세요. 1년은 해야 잘 때릴 수 있지 안 그러면 힘만 들어요. 복싱을 시작한 지 3개월 됐는데 지난 한 달은 아예 못 했어요.
살면서 일탈을 해본 적이 있나요.
(곰곰이 생각하더니) 제가 그게 없네요. 일탈을 안 해봐서 20대 때의 추억이 많지 않아요. 오로지 일만 했어요. 학창 시절엔 뮤지컬에 빠져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고요. 저의 20대는 촬영하고 공연한 기억밖에 없어요.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요. 최고의 일탈이 군대에 간 거네요. 하하하.
남보다 빨리 정상의 자리에 올랐는데 그게 장점이 됐나요, 단점이 됐나요.
일장일단이 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했는데, 임권택 감독님 작품이고 칸국제영화제에 간다고 하니 학교(단국대)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여러모로 편의를 봐줬어요. 하지만 그때부터 작품 활동이 이어져 학교에 대한 추억이 많지 않아요. 휴학하고 촬영하다 일 없을 때 복학하는 식으로 간신히 학업을 마쳐 풋풋한 캠퍼스의 추억도, 마음껏 놀아본 기억도 없어요. 그래도 그렇게 일했기 때문에 ‘지킬 앤 하이드’나 영화 ‘타짜’ ‘말아톤’ 등을 통해 조승우라는 이름을 알리고 계속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만약 ‘춘향뎐’ 오디션에서 떨어졌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건 뮤지컬이었기 때문에 뮤지컬을 하고 있을 거예요.
‘명당’ 언론시사회 직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명당’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 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 답을 찾았나요.
약간 부족한 게 있더라도 행복한 삶과 넘치게 누리는 데도 뭔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삶이 있어요. 저는 그 경계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삶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면 10년 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지금이랑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을 듯합니다. 그때는 제 나이가 50세를 코앞에 두고 있을 테죠. 지금보다 입지가 좁아지겠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 있으면 그것이 조연이든, 단역이든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연기할 겁니다.
사진 이상윤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9월 19일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넓힌 작품으로 평가받는 영화 ‘명당’이 개봉됐다. 베일을 벗기 전부터 조승우를 비롯한 연기파 배우들의 대거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시대를 초월해 많은 이들이 차지하고 싶어하는 땅에 관한 이야기다. 땅의 기운을 점쳐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과 땅의 기운으로 욕망을 채우려는 인물들 간의 대립과 암투를 그린다.
이 작품에서 박재상 역을 맡은 조승우는 그동안 영화는 물론이고 최근 출연한 두 편의 드라마 ‘비밀의 숲’과 ‘라이프’에서도 보여준 적 없는 연기 톤으로 묵직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퍼펙트 게임’(2011)에 이어 조승우와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박희곤 감독은 그를 “영화를 꿰뚫는 연기력과 상대 배역들을 아우르는 힘이 대단한 배우”라고 평했다. 그 어떤 수식어로도 설명이 부족한 명품 배우 조승우를 만났다.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대부분이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뭔가요.
‘이 세상이나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인가?’를 가장 먼저 고려해요. 이번 작품도 제가 맡은 캐릭터가 개인적 복수심을 넘어 세상을 더 좋게 바꾸려는 인물이라는 점에 끌렸어요. “이제 사람을 살리는 땅을 찾고 싶다. 내 모든 재능과 능력을 그런 곳에 쓰고 싶다” 같은 대사나 곤경에 처한 시장 상인들을 위해 무보수로 일해주고, 처지가 딱한 분에게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습요.
지관 역할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요.
촬영하기 전 감독님이 조선 후기의 지관들, 상지관(관상감에 소속된 풍수지리 전문직 관원)들에 대한 자료를 많이 주셨어요. 거기에 지도를 보는 도구들과 방법들이 담겨 있어서 참고했어요. 지관으로 보이려면 위치를 잘 파악하는 눈과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나침반, 해시계 같은 도구가 필요한데 그런 걸 들고 다니면 천재 지관이라는 이미지와 맞지 않을 것 같았어요. 눈으로만 보고도 우물이 솟을 자리를 알고, 살기가 도는 땅과 기운이 좋은 명당을 척척 알아채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지관으로 비치기 위해 촬영할 때는 그런 도구를 쓰지 않았어요.
이번 작품에 지성, 백윤식, 김성균, 문채원, 유재명, 이원근 등 연기파 배우가 대거 출연했더군요. 다른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극에서 저랑 호흡을 많이 맞춘 배우는 몰락한 왕손 흥선 역을 맡은 지성 형과 박재상의 친구 구용식 역을 맡은 유재명 형 정도예요. 백윤식 선생님과 만난 장면은 한두 신밖에 안 돼요. 지성 형은 열정 그 자체예요. 책임감이 엄청나요. 현장에서도 진짜 많은 걸 느끼게 해줬어요. 배우의 본모습은 저런 거구나 싶을 정도로 성실하고 흐트러짐이 없고, 항상 모든 신에 대한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었어요. 또 그 신을 찍기 전까지의 과정에 혼자만의 루틴이 있는 것 같아요. 대기 시간에도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서 현장에서 형과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눠보진 못했어요. 그리고 지성 형은 항상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연기해요. 아마 감독님이 당신이 원할 때까지, 만족할 때까지 해보라고 하면 그 형은 끝을 안 낼 사람이에요. 그 정도로 배우로서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게다가 지치지도 않아 절로 엄지척이 됐어요. 재명이 형과는 ‘비밀의 숲’ ‘라이프’ 등 많은 작품을 같이해서 현장에서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 리허설 없이 촬영에 들어가도 죽이 척척 맞을 정도고요.
유재명 씨의 결혼, 지성 씨의 둘째 임신 소식을 듣고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법한데요.
아직 어리잖아요. 하하하.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정을 꾸릴 만한 준비가 됐는지 제 자신에게 물어보면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아직 안 됐다’는 답을 얻게 돼요.
철들고 싶지 않은가 봐요.
철들고 싶죠. 근데 새로운 가정을 꾸려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직 자신이 없어요.
‘명당’은 가문의 앞날을 위해 명당에 집착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잖아요. 조승우 씨도 개인적으로 특별히 애정하거나 집착하는 뭔가가 있나요.
저는 제 공간에 집착하는 편이에요. 제가 생활하는 공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요. 지인에게 인테리어 공사를 맡겨 오래된 집을 리모델링했어요. 근데 그분에게 제가 사진을 2백여 장이나 보냈대요. 제가 살아가야 할 곳이고 원래 집 안에서 지내는 걸 좋아하는 ‘집돌이’기 때문에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거든요. 심지어, 저와 같이 사는 개와 고양이가 털북숭이라 겨울에 난방하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아서 거실 가장자리 일부는 열선을 빼도록 조치했어요. 강아지가 자주 머무는 위치를 골라서요.
같이 사는 반려동물이 몇 식구인가요.
개 한 마리에 고양이 두 마리요. 서로 아주 잘 지내요. 우리 개가 잘 안 짖어요. 예전엔 개 두 마리, 고양이 네 마리랑 살았는데 고양이 두 마리를 엄마 집으로 보냈어요. 엄마가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후 강아지는 가슴 아파서 더는 못 키우겠다고 하셔서 제 애묘들을 긴급 투입했죠. 그 두 마리가 지금도 엄마랑 지내고 있어요. 엄마가 다시 보내줄 생각을 안 하세요(웃음).
집이 단독주택인가요.
아파트인데 반려동물과 언제든지 산책하기 쉽게 1층에 살아요.
반려동물들에게도 명당을 만들어주셨네요. 자신이 생각하는 ‘명당’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자기가 잘 먹고, 잘 쉬고, 하고 싶은 걸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명당이 아닌가 싶어요.
현재 거주하는 집도 그런 기준으로 선택했나요.
저희 집이 서울 서초구에 있는데 오래 살아서인지 이 동네가 참 좋아요. 지금 사는 집은 전세로 오래 거주하다가 주인아주머니에게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샀죠. 이사를 가고 싶었는데 집이 안 빠지더라고요. 그 집을 고쳐 살고 있는데 지금은 너무 마음에 들어요.
그동안 출연한 작품 중 명작이 많아요. 그중 가장 다시 보고 싶은 영화는요.
전 제가 나온 작품을 잘 못 봐요. ‘퍼펙트 게임’도 개봉된 후에는 안 봤어요. 제 영화를 두 번 정도 봐요. 언론시사회와 VIP 시사회 때요.
어떤 작품을 하든, 어떤 역할을 맡든 물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평이 많아요. 스스로도 배우가 천직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릴 때는 주변에서 정말 이상하게 볼 정도로 조용한 아이였어요. 존재감이 없고 꿈도 없었어요. 그러다 중학교 때 연극 한 편을 보고 배우를 꿈꾸기 시작하면서 예고에 진학하게 됐고, 뮤지컬에 빠져 뮤지컬만 바라보고 가다가 대학교 2학년 때 영화로 데뷔했죠. 그 영화를 하고 나서 아무 작품도 들어오지 않을 때 소극장 무대에서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뤘고요. 그때도, 지금도 저는 연기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배우가 천직이라기보다 할 줄 아는 것도, 제 가슴이 뛰는 일도 이것밖에 없어요.
나름의 연기 철칙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상대 배우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요. 호흡을 주고받으며 감정적으로 교감하는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요. 그래서 혼자 돋보이려고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부리거나 주관적으로 해석한 캐릭터를 보여주려고 과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자제하는 편이에요. 좋은 상대 배우를 만나면 굳이 연기를 하려고 하지 않아도, 구상한 대로 하지 않아도 전혀 새로운 걸 느끼거든요. 운 좋게도 지금까지 그런 상대 배우들을 만나왔어요. 그런 상대 배역과의 앙상블, 교감이 없으면 제가 아무리 매력적인 역을 맡아도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그동안 만난 최고의 상대 배우를 꼽는다면요.
다 좋았는데 굳이 한 명을 꼽으라면 배두나 씨요.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상대 배우로 만났는데 그분 특유의 자연스러운 호흡 덕분에 내가 연기를 하는 것인지,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대사를 대사 같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배우더라고요.
주변과의 앙상블, 상대 배우와의 호흡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저는 항상 뮤지컬을 병행해왔는데 무대에서의 앙상블은 절대적이에요. 그래서 제가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됐을 때부터는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과 호흡을 가장 우선순위에 뒀어요.
최근 종영한 드라마 ‘라이프’ 촬영장에서 주변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고 손 편지를 돌려 감동을 자아냈다고 들었어요.
손 편지는 아니고 손 메모 수준이에요. 하하하. 제가 드라마를 하면서 많이 피곤해했더니 소속사에서 발 마사지 기계를 사줬는데 써보니 ‘이런 신세계가 있었나’ 싶더라고요. 차에서도 사용하기가 편리해 이동하면서 발 마사지를 받으면 피로가 풀리거든요. 가성비가 높은 제품이라 여러 개를 구입해 (이)동욱이, (이)규형이, (유)재명이 형, 태인호 등 ‘라이프’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하나씩 선물했어요. 박스 포장 위에 ‘이거 ○○거, 발 마사지해봐. 시원해!’라고 써서요(웃음).
언제부턴가 멜로 장르는 하지 않는것 같아요.
사실 그동안 멜로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영화 ‘클래식’ ‘도마뱀’ ‘춘향뎐’ ‘후아유’ 정도가 전부예요. 그런 작품들이 저를 성장시킨 면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연기하려고 하면 저도 모르게 오글거리게 되더라고요. 나이를 먹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에 때를 묻혀서인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은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단어인데, 그런 사랑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작품을 만나면 한 발짝 물러나게 돼요.
사랑 때문에 상처 받은 일이 있나요.
상처는 누구나 받고 누구나 주죠.
왜 멜로물을 멀리하게 되는 걸까요.
사실 멜로는 묘한 경계선이 있어요. 그 시대가 원하는 사랑의 기준을 경계로 어떤 때는 세련된 사랑이 되고, 어떤 때는 촌스러운 사랑이 되죠. 같은 사랑이라도 어느 시대에는 신파가 되고, 어느 시대에는 오글거리는 감정으로 치부되기도 하고요. 그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사랑 자체를 세련되고 고급지게 표현해내는 작품이 있는 반면 그 흐름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 헤매는 작품도 있어요. 근데 저는 그걸 구별할 수 있는 눈이 없어진 것 같아요. 사랑에 무감각해진 게 아니라 자신이 없어요.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좌우명이 있나요.
예전에는 무대에 서면 지나칠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었어요. 저녁 8시 공연이면 오후 2시쯤 극장에 갔어요. 아무도 없는 무대 위에서 혼자 집중해 전날 실수한 부분과 모자란 점을 연습으로 만회해야 성에 찼어요. 안 풀리는 게 있으면 연출을 괴롭혔어요. 실수하면 억울해서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제 자신을 자책하고 못 살게 구는 스타일이었죠. 근데 지금은 정해진 시간에 남들보다 더 부지런히 연습하는 수준에서 준비 과정을 끝내요. 공연을 마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라는 생각이 들면 이제는 잘 잘 수 있고요. 잘하고, 못하고는 제 스스로 판단할 일이 아닌 듯해요. ‘항상 최선을 다하면 그걸로 됐다’ 싶어요.
완벽주의 성향이 바뀐 계기는요.
예전에 고수하던 완벽주의는 제 한계를 무시한 채, 제가 해낼 수 없는 초인적인 걸 원했어요. 제가 제 자신의 한계를 모르다 보니 할 수 있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 저를 혹사했어요. 늘 제가 생각하는 기대치에 못 미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부질없는 욕심을 내려놓고 저를 객관적으로 봐주는 사람에게 조언을 구함으로써 제 주관적인 생각과 객관적인 판단을 반씩 섞어서 생각해요. 그렇게 바뀐 지가 10년쯤 됐어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재공연 직전 성대 결절이 생기면서 지난날을 돌아보며 반성했거든요.
성대 결절 진단을 받고 나서 ‘여기가 끝인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들었어요. 그 시련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관객들 덕분이죠. 성대 결절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아무런 연습도 안 돼 있었어요. 병원에서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어요. 공연을 하면 안 되는데 이미 표가 다 나간 상태였어요. 예전엔 ‘지킬 앤 하이드’ 앙코르 공연의 티켓 예매를 개시하면 5분 만에 매진됐어요. 관객이 그만큼 저를 원하는데 차마 목이 아파서 하차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책임감 때문에 젖 먹던 힘까지 내서 공연을 했는데 관객들이 박수갈채를 보내줬어요. 엉망진창으로 했는데도 저를 보려고 일찍이 예매를 하고 암표까지 사서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했어요 정말 내가 감사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죠. 성대 결절이 생긴 건 결국 과한 욕심을 부린 제 탓이니 다시는 관객들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정도껏 하자고 마음먹게 됐고요.
배우 아닌 자연인 조승우를 위해 하는 일은 뭔가요.
제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은 운동밖에 없어요. 운동한 지 햇수로 3년 됐어요.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해야겠더라고요. 헬스 트레이너에게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고 있어요. 간간이 복싱도 하고요.
복싱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될 듯해요.
스트레스가 더 쌓입니다. 하하하. 한번 해보세요. 1년은 해야 잘 때릴 수 있지 안 그러면 힘만 들어요. 복싱을 시작한 지 3개월 됐는데 지난 한 달은 아예 못 했어요.
살면서 일탈을 해본 적이 있나요.
(곰곰이 생각하더니) 제가 그게 없네요. 일탈을 안 해봐서 20대 때의 추억이 많지 않아요. 오로지 일만 했어요. 학창 시절엔 뮤지컬에 빠져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고요. 저의 20대는 촬영하고 공연한 기억밖에 없어요.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요. 최고의 일탈이 군대에 간 거네요. 하하하.
남보다 빨리 정상의 자리에 올랐는데 그게 장점이 됐나요, 단점이 됐나요.
일장일단이 있어요. 대학교 2학년 때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했는데, 임권택 감독님 작품이고 칸국제영화제에 간다고 하니 학교(단국대)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고 여러모로 편의를 봐줬어요. 하지만 그때부터 작품 활동이 이어져 학교에 대한 추억이 많지 않아요. 휴학하고 촬영하다 일 없을 때 복학하는 식으로 간신히 학업을 마쳐 풋풋한 캠퍼스의 추억도, 마음껏 놀아본 기억도 없어요. 그래도 그렇게 일했기 때문에 ‘지킬 앤 하이드’나 영화 ‘타짜’ ‘말아톤’ 등을 통해 조승우라는 이름을 알리고 계속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만약 ‘춘향뎐’ 오디션에서 떨어졌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제가 가장 사랑하는 건 뮤지컬이었기 때문에 뮤지컬을 하고 있을 거예요.
‘명당’ 언론시사회 직후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명당’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 했어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그 답을 찾았나요.
약간 부족한 게 있더라도 행복한 삶과 넘치게 누리는 데도 뭔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삶이 있어요. 저는 그 경계에 있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삶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다면 10년 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지금이랑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을 듯합니다. 그때는 제 나이가 50세를 코앞에 두고 있을 테죠. 지금보다 입지가 좁아지겠지만 저를 필요로 하는 작품이 있으면 그것이 조연이든, 단역이든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연기할 겁니다.
사진 이상윤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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