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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영·김경록의 아름다운 동행

뇌종양 투병부터 쌍둥이 형제 육아까지

글 · 김지영 기자 | 사진 · 지호영 기자

입력 2015.04.16 11:37:00

동갑내기여서일까, 아니면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같이해서일까. 아내와 남편은 화보를 찍을 때도, 함께 걸어온 길을 되돌아볼 때도 죽이 척척 맞았다.
뇌종양과 공천 탈락의 아픔을 나누며 한층 견고해진 사랑으로 쌍둥이 형제를 키우는 가수 출신 사업가 황혜영과 정치인 출신 교수 김경록 부부 이야기.
황혜영·김경록의 아름다운 동행
불혹의 나이를 목전에 두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2011년 10월 23일은 그룹 투투 출신의 패션사업가 황혜영(43)과 최근 정계를 떠나 학교로 일터를 옮긴 김경록(43) 경희사이버대 교양학부 교수가 만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은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당시 황혜영은 가요계를 떠난 뒤 온라인 쇼핑몰 ‘아마이’(www.amai.co.kr)를 운영하며 연간 1백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성공한 CEO로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같은 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김 교수는 2002년 정대철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표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뒤 같은 당 소속 유인태 의원의 보좌관, 원혜영 원내대표 비서실 부국장, 국회 정책전문위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연구원을 지낸 전도유망한 정치인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결혼식 당일은 얼떨떨했어요. 만난 지 1년 만에 부부가 된 게 실감나지 않더라고요.”(황혜영)

“감개무량했죠. 아내의 첫인상을 생각하면 하늘의 뜻이 아니고서야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거든요.”(김경록)

#일과 이분의 일-사랑과 우정 사이

첫인상의 굴욕 딛고 전화 데이트




1973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010년 10월 23일 황혜영을 비롯한 뷰티업계 사업가들의 친목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는 김씨가 조지타운대에서 객원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였다. 황혜영은 “남편의 첫인상에 끌렸던 것 같진 않다. 정치인이라는 말을 먼저 들어서 나와 거리가 먼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아내의 첫인상이 ‘뭐, 이런!’이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정도로 무척 안 좋았다”며 “그룹 투투 멤버로 한창 활동할 때 군인의 신분으로 아내를 TV에서 자주 접했지만 아내의 깜찍한 외모나 춤을 보면서도 여자로서 매력을 느낀 적은 없다”고 기억했다. 아내 앞에서 소신 발언을 하는 ‘간 큰 남자’가 걱정됐지만, 아내 황혜영은 미소를 머금고 “그런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면서 “내 첫인상이 정말 안 좋았다”고 남 얘기하듯 무심하게 반응했다.

“처음 만난 날 아내가 모임 장소에 선글라스를 끼고 와서는 인사도 대충 하고 자리에 앉더라고요. 더 가관인 건 식사 중에도 선글라스를 안 벗는 거예요. 연예인이라서 별난 건가 했죠.”

“실은 그 즈음 눈가에 비타민주사를 맞았는데 실핏줄이 터져 한쪽 눈 주변이 시커멓게 멍들어 있었어요. 처음엔 남에게 보이기가 민망해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는데 밥 먹기가 불편해서 나중엔 그냥 벗고 먹었어요. 그때는 남편도 저에 대한 오해가 풀렸을 거예요.”(황혜영)

“오해는 그 전에 풀렸어요. 처음엔 말 섞기 싫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아내가 먼저 말을 걸어왔어요. 첫 물음이 ‘뭐 닮았단 소리 안 들어요?’였어요. 인칭대명사인 ‘누구’도 아니고 ‘뭐’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더니 ‘스누피를 닮았다’고 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스누피를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제게 호감을 갖고 먼저 관심을 보인 거였죠. 저는 그걸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한 거고요(웃음).”

자리를 파할 무렵 연락처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그날 이후 자주 통화하고 이따금 만나는 친구사이가 됐다. 이성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몰랐던 남자는 자꾸 신경이 쓰여 전화를 걸게 만드는 여자에 대한 감정이 우정이 아닌 애정임을 미처 알지 못했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으로 바빠 밤 문화를 즐길 겨를이 없던 여자 역시 남자와의 소주파티나 노래방 데이트를 주저하지 않는 자신의 행동이 호감을 넘어섰음을 간파하지 못했다. 한동안 이들은 그렇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

황혜영·김경록의 아름다운 동행
“서로 라이프스타일이 너무 다르기도 했고, 나이가 많이 들어서 누군가를 만나면 감정이 앞서던 어릴 때처럼 할 수가 없었어요. 저와 정말 끝까지 갈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이것저것 따지게 되고, 상대가 제게 혹은 제가 상대에게 부담스러운 존재는 아닌지도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황혜영)

“아내가 저희는 여러모로 너무 달라서 결혼은 못 할 거라며 제게 ‘친구하자’고 했지만 그 나이에 여자와 친구로 지내는 것도 내키지 않고, 만날 시간도 없어서 아내를 일부러 멀리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도 자꾸 마음이 쓰여서 전화통화는 자주 했죠.”

#일 더하기 일-아픔 나누며 깊어진 사랑

지켜주고 싶은 여자와 의지하고 싶은 남자


황혜영·김경록의 아름다운 동행

황혜영이 뇌종양 초기 판정을 받은 후 서로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제 짝’임을 깨달은 김경록 황혜영 부부.

그러던 어느 날 이들이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로 서로를 다시 보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명증으로 이비인후과를 드나들며 약을 먹던 황혜영이 정밀검사를 받은 후 뇌종양의 한 종류인 ‘뇌수막종 초기’라는 판정을 받은 것.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한 달간 약을 먹어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어요. 신경외과로 가서 MRI를 찍었지만 중병이라고 생각진 않았어요. 나중에 검사 결과를 듣고는 충격이 몰려와 병원에 한참 앉아 있었죠. ‘그동안 이러려고 살았나,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왜 하필 나야!’ 하는 생각으로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황혜영)

“아내가 정밀검사를 받은 것도, 검사결과를 들으러 간 것도 알고 있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연락이 없었어요. 전화를 걸어 결과를 물었더니 ‘뇌종양이래요!’라는 말을 감기 걸린 옆집 아저씨 얘기처럼 하는 거예요. 왜 한 시간이나 병원에 앉아 있느냐고 했더니 힘들어서 혼자 앉아 있대요. 그 심정을 알겠더라고요. 가수로 인기를 누렸고, 사업을 한창 하고 있는데 저와 같은 나이에 갑자기 뇌종양이라는 얘기를 들으면 머리가 멍할 것 같더라고요. 누구랑 갔느냐니까 혼자 갔대요. ‘딱히 바쁜 것도 아니니 다음부터는 같이 가주겠다, 혼자 가지 말라’고 했죠.”

황혜영의 뇌수막에 생긴 종양은 제거할 수 없는 위험한 자리에 있어 그는 ‘감마나이프’라는 강력한 방사선을 종양에 쬐여 종양의 크기가 유지되게 하는 수술을 받았다. 주치의는 “평생 종양이 커지지 않게 관리하면서 살아야 한다”며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종양이 지금의 크기만 유지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일러줬다.

수술할 즈음부터 황혜영과 김 교수는 티격태격하는 일이 잦아졌다. 머리에 철심을 박아야 하는 수술이어서 덜컥 겁이 난 황혜영은 본의 아니게 김 교수에게 짜증 섞인 투정을 부렸고, 김 교수는 달리 치료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수술하기 싫다’는 말을 내뱉는 황혜영이 야속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이들은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면서 천생배필임을 깨닫게 됐다.

“이제야 말하지만, 이 사람에게는 제가 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내를 정말 좋아하니까 평생 곁을 지켜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죠.”

“아픈 몸으로 누군가와 미래를 논하는 건 과욕이 아닐까 싶어 남편을 밀어내려 한 적도 있어요. 그럼에도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곁을 지켜주는 남편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이 남자에게 의지하고 싶었고, 의지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온전한 둘-부창부수

존댓말로 대화하고 서로 위해주는 동갑내기 커플


황혜영의 부모는 병원에서 딸을 보살피던 김 교수가 예비 사위임을 직감하고 그를 집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다. 김 교수도 이듬해 5월 황혜영을 그의 부모에게 데려가 정식으로 인사시켰다. 김 교수의 모친은 금고에 보관해뒀던 반지를 가져와 만난 지 30분밖에 안 된 황혜영에게 건네며 “며느리가 생기면 주려고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들인 김 교수도 예기치 못한 ‘반전’이었다.

“사실 어른들이 그다지 반기는 직업이 아닌 연예인이고, 나이도 적지 않은 데다 건강 체질로 보이지도 않아서 처음엔 어머니가 아내와의 결혼을 반대하실 줄 알았어요. 근데 30분 만에 이 사람에게 반지를 내주면서 게임 끝이었죠(웃음).”

황혜영·김경록의 아름다운 동행
그해 9월 양가어른들이 상견례를 한지 한 달 만에 두 사람은 웨딩마치를 울렸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이듬해 2월 김 교수가 19대 총선을 두 달 남짓 앞두고 경기 안양시 동안을 선거구의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치자 황혜영은 정치인의 아내로서 민낯에 머리를 질끈 묶고 선거운동 점퍼와 운동화를 착용한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며 남편을 내조했다. 부부의 합심 유세는 김 교수가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하며 수포로 돌아갔지만 둘 사이에 놓인 사랑의 끈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출마를 위해 안양시로 이사하는 바람에 아내는 서울에 있는 회사까지 출퇴근하는 데만 서너 시간이 걸렸어요. 안양에는 아는 사람도 없었고요. 가녀린 몸으로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세 현장을 함께한 아내에게 당선의 기쁨을 안겨주기는커녕 출마할 기회조차 잃었을 때는 누구보다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앞서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아내는 저를 탓하기보다 따뜻한 격려와 위로로 감동을 안겼죠. 아마 그때도 여전히 솔로였다면 출마를 결정하기도, 공천 탈락의 충격에서 벗어나 평정심을 되찾기도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근데 아내와 함께하면서는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훌훌 털어내고 일어나게 돼요. 아내는 겉보기엔 약하고 어려 보여도 저보다 훨씬 어른스러워요.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해결방식이 명쾌하죠. 평상시에는 딸 같기도 하고, 철없는 조카 같기도 한데 큰 문제에 대범하게 대처하니까 제가 자꾸 마음을 기대게 돼요. 제가 결혼을 결심한 데는 아내의 그런 면도 작용했을 거예요.”

“저희는 같이 있으면 만난 지 5년이 아니라 15년 된 부부 같아요. 늦깎이 결혼을 한 데다 짧은 기간에 각자의 생에 닥친 큰 고비를 함께 견뎌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남편의 공천 탈락 소식을 듣고 굉장히 속상했어요. 그런 상실감이 저보다 더할 텐데도 내색하지 않는 남편을 보고 있으니 저 속이 오죽할까 싶었죠.”

#넷-쌍둥이 육아와 맞벌이

역할 나누지 않고 시간되는 대로, 마음먹은 만큼 ‘솔선’


황혜영·김경록의 아름다운 동행
이들 부부는 평소 대화를 많이 한다. 상대의 일상을 시시콜콜하게 꿰고 있을 정도다. 두 사람은 나이가 같지만 결혼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반말을 하지 않는다. 상대를 존중하는 의미에서다.

최근 나눈 대화의 주된 소재는 육아였다. 이들 사이에는 2013년 12월 태어난 쌍둥이 형제가 있다. 뇌종양으로 인해 임신을 염려하는 황혜영에게 주치의는 지금의 상태가 유지된다면 임신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조언했지만 쌍둥이를 품에 안기까지는 많은 역경이 있었다. 황혜영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임신은 쉽지 않았고, 뱃속에 아이가 들어선 후에도 심한 입덧과 자궁 수축으로 계속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임신 내내 부모를 애타게 한 쌍둥이 형제는 각각 2.5, 2.3kg의 몸무게로 태어났다. 하지만 생후 15개월이 된 지금은 11kg이 넘는 우량아로 성장했다. 두 아이는 아들 쌍둥이는 키우기 힘들다는 통념을 깨고 양처럼 순해 부모를 덜 힘들게 한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육아를 위해 휴직했다는 소문이 났을 만큼 자녀 양육에 열심인 김 교수는 “아내가 쇼핑몰 운영으로 바쁠 때가 많고, 특히 아들 쌍둥이를 키우는 일이 육체적으로 여간 힘든 게 아니어서 체력도, 시간 내기도 좋은 내가 짬짬이 아이들을 돌볼 뿐이지, 아내도 육아에 소홀하지 않다. 회사에서 퇴근 후 녹초가 된 상황에서도 쌍둥이를 찾는 위대한 엄마”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을 뿐 아니라 광고 사업가와 IT업체 자문가 등으로 활동하며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출산 1백일이 지나면서 회사에 복귀한 황혜영은 그동안 느슨해진 쇼핑몰 운영에 고삐를 조였다. 그가 건강 문제와 출산, 산후 조리 등으로 관리에 소홀해진 사이 방문자수도, 매출도 줄어서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쇼핑몰이라는 이점을 살리려고 직접 모델로 나서 왔는데 제가 자주 들여다보지 못했더니 그 여파가 바로 나타나더라고요. 쇼핑몰 매출을 올해 안에 예전만큼의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목표예요. 무엇보다 저희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최근 2년 만에 정밀검사를 받았는데 종양 크기가 처음 발견 당시의 상태 그대로여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아이들이 생기면서 여자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됐어요. 특히 엄마는 위대하다는 말에 깊이 공감해요. 아이들을 키우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닌데 엄마들은 육아는 물론 살림과 남편 내조에 자기 일까지 거뜬히 해내잖아요. 아내도 여장부처럼 일하는 스타일이라 걱정될 때가 많아요. 사업도 중요하겠지만 좀 더 여유를 갖고 자기 몸도 챙기면 좋겠어요.”

디자인 · 최정미

의상협찬 · 아마이

장소협찬 · JW 메리어트호텔 서울

여성동아 2015년 4월 6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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