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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아는 사람!

글 · 김지은 자유기고가 | 사진 · 동아일보 REX 제공

입력 2015.04.02 15:17:00

하루가 멀다 하고 강력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 대부분이 가장 가까운 사람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이다. 위로와 포용의 대상이 돼야 할 존재들이 분노와 폭력의 대상으로 변질된 이유는 무엇이며 탈출구는 없는 것일까.
범인은 아는 사람!
지난 2월 27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발생한 엽총 살인 사건. 80대 노부부는 물론 출동한 경찰까지 목숨을 잃은 이 사건의 범인은 남편의 남동생이었다. 범행 현장에서 가까스로 탈출해 목숨을 건진 며느리의 증언에 따르면 범인은 사업 실패 후 툭하면 술을 먹고 찾아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과 토지 개발 보상금을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같은 날 경기도 포천에서는 일명 ‘찌개 살인 사건’으로 불린 범행의 용의자가 검거됐다. 첫 남편에게 농약을 먹여 자살로 위장한 후 재혼해 시어머니와 남편까지 같은 수법으로 살해한 사건이다. 3월 초 경기도 김포에서도 50대 남성이 땅 문제로 사촌과 다툼을 벌이다 공기총을 쏜 후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일각에서는 이처럼 가까운 지인을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가 잇따라 일어나는 이유를 최근 대두되고 있는 현대인들의 분노 조절 장애와 연관 짓기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문가들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정신의학건강과 교수,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은 아는 사람을 범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는 가장 보편적이고 전형적인 범죄의 유형이라고 말한다. 분노는 유감이 있는 사람에게 발생한다는 측면에서, 언제나 모르는 사람보다 아는 사람이 범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예의를 차리거나 가면을 쓰지 않고 본능적인 면을 가감 없이 보여주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사람을 대할 때처럼 조심하고 경계하지 않아 위험한 상황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는 금전 거래 문제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대부분의 금융 사기 사건과 금전으로 인한 불화, 폭력, 살인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요즘 들어 가까운 사람에 의한 강력 범죄 체감률이 급격히 높아진 이유는 무얼까. 전문가들은 언론과 SNS 등 다양한 뉴스 채널의 증가를 이유로 꼽는다.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정보가 공포 분위기를 조장하고 모방 범죄까지 부추기고 있다는 것.

처음부터 “싫다, 안 된다”고 말하라!



가족, 지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가장 큰 특징이 ‘반복성’이다. 특히 가정 폭력의 경우 외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대상에게 분출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때 가해자는 범죄가 반복될수록 죄책감 대신 익숙함을 느낀다. 반면 피해자는 폭력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초기, 자신이 당한 폭력을 가해자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 정도로 이해하고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더 큰 화를 자초하는 원인이 된다. 윤병문 마음과마음 정신과의원 원장은 범죄 발생 초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단호하게 의사 표시를 하는 것은 물론 주변인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 가해자 스스로 자기 컨트롤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인들과의 금전 거래에는 신중을 기하고, 생명보험협회를 통해 본인이 피보험자로 가입된 보험 목록을 수시로 확인해보는 것도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보험금을 노린 살인 사건은 대부분 계약자가 피보험자 몰래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보험조사국 조사기획팀 조효민 수석조사역은 “피보험자 사망 후에는 필적 조회 등이 어려워 계약서 조작을 입증하기 힘들다”면서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수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치안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며, 범죄 컨트롤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법 제도는 범죄에 대해 엄중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 이중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법은 음주 사고, 묻지 마 폭력과 같은 이유 없는 폭력에 대해서도 합의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는 폭력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를 바꿔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디자인 · 김수미

여성동아 2015년 4월 6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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