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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 선물하고 대표팀 은퇴한 차두리의 웃음과 눈물 “두리야, 고마워~”

글·김현기 스포츠서울 기자|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시스 제공

입력 2015.03.18 13:34:00

차두리가 지난 1월 열린 아시안컵 대회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 맏형으로 뛰고 또 뛰며 팀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14년간의 아름다웠던 여정을 마치며 태극 마크를 내려놓았다.
감동 선물하고 대표팀 은퇴한 차두리의 웃음과 눈물 “두리야, 고마워~”
1월 31일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 직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차두리(35)는 “2001년 국가대표를 시작했고, 이제 최고참으로 후배들과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어 굉장히 행복하다. 우승보다 더 값진 것을 가지고 대표팀을 떠나는 것 같다”면서 미소 지었다. 그토록 꿈꿨던 아시아 정상에 오르지 못해 은퇴 무대가 아쉬울 법도 했지만 차두리는 그의 스타일대로 쿨하게 웃으며 작별했다.

그러나 ‘한국 축구 최고의 스타’ 차범근의 아들로 살아가야 했던 그의 숙명까지 기억한다면 차두리의 미소가 한편으론 짠할 수밖에 없다. 호주 수도 캔버라로 시작해 브리즈번과 멜버른, 시드니에 이르는 축구 대표팀 26일간의 여정, 그중에서도 이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차두리 동행기를 펼쳐본다.

감동 선물하고 대표팀 은퇴한 차두리의 웃음과 눈물 “두리야, 고마워~”
13년 만에 아들 경기 관람한 엄마

1월 29일 정오 시드니 시내. 호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한식당에서 차범근 전 감독과 그의 아내 오은미 씨가 몇몇 기자들과 마주 앉았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아들 차두리 이야기로 모아졌다. 차두리는 1월 26일 이라크와의 준결승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본부석 쪽을 향해 환하게 웃고 손을 흔들었다. 이는 호주 현지 중계에도 그대로 잡혔다. 차 전 감독 부부는 준결승을 앞두고 시드니에 도착, 아들의 마지막 2경기를 지켜보기로 했다. 아들이 전·후반 90분을 모두 뛴 가운데 대표팀은 기분 좋게 이겼고, 이에 차두리도 손을 흔들며 가족들 응원에 화답했다. 그냥 흔든 손이 아니었다. 사실 이날 경기는 오씨가 아들이 뛰는 모습을 13년 만에 경기장에서 직접 본 것이었다. 남편의 뒤를 이어 큰아들 두리가 훌륭한 축구 선수로 성장했지만 40년 세월 동안 오씨에겐 매 경기가 떨렸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관중석에서 아들 경기를 처음 봤다고 들었다”는 기자 질문에 오씨는 “사실은 이번에도 뒤에서 기다리다가 한국이 거의 이겼다는 말을 듣고 관중석으로 나왔다. ‘두리가 날 못 보면 어쩌나’란 생각에 손을 크게 흔들었는데 아들이 인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더니 아들이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되던 14년 전으로 시계를 돌렸다. 2001년 당시 고려대 축구 선수 차두리는 거스 히딩크 감독에 의해 처음 대표로 발탁되면서 큰 조명을 받았다. 특히 아버지 차범근의 존재는 세간이 차두리를 보통의 선수로 더더욱 놔두지 않는 이유가 됐다. 그때부터 그는 아버지와 끊임없이 비교 당하며 살아가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대표 발탁 직후 아버지와 일대일 과외를 한 순간부터 언론이 따라다녔다”는 오씨는 “그때부터 평범한 선수 차두리의 인생이 사라졌고, 매사 조심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벌써 대표팀 맏형이 되어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선배 차두리에게 우승 선물하고 싶었던 후배들

아시안컵 취재 중 만난 손흥민 선수는 “두리 삼촌에게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간판 공격수 손흥민은 차두리를 ‘두리 삼촌’이라고 불렀다. 띠동갑인 둘은 대표팀 최고참과 막내지만 경기장에선 나이 차를 느끼지 못할 만큼 정겹다. 둘 사이엔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보단 차두리 특유의 리더십과 ‘긍정 에너지’가 그와 대표팀 후배들을 하나로 묶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근호는 차두리를 가리켜 “유쾌함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선배다. 우리들 사이에선 두리 형이 정말 재미있다”고 전했다. 포지션 경쟁자 김창수도 “두리 형은 존재만으로도 웃음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분”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후배들은 아시안컵이 차두리를 위한 무대가 되기를 기원했다. 주장 기성용은 결승전 직전 “꼭 이겨서 두리 형에게 우승컵을 선물하고 싶다. 헹가래도 쳐주고 싶다”고 말했다.

결국 기성용 등 후배들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차두리는 우승보다 더 행복한 선물과 추억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차두리가 항상 밝은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순간엔 진중한 모습을 보이며 후배들에게 무언의 메시지도 확실히 던졌다. 졸전 끝에 1-0으로 간신히 이겨 팬들의 비난을 받았던 1월 13일 쿠웨이트와의 조별 리그 2차전에선 결승골 어시스트를 기록했음에도 시무룩한 얼굴로 공동취재구역을 지나쳐 경기 내용에 만족하지 못했음을 표정으로 전했다. 폭발적인 70m 드리블로 손흥민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한 우즈베키스탄전 이후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으나 “준결승과 결승이 끝난 뒤 입을 열겠다”고 말하며 경기에 집중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의 은퇴 무대를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그런 의도에서 나온 ‘침묵’이었던 셈이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축구가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듯이, 차두리는 팀 내에서도 동료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데는 이유가 다 있다”며 아시안컵 기간 차두리를 본 소감을 밝혔다.

감동 선물하고 대표팀 은퇴한 차두리의 웃음과 눈물 “두리야, 고마워~”

1월 아시안컵 대회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차두리. 이 경기를 끝으로 그는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한국 축구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그라운드 내 리더 부재로 우왕좌왕하다가 참패했다. 아시안컵에선 그런 리더, 맏형의 존재 이유를 차두리가 확실히 보여줬다. 아시안컵 결승 직후 주요 포털 사이트엔 ‘차두리 고마워’란 검색어가 상위권을 점령해 화제가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선수로서 2001년부터 보여준 그의 플레이와 공헌도, 파이팅에 팬들이 감사를 표시한 것이다. 차두리는 귀국 직후 환영 행사에서 “이제 난 국가대표팀에 없지만 후배들에게도 그런 사랑을 보내달라”고 화답했다.

문신에 숨겨진 사연

축구 언론 관계자들은 차두리를 ‘스토리’가 많은 선수로 평가한다. 미소 뒤에 감춰진 어려움과 눈물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스토리는 다른 선수에게선 찾을 수 없는, 오직 차두리만의 것들이다. ‘긍정 에너지’ ‘차미네이터’ 이미지 등은, 어쩌면 차두리의 한면만 소개하는 것일 수 있다. 차두리는 지난해 12월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국내 프로축구 선수들에게 수여하는 ‘K리그 클래식 베스트 11’을 수상하며 최고의 오른쪽 수비수로 인정받은 뒤 “차범근 아들로 태어나 축구로 인정받기 힘들었다. 인정받는 자리가 돼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혀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그보다 전인 2013년 3월엔 결혼 4년 3개월 만에 이혼 수순을 밟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는데, 그래서 팬들은 힘든 시기를 축구로 이겨내는 차두리에게 더 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아내와 결별한 뒤 차두리는 양 팔뚝에 문신을 빼곡하게 새겨 시선을 모았다. 그때 아버지 차 전 감독은 한 칼럼을 통해 “두리가 양 팔뚝에 문신을 한 사진을 처음 본 뒤 우리 집에서 난리가 났다. 본인 말로는 너무 힘들어서, 무슨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못 견딜 것 같아서 그랬다고 한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국가대표’ 차두리는 이제 그라운드에서 볼 수 없지만, ‘축구 선수’ 차두리는 더 볼 수 있다. 그가 소속팀 FC서울과 1년 재계약하며 올해까지 뛰기로 했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온 국민을 감동시켰던 차두리의 질주를 이제 한국에서 볼 수 있다. 당연히 그의 스토리도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

디자인·이지은

여성동아 2015년 3월 6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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