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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 VOLUME UP LEE BON

기획 & 글·김유림 기자 | 진행·배보영 프리랜서 | 사진·오중석(지니어스 스튜디오)

입력 2015.03.10 11:39:00

‘토토가’ 열풍의 중심이자 1990년대를 대표하는 쇼 프로그램 진행자 이본. 여전히 단단한 몸매와 스타일에 대한 감각, 그리고 이보다 더 뜨거운 적이 없었던 열정을 가지고 그녀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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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1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그에게는 공백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토토가’ 무대에서도 증명됐듯 능숙한 진행 솜씨는 물론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비주얼까지, 이본(42) 앞에서는 ‘공백’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다. 그는 표지 촬영장에서도 과감한 포즈와 강렬한 눈빛으로 에지 있는 컷을 만들어냈다. “의상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다”며 재촬영을 요구하는 모습에서는 ‘역시 프로’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가 돌연 연예 활동을 그만둔 건 2004년 가을. 10년 동안 진행해온 라디오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마지막 방송에서 이렇다 할 이유도 밝히지 않고 조용히 연예계를 떠났다. 2011년 SBS플러스 ‘컴백쇼 톱 10’ MC를 맡아 컴백했지만 이번처럼 큰 화제를 낳진 못했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다시 한 번 그에게 기회를 선사했다. ‘토토가’ 출연 이후 ‘나는 가수다3’에서 김연우, 조규찬 등과 함께 ‘음악감상실’ 멤버로 활약 중인 그에게 지난 시간 그리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 현재에 대해 물었다.

이제야 비로소 제2의 전성기가 찾아온 것 같아요. 요즘 기분은 어떤가요.

제 삶은 ‘토토가’ 전과 후로 나뉘어요(웃음). 이런 행운을 만나기 전까지, 지치고 힘들 때도 많았는데 그 시간들을 잘 견뎌낸 저 자신이 조금은 대견하기도 해요. ‘토토가’ 에서 가수들을 보고 눈물이 났던 이유도 ‘용하게 잘 버텼다’는 일종의 자기 연민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하지만 지금은 저와 비슷한 처지의 가수들을 보면서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죠.

최근 장진 감독이 이끄는 ‘필름있수다’와 소속 계약도 맺었어요. 이 역시 ‘토토가’의 영향인가요.



예전부터 얘기가 오가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토토가’ 섭외가 들어왔고 ‘우선 이 일을 잘해내자’는 생각으로 계약은 잠시 미룬 상태에서 지원을 부탁드렸죠. 이전에 몇 차례 소속사와 덜커덕거리는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11년 전 갑자기 방송을 그만둔 이유는 뭔가요.

저 자신이 ‘거품’처럼 느껴졌어요. 10년 가까이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더 이상 청취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도 못하는 것 같고, 있는 척 아는 척 쿨한 척하는 저 자신이 싫더라고요. ‘나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무작정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고 1년 뒤 돌아왔을 때는 엄마가 암(유방암, 갑상선암)에 걸려서 제가 옆에 있어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사실 그렇게 오래 쉴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훌쩍 갔네요.

일을 그만둔 것에 대해 후회는 없었나요.

사람들에게 잊히는 건 상관없는데, TV를 볼 때마다 저 무리에서 떠나 있다는 것 자체가 상처로 다가왔어요. 다시 일을 하려고 했을 때 보여준 주변의 차가운 반응들, 소속사와의 갈등 등이 매번 발목을 잡는 기분이었죠. 하지만 이번에 절실히 깨달은 것이, 조바심을 내면 안 된다는 거예요. ‘라디오스타’에서도 말했지만, 멸치 떼가 그물에 들어올 때를 기다리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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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하고 공부하고 운동하며 기다렸다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마냥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린 건 아니다. 꾸준한 자기 관리가 있었기에 이번처럼 성공적인 재기도 가능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해 기본부터 제대로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체육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마쳤고, 현재는 대학원에서 연기를 배우고 있다. 언어에 대한 욕심도 많아 영어와 일어 개인 강습도 꾸준히 받았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방송에서 플라잉 요가와 계단 오르기로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는 모습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카메라 앞에 서지 않을 때 조금은 나태해질 수도 있었을 텐데요.

운동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일 당장 캐스팅되더라도 문제없게 하자’는 생각이었어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직업이다 보니 외모에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었죠. 이쪽 관련 감을 잃지 않으려고 영화도 많이 보고 사람도 많이 만나고요. 잠재의식 속에는 늘 컴백을 향한 갈망이 있었던 거 같아요.

요즘 주로 하는 운동은 뭔가요.

집에서 스쿼트와 런지로 딱 12분 운동해요. 집이 19층인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계단을 올라요. 운동을 오래 해왔고, 몸에 배서 그런지 요즘은 그 2가지만 해도 충분한 것 같아요.

패션 감각도 여전해요.

끊임없이 잡지를 봐요. 패션 관련 방송이나 책은 찾아서 보는 편이에요. 패션도 한번 흐름을 놓치면 따라잡기 쉽지 않거든요. 어릴 땐 그저 좋아서 봤다면, 요즘은 작정하고 공부하는 심정으로 볼 때가 많아요.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한 욕구는 죽을 때까지 시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웃음).

오랫동안 고수해온 긴 머리를 자른 이유가 있나요.

그냥 어느 날 문득 거울 속 제 모습이 지루해 보였어요. 여성스럽거나 청순가련한 스타일도 아닌데 왜 여태 머리를 길렀을까 싶더라고요(웃음). 오히려 예전부터 ‘톰보이’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머리를 짧게 잘랐더니 다들 왜 진작 자르지 않았냐는 반응이에요. 하하. 저 자신도 만족스럽고요. 무엇보다 옷 입기 등 스타일 내기가 정말 편해졌어요.

‘라디오스타’에 출연해서 녹슬지 않은 입담을 발휘해 화제를 모았어요. 작정하고 나간 거였나요?(이본은 전성기 때 자신이 얼마나 잘나갔는지, 과거 스캔들 났던 남자 연예인들과의 일화 등을 쿨하게 밝히며 예능 감각을 뽐냈다)

‘꾸미지 말자’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윤)종신 오빠, (김)국진 오빠는 오래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라 편하게 얘기하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그 방송 나가고 새삼 깨달은 게 있어요. 여전히 제 웃음소리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거예요. 사실 라디오 진행할 때는 ‘제 웃음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으시면 주파수를 돌리세요’ 하고 건방지게 굴기도 했어요. 그때는 나이라도 어렸으니 용서가 됐다 쳐도, 이제는 그러면 안 되죠(웃음).

‘그 시절’ 이본은 어땠나요.

호불호가 강하고 돌려 말하는 걸 못했어요. 물론 지금도 그런 면이 남아 있긴 한데, 나이가 드니까 저도 모르게 조금씩 둥글어지더라고요. 물론 여전히 좋은 게 좋고 싫은 건 싫지만, 어릴 때는 그런 모습이 거만함으로 표출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주관이 뚜렷하다’ 정도로 받아들여지면 좋겠어요. 사실 좋은 말로 ‘아우라’ ‘포스’라고 얘기해주시지만, 제가 생김새나 성격이 세긴 하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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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말투나 행동들이 시대를 앞서간 게 아니었나 싶어요. 요즘 젊은 층을 겨냥해도 승산이 있지 않을까요.

에이. 그건 욕심이죠. 저를 아셨던 분들이 다시 저를 떠올려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스펀지에 물이 빨려 들어가듯 서서히 대중에 스며들고 싶어요. 쇼 프로그램이든 연기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요. 수요일마다 ‘나는 가수다3’ 녹화가 있는데, 그날이 그렇게 기다려질 수가 없어요. 일하면서 느끼는 행복이 이런 거구나 싶어요.

사실 이본 씨가 연기하는 모습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궁극적인 목표는 연기자인가요?

모르시는 분이 많겠지만 저 SBS 탤런트 3기 출신이에요(웃음). MC나 DJ로 주로 활동하다 보니 연기를 제대로 할 기회가 없었어요. 하지만 연기에 대한 갈망은 언제나 있었어요. 현재 대학원에서 연기를 전공하는 이유도 그렇고요. 소속사와 계약하기 전에 장진 감독을 먼저 뵀는데, 저에게서 예능인보다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셨다고 하더라고요. 역할의 비중을 떠나 제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강한 캐릭터를 한번 꼭 해보고 싶어요(웃음).

최근의 행보에 가족들도 많이 기뻐하겠어요.

엄마가 가장 좋아하세요. 아픈 엄마에게 힘이 되는 것 같아 저 역시 기뻐요. 주변 분들도 반가워해주고 응원도 많이 해줘서 정말로 힘이 나요. 신기한 건 일이 낯설지가 않다는 거예요. 마치 지금까지 방송을 해온 것 같은 기분이에요(웃음). 사실 그래서 더 방심하지 말자고 다짐해요. 다시 사람들이 찾아준다고 해서 너무 들떠 있으면 나중에 상처가 더 클 것 같아서요. 지금을 즐기되 한꺼번에 모든 걸 이루려 들지 않고 자중하면서 살려고 해요.

공백기가 길었음에도 방송에서 “내가 재벌이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는데 사실인가요?(이본은 과거 QTV ‘신동엽과 순위 정하는 여자’에 출연해 2억원을 호가하는 자동차와 70평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며 취미로 골프, 스킨스쿠버, 보디빌딩을 즐긴다고 밝혔다)

스무 살에 방송에 데뷔해서 그만둘 때까지 매일 아버지한테 용돈을 받아 썼어요. 모든 수입은 부모님이 관리했기 때문에 착실히 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재벌이라고 한 건 그냥 웃자고 한 말이었고, 일을 오랫동안 쉰 것에 비하면 경제적 어려움은 없으니 감사한 일이죠. 수입이 없으면 없는 대로 아껴 쓰면 되더라고요.

연애 중인가요?

남자친구는 늘 있어요. 하하. 결혼은 안 하더라도 연애는 꼭 해야 한다는 주의거든요. 그동안 결혼할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시기적으로 잘 맞지 않았어요. 요즘 또다시 바빠졌으니 당분간 결혼 생각은 못할 것 같아요.

그렇다면 다음 계획은요?

생각지 못한 큰 행운이 찾아온 만큼 욕심 부리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요. 조만간 프로그램 진행을 하나 더 하게 될 것 같고,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연기도 제 나이에 맞는 역할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NOW, VOLUME UP LEE BON
디자인·김석임 기자

헤어·조소현 (포레스타)

메이크업·장영은(포레스타)

스타일리스트·김성주

의상협찬·Doho

여성동아 2015년 3월 6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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