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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k to the 90’s

레전드로 남은 그때 그 시절

글·김유림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5.02.17 17:02:00

MBC ‘무한도전-토토가’ 열풍과 함께 ‘1990년대’가 대중문화 핫 키워드로 떠올랐다. 설령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미생’들의 도피 심리라 할지라도, 찬란했던 1990년대로의 강제소환은 X세대 출신 3040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갑기만 하다. 20년 전 그때 그 추억을 끄집어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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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토요일 오후 7시, 휴대전화가 ‘부르르’ 떨리더니 단체 카톡방에 일제히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지금 무도 보고 있어?’ ‘토토가 장난 아니야’ ‘아~ 눈물 나려고 해’ ‘S.E.S 바다 머리에 단 방울 봤어?’ ‘우리 단체로 노래방 가자’ 등등. 이는 비단 기자만의 경험담은 아닐 것이다. 요즘 30·40 사이에서 가장 핫한 대화의 주제가 바로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이니 말이다. 이처럼 ‘토토가’ 특집의 후폭풍이 거세다. 터보, 쿨, 엄정화, 김현정, 김건모, 조성모 등 199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가수들의 ‘원풀이’에 가까웠던 열정적인 무대 덕분에 시청자들은 잠시나마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날 ‘무한도전’이 기록한 시청률은 22.2%로 최근 가장 높았고, 엔딩 무대인 터보의 ‘트위스트 킹’이 나갈 때는 순간 시청률이 35.9%로 뛰어올랐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여운은 진하게 남아 ‘1990년대 재현’이란 새로운 문화 열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당시 소비 문화의 주축이었던 X세대(지금의 30·40대)는 ‘응답하라 1997’에서 주인공 시원(정은지)이 그랬듯 ‘육체가 떠날 수 없다면 영혼이라도 떠나야겠다’는 심정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시간 여행 중이다.

Back to the 90’s
1990년대 복고 열풍 그 첫 번째로 음원 차트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가온 디지털 차트 1월 3주 차를 보면 ‘토토가’에 나왔던 노래 전곡이 100위권 안에 포함돼 있다. 1월 18일 기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5위, 엄정화 ‘포이즌’은 7위, 지누션 ‘전화번호’가 9위, 김현정 ‘그녀와의 이별’이 17위 등을 기록 했다. 라디오에서도 요즘 들어 유난히 1990년대 유행가가 자주 흘러나온다. 이런 가운데 당대 인기 가요를 총망라한 가요 모음집이 CD와 카세트테이프 두 종류로 발매돼 눈길을 끈다. 더하기미디어와 다성미디어가 ‘90’s 청춘가요’를 발표한 것. 앨범에는 ‘토토가’에 소개된 노래를 포함해 코요테 ‘순정’, 자자 ‘버스 안에서’, 홍경민 ‘흔들린 우정’, DJ DOC ‘머피의 법칙’, 영턱스 클럽 ‘정’ 등 총 32곡이 수록돼 있다. 앨범을 제작한 더하기미디어 이성권 대표는 “당시의 추억을 되살리고자 CD와 카세트테이프로 동시 제작했다. 앨범 발매 소식과 함께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열풍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복고 바람을 타고 문화 전반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2년 영화 ‘건축학 개론’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 그 시작이라 볼 수 있다. 이 열풍은 2013년 ‘응답하라 1994’에 의해 다시 한 번 복습됐고 올해 ‘토토가’를 통해 폭발했다. 이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찬란했던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건 지금의 삶이 그만큼 팍팍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시절 즐겼던 영화와 드라마, 가요를 통해 위로를 받고 싶은 건 어쩌면 당연한 심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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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볼거리·놀 거리 넘쳐났던 1990년대



그렇다면 왜 1990년대일까. X세대들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1990년대는 분명 문화적으로 찬란했던 시절이다. 적어도 1997년 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지 1990년대는 우리나라에 다시 없을 ‘문화소비시대’로 불린다. 중고등학생 시절 카세트테이프나 CD, 브로마이드와 같은 소소하지만 파급력은 대단한 문화 콘텐츠를 소유하기 시작했고, 좋아하는 스타는 야간 자율 학습을 빼먹고서라도 콘서트장에서 혹은 스타의 집 앞에서 밤을 새워서라도 만났다. 노래방, DDR, 콜라텍 등은 학업으로 억눌린 자아를 표출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신세대’라 불리며 대학에 입학한 20대의 문화 소비는 더욱 공격적이었다. 캠퍼스 밖에는 노래방·록 카페 같은 공간들이 앞다퉈 생겨났고, 삐삐·컴퓨터·PC 통신·인터넷·휴대전화 같은 전자·통신 장치를 처음으로 경험했으며, 배낭여행·어학연수 열풍도 이때 처음 불기 시작했다.

문화적으로 풍족했을 뿐 아니라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게 1990년대다. ‘응답하라’ 시리즈 연출자인 신원호 PD가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1990년대 문화는 지금 다시 그대로 소비된다 해도 촌스럽지 않은 퀄리티를 지니고 있다. ‘토토가’ 무대를 보면서도 느꼈듯이 1990년대의 음악이 지금의 아이돌 음악과 비교해 촌스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1990년대에 접어들어 사회적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1980년대만 해도 억압된 사회적 분위기가 강했지만 1990년대는 그야말로 자유롭고 실험적 정신을 지닌 아티스트들이 활동하기 좋은 시기였다.

‘서태지와 아이들’ 그리고 아이돌의 탄생

그 포문을 연 이가 바로 문화 대통령 서태지다. 1992년 4월 11일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 무대였던 MBC ‘특종 TV연예’를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이날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오디오형 음악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독특한 의상을 입고 격렬한 춤사위를 보이며 “나~안 알아요~”를 외치던 세 청년. 하지만 이날 하광훈·이상벽·전영록 등 세 명의 심사위원은 눈물이 쏙 빠질 만큼 혹평을 날렸다. 미소를 지으면서도 굳은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서태지를 보며 ‘그 정도는 아닌데’ 하며 속으로 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심사위원단의 예상을 뒤엎고 서태지와 아이들은 그날부터 1996년 그룹 해체 전까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X세대의 우상으로 군림했다.

서태지와 아이들과 같은 해 데뷔한 가수 김건모는 1995년 3집 ‘잘못된 만남’으로 음반 역사상 최고인 2백80만 장 판매고를 올렸다.

1996년 등장한 ‘아이돌의 조상’ H.O.T와 젝스키스는 아이돌 그룹의 대결 구도를 선포하며 본격적인 ‘팬덤’ 문화를 탄생시켰다. 당시 팬클럽의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있었으니,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드림콘서트’ 현장이 그것. H.O.T 팬은 하얀색 풍선을, 젝스키스 팬은 노란색 풍선을 들고 각자의 ‘오빠들’을 응원했는데, 이들의 기 싸움도 대단했다. 훗날 은지원은 “풍선 비율로 따져봤을 때 달걀프라이 같았다”고 말했다.

당시 팬클럽 가입 절차는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팬클럽에 가입하기 위해선 일단 은행에 지정된 금액을 입금한 뒤 입금증 사본 뒷면에 본인의 정보를 적어 소속사에 우편으로 보내야 했다. 입금증이 회원 확인을 할 수 있는 신분증과 마찬가지였다. 팬클럽 물품은 우편 또는 직접 수령하는 방식이었고, 기념품은 각자 가수를 상징하는 색상에 맞춘 우비를 비롯해 사진집, 부채 등이 있었다.

여가수들의 경쟁도 만만치 않았다. 강수지와 하수빈의 청순 이미지 대결은 뭇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3040세대 중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와 하수빈의 ‘노노노노노’를 모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걸 그룹 ‘에이핑크’의 ‘노노노’와는 전혀 다른 노래다!). 1997년, 1998년에 각각 데뷔한 S.E.S와 핑클도 뜨거운 경쟁을 펼치며 10대 문화를 주도했다. 특히 핑클이 선보인 ‘걸스 힙합’은 10대는 물론 20대에게도 인기를 끌었다. 헐렁한 티셔츠와 바지, 원래 발 사이즈보다 큰 운동화 혹은 워커가 걸스 힙합의 주요 아이템이었다. S.E.S 바다와 슈처럼 머리를 높게 올려 묶어 부풀리거나 앞머리를 볼 옆으로 살짝 내려 얼굴이 갸름해 보이게 하는 헤어스타일도 인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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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이 드라마로 하나되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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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TV 드라마의 전성시대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다시보기’ 채널이 많지 않았던 만큼 한번 입소문이 난 드라마는 지금으로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그땐 ‘막장’이 아닌 ‘낭만’이 대세였다. 1992년 최진실, 최수종이 주연을 맡은 ‘질투’는 시청률 56.1%를 기록하며 청춘드라마의 교본으로 불린다. “넌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로 시작되는 OST가 인기를 끌었고, 마지막 회에서 카메라가 주인공을 가운데 두고 끊임없이 돌아가는 ‘아크 기법’이 화제였다. 채시라, 최재성 주연의 ‘여명의 눈동자(1992)’는 2년 4개월에 걸쳐 제작된 대작으로 두 주인공의 가슴 절절한 사랑이 안방극장을 촉촉하게 적셨다. 당시 최재성이 뱀을 뜯어 먹는 장면에서 소품이 아닌 진짜 뱀을 썼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1994년 방영돼 농구와 고글을 유행시킨 ‘마지막 승부’는 장동건, 손지창, 심은하를 단박에 톱스타로 만들었다. 특히 다슬이 심은하는 청순하면서도 단아한 스타일로 인기 절정을 누렸다. 이후 그는 드라마 ‘M’(1994)과 ‘사랑한다면’(1996), ‘아름다운 그녀’(1997), ‘청춘의 덫’(1999)에 이르기까지 정상의 자리를 누렸다. 이 무렵 그가 선보인 ‘청담동 며느리 룩’은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고의 시청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고현정, 최민수, 박상원 주연의 ‘모래시계’(1995). 당시 ‘모래시계’ 본방 시간에는 길거리에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을 정도로 64.5%라는 꿈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민수의 대사 “나 지금 떨고 있니”는 지금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패러디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모래시계’에 앞서 방영된 ‘엄마의 바다’(1993)는 고현정과 더불어 고소영이라는 하이틴 스타를 배출했다. 극 중 철없는 부잣집 딸로 등장했던 고소영은 처음으로 ‘스타일’이라는 말을 대중에게 인식시켰다. ‘고소영=부잣집 딸 스타일’로 통했고, 1997년 영화 ‘비트’에서도 그만의 세련된 패션 감각을 선보였다. 그 무렵 또 다른 신세대 아이콘으로 떠오른 여배우가 있으니 바로 김희선이다. 1995년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상큼 발랄한 막내딸 역을 맡아 전 국민의 귀여움을 받은 김희선은 1997년 드라마 ‘프로포즈’에서 류시원과 함께 우정을 넘어 사랑을 이루는 두 남녀의 이야기로 큰 인기를 누렸다. 이후 그는 ‘미스터 Q’(1998) ‘토마토’(1999)를 흥행으로 이끌었고, 곱창 밴드·9부 팬츠·블리치·헤어밴드 등을 유행시키며 ‘완판녀’ 1호로 등극했다.

그때 그 스타들은 지금도 광고시장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받는다.

연기자 부부의 탄생

1990년대에는 톱스타 커플의 결혼 소식도 유난히 많았다. 지금처럼 연예인들의 연애가 자유롭지 않던 시절, 한번 스캔들이 나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통념도 톱스타 커플을 결혼으로 이끈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로 먼저 최수종, 하희라를 들 수 있다. 영화 ‘있잖아요. 비밀이에요’(1990)에 이어 영화 ‘별이 빛나는 밤에’(1991)에 연달아 출연하며 비밀 연애를 시작한 이들은 1993년 결혼에 골인했다. 평소 부부가 함께 봉사활동에 앞장서며 모범적으로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들은 2013년 결혼 20주년을 맞아 제주도에서 리마인드 웨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차인표, 신애라도 드라마가 방영된 이듬해 바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군 복무 중이었던 차인표는 결혼식장에 자신의 소속 부대원 10여 명을 초청해 화제를 모았다. 결혼 후 두 사람은 큰아들을 낳은 뒤 둘째, 셋째 딸을 공개 입양해 많은 이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재룡, 유호정도 드라마가 맺어준 커플. 1991년 ‘옛날의 금잔디’에서 커플 연기를 펼치며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4년 뒤인 1995년 결혼했다. 과거 이재룡은 유호정과 결혼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아내가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전에, 방송국에 막 들어와서 어리바리할 때 낚아챘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 바 있다. 손지창, 오연수도 1998년, 무려 6년 비밀 연애 끝에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그 밖에도 1990년대 왕성한 활동을 보인 채시라·김태욱, 김호진·김지호 커플도 2000년도 초반에 부부로 발전했다.

Back to the 90’s

방송 산업이 호황기를 누리던 시절 톱 배우들의 결혼이 유난히 많았다. 신애라·차인표 부부와 최수종·하희라 부부.

디자인·최정미

여성동아 2015년 2월 6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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