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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WITH SPECIALIST 정신과 의사 김현철의 현몽우답

시아버지의 꾸지람, 나비가 날아다니는 꿈은 무슨 의미일까요?

글·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 사진·REX 제공

2015. 02. 06

불길한 내용의 꿈을 꾸고 나면 혹시 안 좋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하게 마련이다.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의 논리적인 꿈풀이는 불안을 떨칠 수 있는 맞춤 처방약이 돼준다. -편집자 주

시아버지의 꾸지람, 나비가 날아다니는 꿈은 무슨 의미일까요?
case1 생전에 뵌 적 없는 시아버지가 꿈에 등장해요

Q 시아버지는 제가 남편과 결혼하기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사진으로 젊을 때 모습만 봤을 뿐, 실제로는 뵙지 못한 거죠. 그런데 요즘 자꾸 시아버지 같은 분이 꿈에 나오십니다. 그런 아버님이 저희 집 거실에 앉아 자꾸 저에게 일을 시키십니다. 괜한 트집을 잡으며 혼내세요. 집 안 구석구석의 물건을 꺼내서 바닥에 팽개치고 더러워서 못 살겠다고 하십니다. 아버님의 옷이나 신발은 상당히 화려합니다. 뵙지도 못한 분이 꿈에 나오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상한 마음에 산소까지 다녀왔습니다. 요즘 제가 신경 쓰는 건 남편의 정년퇴직 문제밖에 없습니다. 이것과 연관이 있을까요?

A 보신 적이 없기 때문에 꿈에 나오는 겁니다. 꿈은 내가 확실히 아는 것보다 잘 모르는 미지의 대상을 더 선호합니다. 어떠한 속성도 빈 팔레트처럼 마음껏 덧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아버지의 상징은 양심입니다. 도덕적 원리, 원칙의 속성을 지닌 초자아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고로 시아버지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는 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아버지가 알록달록 멋진 옷과 신발을 착용하고 계셨다고 하는데 이는 양심의 다양한 정서적 측면을 상징합니다. 우리나라의 무속인도 그렇고 힌두의 신 비슈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의식의 양심은 자연처럼 화려하면서도 냉혹합니다. 시아버지는 헤치고 가야 할 갈등을 상징합니다.

부군의 퇴직 문제로 신경을 쓰신다면 아마 그간 고생하신 부군에 대한 고마움도 있겠지만 반면 아쉬움, 원망, 무력감 등 버거운 감정 또한 갖고 있을 겁니다. 그런 은밀한 감정이 죄책감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처리하기 위해 꿈은 남편의 아버지인 시아버지를 급소환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만든 겁니다. 현실에서 시아버님 산소까지 다녀오신 걸 보면 정서적 불안이 꽤 큰 상태인 건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귀신은 쓰이는 게 아닙니다. 스스로 불러낼 뿐입니다.

시아버지의 꾸지람, 나비가 날아다니는 꿈은 무슨 의미일까요?
case 2 주황색 나비 떼가 집 안을 날아다녔어요



Q 꿈에서 버튼이 여러 개 있는 기계를 보았어요. 굳이 표현하자면 게임기 같았어요. 그중 하얀 버튼을 누른 뒤 잘못 눌렀다며 안타까워했어요. 그런데 들고 있던 기계 앞부분에서 주황색 나비들이 나왔어요. 마술처럼 나비들이 마구마구 앞다투어 나오면서 거실에 날아다니기 시작하는데 그 수가 엄청났어요. 무섭진 않았지만 집 밖으로 내보내야겠다 싶어서 현관문을 활짝 열었어요. 그리고 아들을 불러 “엄마 손에 있는 이 나비들 날아가게 ‘후~’하고 불어달라”고 했어요. 아들이 ”후~” 하고 불긴 불었는데 제 손에 앉은 나비들이 다시 거실로 우르르 들어왔어요.

A 꿈에서 게임기와 나비를 보셨네요. 어떤 경우 게임기나 카지노의 슬롯머신은 운 또는 기회를 뜻하기도 합니다. “못 먹어도 go” 하라는 메시지를 줄 때 이런 투사체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여러 문학이나 영화에서 보았듯 나비는 영적인 상징입니다. 창조성을 뜻하기도 해서 현재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거나 크고 작은 태도의 변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나비 떼 또한 영감, 성장, 자유를 뜻합니다. 주황색 역시 살아 있음을 뜻하는 생동감의 표현입니다. 활동 영역을 넓히고 보다 더 새로운 흥밋거리를 찾아 나서야 할 때인지도 모릅니다. 사연 주신 분은 꿈에서 나비를 밖으로 보내려 했는데 아드님으로 인해 다시 나비가 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들이란 존재로 인해 ‘나’라는 사람이 추구해야할 자아실현과 ‘엄마’라는 역할 사이에 갈등이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참고로 진료를 하다보면 엄마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하시는 주부님들이 많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스스로의 행복을 우선순위로 둘 수 있는 엄마가 가장 좋은 엄마입니다.

case 3 어머니가 꿈에서 제가 죽었다고 해요

Q 얼마 전 출근하는데 갑자기 엄마가 절 붙잡더니 오늘 몸조심하라고 말씀하셨어요. 무슨 일인지 궁금해 오전 업무를 마치고 집에 전화를 걸어 이유를 여쭤보니 제가 죽는 꿈을 꿨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부모님께서 저를 붙잡고 우셨다면서요. 그날부터 퇴근하면 곧장 집으로 귀가했고 그렇게 일주일을 조심조심하며 지냈는데 현재까지 아무 탈 없이 지내고 있어요. 부모님은 대관절 왜 그런 꿈을 꾸셨을까요? 제가 직장 때문에 고민한 티를 냈는데 혹시 그것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아직까지 결혼을 못해서 처녀 귀신이 될까 겁이 났을까요? 꿈이 생생하다니 저도 은근 신경이 쓰이네요.

A 어머님께서 두려워하셨던 이유는 분명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연 주신 분이 진짜 죽을 것 같은 예지몽은 아니니 일단 안심하셔도 됩니다.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이 꿈에서 죽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부모나 자녀를 비롯한 가족의 일원이라면, 그 꿈은 현재 상대방에 대한 두 가지 감정, 해결되지 못한 분노와 죄책감 간의 갈등이 현저함을 뜻합니다. 우린 항상 가까운 사람에게 두 가지 감정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양가감정이라 합니다. 애증(愛憎)이죠.

결혼 적령기가 된 따님을 둔 부모님들은 항상 딸의 직장, 결혼 문제 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십니다. 진료실에서 흔히 접하지요. 이런 부모님들의 마음속엔 딸이 자신의 말을 잘 안 듣는 것에 대한 원망도 있지만, 자신이 좀 더 잘나서 자식 고생 안 시키고 좋은 데 시집보낼 수 있었더라면 하는 자책이 공존합니다. 어머님의 경우도 아마 예외는 아닐 겁니다. 끔찍한 꿈을 꿀 만큼 현재 사연 주신 분의 앞날을 걱정하신 겁니다. 모녀 간에 서로 부딪히기도 하겠지만 그것이 결국 사연 주신 분을 향한 어머님의 사랑임을 아시면 되겠습니다.

*‘현몽우답’은 이달로 마감합니다. 3월호부터는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가 일상 생활에서 부딪히는 욕망과 갈등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시아버지의 꾸지람, 나비가 날아다니는 꿈은 무슨 의미일까요?
‘무한도전’에 출연해 욕정 전문가로도 불렸던 정신과 전문의.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 대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공감과 성장’을 운영하고 있다. 모든 꿈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믿음으로 각종 TV,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통 사람들의 걱정과 불안을 위로해주는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 저서로는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뱀파이어 심리학’등이 있다.



디자인·최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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