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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웠던 김자옥의 마지막 말들

“불행할 시간이 어디 있어. 행복하기만 해도 모자란걸…”

글·김민주 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4.12.17 09:50:00

배우 김자옥이 우리 곁을 떠났다.
그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항상 밝게 웃는 모습으로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줬다.
김자옥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꽃보다 아름다웠던 김자옥의 마지막 말들
꽃보다 아름다웠던 김자옥의 마지막 말들

1 아내 사랑이 각별했던 남편 오승근은 장례식 내내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2 김자옥의 마지막 길에는 생전 밝고 아름다웠던 그를 사랑했던 많은 연예계 선후배들이 함께했다.

배우 김자옥이 향년 63세로 세상을 떠났다.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은 그는 최근 들어 암이 재발했고 이후 계속 항암 치료를 해왔지만 폐로 전이되면서 지난 11월 16일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었다.

누구보다 가슴 아파하는 사람은 남편 오승근(63)이었다. 그는 빈소에서 만난 기자에게 “아내가 떠났다는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금도 집에 있을 것 같다”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아내가 투병하는 동안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냥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일이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도 누구보다 의지가 강했고, 연기하는 것도 즐거워했기 때문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별하게 되리라곤 생각을 못했어요.”

오승근의 말처럼 고인은 지난해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그리고 올 초 tvN 예능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 등에 출연하며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많은 이들이 그와의 이별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가족은 물론 그를 사랑했던 연예계 선후배들의 상심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나문희, 강부자, 이성미, 이경실, 박원숙, 전도연, 한지혜, 유호정, 최수종·하희라 부부, 박지성·김민지 부부, 유재석, 이영자 등 생전 그와 친분이 있던 이들의 조문이 끊이질 않았다. 남겨진 사람들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정 사진 속 김자옥은 당장이라도 인사를 건넬 것처럼 환하게 웃고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꽃보다 누나’ 촬영차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동료와 제작진도 갑작스러운 비보에 경황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문자를 주고받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해외 촬영을 마치고 급히 귀국한 김희애, 여행 중 고인을 살뜰하게 챙기던 이미연, 고인에게 “함께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던 윤여정 등은 모두 허망해하며 눈물만 흘렸다.

어릴 때부터 끼가 많았던 김자옥은 일찌감치 연예 활동을 시작했다. 1970년 MBC 공채 2기 탤런트로 공식 데뷔해 김영애, 한혜숙과 더불어 70년대 안방극장 트로이카로 불리기도 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공주는 외로워’라는 곡을 발표하고, 공주 신드롬을 일으키며 가수로도 활동했다. 이후에도 드라마를 통해 꾸준한 연기 활동을 해왔고, ‘소녀 감성’을 지닌 예쁜 아줌마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렇게 화려한 그의 삶 이면에는 가슴 아픈 사연들도 있었다. 1980년 가수 최백호와 결혼했지만, 성격 차이로 3년 만에 이혼했다. 이후 1984년 오승근과 재혼해 30여 년을 잉꼬부부로 살아왔다. 오승근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70억원을 한순간에 날리며 결혼 생활에 위기가 찾아온 적이 있었지만, 고인은 남편을 위로하고 재기를 도왔다. 오승근은 “아내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지금까지 나와 같이 살아줘서 고맙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아들 결혼식에는 꼭 가고 싶다고 했는데…”

꽃보다 아름다웠던 김자옥의 마지막 말들

‘꽃보다 누나’ 촬영 당시 행복해했던 김자옥. 그는 이 방송을 끝으로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오승근과 결혼 후 불임 판정을 받았던 김자옥은 서른일곱 살에 기적적으로 늦둥이 아들 영환(26) 군을 낳았다. 그 아들이 내년 3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못 보고 떠났기에 가족들의 안타까움은 더욱 크다.

김자옥과 친했던 배우 윤소정은 “며느리가 마음에 든다면서 정말 예뻐했는데, 내년 3월에 날을 잡았는데 그걸 못 보고 가서…”라며 애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예비 며느리는 장례식 내내 가족과 함께 자리를 지켰다.

김자옥은 오승근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지연 씨에 대한 사랑도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승근은 이런 아내에게 늘 고마워하며 평생을 애처가로 살았다.

“아들 결혼식에는 꼭 가고 싶다고 했는데…. 모든 걸 내가 책임지고 편안하게 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니까, 저를 향해 눈을 깜빡이더군요.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고인은 시인이었던 아버지 김상화 씨의 영향을 받아 감수성이 풍부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가족들과 갈등도 많았다. 친정어머니는 고인과 똑같은 대장암으로 돌아가셨고, 많이 의지했던 친언니는 우울증을 앓다 자살로 유명을 달리했다. 늘 밝게 웃는 모습이었기에 사람들은 그에게 이런 사연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는 생전 발언들에서도 묻어난다. 지난해 방송된 MBC ‘무릎팍도사’에서는 “암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병이기 때문에 절망적일 필요는 없다. 긍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으니까”라며 초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아프다고 내색하지 않았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더 챙겼다. ‘꽃보다 누나’에선 이미연에게는 “미연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사랑 가득한 말로 위로를 전했으며, 이승기에게는 “승기를 보면 우리 아들이 생각난다. 내 아들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나영석 PD에게 했던, “불행할 시간이 어디 있어. 행복하기만 해도 모자란걸…”이라는 말은 남겨진 모든 이들을 위한 선물이기도 하다.

동생 김태욱 아나운서가 기억하는 행복했던 사람, 누나 김자옥
“첫 발병 당시, 이미 대장암 3기 말”

꽃보다 아름다웠던 김자옥의 마지막 말들
고 김자옥은 7남매 중 셋째였다. 김태욱 SBS 아나운서는 고인과 아홉 살 차이가 나는 막내 동생이었다. 일찍부터 연예 활동을 시작했던 김자옥은 김태욱 아나운서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성격도 비슷하고, 관심사도 비슷했던 누나. 덕분에 김 아나운서도 자연스럽게 방송계에 발을 들였다. 화장터에서 만난 김 아나운서는 자신에게 누나는 엄마 같은 존재였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의 모친도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났기에 더욱 허탈하고 아픔이 컸다. “아들 결혼식을 꼭 보고 싶어했어요. ‘결혼식을 한 달만 앞당기면 안 될까?’라고 농담처럼 얘기하기도 했어요. 정말 안타까운 게 2~3년만 일찍 건강검진을 했어도 용종으로 발견됐을 거예요. 그런데 암을 발견했을 때 이미 4기에 가까운 3기 말이었어요. 그 당시 가족들의 충격이 정말 컸죠. 그러나 본인은 주위에 아픈 기색을 보이지 않았어요. 암세포가 뇌로 전이돼 방사선 치료를 해도, ‘나 이거 왜 해?’라고 묻지도 않았어요.”

김 아나운서는 이미 한 달 전 누나와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지만 표정은 밝고 편안했다. 그런 누나의 손을 살며시 잡아줬더니 갑자기 아기처럼 막 울더란다. “누나가 울면서 ‘자주 와~’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꼭 내가 얼마 안 남았다는 말 같더군요.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은 했지만, 그게 마지막 인사라는 걸 느꼈죠.” 그 이후에도 김자옥은 밝게 웃으면서 잘 지냈다. 응급실로 실려 가기 3일 전까지만 해도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정도다. 발인식에서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었던 든든한 사위, 싹싹하고 밝은 성격의 예비 며느리까지 고인을 무척 좋아하고 따랐다고 한다. “누나는 끝까지 사랑스러운 여자로 멋있고 행복하게 살았어요. 혹시나 빈소가 쓸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슬퍼해주시니 마지막 가는 길은 행복했을 겁니다.”


여성동아 2014년 12월 6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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