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여진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14.12.04 11:53:00
집은 공예품이 될 수 없을까? 도예 작가 박노찬·이미경 부부는 이 단순한 생각에서 집을 짓기 시작했다. 8개월 동안 도자기를 빚듯 공들여 지은 그들의 집에는 어느 것 하나 작품 아닌 것이 없다.
도자기를 빚듯 집을 지은 이들이 있다. 경기도 이천에서 도예 작가로 활동 중인 박노찬·이미경 부부가 바로 그들. 10년 넘는 기간 동안 하나둘씩 모아온 소품들을 소재 삼아 만든 집은 그 자체가 작품 같다.결혼하면서 이천에 터를 잡고 도예 작업을 해온 부부의 꿈은 남들처럼 마당 있는 집을 갖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작업할 공간이 있었으면, 마당이 있으면 좋겠다’는 두루뭉술한 생각만 있었는데, 인테리어 소품을 하나씩 모으기 시작하면서 집에 대한 콘셉트가 점점 구체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짓고 거기에 맞는 소품이나 가구를 구입하는데 부부는 반대였던 것. 10여년 동안 부부는 가구·조명 등 소품부터 시작해 창틀·고재·문손잡이 등 자재, 그림 같은 작품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이템을 모았다.
그 소장품을 활용해 집을 디자인하고 지었다. 거실 천장에는 물레방아 수로로 조명을 만들기 위해 수로를 달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창 크기도 그동안 모은 빈티지 창문에 맞춰 디자인했다. 디자인 작업을 끝내고 나머지 필요한 자재와 소품은 청계천, 을지로 등을 다니며 발품을 팔아 구했다. 낮에는 작품 활동을 하고 해가 지면 현장에 와서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며 8개월을 보냈다. 손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자신 있는 부부는 가구도 직접 만들고 용접도 하면서 차근차근 집을 만들어갔다. 마치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것처럼.
크기도 디자인도 모두 제각각인 창문과 문, 콘크리트로 만든 싱크대와 세면대, 긴 창가 아래 고재로 만든 스툴…. 눈을 돌리면 마주치는 모든 것이 작품이다. 그런 작품들이 모여 만들어진 집은 그 자체로 완벽한 공예품이다.

2 집 구조와 마감재, 가구와 조화를 이뤄 또 다른 작품으로 탄생한 박노찬 작가의 세라믹 작품.
3 매일 물레질로 하루를 시작하는 부부. 그렇게 만든 부부의 작품을 집 안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3 현관 입구는 드라이플라워, 호박, 빈티지 램프 등으로 무심한 듯 꾸몄는데, 이 또한 부부가 의도한 연출이다.
4 1층 작업실 한쪽에는 콘크리트로 싱크대를 만들어 카페처럼 꾸몄다. 싱크볼을 한쪽에 설치하고 여분의 공간에는 커피용품을 두어 싱크대처럼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눈여겨볼 것.


2 욕실은 콘크리트로 세면대와 파티션을 만들고 바닥에 은은한 컬러의 타일을 깔아 내추럴한 느낌을 살렸다. 고재 트레이를 활용해 만든 거울과 철제 수납장으로 빈티지한 느낌을 더했다.
3 침실은 화이트 톤으로 단장하고, 침대 헤드와 작은 창을 나무로 통일해 자연미를 더했다. ‘한 줄기 빛’이 내려오는 침실을 만들기 위해 작은 창을 냈는데, 작은 아이디어가 공간을 한층 유머러스하게 만든다. 거실은 옐로 톤으로, 침실은 화이트 톤으로 벽을 칠해 공간에 입체감을 더한 것도 Good.

무엇보다 물레방아 수로를 천장에 길게 설치하고 그 아래 전구를 달아 만든 조명이 거실 전체에 따뜻한 빛을 전해 공간을 완벽하게 만든다.



3 4 이 집의 문은 디자인이 모두 다 달라 문 전시장 같다. 고재를 이어 만든 현관, 철제 문틀이 빈티지한 멋을 내는 주방 문, 함석을 활용해 만든 욕실과 아이 방 문, 격자창이 달린 서재 문…. 서로 다른 문을 보고 있으면, 부부의 남다른 감각과 집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여성동아 2014년 12월 6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