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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신민아 여신에서 배우로

“연기가 일이 아닌 아침저녁 옷을 입고 벗는 일처럼 편하게 다가오면 좋겠어요”

글·김지영 기자|사진·조영철 지호영 기자

입력 2014.11.14 10:59:00

데뷔 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면서도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신민아.
그가 드디어 오랜 한을 풀 전망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
CF 속 여신의 이미지를 벗고 소탈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 그의 진정한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서른, 신민아 여신에서 배우로
‘CF퀸’ 신민아(30)가 이제는 흥행 배우 대열에도 합류할 전망이다. 지난 10월 8일 개봉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10월 19일 현재 1백44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것. 영화는 2주 연속 박스 오피스 순위 1위에 올라 관객 수는 앞으로 더욱 누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그가 주연한 최고 흥행작은 1백70만 명을 동원한 2001년 개봉작 ‘화산고’였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1990년 박중훈과 최진실이 주연을 맡아 서울에서만 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은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작. 신혼부부의 소소한 일상을 에피소드 식으로 구성한 원작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되 현시대에 걸맞은 사실적인 묘사로 차별화를 꾀했다. 여기에는 원작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 위한 신민아의 고민이 한몫했다.

“어릴 적 원작을 참 재미있게 봤어요. 영화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 최진실 선배님처럼 사랑스러운 연기를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지만 현실에 맞는 캐릭터를 창조하려고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감독님께 ‘현실감을 높이되 원작의 아날로그 감성은 그대로 가져갔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적극 개진했죠.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촬영에 능동적으로 개입한 건 처음이었어요. 그전에는 감독님이 지시하는 대로 하는 수동적인 면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원작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잘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만족스런 느낌이 들 때까지 다양한 각도에서의 재촬영을 자청했고요.”

30대에 접어들면서 연기 열정이 더 강해진 것인지 궁금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오히려 20대에 더 많이 했어요. 그런데 30대가 되니 주위에서 저를 더 어른스럽게 봐주고, 저 또한 맡은 캐릭터에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작품에서 한 발짝 떨어져 전체적으로 보는 안목과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촬영에 참견하는 일도 많아졌어요.”



웃음 코드 잘 맞아 금세 친해진 조정석

서른, 신민아 여신에서 배우로
10월 1일 오후 영화 개봉을 일주일 앞두고 만난 그의 얼굴은 9월 중순 제작보고회에 참석했을 때보다 핼쑥해 보였다. 살이 좀 빠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잘 먹는데 걱정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 처음 출연을 결정했을 때 원작이 많이 알려져 있어 주위에서 잘해야 본전이라고들 했는데, 시사회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 다행이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극 중에서 그는 4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새 신부 미영을 연기한다. 미술 학원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미영과 집안일을 도와주기는커녕 시도 때도 없이 바지를 벗고 달려드는 혈기 왕성한 남편 영민(조정석)은 취향과 생활 습관의 차이로 몇 차례 위기를 겪지만, 그 속에서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확인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만든다.

▼ 조정석 씨가 “신민아 씨처럼 대화가 잘 통하는 배우는 처음이었다”고 하더라.

나도 조정석 씨처럼 편하게 대한 남자 배우는 처음이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친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웃음 코드가 잘 맞아서 금방 친해졌다. 현실에 맞게 시나리오를 고치더라도 원작의 정서를 살리자는 의견도 일치했다. 의견이 잘 맞고 성향이 비슷해서 연기하기 편했다.

▼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몽타주를 찍을 때나 바닷가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뛸 때 재미있었다. 영화에는 많이 나오지 않지만 기억에 남는다. 조정석 씨의 팬티 컬렉션도 잊히지 않는다. 촬영하며 굉장히 다채로운 팬티를 선보였다. 벗을 때도 귀엽게 벗었다. 처음엔 되게 민망해하며 몰래 갈아입더니 나중에는 보든 말든 아무데서나 막 갈아입었다. 하하하.

▼ 드라마와 영화 OST에 여러 차례 참여했을 정도로 노래 실력이 출중한데, 집들이 장면에서 음치 연기를 실감 나게 보여줬다.

원작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라 부담스럽고 힘들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미영이가 노래하다 음을 이탈하는 장면으로 그려졌는데 그보다 재미있게 보이려고 10번을 다시 찍었다. 재촬영을 가장 많이 한 신이었다.

서른, 신민아 여신에서 배우로
▼ 현대판 미영 캐릭터가 원작과 다른 점은.

일하면서 집안일도 하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남편과 대화할 때도 14년 전 미영과 달리 자기감정을 표출한다. 사사건건 감정을 드러내진 않지만 마냥 참지도 않는다.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만든 화장실 신이 좋은 예다. 미영은 화장실에서 흐느끼며 참았던 말들을 쏟아낸다. 현대판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다. 미영이 감정 상태를 직접 드러낸 그 장면이 없었다면 관객의 공감을 얻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 평소 자신과 미영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찾는다면.

미영은 지극히 평범한 여성이다. 일하면서 자기감정을 다 드러낼 수 없는 처지인 것, 문득문득 허무함을 느끼는 것은 나와 닮았다. 전공을 살려 하는 일이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나랑 닮았다기보다 많은 여성이 공감하는 사안일 것이다.

반면 미영과 달리 난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그때그때 이야기하는 편이다. 미영은 결혼이라는 틀에 갇혀서 자기감정을 애써 들춰내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아직 미혼이라 자유로운 나로서는 거리낄 것이 없지 않은가.

필라테스로 몸매 관리, 광고로 만들어진 이미지 원치 않아

극 중에서 영민은 여성 관객의 분노를 산다.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다른 여자의 속살을 보며 흥분하고, 대학 동기인 여자친구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려 해서다. 신민아의 지인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결혼하면 다 저런가 하며 혀를 찼다고 한다. 그도 영화를 찍으면서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졌을까.

▼ 그 장면을 연기하며 어떤 느낌을 받았나.

사실 내겐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았다. 결혼을 나와 거리가 먼 남의 일처럼 생각해왔기 때문에 결혼에 대한 환상도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이 영화를 찍고 나서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갈등 없이 잘 살지 않을까 하는 환상이 생겼다(웃음).

▼ 결혼할 때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나.

결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누구를 만나든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 연애를 했던 것 같다. 결혼 생활은 연애처럼 하고, 연애는 결혼 생활처럼 진득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어떤 프러포즈를 받고 싶나.

화려하고 거창한 프러포즈는 부담스러울 것 같다. 진심이 담긴 소박한 프러포즈가 좋다.

▼ 이상형이 있나.

같이 있으면 재미있는 사람, 아무리 소소한 것이라도 함께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는 그런 사람이 좋다.

▼ 배우에게 미모는 독이 되기도 한다. 외모 때문에 연기가 묻힌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나 스스로는 외모가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광고나 화보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특별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것 같다. 연기를 하며 본래 모습을 못 보여드린 것도 내 불찰이다. 한 이미지로 고정돼 있다면 그것 역시 내가 연기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 과하지 않은 선에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그에게도 외모 콤플렉스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답하진 않았다. “말하면 그것만 볼까 봐…”라고 말끝을 흐리며 웃음으로 때웠다)

▼ 영화 속 미영의 스타일링이 인상적이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모습이었다.

화보 촬영할 때는 진한 화장을 많이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찍을 때는 메이크업을 거의 안 한다. 화장을 조금만 짙게 해도 화려해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영은 유부녀라서 화보 속 신민아처럼 꾸밀 엄두를 낼 수도 없다. 미영이 학원에 갈 때는 셔츠나 니트로 단정한 이미지를, 집에서는 난방비를 아끼려고 수면 양말에 수면 바지를 입는 알뜰한 주부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서른, 신민아 여신에서 배우로
▼ 몸매 관리 비결이 뭔가.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시작한 지 2년이 돼간다. 몸매를 날씬하게 만드는 데는 피트니스가 더 효과적이지만 필라테스는 속 근육을 단련시키고 몸의 중심을 잡아준다. 무릎을 다쳐 잘 구부리지 못했는데 필라테스를 하면서 그런 증상도 개선됐다. 다른 운동은 지구력이 없어서 오래 하지 못하는데 필라테스는 중독성이 있다. 힘들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 ‘러블리(lovely)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배우로 꼽히는데, 앞으로 희망하는 수식어가 있나.

얼굴에 보조개가 있어서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다. 그동안 맡은 배역도 대체로 사랑스러운 캐릭터였고. 근데 수식어는 늘 부담스럽다. 수식어의 이미지에 갇혀 고정관념이 생기는 것도 반갑지 않다.

상대역으로 만나고 싶은 배우는 김윤석

신민아의 연기 데뷔작은 2001년 영화 ‘화산고’지만 연예 활동은 1998년 잡지 모델로 시작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연예계에서 보낸 셈이다. 배우가 된 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사랑스러운 주인공 역을 맡아온 그는 늘 정상의 자리에 있었다.

▼ 스타의 삶이 버거운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데뷔 초에는 남의 시선을 받는 삶이 불편할 때도 있었다. 20대 때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하는 데 한계에 부딪혀 속상한 적이 많았다. 어려서부터 연예 활동을 시작해 일반적인 경험이 없으니까 간접 경험을 통해 표현할 수밖에 없는 내 처지가 안타깝기도 했다. 근데 지금은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부딪히면서 크는 게 내 인생이고 운명이라면 즐기려고 한다. 부딪히면서 배운 게 나중에는 연기로 표현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얼굴이 명함이어서 불편한 점도 많지만 이제 익숙해졌다.

▼ 영화와 드라마 중에서 어느 쪽에 더 끌리나.

둘 다 매력 있다. 영화가 준비 기간이 길고 촬영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드라마는 빨리 진행되는 호흡이나 즉각적인 반응들, 너무 힘들지만 끝날 때 뭔가 갖고 가는 느낌이 있어서 좋다. 작품이 좋다면 드라마든 영화든 가리지 않는다.

▼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예전에는 큰 그림부터 봤다. 이른바 대박 날 것 같은 작품에 마음이 갔다. 근데 이제는 캐릭터가 내게 잘 맞는지,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인지를 먼저 본다.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내가 공감하지 못하면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기대할 수도 없더라. 무엇보다 어느 부분에서 공감하는지가 중요하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도 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욕심이 났다. 전작인 영화 ‘경주’도 그런 관점에서 출연을 결정했다.

▼ 지금까지는 주로 또래 배우와 호흡을 맞춰왔는데 앞으로 상대역으로 만나고 싶은 선배 연기자가 있나.

김윤석 선배님과 연기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고 얼굴 생김새와 연기할 때 아우라도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선배님과 작업할 기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 연기 호흡이 가장 잘 맞은 상대 배우는 조정석인가.

그런 것 같다(웃음). 얼마 전에 한 영화 프로그램에서 거짓말탐지기를 갖고 촬영하러 왔을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아서 조정석 씨라고 답했는데 진실이 나왔다. ‘경주’에서 상대역을 한 박해일 오빠와도 호흡이 잘 맞았다. 박해일 오빠는 정말 연기 같지 않게, 설정이 아니라 진짜같이 연기하는 배우다. 쉬는 시간에도 연기 연습을 안 한다. 해일 오빠도, 정석 오빠도 고민 상담하기 좋은 상대다. 사람을 편하게 해주고, 어떤 말을 해도 성심성의껏 답해준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와 아름다운 20대 청춘을 오롯이 연예 활동에 바친 신민아. 세월의 두께만큼 내면도 한층 깊어진 그가 30대의 출발선상에서 앞으로 닮아가고자 하는 롤 모델은 누굴까.

“딱히 없다. 롤 모델을 정해 닮으려고 하는 자체가 내게 부담스러운 짐이 될 것 같아서다. 앞으로 배우 생활을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주어진 캐릭터에 충실하면서 그 과정을 즐기고 싶다. 연기가 일이 아니라 아침저녁 옷을 입고 벗는 것처럼 편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여성동아 2014년 11월 6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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