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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은숙 35년 가요 인생 빛과 그림자

치매 노모 모시고 국내 활동 재개

글·김지영 기자|사진·이기욱 기자

입력 2014.10.16 15:34:00

1982년 일본에 진출해 20년 넘게 ‘엔카의 여왕’으로 군림한 가수 계은숙이 귀국 6년여 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케이팝 엑스포의 한 무대를 장식할 특별한 공연을 앞둔 그가 돌아본 35년 가수 인생, 빛과 그림자.
계은숙 35년 가요 인생 빛과 그림자
‘엔카의 여왕’ 계은숙(52)이 10월 4일 단독 콘서트를 연다. 2008년 26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 간간이 무대에 섰지만 단독 공연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 공연을 기획한 케이팝 엑스포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계은숙 씨는 일본에 진출해 성공을 거둔 ‘케이팝의 원조’이기에 엑스포 행사장 안에 단독 콘서트 무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귀국 후 엄마와 애틋한 정 나누며 평범한 여자로 지내

흑백 TV 시대가 끝나가던 1977년 럭키 유니나 샴푸 CF 모델로 연예 활동을 시작한 그는 2년 뒤 가수로 변신, ‘노래하며 춤추며’라는 댄스곡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깜찍한 외모에 열정적인 무대 매너까지 겸비한 그에겐 ‘가요계의 신데렐라’라는 애칭이 따라다녔다.

가수로 한창 인기를 누리던 1982년에는 돌연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일본에서 펼친 그의 활약상은 널리 알려진 사실. 1985년 ‘오사카의 모정’으로 일본 가요계에 데뷔해 1988년부터 7년 연속 NHK 인기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출연하는 대기록을 세우고 1990년 일본 레코드 대상인 ‘앨범 대상’을 거머쥐며 ‘엔카의 여왕’으로 사랑받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도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팬클럽 회장을 맡았을 정도로 그의 노래를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1998년부터 이혼 후유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그는 2007년 각성제 단속법 위반으로 일본 내에서 활동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결국 2008년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6년 동안 그의 모습은 방송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다.



▼ 2008년 귀국 후 국내 방송에 바로 복귀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일본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돌아왔기에 방송 출연 제의를 받아도 선뜻 응할 수 없었다. 장윤정의 전 소속사 홍익선 대표가 함께 일해보고 싶다고 손을 내밀었을 때도 내게 관심을 보여준 고마운 마음만 받고 후일을 도모하자고 했다. 심신이 모두 지쳐 있어서 쉬는 게 우선이었다.

▼ 한국 생활에 금방 적응했나.

지금도 적응하는 과정인 것 같다. 이전까지 평범한 삶을 살아본 적이 없고, 오랜만에 함께 살게 된 어머니와 의견이 맞지 않아서 힘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예전 같지 않게 많이 약해지고 나이든 어머니에게 연민을 느꼈다. 같은 여자로서 마음이 시리고 허탈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나 혼자 남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지난날을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청소와 설거지도 해보고, 어머니에게 응석도 부리면서 지냈다.

▼ 모녀 사이가 애틋한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단둘이 살아서 그렇다. 걸핏하면 싸우다가도 돌아서면 다시 친해진다. 어머니는 내가 가수가 되는 걸 바라지 않았지만 막상 딸이 마이크를 놓고 생동감 없이 사는 모습을 보며 몹시 안타까워하셨다. 그러다 3년 전 치매에 걸리셨다. 엄마가 자꾸 안 하던 행동을 하셨는데 그게 다 치매 전조 증상이었다. 어머니가 치매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10년 전부터 어머니와 같이 여행하고 싶어서 내가 50세가 되기를 기다렸는데 이제 그럴 수가 없다. 당뇨 합병증에 차 사고로 왼쪽 다리 관절을 다쳐 거동이 불편한 데다 치매까지 와서 매일 누워 계신다. 내게 아버지 노릇까지 하신 어머니가 자꾸 시들어가니까 나도 우울증이 생겼다. 이러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하늘이 무너질 것 같다.

▼ 1982년 왜 갑작스럽게 일본행을 택했나.

한국에서 아픔이 있었다. 교제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집안에서 가수 며느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결혼을 반대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집안의 자제였다. 그때만 해도 스캔들이 나면 타격이 컸다. 내 상처도 컸지만 어머니도 그 일로 마음을 많이 다치셨다. 어머니에게 걱정 끼치는 내 모습이 견디기 힘들었다. 그때 마침 국제가요제에서 관계자가 일본 진출을 제의했다. 더는 불효하기 싫어서 일본에 갔다. 일종의 도피였다.

▼ 고이즈미 전 총리와는 어떤 인연으로 만났나.

내 공연을 직접 보러 온 적은 없다. 총리로 재직할 때 한국 대통령이 방일하면 공식 만찬에 초대해주셔서 노래하러 간 적은 몇 번 있다. 그분은 한국 노래를 좋아했다. 날 볼 때마다 그 말씀을 하셨다. 내 노래를 무척 좋아해서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 공무원들이 만든 팬클럽 회장을 맡으신 걸로 안다.

30년 우정, 모래알로 만든 사건으로 큰 충격 받아

계은숙 35년 가요 인생 빛과 그림자
한동안 서울과 제주도를 오가며 호텔 디너쇼 무대에서 노래하던 그는 지난 3월 일본과 한국에서 새 음반 출시 계획을 발표하며 재기를 준비해왔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의 수입 차 매장에서 고가의 외제 차를 리스한 후 대금을 갚지 않은 혐의로 그와 지인 김모 씨가 8월 초 불구속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계은숙은 “김씨가 차를 산다고 해서 보증인으로 따라나섰을 뿐, 외제 차를 내 명의로 리스한 줄 몰랐고 리스 대금 납부 용지가 내게 날아온 적도 없다. 내게 동의나 허락도 구하지 않고 내 개인 정보를 도용해 나를 차주로 만들어 많은 손해를 끼쳤고, 이번 일로 내가 가진 조그마한 텃밭도 압류가 됐다”고 억울해했다. 이어 “오늘 그 사건의 재판이 있었다. 내가 피해자인 증거와 정황을 제시해 억울한 누명을 벗을 기회가 생긴 것 같다. 그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고 몸도 안 좋았지만 희망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셋째 형 상희 씨의 차녀 계옥 씨의 장남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과는 5촌 사이며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처조카이기도 하다. 현재 그는 4억여 원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 본격 활동을 재개하기도 전에 사건에 휘말렸다.

“서울 강남 신사동에 대출을 끼고 산 집이 있었는데 대출 이자와 원금을 갚기 힘들어 집을 팔려고 하던 중 김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에게 집을 처분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집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뒤 매매 대금을 못 받았다. 집을 산 사람은 김씨가 갖고 있던 내 통장 계좌로 대금을 보냈다는데 내 손에 들어온 돈은 없다. 그 때문에 지금은 동부이촌동에 월세 집을 얻어 살고 있다.

▼ 김씨와 어떤 사이인가.

김씨는 원래 내 팬이었고, 지금은 친구 같은 사이다. 친구 소개로 30여 년 전 한국에서 노래할 때부터 알고 지냈다. 예전에는 상냥하고 잘 웃는 이였다. 한국에 올 때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있는 곳에 나타나서 반가운 존재로 지내게 됐다. 상대가 남자니까 무슨 사이인지 의아하겠지만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할 만한 사이는 아니다.

그는 “충격이 크다. 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며 괴로워했다. 김씨가 그의 명의로 리스한 외제 차는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 경찰은 계은숙의 차량 도난 신고로 수사에 들어갔다.

인간의 내면과 사랑 주제로 세계 투어 하고 싶어

계은숙 35년 가요 인생 빛과 그림자

계은숙은 10월 4일 열리는 단독 콘서트가 “데뷔 35주년을 기념하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계은숙의 단독 콘서트는 9월 19일 인천 서구 인천항만공사 북인천 복합단지에서 개막한 케이팝 엑스포의 한 행사로 펼쳐진다. 엑스포 마지막 날인 10월 4일 무대에 서는 계은숙은 “이번 공연은 올해 가수 데뷔 35주년을 맞은 내게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다”며 “일본에서 활동할 때도 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무대에 섰는데, 케이팝을 소개하는 뜻 깊은 행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로 노래할 기회를 얻어 더없는 영광으로 생각한다. 한일 교류라는 큰 뜻을 가지고 오랜만에 팬들과 소통하는 자리라 벌써부터 설렌다”고 소감을 말했다.

▼ 케이팝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실감하나.

우리가 어릴 때 팝송을 따라 불렀는데 지금은 외국인들이 우리 노래를 따라 한다. 세계가 공유하는 노래가 됐다. 후배 가수들이 자랑스럽다. 트로트도 케이팝의 일부이니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을 날이 언젠가 올 거라 믿는다.

▼ 월드 투어 계획은.

하고 싶다. 해외 팬들도 바란다. 근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한국에서 노래를 좀 더 발표해 전국을 돌고 세계를 누비는 투어 공연을 하고 싶다. 트렌드를 맞추는 게 아니라 구성진 노래를 하고 싶다. 인간의 내면과 사랑을 주제로 세계 투어를 하며 노래를 즐기고 팬들과 소통하며 살고 싶다.

그는 단독 콘서트 무대에서 대표적인 히트곡인 ‘노래하며 춤추며’를 비롯해 일본과 한국에서 발표한 노래들을 섞어 부를 예정이다. 엑스포 입장료 2만원으로 그의 단독 콘서트까지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여성동아 2014년 10월 6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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