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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With Specialist 정신과 의사 김현철의 현몽우답

악당에게 쫓기고 남편에게 내연녀가 생기는 꿈 무슨 의미일까요?

글·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 사진·REX 제공

입력 2014.09.30 10:53:00

많은 이들이 기분 나쁜 꿈을 꾸고 나면 혹시 안 좋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한다.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의 꿈풀이는 근거 없는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이 된다. 꿈의 내용을 적어 이메일 mupmup@donga.com으로 보내면 추첨을 통해 꿈 해석을 받을 수 있다. -편집자 주
case1 악당에게 들킬까 봐 가슴 졸여요!

악당에게 쫓기고 남편에게 내연녀가 생기는 꿈 무슨 의미일까요?
Q 어릴 때 종종 악당들에게 쫓기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악당의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그들을 피해 장롱 안, 침대 밑, 재봉틀 아래에 숨어 있으면서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하곤 했습니다. 가끔은 결국 그들에게 발각돼 덜컥 놀라면서 잠에서 깨기도 하고, 어떨 때는 들키지는 않았지만 밤새 가슴을 졸이다가 깬 적도 있습니다. 어떤 의미의 꿈일까요.

A 본격적인 꿈 얘기로 들어가기 전 추석 연휴 동안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해변에 위치한 호텔 바에서 우연히 만난 유럽 여성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그녀 역시 저와 같은 심리학도였음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정신과 의사라고 밝히자 대뜸 그녀는 독일어로 자아(ich)와 자기(selbs)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어보더군요. 순간 저도 놀랄 정도로 저절로 답이 나왔습니다. 전자가 지구(earth)라면 후자는 우주(universe)라고 말이죠.

자아는 지금 이대로 지낼지, 다시 말해 지금의 가치관을 고수하며 현상 유지하고 살아갈지 그렇지 않으면 변화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미지의 무의식과 조우하며 확장해나갈지 끊임없이 갈등합니다. 좀 더 성숙한 불안의 본질이라고 할까요. 그건 마치 평화로운 호빗 마을에서 얌전히 지내고 있을지, 아니면 보다 나은 영혼의 충만을 향해 두려움을 넘어 점차 확장해나갈지 고민하는 심리와 같습니다.

사연 주신 분의 쫓기는 꿈은 현재 그런 심리를 반영한 것 같습니다. 쫓기는 자도 나이며 쫓는 자도 나입니다. 전자가 앞서 언급했던 자아(自我)라면 후자는 자기(自己)입니다. 그렇다면,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우시겠지만 내가 악당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악(惡)으로 단정한 내 마음의 일부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경멸하는 마음으로 선악의 잣대를 들이밀면 그 잣대는 부메랑처럼 돌아와 자신을 가두는 창살이 돼버립니다.



해골에 담긴 물인지도 모르고 마시다 큰 깨달음을 얻은 신라 시대의 원효 스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보살은 모든 법에 분별하는 바가 없으므로 지(止)라 이름하고, 모든 법의 본질적인 의미와 무한히 깊은 도리에 대한 탁월한 지혜를 관(觀)이라 한다.” 사물이나 모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와 지혜를 뜻하는 지관(止觀)의 태도야말로 정신건강의 알파와 오메가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연 주신 분이 꿈에서 꾸신 장롱과 침대 밑은 자아의 피난처가 아니라 오히려 자기(自己)라는 이름의 우주같이 넓은 무의식으로 향하는 관문입니다. 정신은 끊임없이 넓어지기를 원하는데 사연 주신 분의 자아(自我)는 아마도 그 변화가 불안하신가 봅니다. 일단은 실행에 옮겨보세요. ‘더 큰 균형’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니까요.

악당에게 쫓기고 남편에게 내연녀가 생기는 꿈 무슨 의미일까요?
case2 바람피운 남편에 대한 원망, 과연 내연녀의 실체는?

Q 결혼한 지 7년 돼가는 주부입니다. 각각 여섯 살, 두 살인 남매를 키우고 있는데 종종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는 꿈을 꿉니다. 남편이 바람기가 있다거나 다른 여자한테 눈을 돌리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에요. 이런 꿈을 꾸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연인과 배우자를 향한 의심입니다. 얼핏 망상이라고까지 불리기도 하나 사실 이 의심은 망상보다 우울 혹은 강박에 가깝습니다. 공통적으로 자기 징벌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현재 자신이 할 수 없는 것, 가질 수 없는 것을 상대방이 취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화딱지가 납니다. 소위 시기심이 발동합니다. 이때 우리 마음은 여기에 대한 죄책감을 동시에 가짐으로써 자칫 깨질지 모를 심리적 균형을 맞춥니다. 마음은 임기응변으로 의심이란 가혹한 벌을 스스로에게 내려버림으로써 자신의 시기심에 대한 죄책감을 씻어내리려 합니다. 하지만 역시나 임기응변에 불과한지라 이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며 결국 관계가 깨지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비록 사연 주신 분은 꿈에서 그런 경험을 하였으나 이 또한 증상이란 무대 위에 올려놓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경쟁심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심리 현상입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샤이닝’이나 그리스 신화의 ‘메데이아’의 얘기를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꿈에서 보셨던 남편의 내연녀가 누구인지 얼추 감이 오시죠? 바로 딸입니다. 아마 아이 둘을 키우느라 일상이 많이 지쳐 있을 겁니다. 특히 스스로에게 마음의 짐을 지우고 계실 가능성이 무척 높습니다. 좀 더 스스로에게 관대해지시면 좋겠습니다.

case 3 낯선 곳에서 만난 사기꾼

Q 브라질로 여행을 가는 꿈을 꾸었습니다. 여행을 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공항 가는 길을 몰라 현지인에게 물어봤어요. 그가 너무도 친절하게 자기와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가던 중, 재래시장을 지나다 문득 현지인이 사기꾼이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놀란 가슴을 안고 그와 멀어지려고 애쓰다 산도 넘고, 도랑도 건너면서 홀로 힘겨운 사투를 벌였습니다.

A 공항이 등장하는 외국 여행은 현재 일상이 팍팍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아메리카 지역은 원초적인 자유, 그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는 자연으로의 회귀본능을 뜻합니다. 돌아오는 길을 몰랐다는 것 또한 무의식적으로 현실로 회귀하기 싫었던 심정을 나타냅니다. 재래시장 역시 브라질과 같은 자연, 모성의 상징입니다. 무위(無爲)로 돌아가고 싶으나 막상 현실은 그렇지 못하며 도리어 그런 욕구를 갖고 있는 자신을 몹시 부끄럽게 여기고 계신 모양입니다. 마치 꿈에 나온 사기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죠.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악당에게 쫓기고 남편에게 내연녀가 생기는 꿈 무슨 의미일까요?
‘무한도전’에 출연해 욕정 전문가로도 불렸던 정신과 전문의. ‘두 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와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꿈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 대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공감과 성장’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등이 있다.

여성동아 2014년 10월 6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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