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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교황님

대한민국 위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4박5일

글·김지영 기자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사진기자단 제공

입력 2014.09.16 13:24:00

먼 이국에서 온 카톨릭교회의 교황이 최근 잇단 사건사고로 슬픔에 잠겨있는 우리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줬다.
“엄청난 슬픔 앞에서는 중립적이 될 수 없다”는 그의 말에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 시대의 아픔을 보듬어줄 어른의 부재 속에 밝은 빛처럼 찾아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정을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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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의 아버지’. 천주교 신자든 아니든 존경심을 갖게 하는 셀레브러티. 바티칸시국의 지도자 프란치스코(78) 교황이 8월 14일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교황의 방한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의 일.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국은 브라질, 이탈리아,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요르단에 이은 6번째 방문국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국교가 천주교인 필리핀이나 우리나라보다 2백년 앞서 가톨릭이 전파된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의 첫 방문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성과 최근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사건 등으로 다양한 사회갈등을 안고 있어서다.

지난해 3월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그는 늘 가난하고 소외받는 약자의 편에 서서 그들을 위로하고 보듬어왔다. 그 자신도 ‘청빈한 삶’을 지향한다. 교황 선출 기간 내내 교황 관저를 마다하고 추기경들의 임시 거처인 ‘산타 마르타’에서 생활한 일화는 유명하다. 산타 마르타는 지금도 교황의 숙소로 쓰인다.

소탈하고 검소한 교황의 성정은 의복에서도 드러난다. 교황은 전임자들과 달리 어깨에 걸치는 개두포와 허리띠에 장식을 넣지 않는다. 평소 신고 다니는 신발도 교황 전용 붉은 구두가 아닌 밋밋한 검은 구두다. 40년간 같은 디자인의 구두만 고집한 교황은 이 구두를 헤질 때까지 신는다고 한다.

바티칸과 로마 안에서 이동할 때 타고 다니는 교황의 ‘애마’는 감색 디젤 세단인 2006년식 포드 포커스. 아담하고 연식이 오래됐지만 실용성을 고려해 교황이 직접 고른 차다. 교황은 이번 방한 기간에도 전용 방탄차 대신 국산 준중형차와 KTX를 이용했다. 한국을 방한할 때도 전세기를 타고 왔다. 좌석도 일등석보다 한 단계 낮은 등급인 비즈니스 석이었다.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에서 교황은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이 아닌 청와대 인근 주한교황청 대사관저의 6평 남짓한 방에서 묵었다. 지은 지 50년도 더 된 건물이어서 침대를 새것으로 교체하려 했으나 교황이 이를 사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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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구석구석 소외계층 만나

교황의 이런 서민적인 행보는 성장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전임자들과 달리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이었기에 소외 계층을 생각하는 마음이 역대 어느 교황보다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1969년 예수회 사제 서품을 받은 교황은 1957년 폐의 일부를 절제해야 할 만큼 심각한 폐렴을 앓으며 종교적 소명을 갖게 됐다고 한다. 권위의식을 버리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참된 종교인의 본보기가 된 그는 1282년 만에 나온 비유럽권 출신 교황이요,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약자에게는 더없이 자애롭지만 부와 권력을 앞세워 군림하려는 자에게는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교황 즉위 한 달 만에 추기경 자문단을 구성해 폐쇄적인 바티칸 은행과 교황청 조직에 개혁 드라이브를 건 것도 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약자가 보호받고 강자가 베푸는 사회, 누구나 정당한 대우와 존중을 받는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온 교황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경제전문지 ‘포춘’으로부터 각각 ‘올해의 인물’(2013)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2014)로 선정됐다.

한국에 머문 4박 5일 동안에도 교황은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충북 음성 꽃동네의 장애인, 평생 한 맺힌 삶을 살아온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등 우리 사회 구석구석의 소외계층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들의 거친 손과 절망에 빠진 마음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신의 은총과 축복을 기원했다.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리본을 방한 기간 내내 왼쪽 가슴에 달고 다닌 일도 화제가 됐다. 8월 18일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난 교황은 “중립을 지키려면 리본을 떼야 한다”는 주위의 조언에도 리본을 계속 부착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엄청난 슬픔 앞에선 중립적이 될 수 없습니다. 그 사람(노란 리본을 건네준 사람)에게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또 제가 느낀 바이기도 합니다.”

교황은 이날 오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초대해 서울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미사가 끝난 후 할머니들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며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할머니들을 만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교황은 남다른 감회를 피력했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노예 상태로 착취를 당했지만 존엄성을 잃지 않아 감동했습니다. 또한 분단의 고통이 끝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방한 기간에 교황이 한 말은 ‘명품 어록’으로 회자되며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비록 방문 일정은 짧았지만 ‘빈자(貧者)의 성자’가 우리에게 남긴 명언은 오래 기억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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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전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에는 3만여 명의 천주교 신자들과 시민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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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4년 9월 6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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