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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내조의 여왕’ 부부 MC 손범수 진양혜

20년 결혼 생활의 내공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4.09.16 09:59:00

강산이 두 번 바뀌는 20년 세월을 함께하면서 부부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맞춰가는 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국내 1호 아나운서 커플 손범수·진양혜 부부가 사는 법.
채널A ‘내조의 여왕’ 부부 MC 손범수 진양혜
채널A 새 예능 프로그램 ‘내조의 여왕’은 성공한 남편 뒤에서 내조에 힘쓴 아내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토크쇼다. 매회 공통점을 가진 유명인의 아내들이 출연해 남편을 성공시킨 내조의 비법과,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하기까지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이 프로그램의 공동 MC인 손범수(50)·진양혜(46) 부부는 “요즘 유행하는 신변잡기 늘어놓기 식 토크쇼가 아니라 출연자의 경험담을 통해 삶을 깊이 들여다보는 토크쇼여서 촬영이 끝난 후에도 여운이 남았다”고 첫 방송을 진행한 소감을 밝혔다.

“남편과 40~50년을 함께한 출연자들이 인생의 굴곡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땐 가슴이 뭉클하더라고요. 타이틀은 ‘내조의 여왕’이지만 출연자의 산 경험을 들으면서 부부가 어떻게 인생의 열매를 맺어갈지, 얼마나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고 함께 성숙해가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싶어요. 그런 면에서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성격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죠. 이 프로그램이 오래 지속돼서 결혼 생활에 대한 환상이라든지 왜곡됐던 부분이 해소되면 좋겠어요.”(진양혜)

“사실 처음 공동 진행 제의를 받았을 땐 주저했어요. 부부가 방송을 함께 진행하면 불편할 수 있거든요. 저희가 2001년 ‘심심남녀’라는 프로그램을 처음 공동 진행할 때만 해도 옆 사람이 신경 쓰여서 혼났어요. 그때처럼 불편하면 어쩌나 했는데 최근 몇 년간 예술의전당 공연 프로그램을 함께한 덕분에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맞춰주는 게 자연스러워졌더라고요(웃음).”(손범수)

힘쓰는 일은 진양혜, 위험한 일은 손범수 담당

채널A ‘내조의 여왕’ 부부 MC 손범수 진양혜

손범수는 “혼자 차를 몰 때와 달리 아내나 아이들을 태우면 가족을 지키려는 수컷의 본능이 발동해 무조건 안전운전을 한다”고 말했다.

‘내조의 여왕’ 출연자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들도 제법 연식이 오래된 결혼 20년 차 부부다. KBS 공채 아나운서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1년 6개월간 몰래 데이트를 즐기다 1994년 결혼에 골인했다. 당시 이미 여러 프로그램의 메인 MC로 활약하며 KBS 간판 아나운서로 입지를 굳힌 손범수와 달리 진양혜는 선배들 눈치 보기 바쁜 입사 2년 차 햇병아리 아나운서였다. 결혼 후 손범수는 보다 안정된 진행으로 승승장구했지만 진양혜는 기혼 아나운서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 속에서 일과 가사를 병행하며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신혼의 단꿈도 오래가지 않았다. 진양혜는 “결혼은 할 일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사건건 부딪혔다”고 털어놨다.



“신혼 초에는 정말 많이 싸웠어요. 허니문 베이비를 가진 데다 모든 환경이 바뀌고 체력도 안 따라주니까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힘에 부쳤어요. 무엇보다 남편의 태도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어서 감당하기 힘들더군요. 범수 씨가 좀 가부장적이에요. 가장으로서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강한 건 좋은데 집안일은 제가 다 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더라고요. 한 가정의 안주인으로서 가정을 지키고 남편을 지고지순하게 내조한 시어머니를 보고 자랐으니 저도 그러기를 바랐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전문직으로 일하는 어머니에게 늘 협조적이셨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 남편의 그런 태도를 수긍하기 어려웠어요.”

“자라온 환경이 다르다 보니 신혼 초에는 많이 다퉜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알게 됐고, 사고방식과 생활 패턴도 자연스럽게 맞춰갔죠. 부부에겐 싸움도 필요한 과정인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이 없이는 관계가 개선되거나 맞춰갈 수 없죠.”(손범수)

진양혜도 그 말에 공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행히 우리는 같은 분야에서 일하니까 서로 금방 이해했다. 남편을 이해하고 나니 남편이 어느 누구보다 믿음직스럽고 든든하게 느껴졌다”며 옛일을 떠올렸다.

“저희는 서로 쉬는 시간이 안 맞아 함께 여행하기가 힘들어요. 남편이 저더러 ‘나와 시간을 맞추려고 하지 말고 혼자 여행을 다녀오라’고 하기에 저는 그걸 당연하게 여겼죠. 그런데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다른 남편들과 달리 저를 깊이 배려한 거더라고요. 그렇게 예전엔 당연하게 생각한 것을 남편을 신뢰하면서 진심으로 고마워하게 됐죠.”

손범수는 “아빠가 되면서 아내의 고충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며 “아이가 태어나면서 각자 잘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분담했던 것 같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어떤 방식으로 분담했는지 묻자 의외의 답이 돌아온다.

“가구를 옮기거나 못 박는 일은 제가 하고, 화장실 청소와 조명 가는 일은 범수 씨 담당이에요. 왜냐면 가구를 옮기거나 못을 박을 땐 소리가 나니까 주로 낮에 해야 하는데 그때는 범수 씨가 집에 없어서 어쩔 수가 없어요. 그리고 범수 씨가 굉장히 깔끔해서 화장실 청소를 잘해요. 특히 전구 바꾸는 일은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것 같아요. 최대한 안전한 상황을 만들어놓고 하거든요. 5분도 안 돼서 끝낼 일을 너무 꼼꼼하게 하고 운전할 때도 항상 안전거리를 유지하는데 그런 모습이 답답할 때도 많아요.”(진양혜)

그 말을 듣던 손범수가 발끈했다. 말수를 아끼던 그는 속사포처럼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전구 가는 게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목도 아프고 조명등이 떨어지면 위험하기 때문에 아내에게 맡기지 않는 거예요. 또 남자는 혼자 차를 몰 때와 달리 가족을 태우면 운전을 더 조심하게 돼요. 그게 수컷의 속성이에요. 제가 오래 진행한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동물의 습성이 나와요. 암컷은 새끼를 낳기 전후에 예민해지지만 수컷은 기본적으로 자기 가족과 영역을 지키려는 습성이 있어서 누가 그 안을 침범하려고 하면 갑자기 튀어나가 물어 죽이거나 으르렁대요. 그런 게 남자에게도 분명히 있어요. 차가 갑자기 튀어나와 급정거를 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면 평소에 제가 울컥하는 사람이 아닌데도 막말이 튀어나오더라고요.”

채널A ‘내조의 여왕’ 부부 MC 손범수 진양혜
그의 말투에서 서운함이 묻어났다. 진양혜도 남편의 마음을 읽은 듯 “최근 발생한 여러 사건을 지켜보면서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남편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안전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남편의 안전제일주의가 단점이 아니라 큰 장점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남편이 결정한 일을 나중에 돌아보면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고려해 결정한 경우가 많아 놀라곤 해요. 오래 살다 보니 상대방이 가진 나와 다른 면을 장점으로 받아들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남편이 하는 걸 묵묵히 지켜봐요.”

이들 부부는 결혼 생활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빨래나 청소, 설거지를 누가 하느냐’가 아니라 ‘가정을 어떤 식으로 경영하느냐,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라고 강조한다.

“저희는 장남, 장녀니까 양가 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도 느껴요. 그런 걸 어떻게 합의해서 잘 꾸려갈 것인지가 중요하죠. 사실 저는 요리도 잘 못하는 부족한 주부예요. 게다가 바쁘니까 그런 부분을 도와주는 아주머니가 계신 거고요. 남편이 그걸 잘 참아주고 있어요. 또 자신의 생활 습관을 강요하기보단 제가 떨어뜨린 머리카락을 대신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어주고, 여행 갈 때도 저더러 짐 싸라고 시킨 적이 없어요. 그만큼 저를 존중하고 배려해줘서 큰 불만은 없어요.”(진양혜)

“결혼 생활은 버티며 살아내는 것”

사랑해서 결혼해도 어떤 부부는 1년을 못 살고 이혼을 선택하지만 어떤 부부는 백년해로한다. 그렇다면 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손범수는 “결혼 생활은 판타지가 아니다”라며 미국 에세이 작가의 조언을 인용해 “버티는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진양혜도 그 말에 맞장구를 치며 “서글프지만 삶은 살아내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사랑의 감정이 믿음이나 의리로 승화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손범수 씨에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말하라고 했어요. 가끔 연애도 하고 싶고 괜찮은 사람 보면 호감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제가 ‘연애하고 싶다. 근데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사람이 내가 누군지 다 안다. 벌거벗겨진 채로 사는 게 억울하다’고 말하면 손범수 씨가 한마디 하죠. ‘나는 어떻겠니?’ 하고요. 그러면서 ‘우리 정말 측은하다’고 서로 위로해요(웃음).”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면 경제적 안정도 중요하다. 손범수는 1997년, 진양혜는 2000년부터 프리랜스 MC로 활동해 그동안 상당한 재산을 모았을 거라고 추측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둘 다 재테크에 재능이 없어서 은행에 저축하는 것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다”며 “이재에 밝았으면 빌딩을 갖고 있겠지만 아등바등 사는 것도, 흥청망청 쓰는 것도 체질에 안 맞아 남에게 짠순이, 짠돌이 소리 듣지 않을 정도로 즐기고 베풀면서 산다”고 했다.

두 사람은 결혼 후 지금껏 수입을 각자 관리해왔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다. 결혼 전부터 갖고 있던 통장을 계속 쓰다 보니 각자 관리하는 게 편해졌다고 한다.

“저희는 한 사람이 전적으로 관리하지 않을 뿐이지 내 것, 네 것이 따로 없어요.”(손범수)

“예를 들어 다달이 붓던 적금이 만기가 됐으면 목돈 생겼으니까 이거 세금으로 내라고 범수 씨에게 줘요. 범수 씨도 제가 돈이 좀 없을 때는 ‘이번에 CF 찍어서 목돈 들어오는 거 네 계좌에 넣어줄게’ 그러고요. 범수 씨가 고마울 땐 제 카드로 내고, 미워 보일 땐 제 옷도 범수 씨 카드로 계산하고 그래요(웃음). 둘 다 그쪽에 무뎌서 서로 얼마 버는 줄 몰라요. 심지어 제 수입도 정확히 몰라요. 세금 계산을 하기 전에는.”(진양혜)

그는 결혼 생활을 10년쯤 했을 무렵 크게 다퉜던 일화를 들려줬다.

“저희가 여성재단 평등부부 홍보대사인데, 평등부부는 재산을 공동으로 한다는 규약이 있어요. 그런데 남편이 자기 명의로 집을 사서 무척 섭섭했어요. 집을 갖고 싶은 게 아니라 ‘이렇게 의식이 없는 남자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때는 자존심 상해서 말을 못하다가 나중에 그 말을 꺼냈더니 범수 씨가 ‘다 가져가. 나는 하나도 필요 없어’ 그러는 거예요. 그게 욱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 사람은 물욕이 없어서 진짜 다 줄 것 같더라고요. 그걸 다 받으면 챙겨줄 사람이 많아져서 안 되겠더라고요(웃음).”

아이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말 “엄마, 아빠는 널 믿어”

채널A ‘내조의 여왕’ 부부 MC 손범수 진양혜

진양혜는 “안전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남편의 지나친 안전제일주의가 단점이 아니라 큰 장점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에게 가장 큰 재산은 대학교 1학년,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두 아들이다. 무엇이든 스스로 알아서 하는 큰아들과 딸처럼 사근사근한 작은아들은 둘 다 키가 훤칠한 ‘훈남’이라고 한다. 진양혜는 “아이들이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할 때 제일 행복하고 자랑스럽다”며 활짝 웃었다.

“큰아이가 사춘기를 겪을 때는 저도 미숙한 엄마여서 감정적으로 부딪혀 힘든 적도 있어요. 작은아이 때는 또 다른 문제로 울기도 하고 학교에 불려가기도 했고요. 그런 과정을 거친 아이들이 이제 부모를 염려할 정도로 훌쩍 자랐어요.”

부부가 사소한 다툼을 자주 벌이는 주된 원인 중엔 아이들 문제가 빠지지 않는다. 특히 자녀 교육관이 서로 다른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이들 교육에 이견을 보인 적이 없다고 한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문과’ 손범수와 수학과를 나온 ‘이과’ 진양혜가 만났으니 아이들 교육을 전방위로 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저희는 부모 생각을 강요하지 않아요. 공부도 마찬가지예요. 어느 학원에 다니라고 지시하지 않아요. 아이에게 제안해서 충분히 대화한 다음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적 절차를 밟아요.”(손범수)

“부모가 권위적이어선 안 되지만 권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권위는 아이들에게 강요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죠. 감사하게도 아이들이 예민한 시기에 EBS에서 생방송 교육 프로그램을 2년 반 동안 진행하면서 국내의 내로라하는 교육 전문가들과 각계각층의 엄마들을 만났는데 그 덕분에 저 나름대로 교육 해법을 찾을 수 있었어요.”(진양혜)

그가 찾은 ‘현명한 교육 해법’이란 이런 것이다.

“아이들에게 가정의 중심은 아빠라는 것을 주지시키면서 아빠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했어요. 범수 씨도 아이들 앞에서 저를 항상 인정해줬고요. 아이들은 우리 집이 부자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부모가 일을 하지 않으면 수입이 줄어드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자기가 소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도 잘해요. 앞일은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서는 너무 잘하고 있어서 감사해요. 아이들에게 늘 말해요. 너희가 잘될 거라는 걸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고요. 아이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말은, 지금 당장은 실패하더라도 언젠가 네 인생의 주인공으로 잘 살 거라고 믿어주는 부모의 말이죠.”

성격도, 자란 환경도 다르지만 각자 독립된 인생 주체로 인정하고 한마음으로 아이들을 키우면서 인생이라는 험난한 길에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동반자가 된 손범수와 진양혜. 이들 부부를 따라다니는 ‘잉꼬 커플’이라는 수식어가 어쩐지 2% 부족한 느낌이다.

장소협찬·스미스가 좋아하는 한옥

여성동아 2014년 9월 6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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