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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 파이터’ 송효경 내가 싸우는 이유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4.09.16 09:17:00

7월 말 열린 종합격투기 로드FC 경기에서 일본 선수를 누르고 6패 끝에 1승을 올린 송효경 선수. 남들에겐 그냥 싸움으로 보일지 몰라도 이혼 후 시작한 격투기는 그에게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옥의 링에서 행복해지는 법을 배웠다.
‘싱글맘 파이터’ 송효경 내가 싸우는 이유
애초에 격투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상대를 죽일 만큼 패거나 아니면 내가 맞거나, 둘 중 어느 쪽이든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사람이 할 짓이 아니며 그 무지막지한 폭력을 관람하는 행위조차도 야만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엄마’와 ‘격투기’라는 단어의 조합은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송효경(32·싸비 MMA)이라는 선수를 알기 전까지는.

상대에게 미안해 ‘쏘리’ ‘쏘리’ 하면서 때렸다

7월 26일 로드FC 여성부 경기(계약 체중 54kg급)에 출전한 송효경은 예쁘장한 외모 때문에 ‘블링블링’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임수정, 함서희 등과 함께 한국의 몇 안 되는 여자 격투기 선수인 그는 그동안 일본 선수들과 상대해왔다. 격투기가 프로 스포츠의 하나로 자리 잡은 일본은 선수 층도 두껍고, 파이터들의 인기도 높다. 그런데 그가 한국에서의 첫 경기를 앞두고 여덟 살짜리 아들을 둔 싱글맘 파이터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아들과의 대화 내용은 이랬다.

“엄마가 이번에 경기에 나가는데 그 사람이 엄마 때리면 어떻게 할 거야?”

“내가 때려줄 거야. 발차기 해서 울게 할 거야.”



엄마는 왜 아들의 걱정을 무릅쓰고 죽음의 링 위에 올라야 했을까. 송효경의 아들은 엄마를 대신해 복수에 나서겠다 생각해야 했을까. 궁금증을 안고 그의 경기를 지켜봤다. 이전 경기까지 송효경의 전적은 6전 6패. 반면 상대인 기무라 하즈키(19)는 5전 4승 1무를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송효경은 예상을 깨고 일본 격투기 유망주 하즈키 선수를 맞아 처음부터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1라운드부터 그의 펀치가 불을 뿜기 시작하더니, 상대가 바닥에 넘어지자 암바(관절을 꺾어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는 기술)를 걸어 꼼짝 못하게 했다. 2라운드에서는 돌려차기와 킥으로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여 급기야는 하즈키의 코치가 링 안으로 수건을 던졌고, 송효경은 이로써 데뷔 후 첫 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후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송효경은 격투기 신데렐라가 됐다. 경기 동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 수가 60만 건을 넘어섰고 언론에서는 그의 기사를 쏟아냈다. 열성 팬들도 많이 생겼는데, 그 중 대다수는 평소 격투기에는 관심이 없던 주부들이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은 그는 연습을 하면서 맞아 부어오른 눈두덩을 제외하면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고운 얼굴이었다. 어떤 충격이라도 흡수할 것처럼 탄탄한 몸매와 동시에 작은 손이 눈에 들어왔다. 반복된 타격 연습으로 손가락 마디들이 툭툭 불거져 있었다.

▼ 기무라 하즈키는 나이도 어리고 강한 상대였는데, 두려움은 없었나.

지금까지 두려운 적은 없었다. 누구를 만나든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에 때로는 준비 없이 경기에 임했다가 혼쭐이 나기도 했지만.

‘싱글맘 파이터’ 송효경 내가 싸우는 이유
▼ 이번 경기에서는 많이 맞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맞으면 꽤나 아플 텐데.

경기를 할 때는 맞아도 잘 모른다. 약간 화끈거리는 정도지. 아파서 못 견디겠어, 그런 생각보다 ‘아이쿠 한 대 맞았구나, 나도 빨리 한 대 때려야지’라는 마음뿐이다. 시간(5분씩 2라운드)이 길지 않기 때문에 아프고 어쩌고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경기가 끝나면 그때부터 아프다.

▼ 여자 선수들은 얼굴을 다치면 치명적인데, 걱정이 안 되나.

하도 맞아서 코가 휘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하면 격투기는 못한다. 아예 왕창 맞고 그 김에 얼굴 전체를 고쳐볼까, 그런 생각도 했다. 하하하.

▼ 맞는 것도 힘들겠지만 때리면서 상대 선수에 대한 미안함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이번 경기를 동영상으로 자세히 보면 내가 하즈키 선수를 때리면서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는 게 들릴 것이다. 상대 선수를 때릴 때마다 미안하고 마음이 아픈데 하즈키 선수는 어리니까 더 그랬다. 이기기는 해야겠는데, 미안하니까 펀치를 가할 때마다 ‘쏘리’ ‘쏘리’ 하고 신음을 낸 것이다. 때리면서 마음속으로 ‘미안해.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 일어나서 나와 재미있는 경기를 해 줘’ 이런 생각을 했다.

이혼 후 분노 다스리기 위해 시작한 격투기

송효경이 처음부터 거친 격투기의 세계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다. 유치원 학예회 날, 아이들이 일어나서 한 명씩 꿈을 발표하는데 의사나 변호사 같은 그럴듯한 직업을 말하는 친구들과 달리 그는 ‘현모양처’라고 말했다가 엄마에게 타박을 당했던 기억이 있다.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며 알콩달콩 사는 게 그의 유일한 꿈이었고, 그래서 2006년 결혼했을 때 세상을 모두 가진 듯했다. 하지만 인생살이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들을 낳은 후 산후 우울증에 경제적인 문제, 남편과의 불화 등을 겪으며 삶이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버려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금은 ‘남편도 그 나름대로 힘든 사정이 있었겠지’ 하고 이해를 하지만, 당시엔 분노와 원망 외에 그의 마음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시작한 게 운동이다.

‘싱글맘 파이터’ 송효경 내가 싸우는 이유
▼ 처음에는 보디빌딩을 했다고 들었다.

사람들마다 힘든 일을 극복하는 스타일이 다른데, 나는 운동과 잘 맞았다. 술을 몇 잔 마시면 쓰러지니까 사람들이 나를 감당하지 못하더라. 그러다 주변에서 보디빌딩을 권해 하게 됐다.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도 편안해질 것 같았다. 3개월 동안 훈련해서 전국 대회에 출전했는데 4위에 입상했다. 사실 그때 몸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한 체급 위 우승자와 화보를 찍었는데, 몸이 너무 차이가 났다. ‘남들이 보면 욕하겠는걸’이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열심히 운동했기 때문에 부끄럽다거나 창피하다기보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운동의 재미를 알게 됐고 격투기도 시작하게 됐다. 그전까지는 기회가 없어서 몰랐는데, 내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걸 즐기는 스타일이더라.

▼ 일본에서의 별명이 ‘블링블링’이다. 예쁜 외모 덕분에 붙여진 별명 같은데, 파이터 생활을 하면서 외모 덕을 본다고 생각하나.

원래 내 얼굴에 자신감이 없었다.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땐 거울을 보면서 내가 말 같다고 느꼈다. 내가 못생겨서 남편에게 사랑을 못 받는다고 생각하니 우울증이 더 깊어졌다. 그래서 쌍꺼풀 수술도 받았다. 지금은 얼굴로 평가받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각자 잘하는 일이나 장점이 있다. 자신감을 갖고 그 일을 열심히 할 때 가장 예뻐 보인다. 내가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운동을 열심히 할 때다.

▼ 위험한 운동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했을 것 같다.

그동안 부모님께 얘기를 안 했다. 그런데 5번째 경기를 하고 나서 얼굴에 멍이 너무 많이 드는 바람에 아시게 됐다. 이혼녀가 격투기까지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더 손가락질할 거라며 반대하셨다.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서운하지 않았다. 이번 경기가 끝나고 나서는 엄마가 ‘우리 딸 멋있다, 자랑스럽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 싱글맘 파이터라고 알려지면서 더 화제가 됐다. 개인사가 알려지는 건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경기를 주최하는 로드FC 측에 내가 먼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겐 내색하지 않다가 친해지면, 이혼했고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아가씨인 척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였다. 그래서 이 사실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한 거다. 말을 안 하고 쉬쉬하다가 나중에 돌 맞는 게 더 무서웠고, 아픔도 송유경이라는 사람의 한 부분인데 그걸 숨기면서까지 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가 아이를 직접 키우는 건 아니다. 아이 아빠가 키우고 나는 주말에만 데려온다.

▼ 아이는 격투기를 하는 엄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격투기가 어떤 운동인지 아직 자세히는 모른다. 자기가 다니는 태권도 학원의 승급 심사와 비슷한 거라고 생각한다. 복싱이나 주짓수(관절 꺾기나 조르기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무술) 같은 대회에 나가 받은 트로피가 많은데, 아들이 집에 오면 그걸 보고 ‘엄마 또 이겼어? 좋겠다. 나도 엄마처럼 잘하고 싶은데’ 하면서 부러워한다. 아이가 벌써부터 이겨야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는다는 걸 알아 마음이 아프다. 그런 생각을 바꿔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쁜 방법을 써서라도 남에게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안 되니까.

▼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고 싶나.

다른 엄마들에 비해 못 해주는 게 너무 많다. 밥을 챙기고 공부를 봐주고 하는 소소한 것들을 해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대신 따뜻함을 알려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인도자가 되고 싶다.

나는 실패와 패배를 통해 성장했다

2012년 격투기에 입문한 송효경은 첫 승을 거두기 전까지 6패라는 초라한 전적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패배를 통해서 자신이 성장했다고 믿는다. 첫 번째 경기에선 송효경이라는 이름을 알렸고, 두 번째 경기에선 일본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 선수와 맞서 겁 없이 겨루다가 부상을 당해 이재선 감독이 15초 만에 수건을 던지면서 패했다. 여자 격투기 천재라 불리는 이노우에 미즈키와의 경기에서는 더 이상 주먹구구로 링에 올라서는 안 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다섯 번째 상대인 후지노 에미와의 대결은 난투극이었다. 결국은 졌지만 그도 상대에게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에미 선수는 경기 후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송효경은 대단히 강한 선수다. 방심했다가 자칫 질 뻔했다”며 그를 칭찬했다. 이 인터뷰 덕분에 일본에서 송효경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는 “상대를 인정하고 그 덕분에 자신도 뭔가를 배웠다고 하는 에미 선수를 통해 격투기의 멋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여섯 번째 상대인 이츠카 선수는 몸이 예쁘고 탄탄했다. 송효경도 몸에 자신이 없지 않았지만 이츠카 선수와 비교하면 자신은 일반인에 가까웠다. 자존심이 상했고, ‘운동을 게을리하고 있구나’라는 반성과 함께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투지가 생겼다고 한다.

▼ 6패를 당했다. 경기에 나서는 게 두렵거나 포기할 생각은 안 들었나.

경기에는 졌지만 나도 상대에게 타격을 입혔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지는 게 두려웠다면 격투기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보다 약한 상대와 싸워서 이겨봤자 의미가 없다. 그래서 늘 강한 상대와 맞서고 시합에서 지더라도 침울해하지 않는다.

▼ 파이터로서 본인의 장점을 꼽자면.

이 운동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정을 지키지 못하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 나 스스로에게 화가 났고, 세상이 원망스러워서 누구라도 때려눕히고 싶었다. 사람들이 분노 조절이 안 되면 물건 같은 걸 집어 던지고 그러지 않나. 딱 그런 마음이었다. ‘누구든지 다 덤벼봐’ 하는 ‘무데뽀 정신’으로 3개월 동안 훈련을 하니까 남자들도 무섭다고 했다. 그래서 감독님도 경기를 한번 시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거다. 지금도 어떤 선수를 만나든 긴장하지 않고 경기를 즐기는 게 장점이다.

▼ 그렇다면 단점은.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타격 같은 경우는 어릴 때 태권도를 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지만 그 외 그라운드 기술은 취약하다. 레슬링과 주짓수를 좀 더 보완해야 한다.

▼ 이번 경기에서 이긴 후 눈물을 흘렸는데 어떤 의미인가.

그동안 감독님께 잘못한 것들이 떠오르면서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사실 난 ‘불량 제자’였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고, 감독님 말도 잘 안 들었다. 그러니 매번 경기에서 진 것도 당연하다. 그런 제자를 보는 감독님 마음이 어땠겠나. 하지만 감독님은 싫은 내색 안 하고 항상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경기에 계속 졌을 때 감독님이 “역시 너는 안돼!”라고 했으면 나도 포기했을 거다. 그런데 더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워주시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도 알려주셨다. 감독님 덕분에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었다.

▼ 격투기가 생활을 꾸려나갈 정도의 수입원이 되나.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트레이너들을 교육하는 일을 아르바이트로 하고 있다. 아직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이젠 꿈이 있다. 힘들었을 땐 자포자기하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좋은 사람들과 운동을 하다 보니 좋은 습관이 생겼고, 이젠 뭔들 못 할까 싶은 자신감이 있다. 운동을 계속하면서 프로필 관리도 좀 더 잘하고, 그것을 통해 배운 경험을 체계화해서 사람들에게 건강하게 운동하는 법을 전파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면 이겨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 격투기에 대해 안 좋은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격투기 선수는 존경받아야 할 사람이다. ‘그깟 쌈박질이 무슨 운동이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 그 안에는 룰이 있고 링 위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자신을 한계치까지 밀어붙인다. 경기 전에 선수들의 눈빛이 사납게 이글거리는 건 상대와 기 싸움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간의 내공이 그렇게 눈빛으로 드러나는 거다. 나는 격투기를 통해 희생과 배려를 배웠다. 연습 상대는 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거다. 나를 때리는 것도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하면 격투기를 보는 눈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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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4년 9월 6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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