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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가 ‘형제의 난’ 속사정

글·두경아 자유기고가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14.08.18 10:52:00

지난해부터 시작된 효성가의 ‘형제의 난’이 2차전에 돌입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자신의 형과 동생이 각각 최대주주로 있는 효성 계열사 두 곳을 검찰에 고발한 것. 게다가 그가 “그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음해와 모욕에 시달렸다”고 밝힘에 따라 갈등의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효성가 ‘형제의 난’ 속사정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6월 16일 재판을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다. 효성그룹 조석래(79) 회장의 둘째 아들 조현문(45) 전 효성 부사장이 효성그룹 계열사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갈등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형제의 난’ ‘왕자의 난’이라고 부르고 있다.

내막은 이렇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6월 그룹 부동산을 관리하는 효성 계열사 두 곳,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최현태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자신이 10%의 지분을 보유한 이들 회사의 경영진이 업무상 횡령과 배임 행위로 회사에 1백억원대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피고발인은 최현태 대표이지만, “(횡령과 배임은) 최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면서 최대 주주인 형 조현준(46) 효성 사장, 동생 조현상(43) 효성 부사장의 책임을 물었다. 이들은 각각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지분을 80%씩 보유하고 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두 회사 지분을 10%씩 보유한 주주로서 응당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이번 고발은 형과 동생을 겨냥한 셈이다.

조현문 전 부사장, “음해와 모욕에 시달렸다”

효성그룹 내 형제들의 갈등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조석래 회장은 현준과 현문, 현상 세 아들에 각각 효성 지분 7%를 물려줬다. 조현준 사장은 무역과 섬유 부문을, 조현문 전 부사장은 중공업을, 조현상 부사장은 산업 자재 부문을 각각 맡아왔다. 그런데 지난해 2월 효성을 떠난 조현문 전 부사장이 올 1월 자신의 지분 7%마저 투자자에게 팔아넘겼다. 이후 상황이 거의 일단락되고, 효성그룹의 첫째와 셋째가 후계 구도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인 듯 보였는데, 이번 소송으로 형제의 갈등이 재점화된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퇴사 이후 변호사 활동을 하며 재벌가 아들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그러나 이에 앞서 지난해 효성그룹 관련 소송 몇 건을 제기하거나 간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효성 토요타와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신동진, 더클래스효성 등 그룹 내 4개 계열사의 회계장부 열람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김재호)는 이에 대해 “상법에서 보장하는 주주의 권리가 인정된다”며 일부 받아들였다. 이번 검찰 고발은 이때 열람한 회계장부를 분석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효성가 ‘형제의 난’ 속사정

조석래 회장의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조 전 부사장의 대리인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언론을 통해 밝힌 내용은 이렇다.

‘그룹 내 불법 행위를 바로잡고 투명 경영을 하려 노력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그룹을 떠나 깨끗하고 정직하게 살려고 했다. 하지만 저들은 이런 나의 진의를 왜곡하고 음해했다. 또 자신들의 불법 행위를 나에게 뒤집어씌우려는 등, 내가 정당하게 독립해서 새 출발하려는 것을 방해했다. 그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음해와 모욕에 시달렸다. 더 참을 수 없어 모든 불법 행위를 바로잡고 정리하려고 이번 고소를 결정했다.’

조 전 부사장이 주장하는 ‘음해’는 증권가 정보지(지라시)에 돌았던 루머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보지에는 조 전 부사장과 측근의 사생활에 대한 내용 및 ‘효성 탈세 의혹 소스가 차남(조현문) 쪽으로부터 온 것’이라는 루머가 실려 있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5월부터 효성그룹의 탈세 의혹을 조사, 조석래 회장과 일부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2월 말 정보지를 통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사람을 찾아달라고 서울 마포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효성그룹 임원이 그를 비방하는 허위 내용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의 이번 소송에 대해 효성그룹 측은 “많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효성가) 가족들의 일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보다는, 가족들이 풀어나갈 일이라고 생각한다. (조 전 부사장이 제기한 문제는) 적법하게 경영 판단을 해서 정상적으로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경찰 조사에서 다 밝혀질 거라고 생각한다.”

효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아들과 오해를 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뭔가 (가족들끼리)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이고, 충분히 대화를 통해 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조석래 회장이 아들을 세 번 정도 찾아갔지만 만나지는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형제간의 갈등은 조석래 회장 탓?

효성가 ‘형제의 난’ 속사정

효성가 장남 조현준 사장(왼쪽 두 번째)과 셋째 조현상 부사장.

그룹 내 형제간의 갈등은 조석래 회장에게 원인이 있다는 의견도 나돈다. 조석래 회장은 평소 세 아들에게 “가장 능력 있는 아들에게 후계를 물려주겠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세 아들에게 지분을 똑같이 나눠줬던 것도 동일 선상에서 경쟁시키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이다.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은 모두 수재로 유명했다. 장남과 셋째는 일찍부터 경영에 참여했지만, 하버드 법대 출신인 둘째 조 전 부사장은 유학을 다녀와 다른 형제들에 비해 비교적 늦게 경영에 합류했다. 이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은 성과를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성과’ 부분에서는 양측의 입장이 갈린다. 조 전 부사장은 중공업 부문을 맡아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했고, 내수 위주의 중공업 부문을 해외로 돌려 매출을 크게 늘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형제들이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불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효성그룹 측은 조 전 부사장 재직 시절 중공업 부문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2월 부사장직을 사퇴한 뒤 그룹을 떠나며 보유 주식을 가족이 아닌 기관 투자가에 넘겼다. 이는 그룹 내 갈등이 있었다는 증거였는데, 조 전 부사장이 후계구도에서 밀려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로써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33%에서 26%로 확 줄어들었고, 경영권이 흔들릴수도 있는 위기를 맞았다. 이에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은 앞다투어 지분 매입에 나섰고, 그 결과 효성가의 이전 지분율을 대부분 만회한 상태다.

이번 사건에 대해 효성그룹 측은 “조사를 통해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질 거라고 생각한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만일 조 전 부사장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룹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조석래 회장이 올해 만 79세로 고령인 데다 2010년 담낭암에 이어 올해 초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다. 조 회장의 건강에 대해, “전립선암으로 방사선 치료 받은 지 얼마 안 됐고, 부정맥도 있어서 좋은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한 효성그룹 측은 “조석래 회장이 매주 한 번씩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많이 지쳐 있다”면서 “아들 일까지 겹쳐서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효성가 ‘형제의 난’ 속사정


여성동아 2014년 8월 6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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