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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을 예술로 만든 ‘할멈’ 김옥란

기획·한여진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14.08.05 15:37:00

요리 전문가 김옥란 선생의 부엌은 언제나 화사한 봄날 같다. 부엌 문을 열고 들어서면 고소한 깨 냄새가 솔솔 풍기고, 찬장을 열면 손때 묻은 살림살이 사이로 들꽃이 고개를 내밀 것만 같다. 부엌 살림은 깨진 독에 물 붓기 같은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살림을 자기만의 예술로 만든 김옥란 선생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어쩌면 지금까지 지긋지긋하다고 여겼던 부엌에서 행복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살림을 예술로 만든 ‘할멈’ 김옥란
살림을 예술로 만든 ‘할멈’ 김옥란
가정 요리 선생이자 전 스마일 쿡 요리연구소 대표인 김옥란 선생의 블로그 ‘꿈꾸는 할멈(http://blog.naver.com/yoriteacher)’을 보고 있으면, 살림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긴 세월 요리를 하며 부엌을 지키는 일에 삶을 바친 그의 살림은 그의 미소처럼 은은한 멋과 나직한 내공이 느껴진다. 살림에 대해서는 누구 못지않은 절대 감각을 뽐내는 고수의 힘이 느껴진다고 할까. 아마 수많은 제자를 키운 가정 요리 선생으로 30년 넘은 세월을 아깝지 않게 썼고, 수많은 기업의 요리 레시피 개발로, ‘맛’을 지은 원조 요리가로 살아온 세월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요리와 살림뿐 아니라 사진도 잘 찍고 글 쓰는 솜씨도 작가 못지않다. 한 방면에서 최고에 오르면 모든 것에 통하게 된다더니 그가 바로 그런 것 같다. 최근 그는 이런 행복 가득한 살림 이야기를 엮어 책 ‘꿈꾸는 할멈’을 출간했다. 몇 해 전 경기도 용인의 아담한 전원주택으로 이사해 마당 가꾸고 바느질하고 가족을 위해 음식 하는 등 소소한 살림 이야기를 글로 쓰고, 사진을 직접 찍어 책으로 만든 것.

“긴 세월을 견딘 살림에는 돈 주고도 못 사는 버젓한 훈장이 남는 법이에요. 가족을 위해 요리하고, 집 꾸미고, 바느질하고, 텃밭을 가꾸다 보니 저절로 내 인생을 내 맛으로 채워가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아요. 부엌데기로 살면서도 얼마든지 멋진 꿈을 꿀 수 있답니다. 부엌 인생도 나름 맛이 있거든요.”

그는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부엌을 떠날 줄 모른다. 남들은 부엌에 무슨 꿀단지를 숨겨놓았기에 벗어날 줄 모르냐고 하지만 그는 이상하게 부엌에 들어오면 기운이 난다. 그는 이것을 ‘살림 중독’이라고 말한다. 아들과 딸, 두 아이를 키우면서 부엌 살림에 더더욱 흥이 났다. 끼니 밥은 당연지사에 간식도 그림처럼 만들어 차려내는 것이 행복했다. 매실청을 만들면 항아리에 담아 예쁘게 꾸미고, 과일은 둥근 나무 숟가락으로 떠서 얼음 동동 띄워 아이들에게 주었다.

살림을 예술로 만든 ‘할멈’ 김옥란

김옥란 씨의 소소하면서도 재미있는 부엌 살림을 만나볼 수 있는 책 ‘꿈꾸는 할멈’. 텃밭과 부엌 이야기부터 건강식 밥상 요리, 달달한 간식, 바느질과 뜨개질까지 그의 살림 이야기가 가득하다.

요즘은 가족이 먹을 채소나 과일도 직접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 텃밭도 가꾸고 있다. 농사꾼들이 보기에는 손바닥 만한 밭이지만 돌 반, 흙 반인 땅을 벌벌 기어 다니다시피 하면서 돌을 골라내고 오이, 호박, 가지, 감자, 고구마, 허브뿐 아니라 꽃까지 심어 김옥란표 텃밭을 만들었다. 해가 지날수록 무성해지고 튼실한 열매를 맺는 식물들을 보고 있으면, 자연이나 살림이나 정성을 들인 만큼 열매를 맺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저는 부엌 한쪽에다 인생 40여 년을 기록하며 살았어요. 여태 부엌만 지키며 종종거리느라 앞치마 한번 제대로 풀어보지 못했는데 어느 날 정신 들고 보니 할머니가 되어 있네요. 그동안 아이들 키우느라, 일하느라 느끼지 못했던 여유를 요즘 만끽하고 있어요. 텃밭 가꾸고 바느질하고 요리하고, 아이들 옆에서 간간이 참견하면서 가는 세월을 즐기는 중이랍니다.”

그의 살림이 돋보이는 이유는 스스로 행복에 젖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할아범 머슴’이라 부르는 남편, ‘르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전공한 셰프 아들, 결혼해 아이 낳고 고운 엄마로 사는 친구 같은 딸과 함께 행복한 엄마로 지내는 이 시간이 바로 그가 꿈꾸던 시간이다.

행복 가득 텃밭 살림

살림을 예술로 만든 ‘할멈’ 김옥란
1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 첫해에는 공들이고 매만지고 사랑해주었건만 열린 것은 달랑 고추 열 개 남짓에 휘청한 가지 서너 개, 비실비실한 미나리 두어 줄기에 불과했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그 다음 해도 묘목을 심고 씨를 뿌렸다, 그러기를 3년째. 올해는 오이며 가지, 호박, 감자, 고구마가 제법 먹음직스럽게 달렸다.

2 볕에 나가 잡초를 뽑고 물을 주고 정성스럽게 키운 채소들. 그는 자급자족할 날을 꿈꾸며 매일매일 텃밭을 가꾸고 있다.

3 마당에는 꽃밭을 만들었다. 경쟁하듯 피고 지는 꽃을 실컷 보기도 하고 뜯어 요리에 올리고…. 꽃은 어디에서나 기쁨을 주는 살림살이다.

4 호박은 열매도 맛있지만 잎도 별미다. 삶은 호박잎에 밥과 쌈장을 올려 싸먹으면 여름철 더위에 잃은 입맛이 확 산다.

정성 가득 바느질 소품

살림을 예술로 만든 ‘할멈’ 김옥란
1 크레놀린 스커트를 입고 있는 여자를 자수로 놓아 만든 액자. 아우트라인, 레이지데이지, 새틴 스티치를 활용해 처음 완성한 자수 액자다.

2 10여 년 사용하던 면보에 달걀, 무, 그릇, 꽃 등을 수놓아 ‘신상’으로 만든 행주.

3 시간 여유가 있을 때마다 자투리 천을 활용해 만든 원형 티매트.

4 하와이의 리빙숍 ‘윌리엄스 소노마’에서 구입한 커다란 면보에 마사 스튜어트의 손바느질 책에서 본 육각형 러닝 스티치를 놓아 김옥란표 테이블클로스를 완성했다.

5 하얀 무명 천 위에 빨간 실로 기도문을 적고 기도하듯이 수놓아 만든 쿠션.

6 색색의 실로 장갑을 짠 뒤 안에 누빔 천을 덧대 냄비 장갑을 만들었다.

7 아주 오래전 어느 책에서 보았던 알전구와 커피잔 그림을 그리고 러닝 스티치로 수놓은 뒤 천의 가장자리를 바느질해 만든 커피 머신 덮개.

‘할멈’의 집밥 레시피

나물수육무침

살림을 예술로 만든 ‘할멈’ 김옥란
Ingredients

쇠고기 아롱사태 100g, 풋마늘대 4대, 미나리 50g, 소금 약간, 양파 ½개, 사과 ¼개, 겨자소스(겨자 2작은술, 설탕 1큰술, 사과식초 1½큰술, 소금 1작은술), 달래 1단, 꽃대추 1큰술

How to make

1 쇠고기는 끓는 물에 푹 삶아 얄팍하게 썬다.

2 풋마늘대와 미나리는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데친 후 차게 식혀 물기를 뺀 뒤 3~4cm 길이로 자른다.

3 양파와 사과는 얄팍하게 썬다.

4 볼에 쇠고기, 풋마늘대, 미나리, 양파, 사과와 겨자소스 재료를 넣고 버무린다.

5 ④에 줄기만 3~4cm 길이로 자른 달래와 꽃대추를 넣고 다시 버무린다.

들깨순두부

살림을 예술로 만든 ‘할멈’ 김옥란
Ingredients

멸치육수(멸치 10마리, 다시마 5×5cm 1장, 물 4컵, 소금 2작은술, 간장 1작은술), 생표고버섯·양송이버섯·새송이버섯·대파·양파 적당량씩, 들깨가루·물 1컵씩, 쌀가루 ½컵, 연두부 2모, 후춧가루 약간

How to make

1 멸치는 오븐 팬에 펴 담아 120℃의 오븐에서 뒤적이며 굽는다.

2 냄비에 구운 멸치와 다시마, 물을 넣고 10분간 끓이다 불을 끄고 식힌 다음 건더기를 건져내고 소금과 간장으로 간한다.

3 ②에 저며 썬 버섯과 송송 썬 대파, 깍둑썬 양파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4 들깨가루와 쌀가루에 물을 섞은 뒤 ③에 넣고 끓이다 연두부를 넣고 팔팔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후춧가루로 간한다.

원조불고기

살림을 예술로 만든 ‘할멈’ 김옥란
Ingredients

쇠고기 불고깃감 600g, 불고기양념(양파 1개, 간장 4큰술, 설탕 3큰술, 다진 마늘 2큰술, 생강즙·후춧가루 ⅓큰술씩, 송송 썬 대파 ½컵), 참기름 1큰술, 건표고버섯·건가지·대파 적당량씩, 식용유·소금·홍고추·통깨 약간씩, 채썬 양파 1개 분량

How to make

1 쇠고기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양파는 강판에 곱게 간 뒤 분량의 양념 재료와 섞어 불고기양념을 만든다.

3 불고기양념에 쇠고기를 넣어 조물조물 버무리고 참기름을 섞은 뒤 냉장고에 넣어 30분 정도 보관한다.

4 건표고버섯과 건가지는 물에 불려 물기를 꼭 짜고 식용유와 소금을 넣어 버무린 다음 달군 팬에 노룻하게 굽는다.

5 ④에 채썬 양파를 넣어 강한 불로 볶는다.

6 냉장고에서 쇠고기를 꺼내 달군 팬에 넣어 강한 불로 볶는다.

7 ⑤와 불고기, 길게 썬 대파를 섞어 강한 불로 익힌 뒤 그릇에 담고 송송 썬 홍고추와 통깨를 뿌린다.

무청시래기된장조림

살림을 예술로 만든 ‘할멈’ 김옥란
Ingredients

불린 무청시래기 500g, 조림양념(멸치 30g, 된장 3큰술, 들깨가루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해물육수 2컵, 다진 대파 3큰술, 홍고추·풋고추·후춧가루 약간씩

How to make

1 무청시래기는 겉껍질을 벗기고 8cm 길이로 자른다.

2 볼에 무청시래기를 담고 물을 부어 하루 동안 우린 뒤 물을 따라내고 다시 두 번 정도 더 우린다.

3 시래기에 조림양념 재료를 넣어 버무린 뒤 약한 불에 올려 김이 오를 정도로 익힌다.

4 ③에 해물육수를 넣고 끓이다 국물이 자박해지면 다진 대파를 넣고 어슷하게 썬 고추와 후춧가루를 뿌린다.

사진제공·참고도서·꿈꾸는 할멈(포북)

여성동아 2014년 8월 6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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