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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신민아, 여신 이름 뒤의 소박함

글·구희언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2014. 07. 15

신민아가 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1백45분이라는 만만치 않은 상영 시간에 상업성보다 예술성이 짙게 묻어나는 작품으로 말이다.

신민아, 여신 이름 뒤의 소박함
신민아(30)가 오랜만에 관객 앞에 섰다. 그가 영화 ‘10억’ 이후 5년 만에 출연한 신작은 장률 감독의 영화 ‘경주’. 6월 3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그는 “영화도 오랜만에 찍었는데, 여러분과도 오랜만에 마주해 기쁘다”며 예의 러블리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현장에는 그의 중국 팬도 자리해 신민아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긴 공백을 가지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하다 보니 공백이 길어졌어요. 서른 살이 돼 처음 찍은 영화이기도 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욕심도 조금 있었거든요. 잘 찍은 것 같아요(웃음).”

그가 이 작품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장률 감독에 대한 믿음. 중국 출신인 장률 감독은 데뷔작인 단편영화 ‘11세’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초청받았고, ‘망종’으로 칸 영화제에서 비평가주간 ACID상을 수상했다. 또한 ‘두만강’으로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받는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감독이다. 신민아는 “감독님의 전작을 여러 편 봤다. 이런 표현과 연출을 할 수 있는 분이라는 믿음이 있어서 선택했다. 시나리오는 조금 어려웠지만 감독님과 만나 이야기를 하며 어려운 부분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경주’는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베이징대 교수 최현(박해일)과 찻집 주인 공윤희(신민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친한 형의 부고를 듣고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최현은 문득 7년 전 그 형과 함께 본 춘화 한 장을 떠올리며 충동적으로 경주로 향한다. 춘화가 있던 찻집의 주인 공윤희에게 춘화의 행방을 묻던 최현은 공윤희로부터 변태라는 오해를 받는다. 서로에 대한 호기심은 호감으로 발전하고, 작품은 1백45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 타임 동안 이들의 기묘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신민아는 “윤희는 요즘 여자지만 요즘 여자 같지 않은 미묘한 매력을 간직한 사연 있는 캐릭터다. 그래서 진지하게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했다. 극 중에서 윤희는 최현을 자신의 계모임에 데려가고, 이 모임은 노래방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신민아의 노래도 들을 수 있다. 그의 선곡은 노고지리의 ‘찻잔’. 찻집 주인이 부르기에는 좀 노골적인 제목의 노래가 아닌가 싶은데, 알고 보니 그가 직접 고른 곡이라고 한다. 그는 “윤희처럼 저도 가창력을 뽐내는 곡보다는 조용히 읊조리는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다.



“제가 옛날 노래를 좋아해요. 감독님이 한국 가요를 잘 모르셔서 추천해달라고 하시기에 옛날 곡으로 몇 곡 골라봤어요. 그러면서 ‘너무 직접적인 곡이 아닌가’ 했는데, 윤희의 성격과 잘 맞는 부분이 있어 감독님이 좋아하셨죠. 경주 하면 수학여행 가는 곳이라는 기억뿐이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도시’라고 생각했고, 경주에 머무르는 동안 영화의 주제가 제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어요.”

흘러간 노래, 고기 좋아하는 여신

윤희는 ‘어떤 여자’라고 정의 내리기 쉽지 않은 인물이다. 마치 신민아처럼. 신민아를 한마디로 ‘어떤 배우’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연기파’라고 할 수는 없어도 비주얼만 믿고 아무 데나 얼굴을 들이미는 ‘발연기’는 결코 아니다. 그게 그만의 독특한 스탠스다. 특유의 러블리함은 그만의 강력한 무기. 그처럼 비주얼 되는 여배우들이 안전한 선택을 계속하며 비슷한 캐릭터로 필모그래피를 채우는 동안, 신민아는 다채로운 역을 맡으며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아마 윤희를 고른 것도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으리라.

“저는 이 영화가 삶과 죽음과 사랑은 공존한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윤희 자체가 그런 것 같아요. 굉장한 아픔을 갖고 사는 여자지만 초반에는 그런 모습이 드러나지 않죠. 남편과 사별했다고 늘 심각할 수는 없잖아요. 어떨 때는 또래 여자들처럼 문자도 하고, 장난도 치는 거죠. 너무 일상적인 행동을 하다 보니 관객들이 캐릭터의 성격을 헷갈려 할 수 있지만 그게 윤희고, 그게 작품이 의미하는 바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영화 ‘경주’에는 슬로 힐링 무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에게도 촬영 과정이 힐링 그 자체였다고 한다.

“평소에 촬영하면서 차를 마시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현장에 다도 선생님도 계셨고, 차를 많이 마실 수 있어서 원래도 성격이 느린 편인데 더 차분해지는 느낌이었죠. 차를 마시며 박해일 씨, 다른 배우들과 도란도란 얘기한 게 힐링이 됐어요.”

신민아, 여신 이름 뒤의 소박함

신민아가 연기한 ‘경주’의 윤희는 그가 그동안 연기해보지 않은 새로운 인물이었다.

평소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차분하고 말수 적기로 유명한 신민아지만, 이날만큼은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기를 팬들과 나눴다. 장률 감독은 촬영 기간 있었던 귀여운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경주에 머무는 내내 스태프와 배우들이 한 비빔밥집에서 식사를 했는데, 하루는 밥을 절반가량 먹은 신민아가 조용한 목소리로 “감독님, 저는 고기도 좋아합니다…”라고 했다는 것. 장률 감독은 “아, 그래?” 하고는 다음 날도 비빔밥집을 갔다고 밝혀 웃음을 줬다.

장률 감독이 본 신민아는 “굉장히 소박한 사람”이라고 한다. 여신 같은 배우에게서 소박함이라, 감독이 지척에서 발견한 매력이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외모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요. 저도 처음 신민아 씨를 만날 적에는 아름답고 모던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화해보니 바탕은 아주 소박하더라고요. 영상을 편집하며 신민아 씨가 나온 장면을 여러 차례 봤는데, ‘윤희를 신민아가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고요. 윤희는 신민아고 신민아는 윤희 그 자체 같아요.”

신민아는 이 작품으로 상업 영화와 예술 영화를 두루 섭렵한 배우로 거듭나게 됐다. 조정석과 함께 촬영한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도 촬영을 마치고 올해 하반기 관객을 만날 준비에 한창이다. 1990년 박중훈과 고 최진실이 주연을 맡고 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에서 신민아가 연기한 윤희와 180도 다를 미영은 또 쉽게 상상이 안 된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종착역은 어디일까.

“사실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의 경계가 어디인지 잘 모르겠어요. 한번은 궁금해서 매니저에게 ‘잘된 영화가 상업 영화인가?’ 물어본 적도 있었죠. 저는 작품의 느낌이나 현장 분위기가 좋아서 영화를 찍는 거고, 그래서 이번에도 즐겁게 찍었거든요. 바람이 있다면 계속 좋은 분들과 작업하고 싶어요. 이번에는 5년 만에 작품을 선보였지만, 좀 더 자주 작업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그게 어떤 작품이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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