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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의 독설

글·진혜린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4.07.03 10:18:00

반려동물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 씨는 “도대체 왜 개를 키워야 하냐?”고 되묻는다. 제대로 사랑할 줄도 모르면서 말이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주인이 외출한 후 집에 남은 반려견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알아서 잘 쉬겠거니’ 하지만 반려견은 하루의 대부분을 현관 앞에서 머물며 돌아올 주인을 기다린다고 한다. 집에 남겨진 주인의 흔적을 찾느라 쓰레기통을 뒤지고, 하울링을 하며, 주인의 냄새가 깃든 옷가지를 물어뜯는다. 올 초 EBS ‘하나뿐인 지구-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에 방송된 내용이다. 방송에 참여한 반려견의 주인들은 촬영 도중 자신이 키우는 개가 홀로 남겨진 시간 동안 외로움에 몸부림을 치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 방송에 출연했던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29) 씨가 최근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동아일보사)는 책을 내고 고통받는 반려견의 현재를 조목조목 일깨워주고 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수원 강아지 훈련센터에서 반려견 다루는 법을 익힌 뒤 군 제대 후 호주(1년 6개월)와 일본(5개월) 강아지 훈련센터로 유학을 떠났다. 2008년 귀국 후 보듬반려견행동클리닉 대표로 활동 중인 강씨는 현재 경기도 분당 중앙공원에서 주말마다 사람들에게 강아지 훈련법을 알려주고 있다. 지난해에는 훈련교실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도 했다. 지난 6월 중순 경기도 분당 전원주택에서 보더콜리 다올이와 웰시코기 첼시 등 두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는 강씨를 만났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이 있잖아요. 친구도 만나고, 일도 하죠. 그런데 반려견에게는 주인밖에 없어요. 그래서 반려견은 하루의 대부분을 주인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거든요. 돌아온 주인과 함께하는 시간도 1, 2시간 밖에 안 되죠. 주인이 잠든 사이 반려견은 밤새도록 불안에 떱니다. 아침이 오면 주인이 또 나갈 거니까요. 하루에 한번, 함께 산책할 수 없나요? 자녀들의 정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키우나요? 혼자 집에 들어올 때의 쓸쓸함 때문에 개를 키우나요? 그렇다면 아직 당신은 개를 키울 준비가 되지 않은 거예요.”

강형욱 씨는 반려견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개를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물론 그 또한 반려견과 함께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개를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있을 거라는 데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반려견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고도 했다.

“강아지가 이상행동을 하면 서열 인식을 제대로 심어주지 못해서라고 생각하죠. 배변훈련은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짖지 마!’ ‘안 돼!’ 그런 말을 당연하게 합니다. 명령을 했는데도 듣지 않으면 언짢아합니다. 왜 시끄럽게 짖는지, 왜 무는지, 왜 아무 데나 오줌을 싸는지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아요. 그저 훈련을 시켜야 한다고만 생각하거든요. 개들도 사람처럼 슬프고, 기쁘고, 외로운 감정을 느껴요. 그것을 짖고, 물고, 배변을 하면서 표현하죠.”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사람만이 개를 키워야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강 훈련사가 제시한 개를 건강하게 사랑하는 법은 쉽지 않다. 난관은 반려견을 입양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강 훈련사는 건강한 환경에서 부모견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강아지를 입양해야 한다고 했다. 건강한 환경이라는 기준 또한 엄격하다. 그 중 ‘번식을 목적으로 키워진 어미견이 아니어야 한다’는 항목도 눈에 띤다. 즉 ‘팻 팩토리’에서 찍어내듯 태어난 강아지를 입양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애견숍이나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강아지는 이러한 번식만을 목적으로 한 농장에서 태어나자마자 판매된 개들이다. 국내 입양 강아지의 90%에 달한다. 그런 개들은 생후 부모견을 통해 사회화 과정을 잘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사회화가 이뤄지지 않은 개들의 경우 배변 실수 등 이상행동을 하는데, 이는 반려견의 이상행동에 지친 주인들이 반려견을 포기할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1년에 5만 마리 이상 발생하는 유기견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브리더(전문적으로 동물 등을 교배하고 분양하는 사람)가 거의 없어요. 그래서 건강하게 태어나 자라고 있는 강아지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강제적인 교배 후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서 분리돼 진열장에 전시된 후 판매되죠. 마치 새로 나온 스마트폰을 사듯이 말이죠. 그것이 진정 개를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밖에도 입양 시기에 휴가를 내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거나 훈련이 아닌 교육을 시키고, 반려견의 입장에서 반려견을 배려해야 한다는 대목도 있다. 가히 ‘부모’의 역할과 비교해도 덜하지 않았다.

강 훈련사는 어린 시절을 가축으로 사육되는 개들 사이에서 자랐다. 버려진 강아지들이 도축되고 강제적인 교배와 번식과정을 거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개를 사고파는 분이셨어요. 하지만 비인도적인 사육과 훈련이 잘못됐다고 말하지 못했어요. 개가 너무 좋아서 열다섯 살 때부터 사설 훈련소에서 일을 배웠지만 강압적인 훈련 방법을 배웠고, 개가 말을 듣지 않으면 혼내고 때리기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어울려 행복하게 사는 것이, 또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바꿔 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죠.”

흔히 반려견이 아이들의 정서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강 훈련사가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의 환경이라면 아이들의 정서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이들이 자신보다 더 여린 생명체와 감정을 교류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워 나가야 하는데 강아지를 장난감이나 지배의 도구로만 생각한다면 아이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강아지를 사주는 조건으로 배식과 배변 정리의 의무감까지 아이들에게 강제한다는 것은 오히려 패배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아이들이 장난감으로 산 강아지에게 지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주면 충분하니까.

“새 생명을 맞이한다는 데 신중해야 해요. 강아지에게는 2년 약정이라는 게 없거든요. 평생을 함께 살면서 그 생명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하죠. 입양 과정부터 아이들과 함께 신중하게 선택하고 축복 속에서 강아지를 입양한 후 적응 과정에 모든 가족이 동참해야 해요. 아이들에게 쉽게 생명을 포기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어선 안 되잖아요.”

지배하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면 의외로 반려견과 함께 사는 법이 간단할 수 있다. 반려견의 본능을 존중하고 ‘커밍 시그널(자신의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동작)’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건강한 입양을 통해 사회화가 제대로 이뤄진 강아지라면 하루에 한번, 반려견이 가고 싶어 하는 길을 따라 산책하며 마킹(영역표시)과 노즈워크(냄새 맡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 할 수 있다.

“그조차 힘들다면, 개를 키우면 안 되는 거죠. 반려견에게 큰 위안을 받는 분들이 많이 계실 겁니다. 저 또한 그렇고요. 주인이 어떤 모습의 사람이더라도, 어떤 추잡한 모습이더라도 반려견은 주인을 믿고 따르거든요. 반려견에게 위로받은 만큼 반려견 또한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성동아 2014년 7월 6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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