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1 아무리 찾아도 집으로 가는 길이 없다
현몽 반복적으로 꾸는 꿈입니다. 꿈에서 저는 길을 잃습니다. 집에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가야 한다며 불안해하죠. 한없이 헤매다가 제가 알 만한 곳을 발견합니다. 집 근처 건물이나, 버스 정류장같이 집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기는 거죠. 그 방향을 향해 계속 갑니다. 하지만 중간에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누군가를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러면 저는 제가 길을 잃었다, 시간에 맞춰 가야 한다는 것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요구에 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꿈이 끝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제가 길을 찾을 수 있는 익숙한 곳에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결국 잘못 온 것일 때도 있습니다. 한번은 어찌어찌 집을 찾아갔는데, 제가 집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아파트에 사는데 꿈에서는 마당이 있는 집이었고, 마당에서 몰래 보니 창 너머 아이들과 남편이 오순도순 즐겁게 놀고 있었습니다. 저는 행여 들킬까 몰래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돌아섰습니다. 길을 잃는 배경은 늘 밤입니다.
우답 하우스(House) 대신 집(Home)이 필요한 상황이군요. 반복되는 꿈일수록 심리적인 의미가 큽니다. 정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갈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마치 무거운 양동이를 이고 지내듯 일상을 보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영화 ‘반지의 제왕’의 원작으로 유명한 작가 J.R.R. 톨킨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만, 흔히 사람들은 자신을 찾아갈 무렵 길을 잃었다고 표현하니까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가지 못하는 꿈은 매우 흔히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집에 대한 두 가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런 꿈이 전개되는데, 꿈은 내가 집에 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길이 바뀌거나 다른 장애물이 나오게 함으로써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벗어나는 소망에 면죄부를 안겨줍니다. 늘 그렇듯이 꿈은 한 번에 두 가지 소망을 동시에 충족시켜줍니다. 쉽게 말해서 가끔은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가 있는데, 그게 양심에 걸려서 자꾸 내가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걸로 처리되는 겁니다. 꿈을 다룬 영화 ‘인셉션’을 보면 이와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케냐의 몸바사에서 주인공 코브가 어딘가로 도망을 치려 하지만 골목의 끝이 좁아지면서 몸이 끼일 위기를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 역시 앞으로 진행하려는 욕구와 현재에 안주하고픈 이율배반적인 욕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연 보내신 분은 언젠가부터 집이 주는 안락함보다 의무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남편과 자제분 사이에서 이유 모를 소외감까지 느끼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 마음은 의무와 욕구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언 드리겠습니다. 애당초 집에서 모든 행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정서적인 안식처가 따로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엄마가, 누군가의 아내가 됐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라는 사람이 있기에 부가적으로 얻은 것이라는 사실을 늘 떠올려야 합니다. 내 삶의 중심은 언제나 내가 돼야 합니다.
Case 2 가물치가 버글버글 몸을 뒤트는 꿈
현몽 아주 어릴 적에 꾼 꿈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꿈 내용은 마치 태몽 같았습니다. 고모네 농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감자 같은 걸 캐는데, 호미로 땅을 파니 아주 질이 좋은 황토 사이로 팔뚝만 한 가물치들이 버글버글 몸을 뒤틀면서 나타나더라고요. 이걸 이야기하면 다들 누가 임신했는데 대신 꿔준 거 아니냐고 했어요. 무척 생생한 꿈이었고, 거의 20년이 지났는데도 기억에 남습니다. 가끔 생각나기도 하고요.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우답 끼도 많고 잠재력도 많은 분입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 눈치를 보느라 그런지 제대로 자신의 끼를 발휘하지 못하고 땅속 감자처럼 묻혀 지내고 계시네요.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는 꿈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마치 어제 꾼 것처럼 생생할 때가 많은데 그 경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서가 극단적으로 불안정해서 매우 끔찍한 악몽을 꾸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불안을 언제 또 겪을지 모르니 늘 잊지 말고 지내라는, 무의식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여기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사연 보내주신 꿈은 그런 차원이라기보다 내면 깊숙한 곳에 묻혀 있는 나만의 끼, 활력, 잠재력을 발견했다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팔팔 뛰는 물고기가 건강한 감정 혹은 활력의 상징이니까요. 지금껏 기억에 남아 있다면 아마 평소 내면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지내는 것이 많이 서투른 모양입니다. 무의식은 잉여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어제 꾼 꿈이든 20년 전에 꾼 꿈이든 굳이 안 봐도 될 때까지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Case 3 거울 속에서 낯선 내가 나를 보고 있다
현몽 꿈에서 샤워를 하다가 거울을 보니까 거울 속의 제가 거울 밖의 저를 보고 있더라고요. 익숙한 제 얼굴인데 남을 보는 듯 어색하고 기분도 썩 좋지 않습니다. 자주 꾸는 꿈이라 그 의미가 궁금합니다.
우답 타인의 평가보다 나의 욕구에 귀를 기울일 때인 것 같네요.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무의식의 자아를 뜻합니다. 만약 내면의 자아가 불안정하면 무서운 형상으로 비춰지겠지요. 세면대 거울에서 등장하는 귀신이 공포영화의 단골손님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욕실에서 머리를 감거나 할 때 가끔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세수나 목욕처럼 익숙하고 단순한 일을 하고 있을 때 우리 뇌는 가장 많은 의식의 용량을 확보합니다. 그 결과 평소 바쁘고 복잡하게 사는 통에 차마 비집고 나오지 못했던 내면의 자아가 의식 위로 올라옵니다. 분노, 죄책감 같은 감정뿐 아니라 직관이나 영감 등 매우 다양한 감각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듯 올라옵니다. 아무튼 거울로 자신을 본다는 행위 자체가 어쩌면 평소 스스로를 자각하지 못한다는 뜻이 되므로 자칫하면 에너지를 잃고 탈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내면의 나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꿈은 거울을 동원해서라도 스스로를 보게 만듭니다.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무한도전’에 출연해 욕정 전문가로도 불렸던 정신과 전문의. ‘두 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와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꿈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 대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공감과 성장’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등이 있다.
현몽 반복적으로 꾸는 꿈입니다. 꿈에서 저는 길을 잃습니다. 집에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가야 한다며 불안해하죠. 한없이 헤매다가 제가 알 만한 곳을 발견합니다. 집 근처 건물이나, 버스 정류장같이 집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기는 거죠. 그 방향을 향해 계속 갑니다. 하지만 중간에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누군가를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러면 저는 제가 길을 잃었다, 시간에 맞춰 가야 한다는 것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요구에 응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꿈이 끝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제가 길을 찾을 수 있는 익숙한 곳에 도착했는데, 알고 보니 결국 잘못 온 것일 때도 있습니다. 한번은 어찌어찌 집을 찾아갔는데, 제가 집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아파트에 사는데 꿈에서는 마당이 있는 집이었고, 마당에서 몰래 보니 창 너머 아이들과 남편이 오순도순 즐겁게 놀고 있었습니다. 저는 행여 들킬까 몰래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돌아섰습니다. 길을 잃는 배경은 늘 밤입니다.
우답 하우스(House) 대신 집(Home)이 필요한 상황이군요. 반복되는 꿈일수록 심리적인 의미가 큽니다. 정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갈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마치 무거운 양동이를 이고 지내듯 일상을 보내고 계신 것 같습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영화 ‘반지의 제왕’의 원작으로 유명한 작가 J.R.R. 톨킨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만, 흔히 사람들은 자신을 찾아갈 무렵 길을 잃었다고 표현하니까요.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돌아가지 못하는 꿈은 매우 흔히 등장하는 내용입니다. 집에 대한 두 가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이런 꿈이 전개되는데, 꿈은 내가 집에 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길이 바뀌거나 다른 장애물이 나오게 함으로써 가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벗어나는 소망에 면죄부를 안겨줍니다. 늘 그렇듯이 꿈은 한 번에 두 가지 소망을 동시에 충족시켜줍니다. 쉽게 말해서 가끔은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가 있는데, 그게 양심에 걸려서 자꾸 내가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가는 걸로 처리되는 겁니다. 꿈을 다룬 영화 ‘인셉션’을 보면 이와 비슷한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케냐의 몸바사에서 주인공 코브가 어딘가로 도망을 치려 하지만 골목의 끝이 좁아지면서 몸이 끼일 위기를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 역시 앞으로 진행하려는 욕구와 현재에 안주하고픈 이율배반적인 욕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연 보내신 분은 언젠가부터 집이 주는 안락함보다 의무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남편과 자제분 사이에서 이유 모를 소외감까지 느끼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우리 마음은 의무와 욕구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언 드리겠습니다. 애당초 집에서 모든 행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정서적인 안식처가 따로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엄마가, 누군가의 아내가 됐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라는 사람이 있기에 부가적으로 얻은 것이라는 사실을 늘 떠올려야 합니다. 내 삶의 중심은 언제나 내가 돼야 합니다.
Case 2 가물치가 버글버글 몸을 뒤트는 꿈
현몽 아주 어릴 적에 꾼 꿈이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꿈 내용은 마치 태몽 같았습니다. 고모네 농장에서 일하는 분들과 감자 같은 걸 캐는데, 호미로 땅을 파니 아주 질이 좋은 황토 사이로 팔뚝만 한 가물치들이 버글버글 몸을 뒤틀면서 나타나더라고요. 이걸 이야기하면 다들 누가 임신했는데 대신 꿔준 거 아니냐고 했어요. 무척 생생한 꿈이었고, 거의 20년이 지났는데도 기억에 남습니다. 가끔 생각나기도 하고요. 이건 어떤 의미인가요?
우답 끼도 많고 잠재력도 많은 분입니다. 그런데 다른 분들 눈치를 보느라 그런지 제대로 자신의 끼를 발휘하지 못하고 땅속 감자처럼 묻혀 지내고 계시네요.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는 꿈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마치 어제 꾼 것처럼 생생할 때가 많은데 그 경우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서가 극단적으로 불안정해서 매우 끔찍한 악몽을 꾸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혼란스러웠던 당시의 불안을 언제 또 겪을지 모르니 늘 잊지 말고 지내라는, 무의식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로 여기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사연 보내주신 꿈은 그런 차원이라기보다 내면 깊숙한 곳에 묻혀 있는 나만의 끼, 활력, 잠재력을 발견했다는 의미가 있겠습니다. 팔팔 뛰는 물고기가 건강한 감정 혹은 활력의 상징이니까요. 지금껏 기억에 남아 있다면 아마 평소 내면의 에너지를 발산하며 지내는 것이 많이 서투른 모양입니다. 무의식은 잉여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언제나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어제 꾼 꿈이든 20년 전에 꾼 꿈이든 굳이 안 봐도 될 때까지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Case 3 거울 속에서 낯선 내가 나를 보고 있다
현몽 꿈에서 샤워를 하다가 거울을 보니까 거울 속의 제가 거울 밖의 저를 보고 있더라고요. 익숙한 제 얼굴인데 남을 보는 듯 어색하고 기분도 썩 좋지 않습니다. 자주 꾸는 꿈이라 그 의미가 궁금합니다.
우답 타인의 평가보다 나의 욕구에 귀를 기울일 때인 것 같네요.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무의식의 자아를 뜻합니다. 만약 내면의 자아가 불안정하면 무서운 형상으로 비춰지겠지요. 세면대 거울에서 등장하는 귀신이 공포영화의 단골손님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욕실에서 머리를 감거나 할 때 가끔 등골이 오싹해지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세수나 목욕처럼 익숙하고 단순한 일을 하고 있을 때 우리 뇌는 가장 많은 의식의 용량을 확보합니다. 그 결과 평소 바쁘고 복잡하게 사는 통에 차마 비집고 나오지 못했던 내면의 자아가 의식 위로 올라옵니다. 분노, 죄책감 같은 감정뿐 아니라 직관이나 영감 등 매우 다양한 감각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듯 올라옵니다. 아무튼 거울로 자신을 본다는 행위 자체가 어쩌면 평소 스스로를 자각하지 못한다는 뜻이 되므로 자칫하면 에너지를 잃고 탈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내면의 나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꿈은 거울을 동원해서라도 스스로를 보게 만듭니다.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
‘무한도전’에 출연해 욕정 전문가로도 불렸던 정신과 전문의. ‘두 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와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꿈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현재 대구에서 정신건강의학과 ‘공감과 성장’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불안하니까 사람이다’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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