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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환·김일중·김환 수다의 맛

까발려서 더 재밌다!

글·진혜린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4.06.17 13:19:00

세 명이서 SBS‘자기야-백년손님’에서 맛보기로 들려준 남자들의 비밀을 본격적으로 풀어놓으니 푸짐한 토크쇼 한 상을 대접받은 느낌이다.
직장 동료 선후배 그 이상의 순도를 가진 SBS 아나운서 최기환·김일중·김환의 우정이 예사롭지 않다.
최기환·김일중·김환 수다의 맛
8년 우정의 내공

요즘 SBS 예능 프로그램 ‘자기야-백년손님’에 때 아닌 폭로전이 한창이다. ‘자기야’에 출연 중인 김일중 아나운서를 지원 사격하기 위해 나선 최기환·김환 아나운서가 오히려 김일중 아나운서의 비밀을 거침없이 폭로하기 시작한 것이다. 발언의 수위도 아슬아슬하다. 앉아만 있어도 가시방석인 처갓집에서 김일중 아나운서의 ‘결혼 전 연애담’ ‘퇴직금을 중간 정산받아 차를 바꾼 사연’ ‘남자들만의 비밀여행’ 등 등줄기 서늘한 폭탄 발언이 나올 때마다 김일중 아나운서의 표정은 오묘해진다. 이 모든 것이 ‘미담’으로 완성되려면 그만큼의 깊은 우정 내공이 필요하다. 큰형 최기환(39), 둘째 형 김일중(35) 그리고 김환(34)까지. 총탄 날아드는 수다의 교전에서 상처 받지 않는 강인한 멘탈과 적당히 치고 빠질 수 있는 눈치, 그리고 ‘나랑 함께 놀아주는 것’에 대한 무한한 고마움을 탑재한 채 낮에도, 밤에도 삼매경에 빠져드는 남자 셋의 수다에 동참했다.

▼ 매 방송마다 김일중 아나운서의 비밀이 한 개씩 공개되네요.

최기환 우리가 술 마시면서 했던 이야기가 그냥 방송에 나오는 거죠. 말하자면 일중이가 제일 약점이 많다는 이야기고요. 아직 풀지 않은 것도 많습니다.

김일중 그런 여운 남기지 맙시다(웃음). 원래는 처가살이가 힘들어서 덜 어색할까 싶어 환이를 데려간 거였어요. 그런데 이 친구가 눈치 없이 제 회사 생활 이야기를 하면서 폭로전이 시작된 거죠.



김환 제가 ‘자기야’에 섭외됐을 때 방송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형이 어느 정도 예상했을 거예요. 하지만 설마 ‘그 이야기까지 하겠어?’ 싶은 내용도 있었던 것 같아요. 특히 형수님 몰래 우리끼리 제주도 여행을 간 거까지 이야기 할 줄은 몰랐을 거예요. 그래서 ‘자기야’ 촬영 중에 형이 화가 났나, 더 말해도 되나, 그만둘 시점이 어딘가를 계속 살폈죠. 제가 딱 얻어맞지 않을 만큼의 선까지 맞췄던 것 같아요.

최기환 환이가 평소에도 분위기를 굉장히 잘 타요. 귀까지만 딱 잡아당기고 머리는 잡지 않죠. 아주 분위기를 잘 타는 친구예요.

▼ 방송 끝나고 김환 아나운서에게 항의를 하진 않았나요?

김일중 저 친구 몸이 얼마나 좋은데요. 어떻게 그래요. 그냥 “너도 결혼해 봐라”하는 거죠. 저 친구가 결혼하는 게 저에게는 최고의 복수예요. 제가 굳이 손쓰지 않아도 겪게 될 일이니까요.

최기환 너 ‘여성동아’ 집에 안 가져갈 거야?

김일중 내가 그렇게 위험한 발언은 안 했잖아!

▼ 결혼을 부정적으로 표현하신 것처럼 들렸어요.

김일중 다 콘셉트입니다. 행복합니다.

▼ 방송에서 털어놓은 가평 에피소드도 흥미로웠어요. (김일중 아나운서 아내) 몰래 가평으로 캠핑 여행을 가셨죠. 남자들끼리 여행을 가는 이유는 뭔가요?

김일중 우리는 항상 준비를 하고 있어요. ‘1박 2일’처럼 여행이나 캠핑 관련 방송도 있잖아요. 그런 느낌을 평소에 익숙하게 가지고 있어야 방송에서도 잘 나오는 거죠. 그래서 제가 캠핑 장비도 다 빌리고 그랬어요. 추워서 텐트에서 자진 못했지만. 저희의 유대 관계가 방송에서 친밀함으로 드러날 줄 알았는데, ‘자기야’에서 저의 약점으로 화살이 돼 돌아올 줄은 몰랐어요.

최기환 남자들끼리의 여행은 우정의 끝이에요. 목욕탕처럼.

▼ 원래 남자들 우정의 시작이 목욕탕인 걸로 알고 있는데요.

최기환 요즘엔 처음부터 목욕탕 가고 그러진 않죠.

김환 우리 목욕은 벌써 여러 번 같이 했어. 그런 수순은 의식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가는 거죠.

오가는 수다 속에 꽃피는 우정

쿵하면 짝, 죽이 잘 맞는다. 한 사무실을 쓰는 회사 선후배 사이가 이렇게 돈독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들은 주로 낮에는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고, 밤에는 맥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떤다고 했다. 이를테면 두 시간 통화하고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고 하는 여자들처럼. 최기환 아나운서는 “이 나이가 되니 그저 놀아주기만 해도 고맙다”고 했다. 형이라 부르지만 친구 같았고, 이름을 부르지만 형제 같았다.

▼ 세 분이 친해진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김환 저희들도 몇 번 그걸 기억해 내려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 시작은 확실하진 않지만 어느 날 정신차려 보니 셋이서 홍대 이자카야에 앉아 있었어요.

최기환 일중이가 입사한 후 2, 3년 차 되니까 “왜 퇴근하고 다들 집에 바로 가냐”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선배들하고 술자리를 갖기 시작했죠. 환이 입사하고는 그런 자리가 더 많았고요. 그런데 늘 마지막에는 저희 셋만 남게 되더라고요. 술 마신 다음 날에도 셋이 같이 해장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 같아요.

최기환·김일중·김환 수다의 맛

시종일관 웃음이 떠나지 않는 세 남자의 수다가 즐겁다.

▼ 셋이 잘 통하는 공통분모 같은 게 있었겠죠?

최기환 서로 다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김일중 제가 달걀 흰자를 좋아하면 다른 사람은 노른자를 좋아한다든지, 누군가가 닭 날개를 좋아하면 누군가는 닭 다리는 좋아하는 식이죠. 음식 먹을 때 싸울 일이 없잖아요. 셋 다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건 똑같고요.

▼ 모임에서 김일중 아나운서가 주축이 된다고요.

김일중 그냥 끌려다니는 거예요. 환이는 총각이고 형은 주말에 잘하니까 평일에는 면죄부가 주어지는 사람이고, 저는 아직까지 (아내의) 눈치를 보는 단계라서 갈 수 있을 때 ‘가자!’하니까 저에게 주도권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는 거죠.

▼ 면죄부까지 받으려면 주말에 얼마나 잘해야 하는 거죠?

최기환 저는 아내더러 집에서 쉬라고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확 나가버려요(최기환은 10세 아들, 7세 딸을 두고 있다). 야구장이나 놀이동산 같은 데 데려가서 확실히 놀아주죠. 그러면 평일에는 노터치예요.

▼ 김환 아나운서는 아직 미혼인데 왜 눈치 보거나 면죄부를 받아야 하는 유부남들과 어울리는 건가요?

김환 예전부터 운동을 하다 보니까(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야구 선수로 활약했다) 단체 생활을 좋아했거든요. 입사하고 나서 붙잡을 사람이 이 두 사람뿐이었고 어떻게 하다 보니까 어울리게 됐는데, 저는 사실 두 사람 말고 어울릴 데가 많아요. 단지 “유부남들도 이렇게 노는구나” 하는 간접경험이죠.

최기환 환이가 약간 약 올리는 게 있어요. “너희는 이렇게 못하지?” 그런 거요.

김환 형들이 제 이야기를 재미있어 해요. 친구들과 술 마시고 놀고, 포장마차도 가고, 가끔 기분 전환 삼아 클럽에 갔다 오면 그다음 날 꼭 불러서 “어제 뭐했냐?”고 물어보거든요. 그래서 이야기를 해주면 “야, 너는 결혼 좀 있다 해라”라고 말하는 거죠.

▼ 형들이 부러울 때도 있을 것 같아요.

김환 한 가정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은 있죠. 일중이 형과는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요. 그런데 벌써 큰아들이 여섯 살, 둘째 아들이 네 살이거든요. 인생 속도로 따지면 저보다 훨씬 앞서 있는 거잖아요. 더욱이 형들을 보면 집에서 형수님들이 든든하게 지켜주시는 것 같아 그런 점도 부럽고요.

▼ 반대로 자유로운 김환 씨가 부러울 때도 있죠.

최기환 최근에 유부남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이야기가 있어요. 누가 결혼한 형한테 물어봤대요. “형 결혼하면 어떤 기분이에요?” 그러니까 그 형이 “집에 여자친구가 놀러왔는데 같이 밥도 먹고 행복하고 즐거워. 그런데 그 여자친구가 집에 안가. 나도 이제 게임도 하고 내 할 일을 해야 하는데 여자친구가 집에 안 가는 거야”라고 대답했대요. 모든 유부남들이 공감을 하는 부분이죠.

▼ 남자들끼리 어울려 다니면 아내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을 수도 있어요.

최기환 실제 일중이 와이프가 저희를 무척 싫어했어요.

김환 목동에서 뒷목 잡히면 형수님인 줄 알라고 할 정도로.

김일중 사실은 제가 가상의 인물로 제 아내를 만든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대외적으로 그런(무서운) 사람으로 만든 거죠.

최기환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자기야’만 봐도 아주 여리고 보호해줘야 할 이미지인데, 일중이가 우리에게 마녀의 이미지로 만든 거죠.

김환 그래서 8년 만에 가장 긴장했던 방송이 바로 ‘자기야’였어요. 형수님이 옆에 계셔서 얼마나 긴장되던지. 사실 저는 아나운서 시험 볼 때부터 형수님 팬이었거든요. YTN 윤재희 아나운서가 제 이상형이라 할 정도로 환상이 있었어요. 실제로 팬 카페에도 가입했었죠.

▼ 좀 더 적극적으로, 가족들과의 모임을 주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김환 정말 신기한 게, 제가 형들을 8년 동안 알아왔는데 형수님들은 각각 한 번씩밖에 못 뵀어요. 최근 제가 혼자 사는 집을 좀 큰 데로 옮겼거든요. 그래서 집들이 겸 제가 음식도 장만해서 모두를 초대할 생각이에요.

김일중 지금까지는 우리끼리 놀았으니까, 그다음은 가족과 함께 어울리는 건데, 아직까지는 그걸 못 해봤네요.

▼ 남자들의 우정은 술, 목욕, 남자들끼리 여행, 가족 모임… 이 순서로 가는 건가요.

김환 슬슬 우리끼리만 모이는 것도 지겨워졌죠(웃음). 서로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니까, 가족들까지 함께 모일 시간적 여유가 없었죠.

최기환 우리가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가장으로서, 아빠로서의 모습보다 학창 시절 친구들이랑 노는 느낌으로 우리만 생각하고 놀았던 거죠.

세 남자의 찰떡, 꿍떡

얼핏 들으면 세 남자의 수다는 프로 재담꾼들의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그들의 주된 화제는 언제나 ‘방송’이었다. 최기환 아나운서는 “친구처럼 만나서 놀지만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까, 많은 도움이 된다. 힘든 일도 많지만 각자가 겪는 고충도 비슷하니까,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에게 의지되는 거다”라고 했다. 개인적인 친분이 업무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김일중 아나운서와 김환 아나운서가 ‘좋은 아침’의 동반 MC가 됐다. MC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파트너와의 호흡이니만큼, 두 사람이 보여줄 시너지는 기대해봄직하다. 또 다른 소재를 던져놓으니 브레이크 없는 오프로드처럼 세 남자의 수다가 달리기 시작한다.

▼ 세 분 모두 교양·예능 프로그램을 주로 진행하는데, 서로의 방송을 모니터링해주기도 하죠.

최기환 일중이는 준비를 많이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센스 있고 순발력이 있어요. 게으른 천재라는 말이 딱 맞아요. 환이는 의외로 연구하는 스타일이죠. 이것저것 시도하는 편이고요. 그런 면에서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건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봐요.

김일중 환이도 센스가 넘쳐요. 체력적으로나 기질적으로 에너지와 기운이 넘치는 친구죠. 저는 피곤하면 말을 못 할 때도 있거든요. 항상 유쾌함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건 상당한 장점이죠.

김환 기환이 형은 적당히 분석적이면서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에요. 처음에는 일중이 형이 리더십이 있는 사람인 줄 알고 그쪽을 잡았는데, 알고 보니 썩은 동아줄이었더라고요.

김일중 약간 유비 같은 사람이죠. 환이는 여포랄까?(웃음)

▼ 셋이 뭔가를 함께한다면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아요.

김일중 ‘트로이카 탕탕탕’이나 삼두마차 느낌으로 시너지 를 낼 수 있지 않을까요? SBS를 맡겨주시면 저희가 끌고 가겠습니다.

최기환 지금 ‘여성동아’를 통해 사장님께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거야?

김일중 우리 회장님도 ‘여성동아’를 보시겠지.

김환 그렇다면 형,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해야지. 김일중 아나운서는 ‘힐링캠프’의 김제동 씨 자리에 앉고 싶답니다.

김일중 아, 그건 물 건너 간 거 같아요. 그래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려야죠.

최기환 일중이가 인터뷰에 최적화된 아나운서긴 해요. 환이는 현장에서 액션으로 보여주는 진행에서 탁월하죠. 약간 강호동 스타일이랄까.

김환 기환이 형이 가장 멋있었을 때가 ‘대종상 영화제’ 진행이었던 것 같아요. 김아중 씨와 함께 사회를 보는데, 아~ 아주 멋졌죠. 대형 쇼에 정말 잘 어울려요.

▼ 각자 아나운서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기환 저는 ‘뉴스 쇼’를 하고 싶어요. 시사적인 내용을 다루면서 소프트한 아이템도 함께 다룰 수 있는 그런 ‘뉴스 쇼’요. 정보도 주고 재미도 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

김일중 저는 인간미 느껴지는 따뜻한 아나운서가 되고 싶습니다.

김환 형! 그러면 재미없잖아. 하하하. 저도 된장 뚝배기처럼 오래 끓는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최기환·김일중·김환 수다의 맛
최기환 아나운서는 …

2003년 SBS 아나운서로 입사, 2010년에는 ‘SBS 연예대상’에서 아나운서 상을 받기도 했다. ‘모닝와이드’ ‘접속! 무비월드’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6년째 ‘희망 TV SBS’를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김일중 아나운서는 …

2005년 입사해 ‘긴급출동 SOS 24’로 주목을 끌었다. 최근에는 ‘자기야-백년손님’에서 허당사위로서의 모습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라디오 ‘김지선 김일중의 세상을 만나자’를 비롯해 ‘좋은 아침’과 ‘한밤의 TV연예’에 출연 중이다.

아내는 YTN 윤재희 아나운서다.

김환 아나운서는 …

학창시절 야구선수로 활약했고 경희대 체육학과를 졸업한, 야구선수 출신 아나운서. 지난해 디자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패션왕코리아’ 단독 MC를 맡은 바 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생방송 브라보 나눔 로또’를 진행 중이다.

여성동아 2014년 6월 6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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