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금융상품에 가입하거나 주식 투자를 할 때 어땠는지 곰곰이 생각보자. 남들에게 뒤질까봐 앞뒤 재지 않고 빨리 하려고 하지 않았던가. 월급 중 50만원을 떼어 투자하면서 금방 1백만원으로 불어나길 바라는 조급증을 누구나 갖고 있었다. 이 때문에 위험한 후순위채를 덥석 사 낭패를 봤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주식이 대박 날 것이라는 허황된 말만 듣고 재산을 몰아넣었다가 깡통을 차게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제 재테크도 속도보다 방향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금방 대박을 터뜨리겠다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안전하게 꾸준히 돈을 불려나가겠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런 은근한 재테크 태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적당한 상품이 바로 은행 적금이다.
적금 푸대접해온 재테크 풍토
그동안 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은 돈 떼일 염려가 없는데도 이자가 적다는 이유로 은행 적금을 푸대접했다. 그저 돈을 보관만 해주는 ‘돼지 저금통’이라고 폄훼할 정도였다.
예를 들어 ‘연간 최대 4%의 적금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식의 은행 광고가 있다고 하자. 이 말이 매달 1백만원씩 1년간 1천2백만원을 넣으면 48만원(1천2백만원×4%)의 이자를 준다는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1백만원씩 넣을 때 첫째 달 적립액에는 4% 금리를 준다. 두 번째 달은 4%×12분의 11, 세 번째 달은 4%×12분의 10, 네 번째 달은 4%×12분의 9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이자율이 줄어든다. 마지막 달 적립액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4%×12분의 1, 즉 0.3%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1백만원씩 1년간 4% 이자를 준다고 광고한 적금에 돈을 넣었을 때 나중에 받는 이자는 48만원이 아니라 2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세금까지 떼기 때문에 실제 연이율은 2%도 안 된다.
이런 연이율의 의미를 잘 알아둬야 하지만, 적금은 여전히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다. 우리 주변에는 금펀드, 신흥시장펀드, 개별 유망주식, 변액연금보험, 틈새 부동산 등 귀가 솔깃해지는 투자처가 얼마나 많나. 이런 투자처의 장점은 잘되면 적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것이고, 단점은 불안하다는 것이다. 반면 적금은 뚝배기처럼 단순, 담백하다. 그저 ‘꾸준히 돈 좀 모아보자’ 하는 한 방향으로 느리게 움직인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오래 할 수 있다. 금융시장이 외부 충격에 흔들릴 때마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약장수가 하는 말 같지만 ‘원금에 손실이 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 은행이 아닌 2금융권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불안한 사람, 여유자금이 없어 투자라는 걸 하고 말고 할 여지가 없는 사람’이라면 거창한 재테크 계획을 짜기보다 적금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최근 은행 적금 금리는 매우 낮다. 은행들이 고객 자금을 유치해도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다 보니 굳이 높은 금리를 주면서 적금을 팔려 하지 않는 것이다.
지방은행 적금 금리가 높은 편
대형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금리는 대부분 2% 중후반대다. 1, 2년씩 목돈을 한꺼번에 예치하는 정기예금 금리는 이보다 더 낮아 1%대의 금리만 주는 은행도 적지 않다.
비교적 높은 적금 금리를 주는 곳은 지방은행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13일 현재 12개월짜리 적금에서 3%대 금리를 주는 곳은 전북, 제주, 부산은행 등이다. 광주, 외환, 하나은행도 연 2.9%로 높은 편이다.
일반 적금 이외에 일정 기간 동안 특정한 조건을 충족한 사람들에게 높은 금리를 주는 특판 적금도 눈여겨볼 만하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의 ‘Let’s Go 브라질 오! 필승 코리아 적금 2014’는 6월 말까지 판매하는데, 3년 만기 적금의 경우 기본 금리가 연 3.5%로 높은 편이다. 여기에 한국팀이 월드컵 16강에 들면 연 0.1%포인트를 얹어주고, 8강에 들면 연 0.2%포인트를 더해줘 최고 3.8%까지 높아진다.
‘풍차 돌리기’식 적금 가입법
적금 상품을 골랐다면 가입 방법을 고를 차례. 여기선 일명 ‘풍차 돌리기’ 방법을 소개해본다. 먼저 머릿속에 12개의 날개가 달린 풍차를 그려보자. 각 날개는 1월부터 12월을 의미하며 각 날개마다 적금 통장이 하나씩 달려 있다. 먼저 1월에 매달 10만원을 넣는 통장을 하나 만든다. 2월에는 통장 하나를 더 추가해 10만원짜리 적금 통장 2개를 보유하고, 3월에는 3개를 보유해 결국 12월에는 매달 10만원을 넣는 적금 통장 12개를 갖게 된다. 첫 달에는 10만원만 불입하면 되지만 맨 마지막달에는 1백20만원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그래도 도시근로자가구 평균 소득(4인 가구 기준 월 5백10만원) 정도 버는 사람이고 다른 투자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1백20만원 정도는 저축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13개월째 되는 달부터 열두 달 동안 원금 1백20만원에 이자가 붙은 적금 통장이 순서대로 만기를 맞게 된다.
적금이 12개월을 꽉 채우면 이를 다시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는다. 이때 중요한 점은 만기가 돼도 매달 1백20만원을 저축을 위해 떼어두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면 첫 번째 적금 만기 금액(1백20만원+이자)에 10만원을 더한 ‘1백30만원+이자’만큼을 정기예금에 넣을 수 있다. 그 다음 적금 만기 월에는 20만원을 더한 ‘1백40만원+이자’를 정기예금에 넣을 수 있고 마지막 적금 만기 월에는 만기 도래액에 1백20만원을 더한 ‘2백40만원+이자’만큼을 정기예금에 불입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적금 풍차 돌리기’를 하다 1년 뒤에는 ‘정기예금 풍차 돌리기’를 하는 셈이다. 이렇게 2년이 지나면 ‘2천2백20만원+이자’라는 목돈이 생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재테크라는 걸 할 여지가 생긴다.
동아일보 홍수용 기자
기획재정부를 출입하고 있다. 재테크 서적인 ‘나는 죽을 때까지 월급 받으며 살고 싶다’(레인메이커)를 썼다.
이제 재테크도 속도보다 방향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금방 대박을 터뜨리겠다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안전하게 꾸준히 돈을 불려나가겠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이런 은근한 재테크 태도를 유지하는 데 가장 적당한 상품이 바로 은행 적금이다.
적금 푸대접해온 재테크 풍토
그동안 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은 돈 떼일 염려가 없는데도 이자가 적다는 이유로 은행 적금을 푸대접했다. 그저 돈을 보관만 해주는 ‘돼지 저금통’이라고 폄훼할 정도였다.
예를 들어 ‘연간 최대 4%의 적금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식의 은행 광고가 있다고 하자. 이 말이 매달 1백만원씩 1년간 1천2백만원을 넣으면 48만원(1천2백만원×4%)의 이자를 준다는 말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1백만원씩 넣을 때 첫째 달 적립액에는 4% 금리를 준다. 두 번째 달은 4%×12분의 11, 세 번째 달은 4%×12분의 10, 네 번째 달은 4%×12분의 9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실제 이자율이 줄어든다. 마지막 달 적립액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4%×12분의 1, 즉 0.3%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1백만원씩 1년간 4% 이자를 준다고 광고한 적금에 돈을 넣었을 때 나중에 받는 이자는 48만원이 아니라 2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세금까지 떼기 때문에 실제 연이율은 2%도 안 된다.
이런 연이율의 의미를 잘 알아둬야 하지만, 적금은 여전히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다. 우리 주변에는 금펀드, 신흥시장펀드, 개별 유망주식, 변액연금보험, 틈새 부동산 등 귀가 솔깃해지는 투자처가 얼마나 많나. 이런 투자처의 장점은 잘되면 적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안겨준다는 것이고, 단점은 불안하다는 것이다. 반면 적금은 뚝배기처럼 단순, 담백하다. 그저 ‘꾸준히 돈 좀 모아보자’ 하는 한 방향으로 느리게 움직인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오래 할 수 있다. 금융시장이 외부 충격에 흔들릴 때마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약장수가 하는 말 같지만 ‘원금에 손실이 나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사람, 은행이 아닌 2금융권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불안한 사람, 여유자금이 없어 투자라는 걸 하고 말고 할 여지가 없는 사람’이라면 거창한 재테크 계획을 짜기보다 적금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최근 은행 적금 금리는 매우 낮다. 은행들이 고객 자금을 유치해도 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다 보니 굳이 높은 금리를 주면서 적금을 팔려 하지 않는 것이다.
지방은행 적금 금리가 높은 편
대형 시중은행의 정기적금 금리는 대부분 2% 중후반대다. 1, 2년씩 목돈을 한꺼번에 예치하는 정기예금 금리는 이보다 더 낮아 1%대의 금리만 주는 은행도 적지 않다.
비교적 높은 적금 금리를 주는 곳은 지방은행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13일 현재 12개월짜리 적금에서 3%대 금리를 주는 곳은 전북, 제주, 부산은행 등이다. 광주, 외환, 하나은행도 연 2.9%로 높은 편이다.
일반 적금 이외에 일정 기간 동안 특정한 조건을 충족한 사람들에게 높은 금리를 주는 특판 적금도 눈여겨볼 만하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의 ‘Let’s Go 브라질 오! 필승 코리아 적금 2014’는 6월 말까지 판매하는데, 3년 만기 적금의 경우 기본 금리가 연 3.5%로 높은 편이다. 여기에 한국팀이 월드컵 16강에 들면 연 0.1%포인트를 얹어주고, 8강에 들면 연 0.2%포인트를 더해줘 최고 3.8%까지 높아진다.
‘풍차 돌리기’식 적금 가입법
적금 상품을 골랐다면 가입 방법을 고를 차례. 여기선 일명 ‘풍차 돌리기’ 방법을 소개해본다. 먼저 머릿속에 12개의 날개가 달린 풍차를 그려보자. 각 날개는 1월부터 12월을 의미하며 각 날개마다 적금 통장이 하나씩 달려 있다. 먼저 1월에 매달 10만원을 넣는 통장을 하나 만든다. 2월에는 통장 하나를 더 추가해 10만원짜리 적금 통장 2개를 보유하고, 3월에는 3개를 보유해 결국 12월에는 매달 10만원을 넣는 적금 통장 12개를 갖게 된다. 첫 달에는 10만원만 불입하면 되지만 맨 마지막달에는 1백20만원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그래도 도시근로자가구 평균 소득(4인 가구 기준 월 5백10만원) 정도 버는 사람이고 다른 투자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1백20만원 정도는 저축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13개월째 되는 달부터 열두 달 동안 원금 1백20만원에 이자가 붙은 적금 통장이 순서대로 만기를 맞게 된다.
적금이 12개월을 꽉 채우면 이를 다시 1년 만기 정기예금에 넣는다. 이때 중요한 점은 만기가 돼도 매달 1백20만원을 저축을 위해 떼어두는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면 첫 번째 적금 만기 금액(1백20만원+이자)에 10만원을 더한 ‘1백30만원+이자’만큼을 정기예금에 넣을 수 있다. 그 다음 적금 만기 월에는 20만원을 더한 ‘1백40만원+이자’를 정기예금에 넣을 수 있고 마지막 적금 만기 월에는 만기 도래액에 1백20만원을 더한 ‘2백40만원+이자’만큼을 정기예금에 불입할 수 있다.
처음에는 ‘적금 풍차 돌리기’를 하다 1년 뒤에는 ‘정기예금 풍차 돌리기’를 하는 셈이다. 이렇게 2년이 지나면 ‘2천2백20만원+이자’라는 목돈이 생긴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재테크라는 걸 할 여지가 생긴다.
동아일보 홍수용 기자
기획재정부를 출입하고 있다. 재테크 서적인 ‘나는 죽을 때까지 월급 받으며 살고 싶다’(레인메이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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