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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Overseas Interior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같은 집 이야기

해외에서 내 집 짓기에 도전한 디자이너 김현미

기획·김진경 사진제공·Ediriono Reonardy

2014. 05. 30

1년 전, 본래 자신의 꿈이었던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성장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로 간 김현미 씨. 현지 작업자들과 언어가 잘 통하지 않아도 함께 지내며 공간을 하나씩 꾸미기 시작, 가장 최근에 지은 7번째 집을 소개한다. 현재 그가 직접 살고 있는 이 집은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있지만, 분위기는 발리 휴양지에 온 듯하다.

해외에서 집 짓게 되기까지

우리나라에서 남편과 함께 오랫동안 인테리어 시공을 했던 김현미 씨는 마음 한켠에 항상 ‘공간 디자인’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항상 빨리, 많은 양을 공사해야 했기에 디자인 작업은 항상 뒤로 밀려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도 항상 헛헛한 마음이 있었다. 그러던 중 작업차, 여행차 자주 들렀던 인도네시아에 매력을 느끼고, 2013년부터 그곳에서 둥지를 틀게 되었다.

“많은 준비를 하고 온 것이 아니라 처음에는 통역가와 함께 다녔어요. 택시기사들에게 현지 이야기를 직접 듣기도 했고요. 인테리어 작업자들과 현장에서 하루 종일 생활하듯이 함께하면서 배워갔어요. 한국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작업을 하니 무언가 새롭게 도전하는 것 같아 힘들어도 즐겁게 일했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30평형 아파트 기준 리모델링 작업 기간이 평균 6개월 정도다. 한국과 달리 기계 없이 수작업으로 하는 경우도 많은 데다 표준화되지 않은 가구를 직접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공이 오래 걸림에도 불구하고 1년 동안 7채의 집을 지었고, 지금도 공사 중이다. 현재 7번째 작업한 집에서 살고 있는 그가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같은 집 이야기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같은 집 이야기
1 김현미 씨가 가장 신경 써서 만든 선룸. 마치 거실과 정원을 이어주는 듯한 이곳은 3면과 천장까지 창을 내 확 트인 기분이 난다. 화이트 컬러 라탄 소파와 테이블을 배치하고, 소파 위에 블랙 · 화이트 패브릭을 올려 모던함을 더했다. 선룸 한켠에 있는 대형 스탠드는 발리 사람들이 실제로 닭장으로 사용하는 것을 재탄생시킨 것이다.



2 3 트로피컬 인테리어의 메카이자 여유로운 발리의 휴양지 모습을 연출하고 싶은 마음에 건물 외부에 ‘BALIAN’ 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같은 집 이야기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같은 집 이야기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같은 집 이야기
1 선룸 옆에 위치한 거실. 선룸과 거실 사이에 유리문을 달아 나눠서 사용하거나 열어 확 트인 상태에서 사용하곤 한다. 내추럴한 미를 발산하는 러그를 깔고, 유러피언 세미 앤티크 스타일 소파를 매치해 잔잔한 품격을 더했다.

2 TV 옆에 밋밋한 벽 대신 트로피컬 문양 문짝을 달고, 그 안에는 수납공간을 만들었다.

3 소파 뒤편엔 벽과 벽 사이에 선반형 수납장을 짜 넣고, 롬복의 주전자, 욕야카르타의 화병, 가구 전시회에서 구입한 소품을 장식했다.

4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래에는 대형 창고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아직 어울리는 공간을 만나지 못한 수집품을 보관하고 있다. 창고 문은 환풍을 위해 대나무로 내추럴하게 만들었다. 계단 옆 빈 공간은 직접 수집한 현지 그림과 아시아풍 소품 등으로 꾸몄다.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같은 집 이야기

빈티지 우드 컬러로 마감한 큼직한 원목 식탁과 라탄 등받이 의자가 내추럴한 느낌을 더하는 주방 겸 다이닝룸. 커다란 식탁 조명은 남편이 직접 철을 절단해서 만들었다. 두꺼운 선반을 제작해 한쪽 벽은 수납공간으로 만들고, 수납장에도 작은 전구를 달아 화사한 느낌을 냈다.

인도네시아의 집 이야기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2억5천만 명으로, 세계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다. GDP 규모는 크지만 빈부 격차가 크다. 서민들은 붉은 지붕에 어두컴컴한 집이나 마감재도 없이 흙이 다져진 집에서 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고급 주택은 아주 호화롭다. 골프장이 딸린 주택, 유럽식 조각상이 기둥으로 떠받치고 있는 성과 같은 집, 요트와 지하 벙커, 헬기장, 개인 소유 박물관이 있는 집도 많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 생활하다 보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김현미 씨는 인도네시아 문화를 이해하고 감각을 키우기 위해 좀처럼 가기 힘든 지역과 오지 마을, 각종 박물관, 전시회 등도 부지런히 다닌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라탄, 나무 등을 이용한 가구와 소품이 많기로 유명한데 다양한 업체를 다니며 인테리어에 대한 많은 부분을 배우고 있다.

발리의 휴양지 같은 집

초호화 고층 빌딩과 고급 주택, 아파트, 서민 주택이 동시에 존재하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그곳에서 그는 아파트에 산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획일화된 모습이라면, 인도네시아 아파트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다. 1백50세대의 한 아파트 단지 내에 75㎡부터 2000㎡까지 다양한 평면이 존재하고, 모양도 제각각이다. 지금은 휴양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그의 집은 원래 16년 동안 방치돼 먼지투성이 거미줄이 잔뜩 낀 아파트였다. 내부 구분 벽체조차 없던 그 공간을 보고 김현미 씨는 바로 머릿속에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스케치했다. 전체적으로 발리의 고급 휴양지에 온 듯한 집을 만드는 것으로 콘셉트를 잡은 것. 외부와 통하는 선룸을 만들고, 1층에는 메인 거실과 손님용 욕실, 다이닝 공간을, 2층엔 방 4개와 욕실 2개를 만들었다.

“자카르타에서 국내선으로 2시간 정도 가면 위치하는 발리는 트로피컬 인테리어에서 세계적으로 뛰어난 지역이에요. 세계적인 휴양지이자 발리 현지인들의 뛰어난 예술 감각이 합쳐져서 이뤄진 곳이죠. 선룸도 그러한 의미에서 꼭 하고 싶었던 작업이었어요.”

‘발리 안에서의 며칠… 나는 그곳에서 나를 발견한다’라는 의미로 집 외부에 ‘BALIAN’이라 붙였다. 눈앞에 펼쳐진 초록 식물을 보며 선룸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좋은 사람들과 파티를 즐기고… 그러한 상상을 하며 집을 꾸며갔다.

전체적으로 모던한 느낌이지만 곳곳에 트로피컬 인테리어를 모티프로 작업했다. 시원해 보이도록 바닥과 벽은 물론 가구들까지 화이트 컬러로 통일했다.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배치하기 위해 직접 가구 공장에 가서 제작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곳곳에서 구한 수제품과 소품, 그림 등을 조화롭게 매치해 고급스러운 느낌의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같은 집 이야기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같은 집 이야기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같은 집 이야기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같은 집 이야기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같은 집 이야기
1 멋진 뷰를 만끽할 수 있는 세컨드 침실. 심플하고 모던한 책상과 바깥 경치 등이 어우러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손바느질로 옷걸이를 만들어 벽에 걸고 발리에서 구입한 하얀 드레스를 걸어 독특한 분위기를 더했다.

2 현지 화가가 그린, 다소 어색한 모습의 오드리 헵번 그림, 세일할 때 구입한 유리병들, 조그마한 가게 주인으로부터 선물받은 찻상 등으로 한쪽 코너를 꾸몄다.

3 2층 복도는 새하얀 깃털로 만든 펜던트 등, 발리 전통 복장을 한 스탠드, 기하학적 작품 등으로 이국적인 느낌을 더했다.

4 집 안이 깔끔해 보이는 이유는 공간마다 넉넉한 수납장 덕분이다. 한쪽 벽에 붙박이장과 선반장을 반반 나눠 짜 넣어 살림살이를 정리해두었다. 책상 밑은 서랍장 대신 수납장 형태로 만들었다.

5 침대 헤드 대신 벽면에 조명을 매입해 로맨틱한 느낌이 물씬 나는 메인 침실. 침대 프레임 없이 매트리스만 깔고, 새하얀 침구로 세팅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옷장 대신 대형 장을 짜맞춰 넣고, 문에 거울을 달아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6 게스트룸으로 활용하고 있는 세 번째 침실. 사각형으로 밸런스를 만들어 창가에 달아 심플한 분위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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