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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구 기자의 캐치 업

남자 옷 입는 여자

내 옷은 내거, 오빠 옷도 내거

글·구희언 기자 | 사진·REX 제공

2014. 05. 07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백화점을 순방하며 옷장을 꽉꽉 채우고도 입을 옷이 없다고 투정하던 여성들이 이제는 남자 옷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신선함과 다양성 때문이다. 매니시 룩의 첫발을 떼고 싶은 여성이라면 무엇부터 도전을 해야 할까.

남자 옷 입는 여자
남성복의 디자인적 요소를 여성복에 도입한 옷차림을 ‘매니시 룩’이라고 한다. 남편이나 남자친구 옷을 빌려 입은 듯한 패션은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여도 사실 역사가 오래됐다. 17세기 이전까지 마차를 타고 다니던 여성들이 말을 타기 위해 입은 게 남자들의 승마 바지와 테일러드 재킷이었고, 코코 샤넬은 남성 의류에 쓰이던 트위드·저지 소재를 여성복에 반영해 혁신을 가져왔다. 이브 생 로랑이 1966년 선보인 르 스모킹 라인은 패션계에 대파란을 일으키지 않았던가.

요즘 패셔니스타는 ‘남(남자)의 옷’ 입은 느낌이 아니라 ‘내 옷인 양 당연하게’ 입는 센스를 발휘한다. 국내외 유명 시상식 레드 카펫에서도 드레스 대신 깔끔한 슈트를 고르는 여자 스타도 느는 추세. 이 같은 ‘매니시 룩’을 스타들은 어떤 식으로 일상에서 소화할까.

SBS 드라마 ‘잘 키운 딸 하나’에서 아들인 장은성 행세를 하며 살아가는 장하나 역의 박한별. 이 배역을 위해 데뷔 후 처음으로 머리를 자르고 남성 정장과 재킷을 소화했는데, 시에로의 2014 F/W 그레이 모직 코트를 입은 모습이 어색하기보다는 중성적이면서도 시크한 느낌을 준다. 오버사이즈 아이템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스타도 있다. tvN ‘꽃보다 누나’에서 김희애가 입어 ‘김희애 야상’으로 불리며 매진된 비이커의 밀리터리 라쿤 야상 점퍼는 남자용이다. 이외에도 김민희, 공효진, 정려원, 고준희 등 패셔니스타들이 평소에도 남자 아이템을 즐겨 착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누나’ 인기로 품절된 김희애 야상도 남자용

남자 옷 입는 여자
여자들이 남자 옷을 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신선함과 다양성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실루엣의 원피스에 선 굵은 재킷이나 코트를 걸치는 순간, 그 스타일은 궁금해진다. 여성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데 강한 남성미를 뽐내는 아이템만 한 게 없다. 살랑살랑한 시폰 원피스에 가죽 재킷을 툭 걸쳐주면 원피스가 한층 더 여성스럽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백화점에서 마네킹에 걸린 의상 위주로 구입하는 안전지향주의 패션 초보가 남자 옷에 도전할 방법이 있을까. 매니시 룩을 즐기는 친구는 “처음부터 욕심 부리지 말고, 전체 패션 아이템 중 한두 개만 바꿔보는 데서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통이 넓은 팬츠는 모델이 아니고서야 잘못 입으면 키가 더 작아 보이니 셔츠·재킷 같은 상의나 안경·모자 같은 소품부터 도전하는 게 안전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같은 브랜드 셔츠라도 여성용 M 사이즈 대신 남성용 S 사이즈를 고른다면 패턴과 컬러에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 남과 다른 아이덴티티를 표출할 수 있다면야 패션에서 성역 따위는 없다는 이들, 꾸준히 늘어왔고 앞으로도 늘어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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