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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없이 세 딸 SKY대 진학, 양영채 가족의 공부 비결

“여행과 독서는 최고 이율의 적금, 아이들을 키우는 자양분이에요”

글·김유림 기자|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14.04.02 11:52:00

자녀를 명문대나 특목고에 보낸 엄마들이 남의 아이를 맡아 입시 준비를 해주는 일명 ‘입시 대리모’가 성행하는 요즘, 과외 한번 시키지 않고 딸 셋 모두 명문대에 보낸 이가 있다. “노는 게 곧 공부”라고 말하는 양영채 씨의 교육 노하우에 귀를 기울여보자.
과외 없이 세 딸 SKY대 진학, 양영채 가족의 공부 비결
누구네 자식이 명문대에 들어갔다고 하면 다들 귀를 쫑긋 세우고 그 집의 교육 노하우를 궁금해한다. 대학 한번 가려면 학원은 물론 고액 과외에 입시 컨설팅까지 받아야 하는 세상이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요즘 보기 드물게 네 자녀를 둔 데다 위로 딸 셋을 일명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에 보낸 양영채(55) 씨는 비싼 사교육비 대신 가족여행을 적극 추천한다. 큰딸은 일반계 고교를 나와 서울대를 거쳐 ‘언론 고시’에 합격해 신문 기자로 재직 중이고, 과학고를 졸업한 둘째 딸은 연세대에 조기 입학해 현재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셋째 딸 또한 고려대에 재학 중이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막내아들 역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현재 사단법인 우리글진흥원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그는 첫째가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막내가 중학생이던 지난해까지, 20년 가까이 네 자녀와 함께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을 누볐다. 그리고 얼마 전 그동안 자신들의 여행 이야기를 엮어 ‘SKY 가족여행 놀면서 공부하기’란 제목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했던 여행을 초등·중학교 교과과정에 맞춰 학습에 도움이 되는 중요 여행지를 주제별로 나눠 소개하고 있다. 양씨가 책을 낸 목적은 분명하다. 초등·중학생의 지적 성장을 이끌어주고, 체험여행을 준비하는 부모에게 가이드북이 되고자 함이다. 여행이 교과 지식과 배경 지식을 넓혀주고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준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분명 양씨 가족의 여행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다. 여행 중 오가는 따뜻한 대화가 가족애를 일깨워주고 세대 간 소통의 윤활유가 됐기 때문이다. 아빠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사고력을 키워주는 스무고개나 규칙 찾기 등의 퀴즈를 내고, 아이들은 서로 문제의 정답을 맞히겠다고 재잘거리며 웃음꽃을 피웠다.

여행지에 도착하면 아빠 양씨는 만물박사처럼 사전 지식을 쫙~ 풀어내고, 엄마 조옥남 씨는 “좋고 좋고”를 연발하며 아이들의 흥을 돋웠다. 독서 지도사, 자녀 교육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한 조씨는 이 책의 최초 기획자이기도 하다. 첫째가 서울대, 둘째가 과학고에 나란히 합격한 날 단숨에 남해까지 달려간 부부는 낙조를 맞으며 아이들과 함께한 여행을 정리해 ‘체험여행 교과서’로 만들어보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가정의 주춧돌이던 조씨는 책이 나오기 1년 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책은 최근 5년간 막내와 다닌 여행을 중심으로 엮었는데, 이 기간 중 조씨는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용감하게 아들과 전국을 여행했다고 한다. 3월 초 서울 청계천에서 만난 양영채 씨는 책 소개에 앞서 사별한 아내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책 나오고 가장 먼저 아내한테 갖다 줬어요. 이 책 나오면 돈도 많이 벌 거라고 ‘뻥’을 많이 쳤는데(웃음) 너무 오래 걸렸네요. 미안하더라고요. 동네에서 저희는 ‘닭살 부부’로 통했어요. 아줌마들이 그렇게 놀리면 아내는 그 말이 좋아서 “옆에 좀 붙지 말아 ” 하면서 깔깔 웃었죠. 아내의 노력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책이라 더 애착이 가요.”

결혼 전부터 여행을 좋아한 부부는 돌이 채 되지도 않은 첫째를 데리고 울릉도에 다녀왔을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본격적으로 가족여행을 시작한 건 첫째가 유치원에 다닐 때였다. 유치원 갈 시간만 되면 배가 아프다고 하는 아이를 보면서 뭐가 문제인지 고심하던 부부는 그날 불쑥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기차를 타고 도착한 안동 하회마을에서 신나게 하루를 보낸 아이는 그 뒤로 배 아프단 소리를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행의 효험을 톡톡히 본 부부는 당시로 치면 비교적 일찌감치 승용차를 구입해 둘째, 셋째, 넷째와 함께 어디든 떠났다.



“막내인 넷째 훈이가 고등학생이 된 올해 가족여행이 끝났는데 그동안 참 많은 곳을 다녔어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경주 미추왕릉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기도 했고, 울산 망향 바닷가에서는 파도에 휩쓸려 모래사장에 거꾸로 처박히면서 눈과 입이 모래 범벅이 되기도 했어요. 영동고속도로에서 화장실이 급해 시속 140km로 휴게소를 향해 달리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죠(웃음).”

과외 없이 세 딸 SKY대 진학, 양영채 가족의 공부 비결

1 20여 년 전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큰 꿈을 키우고 있는 아이들. 2 전북 무주구천동 계곡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3 어린이 천문대에서 별과 달을 관측하며 신나하는 아이들.

노는 게 곧 공부!

세 딸 모두 명문대에 간 게 과연 가족여행 때문만이었을까. 양씨에게 진짜 비책은 따로 있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여행이 좋은 건 아이들이 지식을 넓힐 수 있다는 데도 있지만 그보다 더 좋은 영향은 광활한 자연에서 스스로 깨닫는 바가 크다는 거예요. 저희 아들도 지난해 누나들과 함께 유럽 배낭여행을 했는데,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공부를 해야겠다면서 스마트폰까지 반납하고는 제법 열심히 하더라고요. 견문을 넓힌다는 게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특별해서 공부를 잘했다기보다는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공부는 마음먹기에 달렸거든요. 그 점에서 여행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고요.”

양씨의 자녀들은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사춘기도 모두 수월하게 보냈다. 큰딸이 고등학생 때 등교를 거부해 엄마도 두 손 두 발 들었던 적이 있는데, 끝까지 학교에 다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딸을 설득한 이가 양씨다. 그는 “사춘기를 잘 보내려면 유년기를 잘 보내야하는데, 그 시기의 가장 좋은 투자가 바로 여행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양씨는 한때 사업에 뛰어들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적도 있었지만 그때도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자녀들의 불만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가족여행을 통해 워낙 많은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부모 자식 간의 정서적 교감이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과외 없이 세 딸 SKY대 진학, 양영채 가족의 공부 비결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집은 아내가 아이들 공부 쪽에 민첩했고, 저는 주로 노는 쪽에 빠삭했죠. 하하. 대체로 아빠들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사회 적합형 인간으로 바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거시적인 안목을 키워줄 수 있어요. 우리 집사람은 여행을 할 때도 아이들한테 숙제를 싸가지고 가게 했어요. 물론 그것 때문에 제가 잔소리를 하곤 했지만 결국은 아내가 잘했다고 봅니다. 노는 게 공부고, 공부가 곧 노는 것이라는 걸 아이들 스스로 체득할 수 있었거든요.”

어려서는 지식 체득의 수단이던 가족여행이 자녀들이 장성한 지금은 ‘추억’이라는 또 다른 선물을 안겨준다. 얼마 전 큰딸은 취재차 제주도를 찾았다가 ‘16년 전에 왔던 곳’이라는 문자와 함께 호텔 앞 ‘물 긷는 여인상’ 앞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고 한다. 그 사진을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는 양씨는 “아이들도 앨범을 보면서 ‘코흘리개였을 때부터 우리 부모가 이런 데를 다 데리고 다녔구나’ 하면서 자연스럽게 가족애가 생기지 않겠느냐” 하고 말했다. 양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전화로 자녀들과 단체 채팅을 하고, 시간이 날 때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고스톱도 즐겨 친다고.

“아이들 엄마 있을 때는 정말 자주 쳤어요. 가족 단합에 있어 고스톱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하하. 얼마 전에도 아이들 엄마 보내고 처음으로 단체 고스톱을 쳤는데 오랜만에 하는 거라 더 재밌더라고요(웃음). 주로 제가 많이 잃고, 큰딸은 싫다면서도 빠지지는 않죠. 가족이 많으니까 광 팔 사람도 많아 좋아요.”

여행만큼 중요한 게 독서 습관

부부가 자녀들에게 여행 못지않게 강조한 것이 바로 책 읽기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엄마 조씨의 기여도가 높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방대한 양의 책을 읽어준 덕분에 큰딸은 초등학교 때부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섭렵했다고 한다. 아이들마다 독서 취향도 다 달랐는데, 둘째는 같은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 탓에 엄마한테 강제 압수당하기도 했다고. 양씨는 “셋째의 가장 큰 불만이 엄마가 언니들만큼 책 읽기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건데, 실제로 독해력이 좋아야 문제 이해력이 높아지고 학습력도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이번 책을 펴내며 양씨도 공부를 많이 했다. 참고 서적만 1백 권이 넘는다고 한다. 당시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들려주지 못한 내용까지 꼼꼼히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여행지는 경기도 양주 송암천문대인데 이곳을 가장 먼저 소개한 이유는,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는 우주와 인간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풀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할 것 중 하나가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예요. 엄마, 아빠의 사랑으로 이 세상에 왔지만 생물학적으로 우연히 태어난 게 아니라 세상 만물을 만든 창조주의 거룩한 뜻으로 탄생한 귀한 존재라는 걸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별과 달로 시작한 얘기가 생명의 신비로움으로 결론지어진다면 이야기를 들려주는 부모도 설명을 듣는 아이도 모두 행복하지 않겠어요(웃음)?”

양씨는 가족 체험여행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준비하라고 조언한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부터 부모와 자녀가 의견을 공유하다 보면 정보 수집과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방법은 물론, 의견이 다른 사람과 조율하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고 한다. 그는 “여행지는 아이들의 사회, 과학 등 교과서 목차를 살펴보고 관련 장소를 정하되 자연 풍광이 좋은 곳으로 하라”고 당부했다. 컴퓨터, 스마트폰에 빠져 감정이 메마른 아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만큼 좋은 약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여행을 하기 전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품을 많이 들였어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 하나를 찾으려면 역사책과 백과사전을 뒤지고, 위인전도 읽어야 했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참 행복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여행에서 얻은 건 비단 책 속의 지식만이 아니었다. 부모가 살면서 체득한 교훈과 인생 철학 등도 자연스레 배울 수 있었는데, 양씨는 충북 단양 고수동굴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동굴을 구경하면서 갈림길이 나오자 양씨는 아이들에게 한 철학자의 이야기를 해줬다고 한다. “우리는 사는 동안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해. 그래서 어떤 철학자는 B에서 D로 가는 길에 C가 있다고 했대. B는 탄생(Birth)이고 D는 죽음(Death)이야. 그럼 C는 뭘까?” 그러자 고등학생인 막내아들은 바로 ‘선택(Choice)’이라 답했고 나머지 가족들도 ‘도전(Challenge)’, 달콤 쌉싸래한 게 인생이니까 ‘초콜릿(Chocolate)’이라는 등 다양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처럼 짧은 시간이었지만 양씨의 가족들은 인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

책에 소개된 여행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냐는 질문에 양씨는 막내아들과 전남 일대를 돌 때 마지막 코스였던 보성 녹차밭을 꼽았다. 사실 교과서 내용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지역이지만 아들이 가장 좋다고 한 곳이라 양씨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그 밖에 자연 풍광이 좋은 곳으로는 강원도 대관령 양떼 목장과 경남 창녕 우포늪을 강력 추천했다. 그는 끝으로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에게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주말에 피곤하다고 늘어져 있지만 말고, 정말 아이들을 위한다면 어디든 떠나세요. 가족여행은 미래를 위한 적금이나 마찬가지예요. 그것도 이율이 아주 높은 적금요. 하하. 또 아이들 정신을 살찌우는 보약이자 자양분이고,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가정에서 꼭 필요한 비상약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여성동아 2014년 4월 6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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