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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김희애의 욱하는 매력

“인생은 놀라움의 연속 같아요”

글·김민주 자유기고가 | 사진·현일수 기자

입력 2014.03.14 14:46:00

그가 달라진 걸까, 우리가 몰랐던 걸까. 김희애가 영화에서는 옆집 언니 같은 모습으로, 드라마에서는 격정적 사랑에 뛰어드는 멜로 캐릭터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아한 김희애의 욱하는 매력
‘꽃보다 누나’ 이후 높아진 인기를 입증하는 걸까. 김희애(47)의 행보가 유난히 바쁘다. 3월 영화 ‘우아한 거짓말’ 개봉과 동시에 jtbc 드라마 ‘밀회’ 방영까지 앞두고 있다. 2월 18일 영화 ‘우아한 거짓말’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김희애는 부드러운 핑크색 드레스에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우아한 모습으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런데 그가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심지어 ‘옆집 언니’를 만난 것처럼 반가운 마음까지 드는 듯했다.

그동안 김희애는 세련된 패션 감각과 단아한 외모, 절제된 행동과 말투로 지적인 이미지의 여배우로 꼽혀왔다.

하지만 우린 그동안 김희애를 잘 몰랐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연기와 캐릭터만으로 그의 성격을 짐작해왔을 뿐이다. 그의 본모습을 알아차린 건 지난해 방송된 tvN ‘꽃보다 누나’에서다. 그는 방송에서 “대낮에도 와인과 맥주를 즐긴다”고 솔직하게 밝히는가 하면, 음식을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잘 먹어 ‘잡식 소녀’ ‘먹방계의 샛별’로 불리면서도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또한 개그 프로그램 애청자라고 밝히며, 스스럼없이 유행어를 흉내 내는 엉뚱한 모습도 보였다. ‘우아한 거짓말’을 연출한 이한 감독 역시 “김희애 씨는 실제로 굉장히 털털한 성격”이라면서 “촬영장에 밥차가 도착하면 1등으로 서 있는 모습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라고 폭로했다.

“김희애 씨는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하고 웬만해서는 화도 내지 않더라고요. 어쩔 때는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지금보다 더 자유로워져도 충분히 매력적인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김희애는 “내가 화를 낼 줄 모르는 건 아니다”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열심히 살다 보니 사람들 눈에 그런 (완벽한) 모습으로 비친 것 같은데, 저도 화가 나면 욱할 때도 많아요. 그런데 그러고 나면 꼭 나중에 후회하게 되더라고요.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 나이 들면서 결국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걸 알게 된 거죠.”

물론, 우아함의 아이콘으로 평가받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갖고 있다. 김희애는 “그동안 그런 (우아한 이미지) 역할을 많이 해왔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실생활은 그렇지 않다”고 고백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닌 게 아니라 한 방송 인터뷰에서는 “살림이라는 게 끝이 없고, 그거 하다가 세월 다 가 시간이 아까워서 대충 한다. 먼지도 먹고 살아야 면역력도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완벽해서 거리감이 있던 김희애가 빈 구석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오히려 신선해하고 있다. 김희애도 그런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고 한다.

“아시겠지만 가족 여행을 가면 아이들을 챙겨야 하기 때문에 주부들은 제대로 즐길 수 없잖아요. 이번 여행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홀가분하게 즐기자는 마음으로 갔는데, 결과적으로는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사람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바뀌었거든요. 인생은 놀라움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행을 통해 인간 김희애의 모습이 드러났다면,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서는 엄마로서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우아한 거짓말’은 어느 날 갑자기 막내딸 천지(김향기)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후, 엄마(김희애)와 언니(고아성) 그리고 친구(김유정) 등 주변 인물들이 천지가 숨겨놓은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김희애는 이번 작품을 선택한 배경에는 그 자신이 두 아들을 둔 엄마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한다.

“어떤 분이 ‘21년 만의 컴백작’이라고 알려주셔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드라마가 인연이 돼서 계속하다 보니 세월이 이렇게 흘렀네요. 시나리오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꼭 하고 싶었어요.”

김희애가 맡은 현숙은 생계를 위해 마트에서 일하며 홀로 자매를 키우지만 언제나 쿨하고 당당한 엄마다. 하지만 막내딸이 갑작스럽게 죽은 뒤, 감춰졌던 진실들을 알아갈수록 꾹꾹 눌렀던 슬픔과 미안함을 느끼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 아이가 피해자일 수도 있고, 또 그 반대일 수도 있죠. 저도 겪었던 문제고,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세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돼요.”

이한 감독은 “처음부터 김희애 씨를 염두에 뒀는데, 캐스팅이 돼 주변 사람들이 운이 좋다고 부러워했다”면서 “김희애 씨는 삶의 희로애락을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여배우”라고 극찬했다. 감독의 칭찬에 김희애가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제가 이한 감독님의 ‘완득이’를 무척 재미있게 봤어요. 스토리가 가볍지만은 않았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이한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죠.”

김희애는 딸을 잃는 엄마 연기를 하기에 앞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아이를 둔 부모 입장에서 보면 남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결국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고민 때문인지 가끔은 역할에 너무 몰입해 깊이 빠져버릴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이한 감독의 적절한 디렉팅이 있었고, 덕분에 영화를 유쾌하고 따뜻한 방향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3월 17일부터는 드라마 ‘밀회’를 통해 연하 배우 유아인과 격정 멜로를 선보일 예정. 유아인은 ‘우아한 거짓말’에서도 김희애의 옆집 총각으로 등장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두 작품을 함께하는 후배 유아인에 대한 김희애의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김희애는 유아인에 대해 “자신감 있고 무서운 게 없을 정도로 집중력이 좋아서 정말 매력적인 배우”라고 평했다. 팬들은 두 사람이 열아홉 살이라는 나이 차를 극복하고 어떤 연기 호흡을 보일지, 기대가 높다.

여성동아 2014년 3월 6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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