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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 이지아의 틀을 깨다

글·진혜린 | 사진·홍중식 기자, 삼화네트웍스 제공

입력 2013.12.17 11:17:00

이지아가 이토록 환하게 웃었던가?
어딘지 애잔한 여운을 남기던 그의 미소가 분명 밝아졌다.
이제 털털한 웃음도, 당황한 표정도, 긴장감도 숨길 이유가 없기 때문일까.
이지아, 이지아의 틀을 깨다
“저 실수한 거 없었죠?”

SBS 주말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제작 발표회가 끝나고 대기실에 들어온 이지아(35)가 기자에게 건넨 질문이었다. 발표회 현장에서 짐짓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은 줄 알았더니 사실은 무척이나 긴장하고 떨었던 모양이었다.

“제가 소심하고 숫기가 없어서 이런 자리에서는 거의 정신을 못 차려요.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어요. 저 실수한 거 없었죠?”

이지아가 행복할 수 있는 시간

2년 전만 해도 그는 “나에 대해 물어오면 답해줄 것이 많지 않아 스스로 물러서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고 할 만큼 할 수 있는 말보다 할 수 없는 말이 더 많았다. 숨길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베일이 하나 둘 벗겨지면서 그는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했다. “외계인이라는 오명을 벗게 돼 기쁘다”고 재치 있는 말도 남겼다. 2년의 시간이 흘러 이제 그는 분명 초면의 기자에게 걱정을 털어놓으며 해맑게 웃을 만큼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온 듯했다.



“이제는 숨겨야 할 게 없기 때문에 마음이 편해요. 많은 분들이 제가 (과거를) 숨겨야 했던 이유를 이해하실 거라 믿기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편하고요.”

그는 지금, 행복하다고 했다. 동료, 선배 배우, 드라마 스태프와의 따뜻한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며 담담하게 웃었다. 이지아는 2004년 키이스트 양근환 대표의 눈에 띄어 배용준과 한 통신사 광고를 찍으며 연예계에 데뷔했다.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의 상대인 ‘수지니’ 역에 캐스팅됐을 때 그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혜성 같은 존재였다. 그때부터 ‘베토벤 바이러스’ ‘스타일’ ‘아테나:전쟁의 여신’에 출연하며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영어는 물론 일본어에도 능숙했으며, 베이스 기타 연주 솜씨가 뛰어나 화제가 됐지만 정작 데뷔 이전 그의 이력이 전혀 알려지지 않아 ‘뱀파이어설’ ‘외계인설’ 등 황당한 루머가 떠돌기도 했다. 생년월일도 출신 학교도, 과거의 이지아를 설명할 수 있는 정보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가 숨겨둔 놀라운 이야기는 2011년 이지아가 서태지를 상대로 위자료 및 재산분할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1997년 결혼해 이미 2009년 이혼까지 한 터였다. 이후 소송을 취하하고 합의로 마무리하면서 연인이던 정우성과도 결별하며 힘든 터널을 지나야 했던 이지아는 2011년 말 드라마 ‘나도, 꽃!’에 출연하며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012년 6월 QTV에서 방송된 2부작 ‘I’m Real 이지아 in USA’에 모습을 비쳤던 그가, 2년 만에 ‘배우 이지아’로 돌아와 카메라 앞에 섰다. 그것도 결혼과 이혼 등 자신의 과거를 되짚을 만한 작품으로 말이다.

“제가 맡은 오은수라는 캐릭터는 세 번 결혼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요. 결혼을 세 번이나 했다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겠지만 은수의 삶을 들여다보면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 부분에 대해 잘 표현되고 있어서 (배역에) 빠져들고 있어요. 첫 번째 남편을 사랑했지만 외부적인 이유 때문에 이혼하고, 두 번째 남자를 만나 결혼하거든요. 두 번째 남편은 첫 남편보다 사랑하진 않지만 여러 가지 조건을 계산한 뒤 결혼하죠. 결국 실패를 하니까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아닐까요?(웃음)”

당당하게, 멋지게

이지아, 이지아의 틀을 깨다

이지아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전직 쇼핑호스트 오은수 역을 맡았다. 사랑하던 전남편 정태원(송창의)과 조건으로 결혼한 김준구(하석진) 사이에서 당당한 오은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사실 ‘나도, 꽃!’ 이후 2년 만에 선택한 드라마로 이혼, 재혼과 관련된 캐릭터를 맡은 것은 의외였다. 애써 피할 법도 한데, 그는 이 드라마를 할 수 있어서 오히려 기뻤다고 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좋은 작품을 만나 가슴이 벅차고 기뻐요. 김수현 작가의 작품은 모든 연기자들이 꿈꾸는지라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어요. 그때 작가님이 제게 “네 안에 있는 틀을 깨고 나와라”고 하셨어요. 그 말 속에는 겉으로 표현되지 않은 많은 뜻과 의미가 포함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대되고 설레는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부담도 돼요. 다행히 동료 연기자들이 도와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그는 자신이 맡은 ‘오연수’라는 인물이 “당당하고 멋지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연출을 맡은 손정현 PD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 대해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부모 세대와는 달라진 결혼의 의미, 결혼관, 나아가 가족의 의미까지 되새겨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이혼은 흠이 아니기에 그만큼 당당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도 했다. 그래서 이지아는 이혼과 재혼 앞에 당당한 오은수가 멋져 보였던 것이다.

“오은수는 조근조근 할 말을 다 하는 캐릭터인데, 저도 어떤 면에서는 그런 편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은수는 저보다 더 용기 있고, 당차고 대담하죠. 또 자신이 일단 결정을 하고 나면 뒤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거든요. 제게는 부족한 부분인 것 같아서 은수의 용기가 부러워요.”

그는 결혼관을 묻는 질문에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며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인내해야 하거나, 한 사람만 상대방에 맞춰야 하거나 혹은 복종해야 하는 관계는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서로 이해하고 서로 맞춰주는 그런 결혼이 가장 행복한 게 아닐까요?”

자신을 숨기고 살았던 14년. 그리고 세상과 통성명 한 지 2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세상에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더 밝아지고 씩씩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원래 제 목소리가 작은데, 조금은 더 높고 밝게 내려고 노력하거든요(웃음). 발전된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11월 9일, 이지아의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되는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첫 전파를 타자 전혀 예상치 못한 루머가 고개를 슬그머니 들기 시작했다. 이번엔 ‘성형 의혹’이었다. 이지아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코앞에서 이야기를 나눈 기자가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변화였지만, ‘외계인설’보다는 보편적이고 평범해 보이니 그마저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고무적인 것은 그를 배우로, 연기력으로 평가하려는 시선도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묘한 매력으로 중무장한 전혀 다른 이지아가 배우로서 당당히 고개를 들고 있으니 말이다.

여성동아 2013년 12월 6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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