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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With specialist | 양쌤의 아이 맘 클리닉

말 안 듣는 아이보다 무서운 착한 아이 신드롬

글·양소영 | 사진·REX 제공

2013. 12. 05

착한 것과 착한 척하는 것은 다르다. 부모들이 별생각 없이 자주 하는 ‘착하다’는 칭찬이 우리 아이를 착한 아이 신드롬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말 안 듣는 아이보다 무서운 착한 아이 신드롬
CASE

“아이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너무 많이 봐요. 제가 얼굴을 조금만 찡그리거나 목소리 톤이 낮아지면, ‘엄마 기분 나빠요? 나 때문에 화났어요?’라고 물어봐요. 친구가 집에 놀러오면 평상시 잘 하지 않던 놀이를 해요. 친구와 함께 놀기 위해 하기 싫어도 억지로 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아이가 왜 그러는 걸까요?”

착한 아이 신드롬이란

아이가 다른 사람의 눈치를 지나치게 살피면서 자신의 의견을 잘 내세우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해 유난히 관심이 많다면 ‘착한 아이 신드롬(The Good Child Syndrome)’일 가능성이 높다. 착한 아이 신드롬에 빠진 아이들은 약속을 깨뜨리거나 정해진 규율을 어기는 것을 몹시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숙제나 준비물 등을 빠뜨리는 적도 없다. 자신이 잘못한 게 아닌데도 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잘못을 했을 때도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화를 내는 것이 무서워서 무조건 잘못했다고 한다. 친구가 도움을 청하면 거절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상황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한다.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겉으로 감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심할 경우에는 말을 더듬기도 하고, 특별한 신체적 이상이 없음에도 두통, 복통 등의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착하다’는 칭찬의 부작용



부모가 습관적으로 혹은 자녀를 길들이기 위해 자주 하는 ‘착하다’는 말은 오히려 아이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혹시라도 착한 아이로 인정받지 못할까 봐 애를 태우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무의식적으로 손톱을 물어뜯거나 등을 긁는 버릇이 생기고, 심하면 원형 탈모에 걸리거나 머리카락을 잡아 뽑는 등 불안 증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성장기에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습에 대한 흥미도 잃게 된다. 먹고 자는 데도 어려움이 생겨서 성장을 방해받는다. 스트레스는 우울증과 불안 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조금 덜 착하더라도 자신감 있는 아이로 키워요

착한 사람이 돼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착한 아이로 인정받기 위해 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 그렇다고 나쁜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조금만 덜 착한 아이로 키우자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사소한 언행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잘한 일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칭찬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건성으로 칭찬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를 키우는 데는 조금 기다려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감과 자존감을 키워주려면 일상 속에서 아이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좋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아이는 그 과정과 경험을 통해 자란다. 아이의 행동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해 아이가 죄책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실수와 잘못은 성장 과정에서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또한 착하게 행동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게임을 하거나 운동경기를 통해 몸을 부딪치며 이기는 경험을 많이 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 부모는 아이가 착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마음속에서 떨쳐버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말 안 듣는 아이보다 무서운 착한 아이 신드롬
양소영 선생님은…

아동·청소년 상담 전문가. ‘청개구리 초등 심리학’저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도와주면 어른이든 아이든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이메일 healery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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