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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세계의 교육 현장을 가다 | 미국

미국 부모들에게 크리스마스란

글&사진·김숭운 미국통신원

2013. 12. 03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과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냐, 부모의 주머니 사정이 먼저냐. 미국 부모들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고민에 휩싸인다. 성탄 대목에 꼼짝달싹할 수 없는 한국 이민자 가정의 부모들은 더 속이 탄다.

미국 부모들에게 크리스마스란

미국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그냥 연휴가 아니라 추억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부모가 여기에 소홀했다가는 평생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

미국 부모들에게 크리스마스란
뉴욕 주 롱아일랜드에 사는 한인 변호사 M씨는 성탄절 시즌이면 사무실 문을 닫는다. 월스트리트에서 주식 분석가로 일하는 아내를 대신해 초등학생 아이들을 돌봐야 하고 또 대부분의 직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학부모라 어쩔 수 없다.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부터 1월 1일까지 일주일간이 겨울방학이나 다름없다. 여름방학은 두 달 가까이 돼 아이들을 대상으로 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지만 크리스마스 연휴는 너무 짧아서 아이들을 맡길 곳이 마땅치 않다. 또 이 기간 동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미국의 전통이기도 하다.

미국 부모들이 연말에 가장 크게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아이들에게 소홀했다가는 평생 원망을 들을 수 있다. 아이를 집에 남겨두고 어른들끼리 파티에 다니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14세 이하의 아이들끼리 집에 남겨놓았다가 ‘아동방임’으로 고발을 당하면 그러지 않아도 바쁜 연말에 법정에 불려다닐 수도 있다.

그래서 이 기간에 맞춰 여러 가지 준비를 한다. 가장 보편적인 이벤트는 아이들 방학에 맞추어 쏟아져나오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공룡과 함께 걷기(Walking with dinosaurs)’를 비롯한 여러 편의 아동용 영화가 성탄절 시즌에 맞춰 개봉한다. 아동 대상 영화계에서 가장 큰 대목인 셈이다.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도 매년 반복되는 고민거리다. 미국 어린이의 86%가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는다니 선물을 주지 않고 넘어갈 방법이 없다. 크리스마스 시즌 미국 가정의 평균 선물 구입비는 7백50달러(한화 약 80만원) 정도고 그 가운데 5백 달러(53만원)가 가족을 위한 지출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쇼핑에 나섰다가 인파에 묻혀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아 쇼핑몰이나 백화점은 이 기간 동안 미아 부모 찾아주기 특별기동대를 운영하기도 한다.



베이비시터와 함께 지내거나 학원으로!

여행을 떠나는 가족도 많다. 극성수기여서 비용은 평소보다 훨씬 더 비싸지만 가족끼리 시간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 평소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족 여행지는 디즈니랜드가 있는 올랜도지만, 크리스마스에는 따뜻하고 볼거리가 많은 라스베이거스가 더 인기다.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칼리지 투어를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자영업에 종사하는 한국 이민자들은 이런 크리스마스 풍경이 언감생심이다. 일 년 중 최대 대목으로 업종에 따라 많게는 연매출의 절반을 버는 시기인데 생업을 포기하고 쉬거나 놀러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은 집에서 베이비시터와 시간을 보내거나 학원의 단기 집중 코스에 등록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가족 행사에 참여해본 경험이 부족한 것이 대학을 졸업하고 성인이 돼 사회에 진출할 때 눈에 보이지 않는 단점이 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부모 노릇은 쉽지 않다. 특히 바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더욱더 그렇다.

김숭운 씨는…

뉴욕 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 원래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 전직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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